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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무희 님의 서재입니다.

금랑서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바람무희
작품등록일 :
2009.09.25 05:04
최근연재일 :
2009.09.25 05:04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3,720
추천수 :
55
글자수 :
92,698

작성
09.08.30 22:09
조회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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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금랑서은 8 - 살인자 1

DUMMY

이야기 여덟 번째. 살인자




서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뼈와 칼이 마찰하는 소리였다. 대담하게도 가로등 바로 아래에서 이제 미동도 않는 사내를 칼로 거듭 찌르고 있었다. 주황색 가로등 불빛에 검은 머리카락이 노을빛 같이 빛났다.

금랑은 서은이 아닌 자신이 과자를 사러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금랑의 눈에야 다람쥐가 다람쥐를, 뱀이 뱀을 무는 광경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피가 섞이고, 아직도 인간과 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는 서은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을 터였다.

게다가 저 놈은 인간의 탈을 뒤집어썼지만 인간이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물론 다른 생명체는 아니었다. 어느 모로 보나 100 퍼센트 인간이었다. 다만 표준적인 인간이라 보기에는 심한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어느 종족에나 미친놈은 있다. 금랑은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관찰했다. 아직은 쌀쌀한 4월의 밤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에 박힌 두 눈이 먹잇감을 포획해서 만족한 맹수의 것처럼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쩍 마르고 동작이 작다. 어딘가에 서 있어도 모두가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작은 눈과 얇은 입술에 가파른 광대선. 평범한 헤어스타일에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청바지에 흰색과 검정색 스트라이프의 티셔츠를 입고 어느 유명메이커의 검은색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 새 신발을 신고 강의실에 가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았다.

죽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산 것에 관심이 있었다. 금랑은 시체를 보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에 시선을 뒀다. 자신을 향해 히죽 웃는 살인자를 보며 익숙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분명 처음이 아니다.

“먹을 건가?”

금랑이 침묵을 깨고 태연히 과자봉지를 든 채 물었다. 살인자는 기가 막힌 듯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큭큭거리고 웃더니 금랑을 향해 피에 젖은 부엌칼을 들고 물었다.

“죽고 싶어?”

금랑은 웃었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웃음이었다. 그 표정을 본 살인자는 흠칫 거리더니 뒤로 비칠거리며 몇 걸음 물러섰다.

“나라면 죽인 다음에 먹지. 그러나 넌 맛없을 것 같아.”

금랑이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서은은 오후부터 강의가 있다며 빈둥거리고 있다. 신문을 대충 제목만 읽어나가던 서은이

“어!”

하고 소리쳤다. 손가락으로 한 줄 한 줄 짚으며 신문 기사를 읽던 서은의 얼굴표정이 굳었다.

“이거 우리 동네잖아.”

금랑은 아침부터 돼지 삼겹살을 열심히 구워 먹고 있었다. 아구아구 먹으며 되물었다.

“마가?”

입에 가득 들어 있어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지만 서은은 제대로 알아들었다.

“요 근방에서 벌써 몇 명이 죽었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고. 보통 연쇄살인마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만 고르지 않아? 그러면서 이상한 핑계 대고. 그런데 정말 무차별이야. 동일범이라면 벌써 열 명은 넘게 죽인 것 같아. 오 년 동안.”

금랑은 대수롭지 않게 입안에 있던 걸 꿀꺽 삼키고 시원한 물 한 컵을 들이켰다. 그리고 말했다.

“난 만났는데.”

서은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새삼스럽게 금랑을 살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반응에 금랑이 어이가 없어서 실소했다. 도대체 자기를 뭐라 생각하는 걸까.

“언제?”

“응? 어젯밤에.”

얼굴이 새파랗게 되더니 서은이 외쳤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살해된 사람이 있다고!”

금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봤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어.”

서은은 망설이는 듯하더니 물었다.

“네 얼굴을 봤어?”

“응.”

태연하기만 한 금랑의 태도에 서은은 심히 불안해졌다. 금랑은 저벅저벅 서은의 가까이로 다가와서 털썩 책상다리를 하고 앉더니 서은의 어깨를 두드렸다. 씩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잡아먹어버리겠다고 했더니 꼬리 말고 도망갔어.”

서은은 입을 쩍 벌렸다. 감각이 다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큰일이다. 살인자가 분명 금랑을 찾아 헤맬 것이다. 인간은 인간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살인현장을 본 인간을 살려둘 리가 없다.

“조심해.”

금랑이 서은의 말에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그러나 그런 그를 밀쳐 바닥에 쓰러뜨리고 서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같은 인간을 죽이는 인간이 보통의 인간일 거라 생각해?”

그 기운에 눌려서 금랑은 다소 놀라면서도 웃음을 멈추고 서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건 태어나서 몇 번 없던 체험이었다. 금랑은 강했다. 천상의 신들 중에서도 당할 자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하계에 내려온 지금도 그 힘은 변함이 없다.

서은을 품에 확 끌어안고 좌우로 흔들흔들 했다. 당황한 서은을 꽉 끌어안고 속삭였다.

“좋다. 오랜만이야.”

무슨 뜻인지 서은은 알 수 없었지만, 금랑의 행복감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전해져서 힘을 빼고 폭 안겨서 가만히 있었다. 계약으로 묶여 있다. 그래서 금랑은 믿을 수 있다. 자신보다도 더 믿을 만한 자신의 우군이다. 그 생각에 이르자 안온한 미소를 희미하게 지었다.


동현은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방치해두듯 자신을 현서은과 금랑의 감시역으로 두었다. 보고할 내용도 많지 않았고, 내려오는 지시도 그저 계속 감시하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우려한 감시역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갑작스럽게 ‘그 분’이 오신 것이다. 그것도 환영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오신 것이다.

가려의 핵심 인물로 언제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 너무나 평범한 모습으로 자신을 방문한 것이다. 커다란 사탕을 쪽쪽 빨고 있는 유치원 옷을 입고 있는 아이. 그러나 그 속에는 무수한 전생에도 미혼탕을 마시지 않아 수백 년의 세월의 기억을 축적해두고 있는 무녀. 과거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인물이다. 세간에 떠도는 무수한 예언서의 저자들을 직접 만나고 스스로도 하늘의 예언을 받을 수 있는 거물.

아마 뒤에 서 있는 호법이 아니라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호법만은 가려 안에서의 모습과 같이 새까만 먹물을 보는 듯한 흑색 옷을 입고 있었다.

“이 세상은 하늘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사탕을 먹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동현이 아무 대꾸도 못하고 서 있는 걸 흘깃 보고는 아이는 말했다.

“가려는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집단. 인간이 아닌 것을 모두 적으로 간주해왔다. 그건 그래야 할만큼 적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지.”

무슨 이야기인지 동현은 알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여섯 살짜리 꼬마 아이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도저히 읽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동현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두려워서 이마를 타고 목덜미로 식은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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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금랑서은 8 - 살인자 2 +1 09.09.06 323 4 8쪽
» 금랑서은 8 - 살인자 1 09.08.30 298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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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금랑서은 2 - 허주가 4 09.03.08 522 2 10쪽
6 금랑서은 2 - 허주가 3 09.02.21 469 2 9쪽
5 금랑서은 2 - 허주가 2 09.02.08 549 2 9쪽
4 금랑서은 2 - 허주가 1 09.01.30 552 2 7쪽
3 금랑서은 1 - 지옥서고 下 08.12.26 937 2 9쪽
2 금랑서은 1 - 지옥서고 上 +2 08.12.23 1,557 3 7쪽
1 금랑서은(金狼書隱) - 프롤로그 +3 08.12.23 2,261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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