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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TRO 님의 서재입니다.

아들이 만든 창작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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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TRO
작품등록일 :
2021.02.11 16:25
최근연재일 :
2021.09.1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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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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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아나톨리 (3)

DUMMY

승리라. 덧없는 개념이지.


한 편의 승리 뒷편에 수십 편의 패배가 도사린다.


제멋대로 패배하고 절망한 채 그 수를 불린다.


그런 사람들이, 도박장의 문가에 늘어선 채 희망 잃은 눈으로 배회하고 있었다.


그들은 패배와 절망이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더욱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응당 현명하고 사려깊은 사람이라면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반면교사 삼을 교본들이 저토록 많은데, 대체 왜 도박장 앞에 서 있는가?


하지만 여러분. 이건 내 책임이 아니라 단호히 선언할 수 있다·····.


“아나톨리, 어떻게 생각해? 내가 오늘 딸 수 있을까?”


나는 내 손을 붙잡고 도박장 문을 금방이라도 걷어찰 듯 방방 뛰는 아가씨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빨간머리. 스웨터. 면바지. 두말할 것도 없이 루시였다.


본디 고아원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나지만, 원장 비서인 루시의 물품 구입을 돕는다는 명목 하에 외출을 허락받은 것이다.


태양절을 앞둔 왕도의 거리는 맥동하듯 생명력이 넘쳤고 핏줄처럼 엮인 도로와 골목을 사람들이 적혈구처럼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 모든 볼거리들에도 불구하고 내 두 눈은 루시 양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루시 양은···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내가 알지 못한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쪼잔하게 기자재 구입이 뭐이야! 우리 오늘 한탕 뛰고 아예 건물 하나 새로 올려버리자! 너의 머리에 내 운이 합쳐지면 우릴 이길 수 있는 건 없다고!”


그녀는 도박 중독자였고.


“어? 응? 으응? 아, 아나톨리!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어! 겨, 경비를 부르자!”


상상 이상으로 백치였고.


“그, 그, ㄱ, 겨, 경, 겨경, 경비··· 경비 아,저저ㅈ,씨이이···.”


그리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낯을 가렸다.


그녀가 바들바들 한 손을 들어 경비를 부르는 동안에도 경비는 골목을 돌아 사라졌다.


“아으······.”


그렇다. 그녀는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는 존재였다. 문제는, 그녀가 아름다워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걱정되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래.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듯했다.


“···선생님. 돈이 얼마나 남았죠?”


“지갑을 털려서 얼마 없어···.”


그녀는 얕은 호주머니를 이곳저곳 뒤져 잔돈을 끌어모았다. 그 잔돈을 한데 모으니 동화 일곱 닢이 끝이었다.


“일곱 닢. 일단 필요한 종이는 살 수 있겠······.”


그녀가 허망하게 손바닥을 내려다보는 와중이었다.


“우왓!”


갑작스레 아래에서 솟아난 거지의 손이 루시의 손에 겹쳐지고, 일곱닢의 동화마저 모조리 가져갔다.


“아···.”


“허···.”


그리고는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 인파 속에 녹아들어 사람들과 부딪히지도 않은 채 바람처럼 시장거리를 통과했다.


놀라운 솜씨였다. 저정도라면 대로 한복판에서 사람 품에 칼을 꽂고도 도망칠 수 있으리라.


“···이제 한 푼도 없군요.”


“어, 어떡하지······.”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었다. 위로라도 해줄 겸 손을 올리려는 찰나, 내 눈에 의미심장한 문구 하나가 들어왔다.


[ 원장 비서 루시의 현재심리 : ‘이렇게 된 이상 돈을 꿔서 카지노에서······.’ ]


“···그건 안돼요.”


“으응?”


“지금 사채 써서 도박으로 불릴 생각했죠?”


“어? 아, 아니! 사채같은 게 아니라, 그··· 자,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창구가 어디 있지 않을까 싶었던거야!”


“정말이지···.”


이 세상에 도박 중독 상담전화 같은 건 없겠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주변을 물색했다.


곧 적당한 물건들이 손에 들어왔다.


우선 구석에 자란 잡스런 잡초꽃 몇 송이.

적당히 맨들맨들한 돌멩이 두어 개.


“아나톨리, 그것들은 어디다 쓰려고?”


나는 대답대신 루시의 손을 붙잡고 검지손가락에 잡초꽃을 감았다.


이건 사이즈가 중요하니까, 여성의 손가락이 필요했다.


“···으, 아, 그, 뭐, 뭐뭠머, 뭐하는, 뭐하는, 거야?”


갑작스런 접촉에 놀랐는지 말을 더듬던 그녀는, 몇 번의 매듭 끝에 아름답게 완성된 잡초꽃반지를 보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예쁘다. 라고 작게 속삭이던 루시의 손가락 위로 잡초꽃 몇 송이가 더 올라가고, 내 손길을 거친 끝에 그녀의 양손 검지와 중지에 하얗고 작은 꽃들이 장식됐다.


“아나톨리, 고마워···.”


[ 원장 비서 루시의 호감도가 4 오릅니다. (현재 호감도 : 67 (50이 넘어가면 결혼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감동받아 그렁그렁한 눈. 오르는 호감도.


미안하지만, 루시 양. 인생은 실전이에요.


나는 그렇게 되새기며 그녀의 손가락에 곱게 폈던 하얀 꽃들을 모조리 뽑아냈다.


“아?”


내 손에는 네 개의 꽃반지가 들려있었고, 그녀의 손은 텅 비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루시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 원장 비서 루시의 호감도가 1 내립니다. 현재 호감도 : 66 (50이 넘어가면 결혼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머리를 몇 번 쓸어 바람에 흐트러진 듯한 인상을 준다.


이것만으로도 관광지의 낭만적인 대화상대가 탄생하는 군.


하지만 아직 부족하지. 뭐가 더 필요할까?


생각해봐. 관광지에 찾아오신 돈 많은 귀부인들께서, 삶의 즐거움과 활력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할 만한 남자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당당히 펴진 가슴. 곧게 뻗는 어깨. 돋보이는 전완근.


그리고 한껏 들뜬 미소를 빼놓을 수 없지.


이제 햇살로 얼굴을 한 번 씻고나면···.


좋아. 아주 좋아. 때마침 날 보고 잠시 넋이 나간 귀부인이 쪽팔린 건 알고 고개를 돌리시는 군.


어디 한번 돈 좀 벌어볼까.




.

.

.




“이 릴리밸리꽃 반지는, 특별히 만든거랍니다. 이곳에서 남쪽 멀리 어느 섬에는 팍추 라고 하는 원시 부족이 있어요. 그들은 이 꽃을 막 성인이 된 아들과 딸들에게 준답니다.”


“원시인이 꽃을요? 왜죠?”


“릴리밸리는 아름다운 사랑을 가져다주니까요. 제 아무리 가장 야만적인 원시인도, 릴리밸리가 가져다준 사랑 앞에선 순한 개처럼 복종하고, 갈구하죠.”


“그것 참··· 낭만적이네요.”


“그렇죠···?”


나는 그렇게 말끝을 늘이며 살짝,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가까워진다. 떨리는 긴장이 전해진다. 숨이 멈춘다. 긴 속눈썹이 흔들린다···.


그리고 나는 씨익, 미소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들에게서 만드는 법을 직접 배웠죠.”


이제 막 서른에 접어들었을 귀부인은, 간만에 느껴보는 설렘에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결혼 이후로 늙고 한물 간 여인 취급만 받던 것도 어언 10년. 축제를 앞두었다기에 들른 관광지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은 것이다.


날씨. 햇살. 바람. 풍겨오는 달큰한 살내음. 어디를 보아도 황홀한 얼굴. 모든 것이 그녀의 가슴을 두드렸다.


“아··· 그것 참, 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자신의 왼손 검지에 어느샌가 끼워져있는 릴리밸리꽃 반지를 보고 불이라도 댄 듯 몸을 움츠렸다.


청년은 그 잠깐 사이에 손에 반지를 끼운 것이다. 막을 수 없는 침략자처럼.


마치 몽롱한 최면이라도 빠진 듯 한참동안 그 반지를 바라보던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은화 한닢을 꺼내 건내며 말했다.


“이건, 아주 의미있는 물건이군요.”


그리곤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걸맞는 품위를 회복하여, 오른손에 든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가볍게 웃는 것이다.


그 태도는 은화를 건네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손 위에 은화를 놓으며, 부인은 은근슬쩍 아나톨리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흐응, 게다가 흥미로운 걸 많이 알고있는 모양이신데··· 전 이곳이 처음이라, 안내인이 필요하답니다···.”


그러나 은화를 얻어낸 아나톨리는 그 보기좋은 눈매를 곱게 접으며 바람처럼, 아니면 실처럼 그녀의 손에서 벗어났다.


씰룩, 부인의 눈가가 경련했다.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혼재한 감정이 그녀의 관자놀이를 쳤다.


그런 부인의 귓가에 듣기 좋은 미성이 들려왔다.


“마담. 그 반지를 소중히 해주시는 이상, 저흰 다시 만날겁니다.”


“···그런가요?”


“그건, 릴리밸리니까요.”


청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가왔을 때와 같이 신기루처럼 인파 사이로 사라졌다.


부인은 그가 남기고 간 여운에 빠져 한참동안이나 그곳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왼손 검지에 끼워진 하얗고 작은 꽃반지를 바라보았다.


“릴리밸리. 아름다운 사랑이라.”


부인은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슬쩍, 반지를 검지에서 빼내 약지에 꽂았다.


왼손 약지의 반지. 그 명백하고도 강렬한 배덕의 상징이 그녀의 가슴을 뛰게 했다······.



.

.

.



나는 능숙하게 인파로 섞여들며 눈앞에 뜬 창을 바라보았다.


[ 귀부인 마르가리타의 호감도 : 31 (50이 넘어가면 결혼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 귀부인 마르가리타의 현재심리 :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미안하지만 부인,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군요···.”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반투명한 창이 사라지고나면, 그녀의 이름이 다시 뜨는 일은 없을테지.


“하, 릴리밸리라.”


헛소리였다. 전부 다.


그건 그냥 어디에나 피어있는 사랑초였다. 몇 번의 매듭만으로 만든, 동화 하나도 아까울 쓰레기 꽃반지.


남쪽 먼 섬의 원시부족? 내가 그 부족 이름을 뭐라 했더라, 미추? 팍추? 무슨 로키산맥 중턱에 있는 고대유적지 같은 이름이었는데. 벌써부터 기억이 희미하군.


은화 한닢을 주머니에 떨군다. 기분좋은 짤그랑 소리와 묵직한 무게감이 손끝에 느껴진다.


사랑을 가져다주는 반지 네 개와, 인생의 풍파로부터 지켜주는 뱃사람의 돌멩이 두 개 분의 대금이었다.


동화 몇 개를 주머니에서 꺼낸 나는 길가의 커피하우스에 앉아 낯선 이들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길거리를 구경하는 붉은 머리 아가씨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우왓! 안사요!”


장난스레 건넨 말에 루시는 회초리라도 맞은 듯 반응했다. 커피하우스에 앉아있는 젊은 아가씨라. 호객꾼들의 가장 먹음직스런 먹잇감이지.


“후후, 저랍니다.”


그녀 옆자리에 앉으며 나는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힐끔힐끔 날 바라보던 젊은 종업원은 금새 내 곁으로 다가왔고, 지나칠 정도로 몸을 꼿꼿이 세운 그녀에게 나는 커피를 주문했다.


[ 종업원 메리의 호감도가 1 오릅니다. 현재 호감도 : 12 ]


“커피 두 잔과··· 그래. 라자냐 하나.”


“커피 두 잔에 라자냐 하나. 라자냐에는 라구가 같이 나오는데, 뜨겁게 드릴까요, 차갑게 드릴까요?”


“뜨겁게.”


[ 종업원 메리의 호감도가 1 오릅니다. 현재 호감도 : 13 ]


“주문 확인했습니다. 곧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왔을 때와 같이 꼿꼿이 몸을 세운 채 떠나갔다.


실로 완벽한 자세였다. 21세기 카페테리아의 모범직원이라 해도 그녀의 접대 태도에 비할 순 없으리라.


그런 그녀를 루시는 어처구니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골빈 년.”


이 시대에, 커피하우스 여급이, 저렇게 충실한 서비스 정신을 갖고 있을 리가 있는가.


하지만 그걸 해낸다. 귀를 파던 선술집 아주머니를 단정하게 만들고 종업원의 친절을 부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멍청한 건 공작새가 아니라 나였다. 인생이 이렇게 편한 걸 그렇게 아득바득 살아왔다니.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배양육 한쪼가리 팔겠다고 길거리에서 그 헛짓거리들을 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루시가 속삭였다.


“아나톨리. 여기 음식 엄청 비싸. 주문 취소하고 내가 아는 곳에 가는게···.”


대답 대신, 나는 은화 한닢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걸 본 루시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잠깐 앉아있으라더니. 혹시 아까 그 꽃반지 팔고 온 거야?”


“맞아요. 그리고 맨들맨들한 돌멩이도 몇 개.”


그녀는 고개를 아주 조금 가로저었다. 부정도, 긍정도 아니었다. 혼란을 뜻하는 동작이었다.


“그 잡초풀반지에 은화를 낸다고?”


“전 잡초풀반지를 판 적 없어요.”


“하지만 팔았잖아.”


“정확히 말하자면, 추억을 팔았죠.”


루시는 혼란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길거리에 난 풀꽃과 돌멩이로 제법 근사한 식사를 하고도 남을 돈을 벌어왔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려우리라.


하지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여행객들이 바라는 것은, 뜻하지 않은 친절과 즐거움이다. 그걸 느끼게 해주면 된다.


그리고 내··· 신체적 조건과 영업 경험은, 여행객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분명 상술인데. 어디까지나 내 돈을 바라는 일인데. 하는 걸 알면서도 추억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주문하신 음료와 음식 나왔습니다.”


나는 소리라도 날까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음식을 내려놓는 종업원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감사합니다.”


[ 종업원 메리의 호감도가 1 오릅니다. 현재 호감도 : 14 ]


진하고 맛은 좋지만, 가격은 쓸데없이 비싼 커피 한 모금. 그리고 치즈와 올리브유를 아낌없이 부어넣은 라자냐를 뜨거운 라구에 찍어 한 입.


과연, 맛이 좋다. 여행객 말고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선택했는데, 성공이었다.


입이 만족스러워야 일이 잘 풀리는 법이니.


오늘 외출의 목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고아원 바깥 지리를 익히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루시에게 좀 더 확고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꽃반지를 팔기 위해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혔으니, 이젠 루시 양의 욕망에 불을 지를 차례였다.


라자냐의 바삭한 한끄트머리를 잘라 입에 넣은 루시가 중얼거렸다.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꽃반지 몇개 만들었다고 그 돈 버는거면, 차라리 비서를 관두고 말겠어.”


해학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비꼼으로서 완성된다.


루시 양이 무심코 던진 자조적인 한마디. 그리고 그녀는 그 한마디로 자신의 현실을 모조리 드러냈다.


그래, 비서를 관두고 싶단 말이지.


나는 계획대로 일이 풀려갈 때 느끼는 특유의 만족감을 느끼며 커피를 한 모금 집어삼켰다.


“관둘 수 있다면?”


“···혹시, 계획이 있는거야?”


[ 원장비서 루시의 현재심리 : ‘알고 싶다.’ ]


마치 누군가 엿듣는 것이 두렵기라도 한듯, 루시 양이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속삭였다.


“그게, 그러니까. 이전 무역 레이스 같은···?”


나는 그녀의 속삭임에 시원스런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는, 남은 커피를 모두 들이켰다.


“비교할 수도 없을겁니다. 성공한다면요.”


— 꿀꺽.


두 사람의 목에서 같은 소리가 났다.


하나는 커피의 목넘김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대와 긴장이 응축된 마른침의 넘김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도움만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테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곁눈질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 긴장에 살짝 앙다문 아랫입술, 기대감에 떨리는 눈동자.


“···뭐든지 할게.”


빌어먹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쉬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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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아버지와 며느리 (2) +11 21.03.05 1,405 87 11쪽
9 시아버지와 며느리 (1) +15 21.03.03 1,522 9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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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나톨리 (4) +22 21.02.26 1,610 95 13쪽
» 아나톨리 (3) +17 21.02.24 1,794 102 15쪽
5 아나톨리 (2) +23 21.02.23 2,237 117 17쪽
4 아나톨리 (1) +18 21.02.20 2,758 132 17쪽
3 죽기 전엔 하드디스크를 리셋하자. +26 21.02.18 2,649 128 13쪽
2 죽기 전엔 하드디스크를 리셋하자. +22 21.02.12 2,769 1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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