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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여행자 한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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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quiet
작품등록일 :
2022.11.02 21:36
최근연재일 :
2024.03.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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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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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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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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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외전 시포 앙 티바 (12)

DUMMY

우주선 내부는 깨끗했다.


시체들은 아마 쓰레기장으로 직행 했겠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키자는 생각에 그들의 시체를 여기까지 가져왔지만 지키지 못했다.


사실 양심이 아니었다. 스스로 만든 가책이었다.


하지만 그조차 지키지 못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생명체 중 노란 슈트가 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돈은 요?"


그의 말에 다른 생명체들도 대답을 듣기 위해 우리에게 몰려들었다.


"돈은 확실히 주겠소. 하지만 시간을 좀 주시오. 한 달이면 충분하오."


그러자 뒤쪽에 서 있던 큰 총을 등에 맨 생명체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한 달이요?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요?"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오."


[저는 상관없어요.]


슈트가 액체로 차 있는 생명체가 말했다.


총을 맨 생명체는 액체 슈트를 잠깐 보고는 나에게 말했다.


"한 달 안에 확실히 줄 수 있는 건 맞아요?"


"한 달이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요."


그는 잠깐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그럼 돈 받을 때까지는 저도 이 우주선에서 생활할게요. 상관없죠?"


"굳이 그럴 필요 없게 계약을 해주겠소."


"계약은 내가 하기 싫어요."


"그럼 편한대로 하시오."


목적이 사라진 지금, 이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처음에 돈 얘기를 꺼냈던 노란 슈트를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저는 르톡신으로 받고 싶은데, 그렇게 해 줄 수 있어요?"


"가능하긴 하지만 그걸 직접 돈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거요."


"그건 상관없어요. 오래 걸릴까요?"


"당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준비해 주겠소."


그리고 나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생명체와 액체 슈트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다들 목적지가 어딘지 말해주시오."


[저는 마지막에 가도 상관없어요.]


액체 슈트가 말했다.


"행성 비이요···."


그 다음으로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쪼그려 앉아 있던 생명체가 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노란 슈트에게도 물었다.


"당신은 목적지가 어디요?"


"리스 제국이요."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조종석으로 향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말 없이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파브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다. 너는 괜찮느냐?"


"저는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파브는 아무말 없이 우물쭈물하며 서있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뭐라도 시키는 게 낫겠다 싶어 말했다.


"내가 조종하는 동안 자네는 가서 르톡신을 모아 놓게."


"예!"


파브는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나는 조종석에 앉아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행성 비이와 리스 제국까지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고 나는 리스 제국으로 향했다.


하루 하고도 한나절이 흐른 뒤 리스 제국에 도착했고 파브가 모아둔 독을 주자 노란 슈트는 별말 없이 우주선을 떠났다.


곧이어 우리는 행성 비이에 도착했고 이곳이 목적지였던 생명체가 내리려고 했다.


나는 그를 불러 세워 돈은 반드시 줄 테니 돈을 보내줄 루트를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필요 없다고 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그렇다면 이거라도 받아가라며 파브가 모아 둔 르톡신을 쥐어줬다.


르톡신을 받아든 그는 주먹을 쥐고는 자신의 얼굴 중앙에 가져다 대고 우주선을 떠났다.


나는 그를 뒤로하고 액체 슈트에게 물었다.


"이제 당신들만 남았소. 우선 당신부터 목적지를 말해주시오."


[저는 마지막 도착지가 제 목적지예요. 갈 곳이 없거든요. 당신들의 마지막 도착지에서 저도 내릴게요.]


"우리가 가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소."


[상관없어요. 1000만 다르면 어딜 가더라도 한동안 먹고 살 수는 있을 거니까요.]


나는 다른 생명체에게 물었다.


"당신은?"


"저는 돈 받으면 내린다고 했잖아요. 그 르톡신인지 뭔지 하는 걸 팔아서 돈을 준다는 거죠? 빨리 팔아서 돈부터 줘요. 그럼 바로 내려줄 테니까."


"당신 목적지를 말하면 그 근방에서 돈으로 바꿀 계획을 세울 거요. 아무 곳에서나 대충 할 수 있는 거래가 아니요."


"음···, 근데 저도 목적지가 따로 있는 건 아니라서요. 돈 받고 나서 생각해 볼 참이었거든요."


둘 다 목적지가 없다면 급할 건 없다.


급할 게 없다면 이곳에 내려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가진 돈은 얼마 없었기에 혹시 우주선 안에 팔 수 있을 만한 물건이 있나 찾아 보기 위해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내 목적을 눈치챈 건지 파브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창고에 쓸만한 게 있습니다. 그···, 보시면 아실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창고로 들어가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검은 헬멧의 슈트와 싸구려 슈트.


창고에 가득 찬 장비들은 이 우주선에서 죽은 자들의 것이었다.


나는 파브를 쳐다봤다.


"네가 한 것이냐?"


"단장님, 아닙니다! 이건··· 유용하게 쓰일 거라며 총리가 이곳에 넣어뒀다고 했습니다."


"그래, 알았다. 혹시 이곳에 있던 자들은 어찌 된 지 알고 있느냐?"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총리 말로는 그저 문제 없이 처리한다고만···."


"슈포에게 들은 말은 또 있느냐?"


"있습니다. 단원들의 일과···, 앞으로 단장님이 하셔야 할 일에 대해 들었습니다."


"알겠다···."


나는 그곳에서 지금 당장 돈으로 바꿀 수 있어 보이는 장비를 몇 개 골라 파브와 함께 들고 나왔다.


나는 파브와 함께 장비들을 판 돈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서 돌아왔다.


그리고 슈포가 나에게 준 홀로그램 장치를 꺼냈다.


장치에 등록되어 있는 행성 중 가장 알맞다고 판단 되는 행성을 목적지로 삼았다.


행성 Zn-1545531-K. 우리의 목적을 위한 곳으로 이 곳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슈포의 장치에 등록된 정보에 의하면 이곳은 연맹의 구역이었다.


연맹은 텅 빈 이곳을 군수물자의 생산 기지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이행되기 전에 연맹은 갑작스럽게 항복했고 그와 동시에 버려진 것이다.


행성 비이에서 출발한 지 8일 째에 접어들며 행성에 도착했다.


정거장은 예상대로 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맞아떨어진 건 거기까지 였다.


정거장 밖을 나가니 수백 명의 생명체가 있었다.


하지만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다.


모두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연맹에서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 이주시킨 자들이었다.


하지만 항복으로 인해 연맹의 생명체들이 떠나자 그들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없이 죽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그들이 먹을 것이라고는 이곳에 오며 가져온 며칠 분량의 식료품과 자신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들 뿐이었다.


또한 그들이 이 행성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연맹이 철수하며 모든 우주선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그들만을 남겨둔 채로.


나는 그들에게 우리가 가져온 식료품들을 모두 나눠 주었다. 우리의 몇 달 분량의 식료품은 한순간에 동이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나는 그들에게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르톡신을 거래 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났다.


그리고 거래를 마친 뒤 아직도 우주선에 남아있는 두 생명체에게 말했다.


"돈은 여기 있소. 이제 그만 내리시오."


[저는 마지막 목적지에서 내린다고 했잖아요.]


"거긴 아무것도 없소. 이미 봤으니 알 거 아니요."


[상관없어요.]


그의 고집에 나는 포기했다.


그러자 총을 맨 생명체가 말했다.


"저는 용병이거든요. 혹시 앞으로도 계속 돈 줄 수 있어요?"


나는 아무말 없이 그를 쳐다봤다.


"돈도 많잖아요? 용병도 필요할 거 같아 보이던데."


"지금 준 금액을 매번 줄 수는 없소."


"저도 세상 물정 알거든요? 그럼 금액만 맞으면 같이 일한다는 거죠? 일단 그렇게 하고 돈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해요."


그렇게 나는 그들과 함께 행성 Zn-1545531-K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생명체들 중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자들을 돌려 보내 주었다.


하지만 그런 자는 몇 없었고 수백명의 생명체는 이곳에 남았다.


나는 슈포의 말대로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힘을 기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얼마가지 않아 쓰러졌다.


전투를 위해 개조한 신체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내 몸은 망가지며 피부에서 더 이상 독이 분비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수입은 절반이 되었다.


그리고 날 위한 고가의 생명유지 장치와 1000여명으로 늘어난 생명체에게 들어가는 돈은 우리에게 힘을 기를 수 있는 돈을 남겨두지 않았다.


내 목숨과 1000명의 생명체를 포기한다면 힘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파브는 내 목숨을 포기하지 못했고 나는 1000명의 생명체를 포기 하지 못했다.


나는 이곳에서 작은 헤르도를 만든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진짜 헤르도에 대한 분노와 죄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그것들은 마치 먼 과거에 꿨던 꿈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헤르도에서 전쟁이 벌어졌고 슈포가 왕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나 없이도 해낸 것이다.


그날 나는 울었다.


지금까지 잊고 있던 분노와 죄의식이 날 덮쳐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후, 또 몇 년이 지났고 70여년간 이어져 온 우주 전쟁이 끝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내 목에는 현상금이 걸렸다.


이제와서 슈포가 내 목을 원할 리는 없다.


진정으로 내 목을 원했다면 고작 그런 푼 돈을 걸었을 리가 없다.


슈포에게도 무슨 이유가 있었던 거겠지.


당연히 그런 푼 돈을 벌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 현상금 사냥꾼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생명체들은 그럴 필요 없다는 내 말을 듣지 않았고 기어이 정거장에 있는 기업 직원에게 뇌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생활은 더 궁핍해졌다.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이곳에 현상금 사냥꾼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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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41화 몽둥이 찜질 (7) 24.03.20 3 1 11쪽
67 40화 몽둥이 찜질 (6) 23.06.25 9 1 10쪽
66 39화 몽둥이 찜질 (5) 23.04.29 18 1 10쪽
65 38화 몽둥이 찜질 (4) 23.02.17 16 1 10쪽
64 37화 몽둥이 찜질 (3) 23.02.13 15 1 11쪽
63 36화 몽둥이 찜질 (2) 23.02.02 20 2 11쪽
62 35화 몽둥이 찜질 (1) 23.01.30 24 2 13쪽
61 34화 싼 게 비지떡 (3) 23.01.27 27 2 10쪽
60 33화 싼 게 비지떡 (2) 23.01.25 24 2 10쪽
59 32화 싼 게 비지떡 (1) 23.01.20 32 1 10쪽
58 외전 도르 야 지브 듀므 지 (4) 23.01.14 29 1 10쪽
57 외전 도르 야 지브 듀므 지 (3) 23.01.11 31 1 11쪽
56 외전 도르 야 지브 듀므 지 (2) 23.01.11 28 0 10쪽
55 외전 도르 야 지브 듀므 지 (1) 23.01.10 35 0 10쪽
54 31화 수금 (7) 23.01.08 37 2 13쪽
53 30화 수금 (6) 23.01.07 36 2 10쪽
52 29화 수금 (5) 23.01.05 36 2 10쪽
51 세계관과 설정 (4) 23.01.05 41 0 11쪽
50 28화 수금 (4) 23.01.04 36 2 12쪽
49 27화 수금 (3) 23.01.03 38 1 10쪽
48 26화 수금 (2) 23.01.01 42 2 10쪽
47 25화 수금 (1) 22.12.31 45 2 10쪽
46 외전 시포 앙 티바 (13) 22.12.28 42 2 12쪽
» 외전 시포 앙 티바 (12) 22.12.27 39 2 10쪽
44 외전 시포 앙 티바 (11) 22.12.25 40 1 14쪽
43 외전 시포 앙 티바 (10) 22.12.24 39 0 13쪽
42 외전 시포 앙 티바 (9) 22.12.21 42 2 11쪽
41 외전 시포 앙 티바 (8) 22.12.18 43 1 10쪽
40 외전 시포 앙 티바 (7) 22.12.14 44 1 10쪽
39 외전 시포 앙 티바 (6) 22.12.13 43 1 10쪽
38 외전 시포 앙 티바 (5) 22.12.07 49 2 10쪽
37 외전 시포 앙 티바 (4) 22.12.05 48 1 11쪽
36 외전 시포 앙 티바 (3) 22.12.04 47 2 11쪽
35 외전 시포 앙 티바 (2) 22.12.02 49 2 10쪽
34 외전 시포 앙 티바 (1) 22.11.30 49 1 10쪽
33 세계관과 설정 (3) 22.11.26 54 2 11쪽
32 24화 개구리 왕자 (13) 22.11.24 49 1 11쪽
31 23화 개구리 왕자 (12) 22.11.23 48 2 11쪽
30 22화 개구리 왕자 (11) 22.11.22 53 2 13쪽
29 21화 개구리 왕자 (10) 22.11.21 50 1 10쪽
28 20화 개구리 왕자 (9) 22.11.18 53 1 12쪽
27 19화 개구리 왕자 (8) 22.11.18 54 1 12쪽
26 18화 개구리 왕자 (7) 22.11.17 52 1 12쪽
25 17화 개구리 왕자 (6) 22.11.16 53 1 10쪽
24 16화 개구리 왕자 (5) 22.11.15 53 2 13쪽
23 15화 개구리 왕자 (4) 22.11.14 53 2 14쪽
22 14화 개구리 왕자 (3) 22.11.13 53 1 14쪽
21 13화 개구리 왕자 (2) 22.11.13 58 2 12쪽
20 12화 개구리 왕자 (1) 22.11.12 59 2 14쪽
19 11화 도둑 고양이 (3) 22.11.11 63 2 15쪽
18 10화 도둑 고양이 (2) 22.11.11 66 2 14쪽
17 9화 도둑 고양이 (1) 22.11.11 65 2 13쪽
16 8화 야마 (2) 22.11.11 64 2 11쪽
15 7화 야마 (1) 22.11.11 70 2 12쪽
14 외전 치중옌 (5) 22.11.10 68 1 13쪽
13 외전 치중옌 (4) 22.11.09 70 1 11쪽
12 외전 치중옌 (3) 22.11.09 75 1 13쪽
11 외전 치중옌 (2) 22.11.06 80 1 13쪽
10 외전 치중옌 (1) 22.11.06 88 2 12쪽
9 세계관과 설정 (2) 22.11.05 98 1 12쪽
8 세계관과 설정 (1) 22.11.05 115 2 16쪽
7 6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6) 22.11.04 113 2 12쪽
6 5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5) 22.11.04 114 2 12쪽
5 4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4) 22.11.04 122 1 15쪽
4 3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3) 22.11.04 131 1 12쪽
3 2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2) 22.11.04 159 1 14쪽
2 1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1) 22.11.02 219 2 11쪽
1 프롤로그 22.11.02 298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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