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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배달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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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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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690

작성
24.09.09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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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 배달의 소환사

DUMMY

“무장갑?”

“장갑 속성을 말한 거야.”

“내가 무장갑인 건... 설마 그 안경 같은 걸로 날 살펴본 거냐?”

“응, 이건 그런 아티팩트거든.”

“그런데 무장갑이 뭐야?”


오늘 각성한 뉴비만 아니었다면 설명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기초적인 것이었으니.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은 경장갑이나 중장갑 속성이 붙거든. 운 좋으면 마장갑이라는 속성이 붙을 때도 있어. 하지만 이런 속성들은 흔해서 추뎀 붙은 몬스터를 만나게 되면 곤란하게 돼. 그런데 무장갑은 추뎀이 없어. 순수 깡딜로 잡아야 하니까.”


말인즉.

희귀 속성이란 뜻이었다.


“무장갑이란 게 좋다는 거지?”

“스탯이 진짜 구린데 속성이 무장갑인 건 좀 의외다. 마력이 아예 제로베이스야. 이런 건 처음 봤어.”


소녀는 영민을 보며 곱씹었다.


“보통 능력 보정이 아주 큰 경우 스탯이 구리게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하거든? 무장갑이라 스탯이 구리게 나온 건가? 모르긴 해도 마력 기반 AP Carry는 죽어도 안 되겠다. 공력 기반은 가능할지도.”


도통 알 수 없는 소리였으나 괜한 걱정이었다.

소녀가 알기 쉽게 설명해줬으니까.


“쉽게 마력 딜러는 못한다는 소리야.”

“그럼 내가 탱커라는 소리야?”


자신이 탱커 기질이라니.

영민은 그저 기가 찰 따름이었다.


“무장갑이 귀하니까. 물론 스탯 자체가 탱커 기질은 아니야. 어디까지나 속성만 보고 탱커 기질이라고 한 거니까.”


소녀는 마경을 벗어냈다.


“탱커하자. 아저씨가 몸빵해. 내가 딜할 테니까.”


미친 소리였다.

영민이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오늘 각성한 나보고 갑자기 탱커를 하라고? 미친 거 아니야?”


그 괴물 같이 생긴 생물체를 상대로 몸빵이나 하라니.

영민은 분명 미친 소리라 생각했다.


“아니면 AD Carry인 내가 할까? 내가 탱커하다 다치면 딜은 누가 박는데? 아저씨는 딜이 없잖아.”

“하...”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주어진 현실을 자각하기까지 잠시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주변을 둘러보던 영민은 널브러진 시체들 속에서 피 묻은 방패 하나를 꺼내들었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금속으로 된 사각방패였다.

이를 본 소녀는 감흥 없이 대꾸했다.


“너무 걱정 마. 아저씨가 뉴비에다가 형편없는 탱커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니까.”

“우리 살 수 있냐?”


어설픈 자신을 탱커로 내세웠으니 이 파티의 끝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 물음에 소녀도 확신하지 못했다.


“모르지. 보스가 뭔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희망이 조금 생겼어. 아저씨가 무장갑인 덕분에.”


2인조 파티가 결성됐다.

영민은 주변을 털어 최대한 많은 달란트와 자신을 지켜줄 방어구 같은 걸 챙길 수 있었다.

물론 마법적인 힘이 붙은 방어구는 아니었다.

던전 속 상자 루팅을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구였으니까.


‘이게 아이템이란 건가?’


영민은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엉성한 철제 갑옷에 투구는 안면 가리개까지 있었다.

안면 가리개를 내리자 시야가 좁아지며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 답답해진 시야에 소녀가 들어왔다.


“명심해. 탱커의 기본은 몬스터 어그로를 끌어서 다른 팀원들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거야. 탱커는 레이드 팀의 뼈대 같은 거야. 뼈대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속에서 오만가지 욕이 나왔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각오를 다지는 영민이 혹시나 하는 가능성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구출 될 희망 같은 건 아예 없는 거냐? 파업했다는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잖아?”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가능성은 아마 없을 걸? 협회에서 어설픈 생각으로 공문까지 보냈겠어?”


소녀는 협회 분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노력 대비 보상이 형편없다.

이건 직급과 등급을 막론하고 모든 플레이어의 공통된 생각이라.


“아마 작정한 거 같으니까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부에서 백기투항이라도 하면 모를까. 당분간 던전이 플레이어들에게 공략당할 일은 없을 거야.”


플레이어의 파업.

사실 그 조짐이 이전부터 있긴 했었다.


‘플레이어들이 파업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읽긴 했었는데 진짜 파업할 줄은...’


정부를 생각해본다.

그들이 타협을 볼까?

영민은 고개를 젓고 싶었다.


‘안 그래도 플레이어들이 너무 건방지다고 정부나 국민 모두 벼르고 있었지.’


정부가 가장 중요시 하는 건 국민의 여론과 그들의 표였다.

국민 대다수가 플레이어 횡포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으니 이번에 정부에서도 세게 나올 터.


‘파업이 현실화되면 정부에서 먼저 백기투항할 일은 없겠네. 국민 대다수도 정부를 지지하는데 정부에서 아쉬울 것도 없겠지.’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장기간 버티는 건 어떨까?

보스 공략을 미루고 최대한 생존하는 것이다.

외부 사정이 바뀔 때까지.


‘아니야. 던전 공략을 계속 미루다보면 도쿄 재앙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어.’


던전화가 된 지역을 장시간 방치하게 되면 던전 자체가 성장하여 나중에 난공불락의 던전이 만들어지게 된다.

공략이 불가능해진다는 소리.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도쿄 신주쿠였다.


‘아직도 공략이 안 되고 있다지. 세계에 별로 없다는 국가권력급이 팀을 이뤄야 겨우 가능하다는데 어디 그게 쉽나?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각 나라의 외교 관계도 전부 고려해야하는데.’

“서두르자. 던전도 성장한다는데.”


호기롭게 나서는 영민을 두고서 소녀는 감흥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그가 소환하는 오크 병사에 다시 관심이 갔다.


“QWER. 여기서 Q가 오크 병사 소환이면 WER은 돌격병, 궁수, 마지막 궁극기는 주술사 소환인가?”


소녀는 제 상식으로 영민을 제멋대로 가늠했다.

듣고 있는 이는 짜증날 지경.


‘아니 오크 소환사가 아니라니까 자꾸 저러네.’


이제 대꾸하기도 귀찮아졌다.


“그런데 마력이 0인데 어떻게 소환수를 부리는 거야? 특전이나 특성으로 뭘 받은 건가? 마력 없이 소환물을 몇 마리까지 부릴 수 있다든가.”


영민은 소녀가 썼던 마경을 떠올렸다.


‘아까 그 외알 안경으로 본 내 정보가 불확실한가본데? 그게 아니고서야 저런 소리가 안 나오지.’


당장 살기 위해 소녀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었다.

플레이어 간의 알력다툼 같은 것도 있을 텐데.

훗날을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말을 아끼는 게 좋아보였다.


“루팅 좀 하고 가자.”


영민은 역사 안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아직 열지 못한 상자들에 관심이 갔다.

좀 더 긁어모은다면 확실히 지금보다 나으리라.


“여기서 뭘 얻든 보스를 잡고 나온 보상보다 좋을 수 없을 거야. 그래도 뒤질 거야?”

“확률이란 게 있잖아? 혹시 또 모르지. 이렇게 뒤지다 보면 좋은 아이템이 나올지.”

“간혹 그런 경우가 있긴 한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달란트가 절실했다.

굳이 좋은 아이템이 나오지 않더라도.

금화 한 닢을 더 얻기 위해서라도 영민은 묵묵히 주변을 뒤졌다.

소녀 역시 평소라면 영민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그마한 요행도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도 포션 몇 개랑 아저씨가 좋아하는 달란트는 챙겼네.”


싹 긁어모으니 제법 의미 있는 루팅이 됐다.

적어도 달란트를 80개 이상 확보한 건 의미가 있으리라.


‘금화가 이렇게나 많이 나와? 확실히 상위 던전이라는 건가?’


확보한 달란트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도 당신에게 일상의 병력을 제공 중, 배달의 세계.



[오크부족 구릉지대점]

1. 오크 병사

2. 오크 돌격병

3. 오크 궁수

4. 오크 경장돌격병

5. 오크 전사

...

...

...


21. 오크 주술사

오크족 ACE! 그 존재만으로 적들에게 공포를!

가격 : 75 포인트 리뷰 : 81개



‘75포인트? 일개 병사가 3포인트인데 얜 좀 많이 비싼데?’


구릉지대에 위치한 오크부족에서 가장 비싼 전력이었다.

고민은 잠시.

영민은 부실한 팀을 보완하기 위해 거금을 털어 오크 주술사를 배달시키기로 했다.

이어 포탈을 타고 나타난 오크 주술사에 소녀가 당황했으나 이는 잠시였다.


“뭐야? 갑자기 오크 주술사가 왜 나와?”


오크 주술사.

오크 병사와 마찬가지로 강인한 체격을 가졌지만 토템이 달린 지팡이와 뼈와 깃털로 이뤄진 장신구가 그들의 특징이라.


“내가 부른 거야. 탱커, 딜러, 서포터 이게 레이드 팀의 기본이라며? 서포터 역할로 불렀다.”

“궁극기야?”


오크 소환사의 궁극기로 널리 알려진 게 바로 오크 주술사 소환이었다.

그만큼 오크족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으니까.


“궁극기일 수도 있지.”

“말이 바뀌네? 언제는 달란트만 있으면 막 부릴 수 있다면서.”


이전과 달라진 영민이 가볍게 웃었다.


“그걸 믿었어?”

“역시 거짓말이었네. 하긴 그걸 믿은 나도 바보지.”


던전 세상에 널리고 널린 금화로 병력을 제한 없이 부른다.

소녀 상식에서는 말도 안 되고,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영민은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탤 수고를 덜게 됐다.


“여긴가?”


역사에서 보스방으로 향하는 길을 찾던 그들은 거대 괴수의 내장 같은 통로와 맞닥트리게 됐다.

분명 이전에는 없던 통로였다.

흉물스럽고 기괴한 통로 앞에서 선 영민이 주춤거렸다.

이 안을 당당히 걸어갈 배짱도, 경험도 전부 부족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탱커.

이 얼기설기 급조된 팀의 뼈대였다.


‘도망치는 건 길이 아니야.’


앞으로 플레이어로 살아남는다면.

수백, 수천 번 마주칠 순간이었다.

각오를 마친 영민이 사지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꽤나 당당히 걸어가는 영민의 앞에는 고기방패용으로 쓰일 오크 병사 몇 마리와 오크 주술사가 소환해낸 거대한 워울프가 추가됐다.


‘대충 몸빵은 되겠네.’


말이 몸빵이지 몬스터의 어그로를 빼주는 몇 초면 충분했다.

그 안에 몬스터를 정리한다면 보스방까지는 어찌저찌 도착하리라.


‘그 이후는 모르겠지만.’


앞서가던 영민의 앞으로 촉수가 튀어나왔다.

영민은 반사적으로 방패를 앞세워 이를 막아냈다.

함성을 내지르는 오크 병사 둘이 촉수에 당해 정신지배를 받았으나 이어 날아오는 검기에 목이 잘리고 두 무릎을 꿇었다.

촉수가 날아온 곳에는 부양하는 뇌가 있었다.

수십의 촉수를 드리우는 부뇌가 재차 먹잇감을 향해 촉수를 날려 보냈다.

목표는 오크 주술사가 소환한 워울프.

하지만 생각보다 잽싼 워울프는 촉수를 피해 부뇌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뇌를 이빨로 물어뜯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부뇌가 잠시 공격을 멈춘 사이 어느샌가 거리를 좁힌 소녀가 부뇌를 반으로 갈랐다.

두 쪽으로 깔끔하게 나눠지는 부뇌가 싸움의 끝을 알리고 그 위로 소녀가 섰다.

피칠갑을 한 소녀는 역시나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비스듬히 내린 칼끝에는 검기가 함께하고 있었다.


‘딜은 확실하네.’


합을 맞춘 그들은 파죽지세로 치고 나갔고, 어느새 보스방이라 불리는 입구 앞까지 섰다.

여태까지 오면서 영민은 가지고 있던 모든 힐링 포션과 달란트를 소모했다.

오크 병사는 더 이상 부를 수 없었고, 주술사야 아직 멀쩡했지만 마나가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

주술사의 간이 상태창에서 남은 마나의 양을 살피던 영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주술사도 한계야. 이제 지팡이를 휘두를 일만 남았나?’


그나마 괜찮은 건 숨을 헐떡이는 자신과 아직까지 별 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팀의 유일한 딜러뿐이었다.


“아저씨. 유언 같은 거 있어?”

“유언?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여기는 힘들 거 같아서 하는 소리야.”


힘들다는 말.

영민도 공감했다.

여기까지 오며 개털이 됐는데 이후 보스방에서 어떤 공포와 마주칠지 가늠조차 힘들었으니까.


“난 있어. 만약 내가 이 사람들처럼 부뇌에 먹히게 되면.”


소녀는 그들 발치에 나뒹구는 사람 시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망설이지 말고 죽여. 죽어도 그냥 죽고 싶지 여기 사람들처럼 추하게 죽고 싶진 않으니까.”


하~


까닭 모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안면 가리개를 올린 영민이 소녀를 흘겨봤다.

그리곤 자신의 유언도 전했다.


“난 부뇌에 먹혀도 죽이지 마라. 그렇게라도 살고 싶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26 lo****
    작성일
    24.09.13 09:05
    No. 1

    잘 보고 갑니다. 앞에 1~2화의 서술 부분에서, '영민' ---> '나는' 으로 바꾸면 글이 더 매끄러워질 거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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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3 A급 던전 24.09.15 416 11 11쪽
10 #02 플레이어 협회 +1 24.09.14 466 15 12쪽
9 #02 플레이어 협회 +2 24.09.13 495 13 11쪽
8 #02 플레이어 협회 +3 24.09.13 522 13 10쪽
7 #02 플레이어 협회 +1 24.09.12 564 15 12쪽
6 #01 배달의 소환사 +2 24.09.11 610 17 11쪽
5 #01 배달의 소환사 24.09.10 642 15 11쪽
» #01 배달의 소환사 +1 24.09.09 723 18 12쪽
3 #01 배달의 소환사 +4 24.09.08 786 17 12쪽
2 #01 배달의 소환사 +2 24.09.06 841 16 11쪽
1 #00 프롤로그 +3 24.09.06 1,035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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