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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us.D 님의 서재입니다.

홍염살( 부제: 시선의 차이 )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BL

Camus.D
그림/삽화
Camus. D
작품등록일 :
2018.01.29 21:44
최근연재일 :
2018.07.04 07: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673
추천수 :
1
글자수 :
189,252

작성
18.06.20 22:24
조회
84
추천
0
글자
11쪽

# 25. 너, 그거 하지 마.

DUMMY

# 25. 너, 그거 하지 마.




등 뒤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오롯이 받으며 하율은 책을 읽고 있었다.


머리카락 위에 반사된 햇빛이 갈색빛을 붉은색으로 빚어내고 있었다.


한 손은 이마에, 다른 한 손은 책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며 앉아 있었다.


엄지와 약지는 양쪽 관자놀이를, 나머지 손가락으로는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폈다 했다.


그 모습은 마치 글자 하나하나에 표정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십 여분이 넘도록 서현은 아무 말 없이 하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이 뻣뻣했는지 하율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뒤로 젖혔다.



“ 어? ”



한참을 좌우로 까딱거리다 눈을 뜬 하율은 그제 서야 서현의 존재를 알아챘다.



“ 언제 온 거야? ”



하율이 환한 미소를 띠며 반겼다.



“ 십 분 전쯤. ”



서현은 하율의 테이블로 옮겨 앉으며 파라솔을 앞으로 당겨 그늘을 만들었다.



“ 이제 관찰하는 거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딱히 새로울 것도 없을 텐데. ”



“ 내 낙이잖아. ㅋㅋㅋ 하율 관찰하기, 준우 놀리기. ”



“ ㅋㅋㅋ 네 그림자는? ”



하율은 배시시 웃으며 얼음이 가득 담긴 자신의 커피를 서현 앞으로 살짝 밀었다.



“ 그렇게 웃지 마. 그거 심장에 해로워. ”



더위에 오느라 목이 탔는지 서현은 한숨에 거의 반을 비웠다.



“ ㅋㅋㅋㅋ 많이 듣던 말인데, 네게 들으니 새롭다.

그림자 없이 돌아다니면 태양 빛에 타서 소멸하지 않나? ”



“ 내가 소멸되기 전에 네 등이 먼저 타버릴걸. 안 뜨거워? ”



서현이 하율의 등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 으아~ 장난 아니네. 에어컨이 빵빵하긴 해도 이런 볕을 직사광으로 받으면 일사병 걸려. 옆으로 옮겨 앉아. ”



“ ㅋㅋㅋ 괜찮아. 나는 광합성을 해줘야 힘이 나는 체질이라. ”



“ 네가 식물이야? ”



다소 어이없는 말에 하율을 따라 서현도 웃었다.



“ 30분 후면 씩씩대며 이리로 올 거야. ”



“ 음, 서현이가 뭐가 궁금했을까? ”



펼쳐져 있던 책을 덮으며 하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라떼? ”



“ 아니. 흡혈귀는 블러드를 마시지. ”



서현이 주머니에서 진동 벨을 꺼내 하율에게 보였다.


서현의 앞 머리카락을 좌우로 흩트리며 하율은 도로 의자에 앉았다.



“ 모든 질문을 다 받아 줍니까? ”



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아직도 나에 대한 사랑은 그대롭니까? ”



서현은 팔을 쭉 뻗어 두 손으로 테이블 앞을 잡고 상체를 하율에게 기울였다.


한 뼘의 거리만큼 떨어진 시야에서 하율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서현은 참 좋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따스한 눈빛이 자신의 감정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막 중학생이 되었던 그때, 서현은 하율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었다.



“ 에이~ 여자가, 그것도 나처럼 매력적인 여자가 불쑥 얼굴을 들이대면, 움찔하면서 뒤로 얼굴을 빼던가 아님, 얼굴을 붉히던 가 해야지. 그렇게 태연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면 얼굴 들이민 당사자가 되레 민망하잖아. ”



하율은 그저 배시시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서현이 삐친 듯 입술을 씰룩거렸다.



“ 첫 번째 질문! 그토록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첫사랑은 찾았습니까? ”



하율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빼 검지와 중지로 아랫입술을 문질렀다.


서현을 향했던 시선을 잠시 떨구는가 싶더니 천천히 시선을 옮겨 그윽한 눈으로 서현을 바라보았다.


살짝 삐딱하게 옆으로 젖혀진 고개 탓인지 자신을 바라보는 하율의 눈빛에서 오묘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 얘, 또 눈으로 광선 쏘네. 그거 하지 마. 이거 준우 껀 데, 너한테 마구 쿵쾅댄단 말이야. ”



서현이 심장에 손을 얹으며 테이블에 뺨을 갖다 댔다.



“ ㅋㅋㅋㅋㅋ ”



하율은 웃으며 의자에 등을 붙이고 앉아 팔짱을 꼈다.



“ 대답은? ”



하율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진짜? ”



서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 짱이다, 하율! 잘 됐다. 우와와~~~ ”



서현은 빙그레 웃는 하율을 보며 왠지 코끝이 찡해졌다. 애틋함 뒤에 약간의 서운함이 가미되었지만, 서현은 자기의 일인 듯 정말 기뻤다.



‘ 드르르르르-ㄱ ’



진동 벨이 스테인리스로 만든 테이블 위에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 내 사랑, 잠시만~ ”



콧노래를 흥얼대며 자리를 뜨는 서현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 한 잔 더 마셔도 되지? ”



서현이 양손에 들은 음료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 널 그렇게 오랫동안 헤매게 만든 사람이....... 이안 씨? ”



“ 역시 예리해, 너는. ”



커피가 아까보다 더 달면서, 쌉쌀한 초코 맛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서현은 커피 위에 둥둥 떠 있는 아이스크림을 빨대로 막 휘저었다.



“ 인연이....... 참 무섭네. 앞으로는 누굴 만나든 허투루 대하면 안 되겠다. 어릴 적 어떤 인연이었을지 또,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



서현은 어깨를 슬쩍 움츠렸다 떨구었다.



“ 또....... 철벽 치는 중인 거야? ”



빨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작은 아이스크림 덩어리가 위태롭게 보였다.



“ 철벽 쌓기에는 날이 너무 덥지 않아? ”



“ 참, 서툴러. 거울 보고 연습 좀 더 해. ”



얼굴 가득 만연한 하율의 미소가 서글프게 느껴진 이유를 서현은 짐작할 수 있었다.



“ 아냐. ㅋㅋㅋ 지난번에 말한 그대로야. 나에 대한 착각도, 오해도 지난주에 만났을 때 다 풀고 정리됐어. ”



가느다란 손목에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투박하고 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하율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 애초에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도 아니고. ”



“ 그럼에도....... 아닌 게 아니잖아. ”



올곧은 서현의 시선이 하율의 흔들리는 시선을 옭아매는 것 같았다.



“ 너는? ”



“ 누가 그러더라....... 내 감정은, 죄책감 혹은 책임감이라고. 그리움도, 미련도 아니더라. ”



“ ........ 이 누나는 이제, 자신의 감정에 응하는 하율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보육원에서의 사고 때문에 네 감정을 무시하는 거, 이제 그만해. ”



탁자를 두드리는 하율의 손가락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서현이 하율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 그건 네 마음뿐 아니라, 그 친구의 마음도 부정하는 거야. 사회통념 속에 네 감정마저 속박하려는 미련 곰탱이는 아닐 거야, 내 하율은, 그치? ”



하율은 한쪽 관자놀이를 누르듯 문지르며 그저 멍하니 서현을 바라보았다.



“ 정말 간신히 힘들게 싹튼 감정이잖아? 이 메마른 녀석아! ”



“ 그렇다고 그 애를 망칠 수는 없어.

서현아....... 내가 지금껏 그 아이를 찾은 이유가 뭐였든, 또 이 낯선 감정의 이름이 뭐든....... 나는 응할 수가 없다. ”



이마를 짚고 있는 하율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 또 둘만 심각해. 나, 진짜 질투한다.

율이, 너 자꾸 내 여자와 비밀 만들지 마. ”



갑작스러운 준우의 등장에 서현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셔츠의 아랫단을 잡고 펄럭이며 서현의 말대로 씩씩대며 준우가 나타났다.



“ 차 끌고 온 거 아냐? 땀을 왜 이리 많이 흘려? ”



서현이 가방에서 부채를 꺼내 준우의 등에 부채질을 했다.



“ 주차하고 나오는데 형한테 전화가 와서, 잠시 통화했는데 절여졌다. ”



“ 그 남태평양에 있는 섬인가, 거기로 출국하시는 날이 오늘 아니었어? ”



“ 맞아. ”



서현의 앞에 놓인 음료수를 마시며 조금 퉁명스럽게 준우가 답을 했다.



“ 어? 준우 눈가가 왜 그래? ”



서현이 준우의 시선에 따라 자신의 시선을 옮겨가며 준우의 얼굴을 살폈다.



“ 눈 비볐어? 빨갛다~ . ”



서현의 말에 준우는 냉큼 손으로 눈을 가렸다.



“ 설마 그새 형이 보고 싶어서 통화하다 운 거야? ”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앉아 있던 하율이 준우가 앉은 의자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 철들면 죽냐? ”



“ 돌팅. 그럼, 너는 영생하겠다. ”



하율이 답답함에 조금 세게 의자를 발로 찼다.



“ 갑자기....... 미안하대. ”



고개를 들어 하율을 바라보는 준우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 형이 네게? 야, 너, 형한테 뭐 잘못 한 거 있나 곰곰이 생각해 봐. ”



팔을 풀어 손등으로 턱을 받치며 하율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너, 그거 하지 마. ”



방금 전까지 시무룩해 있었던 준우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 뭘 또 하지 마? 너희 둘은 나한테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아. ”



순식간에 준우의 표정과 말투가 바뀌자 서현도, 하율도 어리둥절했다.



“ 너, 전에 입술 멍든 거 몰랐지? 얼마나 잘근잘근 씹었으면 멍이 드냐?

아픈 거 참는다고 씹고, 머릿속 복잡하다고 씹고, 당황해서 씹고. 입술이 껌도 아니고. 하지 마, 그거! ”



당황함에 얼굴이 달아오르려 하자 하율은 얼음을 몇 개 입안에 넣었다.



“ 뚜껑 열려 있는지 모르고 펜을 입에 물어서 퍼렇게 된 거야. 멍은 무슨 멍. ”



양 볼에 닿은 얼음 때문에 볼이 얼얼했다.



“ 운동할 때 봐왔던 게 있는 데, 속일 걸 속여라.

아얏! 왜?! 왜? ”



서현이 탁자 밑으로 손을 뻗어 준우의 옆구리를 살짝 비틀었다.



“ 오늘 왜 그래, 우리 준우? 평소보다 감정의 기복이 더 심하네. ”



준우의 등을 쓸어내리며 서현이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그만하라는 무언의 표시다.


그 모습에 준우가 입을 살짝 삐죽거렸다.



“ 둘이....... 방금 전까지 얘기한 거, 난, 또 언제쯤 들을 수 있냐? ”



준우의 시선이 빠르게 서현과, 하율의 표정을 훑었다.



“ 들을 수는 있는 거냐? ”



준우의 눈망울에서 서운함이 가득 묻어 나왔다.



“ 이 누나가, 사랑하는 동생에게 사랑에 대해 조언 한마디 했어. ”



서현이 축 처진 준우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준우의 뺨을 어루만졌다.


활짝 웃는 서현의 모습을 보며 준우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 너, 앞으로 내 여자 보려면 내 허락 맡아. ”



“ 네 여자이기 전에, 내 친구였거든. ”



하율이 준우의 뺨을 만지던 서현의 손을 잡아당겼다.



“ 와~ 나,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 된 거야? 계속해봐. 싸우더라도 얼굴에 상처는 남지 않게. 응? 이거 기분 은근히 좋다~ ”



서현이 의자에 몸을 기대앉으며 재촉하듯 둘을 향해 손을 까닥거렸다.



“ 그런 자세로 앉으면, 로코 주인공이 아니라 보스 같잖아. ㅋㅋㅋ ”



하율이 눈웃음을 치며 서현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였다.


하율의 손을 막아 떨어트리며 준우가 부드럽게 서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율과 준우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서현이 팔을 풀어 두 사람의 머리를 마구 휘저어 헝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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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 27. 꿈으로만 기억되는, 꿈에서조차 기억되는 아픔 18.06.26 58 0 19쪽
26 # 26. 생각의 지배를 받으면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 18.06.22 75 0 18쪽
» # 25. 너, 그거 하지 마. 18.06.20 85 0 11쪽
24 # 24. 명명( 命名 )된, 그러나 정의( 定義 )할 수 없는 흔하디흔한 감정 18.06.17 75 0 13쪽
23 # 23. 틀린 사랑, 다른 사랑 18.06.11 77 0 17쪽
22 # 22. 어떤 이름으로든 내 옆에 있게 다면, 18.04.12 90 0 17쪽
21 # 21. 각인( imprinting ) 18.04.09 83 0 17쪽
20 # 20. 비익조( 比翼鳥 ) 18.04.05 69 0 19쪽
19 # 19. 하율의 이야기 18.04.02 144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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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16. 918059 18.03.26 8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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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3. 영우의 시선 그리고 18.02.05 16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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