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데일리북스 님의 서재입니다.

레이모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테슬라
작품등록일 :
2016.04.08 11:29
최근연재일 :
2016.07.08 19: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0,153
추천수 :
189
글자수 :
196,771

작성
16.05.09 19:06
조회
393
추천
0
글자
9쪽

30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1)

DUMMY

[뭐······ 저번에 SI끼리 강가로 놀러 갔을 때 써먹기 좋았다는 거?]


―자신의 능력이 가장 자랑스러운 적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대한 황도 12궁 현세경의 대답.




슬슬 날이 풀리는지 맑은 하늘 아래 거리는 포근한 햇빛에 감싸여 있었다. 그리고 따스한 그 햇빛 속을 걷는 세경의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어쩐 일인지 평소의 편한 옷차림이 아닌 흰색의 귀여운 원피스를 입은 세경은 그녀 나이 또래의 평범한 소녀처럼 보였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높게 묶은 갈색의 말총머리가 그녀의 걸음에 따라 흔들거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던 그녀가 멈춰 선 곳은 본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카페였다. 귀여운 풍경이 걸린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이내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문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청량하게 울리는 풍경 소리가 그녀의 귓등을 두드렸다. 세경은 카페 안의 한 곳에 조심스럽게 시선을 두었다. 카페 한쪽에서 커피를 내리던 청년이 풍경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었다.

“어서 오세요.”

세경은 청년의 미소에 시선을 슬쩍 돌리며 수줍게 웃었다.


***


“역시 이상해.”

헤론은 미간을 구기며 세경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세경은 본부 중앙홀의 카페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딸기 파르페를 먹는 중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임에도 헤론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다리를 꼬았다.

헤론의 옆에서 책을 읽던 티그로얼은 그런 헤론을 흘긋 보더니 세경 쪽은 넘겨보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티그로얼이 보기에 오늘의 세경은 평소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임무가 끝난 뒤엔 중앙홀의 카페에서 딸기가 듬뿍 들어간 스페셜 딸기 파르페를 먹는 것은 세경의 오랜 습관이었다. 때문에 티그로얼은 단순히 헤론이 심심풀이 상대가 필요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헤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저 녀석, 요즘 하는 행동이 영 이상하다고. 내가 놀려도 평소처럼 대들지 않고 실실 웃고나 있고, 소율 누나를 찾아가서는 화장하는 법을 물어보질 않나, 심지어 어제는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보더라니까? 거울이라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 현세경이! 난 쟤가 주머니에서 거울 꺼내는데 순간 내 눈이 맛이 간 줄 알았다니까! 야, 틴. 너도 생각해 보라고! 세경이 저 녀석 수상하지 않냐?”

티그로얼은 읽던 책을 덮으며 세경을 바라보았다. 헤론의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평소의 세경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티그로얼이 이제껏 보아온 세경은 언제든 출동할 수 있도록 편한 복장을 고수하며, 화장품이라면 질색을 하고, 헤론과도 툭하면 주먹 다툼을 하는 여자아이였다. 그러고 보니 소율도 요즘 들어 부쩍 세경이 멍하니 지내는 시간이 많다며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걱정하고 있었다.

티그로얼은 세경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파르페를 먹는 그녀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옆에서 구시렁거리는 헤론을 가볍게 무시하며 생각에 잠기던 티그로얼은 어느 한곳에 의식이 닿자 그만 풋, 하고 웃어 버렸다. 왜 그러냐는 헤론의 시선에 손을 저어 대꾸하며 티그로얼은 잠시 키득거리다가 웃음기 어린 눈으로 헤론을 바라보았다.

“헤론.”

“왜, 왜? 너 어디 아프냐? 왜 갑자기 웃고 그래?”

“당분간은 세경이 그냥 둬. 웬만하면 장난도 걸지 말고. 어차피 장난을 건들 세경이한텐 들리지도 않을 테지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미간을 구기는 헤론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티그로얼은 쿡쿡 웃기만 할 뿐이었다.


***


소율은 지금 앞에 앉은 세경이 귀여워 미칠 지경이었다. 가까스로 포커페이스를 가장하고 있었지만 입꼬리는 자꾸만 위로 올라가려 움찔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요즘 들어 멍하니 지내서 걱정하게 만들던 세경이 자신을 찾아오자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러나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이며 한 세경의 말은 굉장히 의외의 것이었다. 소율은 부채로 떨리는 입가를 가리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남자를 사로잡는 법?”

“네.”

세경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소율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얼굴을 부채로 가린 채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나 가늘게 떨리는 어깨는 가릴 수가 없어서 세경은 샐쭉한 표정으로 소율을 향해 상체를 내밀었다.

“뭐예요, 언니. 웃지만 말고 말을 해 달라고요. 언니라면 알 것 같아서 온 거란 말예요.”

“아, 아무래도 이건 제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네요.”

세경의 닦달에 진정이 된 것인지 소율은 웃음을 참느라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 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실망해서 한숨을 내쉬는 세경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보다는 혜린 씨 쪽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혜린 씨라면 지금 16층의 연구실에 있답니다.”

“그런가? 알겠어요. 고마워요, 소율 언니.”

소율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잰걸음으로 정보부를 빠져나가는 세경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정보부원 한 명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를 던졌다.

“청춘이네요.”

그 말 한마디에 소율을 참았던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처럼 청아한 그녀의 웃음소리에 부서원 역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A4용지 하나를 소율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도착한 문서입니다.”

소율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그 서류를 받아 읽더니 눈을 가늘게 접으며 피식 웃었다.

“‘희생된 동료들의 원한을 갚겠다.’라니, 참으로 졸렬한 문장력이네요.”

“문서 마지막에 그려진 표식으로 보아 ‘천선(天選)’의 일원인 것 같습니다.”

“‘천선’이라면 3개월쯤 전에 마약밀매와 인신매매로 체포당했던 시너 조직의 이름이잖아요. 자신들이 신의 선택을 받았다면서 이상한 논리로 억지 부리던 게 생생한데. 그때 전원 체포된 거 아니었나요?”

소율은 고운 미간을 구기며 부서원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부서원은 한숨처럼 말을 뱉었다.

“일당이 남아 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범행 예고를 한 걸로 봐서는 곧 일이 터질 것 같군요. 서울 시내에 순찰 중인 단원 수를 더 늘리고 각별히 주의하라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바쁘게 부서를 빠져나가는 부서원의 뒷모습을 보며, 소율은 입술을 깨물었다.


***


SI의 여성 멤버 중에서도 마음씨 착하기로 유명한 서혜린은 세경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세경은 감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얼굴에 의아한 듯 동그란 눈을 깜박거렸다.

“저기, 언니?”

“응, 그래. 우리 세경이.”

아기를 어르는 말투에 세경이 불퉁한 표정을 지었지만, 혜린은 아랑곳 않고 세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세경이 처음 LM에 입단했을 때부터 쭉 함께해 온 혜린은 새삼 세경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래, 우리 세경이가 벌써 그럴 나이구나. 하긴 18살이면 이제 어린애는 아니니까. 세경이가 이만큼 컸다니 이 언니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좀 섭섭하구나.”

세경은 혜린의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며 어머니가 아이 대하듯 머리를 쓰다듬는 혜린의 손을 걷어 냈다. 그러나 혜린은 그에 굴하지 않고 이번에는 양 어깨를 잡으며 진지한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래, 어떤 남자니? 이름은? 성격은 어떻고? 직업은 뭐니? 여자관계는? 이 언니도 아는 사람이니? 혹시 LM 단원이야? 아니면 SI? 아, 너 늘 쌍둥이랑 같이 다니던데, 혹시 그 둘 중 하나니? 이런, 그 애들은 경쟁이 치열할 텐데. 워낙에 인기가 많아서, 하지만 괜찮단다, 세경아. 너라면 충분히 매력 있어. 나이가 좀 걸리긴 하지만 15살이나 차이가 나는 커플도 있는데 5살 차이가 뭐 대수겠니? 그래, 고백은 했어? 대답은? 뭐래든?”“어, 언니?”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숨을 쉬는 건지도 알 수 없는 혜린의 말에 세경은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혜린의 이야기는 세경의 사고를 넘어서는 속도로 전개되어 세경과 쌍둥이 중 한 명이 거의 사귀는 사이란 단계까지 치닫고 있었다.

쌍둥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친한 오빠들로만 생각하던 세경은 속사포로 쏟아지는 혜린의 말을 어떻게 끊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이모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레이모스 휴재 공지 16.07.08 679 0 -
49 49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6) 16.07.08 182 0 13쪽
48 48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5) 16.07.07 299 0 12쪽
47 47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4) 16.07.04 328 0 12쪽
46 46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3) 16.07.01 353 0 12쪽
45 45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2) 16.06.29 318 0 12쪽
44 44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1) 16.06.27 373 0 11쪽
43 43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7) 16.06.22 372 0 13쪽
42 42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6) 16.06.16 370 0 12쪽
41 41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5) 16.06.08 399 0 13쪽
40 40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4) 16.06.06 353 0 11쪽
39 39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3) 16.05.26 319 0 11쪽
38 38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2) 16.05.24 302 0 11쪽
37 37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1) 16.05.20 292 0 12쪽
36 36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7) 16.05.19 309 0 12쪽
35 35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6) 16.05.17 416 0 10쪽
34 34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5) 16.05.16 341 0 9쪽
33 33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4) 16.05.13 354 0 9쪽
32 32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3) 16.05.12 263 0 9쪽
31 31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2) 16.05.12 340 0 8쪽
» 30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1) 16.05.09 394 0 9쪽
29 29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2) 16.05.06 406 0 7쪽
28 28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1) 16.05.05 388 1 7쪽
27 27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0) 16.05.04 477 1 7쪽
26 26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9) 16.05.03 343 1 8쪽
25 25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8) 16.05.02 346 1 8쪽
24 24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7) 16.04.29 422 3 8쪽
23 23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6) 16.04.29 362 2 8쪽
22 22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5) 16.04.28 306 3 8쪽
21 21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4) 16.04.28 338 3 8쪽
20 20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3) 16.04.27 561 4 8쪽
19 19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2) 16.04.27 378 4 7쪽
18 18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 16.04.27 443 5 7쪽
17 17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2) 16.04.25 408 6 7쪽
16 16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1) 16.04.22 380 9 8쪽
15 15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0) 16.04.22 412 9 8쪽
14 14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9) 16.04.21 453 8 8쪽
13 13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8) 16.04.21 403 10 7쪽
12 12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7) 16.04.19 432 9 7쪽
11 11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6) 16.04.19 384 10 8쪽
10 10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5) 16.04.18 372 10 8쪽
9 9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4) 16.04.18 453 9 8쪽
8 8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3) 16.04.15 446 9 8쪽
7 7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2) 16.04.15 470 9 8쪽
6 6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 16.04.15 384 9 8쪽
5 5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4) 16.04.14 476 10 9쪽
4 4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3) 16.04.12 452 10 9쪽
3 3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2) 16.04.12 635 10 9쪽
2 2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1) 16.04.11 978 11 9쪽
1 1화 프롤로그 16.04.11 1,167 1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