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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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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작품등록일 :
2016.04.08 11:29
최근연재일 :
2016.07.08 19: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0,152
추천수 :
189
글자수 :
196,771

작성
16.04.18 08:00
조회
452
추천
9
글자
8쪽

9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4)

DUMMY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진영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계단을 내려가느라 모진 애를 쓰며 미간을 좁혔다. 그저 앉아 있기만 했는데도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한국의 여름이 무색할 정도의 태양빛은 공격적으로 그녀의 온몸에 내리쬐었다. 숨이 턱 막히는 건조한 공기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달궈진 땅에 진영은 더욱 지치는 기분이었다. 제주도도 못 가 본 진영에게 이집트의 공기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걸어가는 티그로얼과 헤론의 뒤에 대고 입을 열었다. 스스로가 놀랄 만큼 갈라진 목소리가 튀어나왔지만, 피곤에 전 그녀는 그런 거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여기까지 와서 대체 뭘 하면 되는 건가요?”

“뭐야, 아줌마. 의뢰서 안 읽었어? 모범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진영은 소율이 건네줬던 서류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의뢰서라고는 해도 실제로 진영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녀의 정식 임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조’라는 명목으로 SI와 동행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높지 않았고 결국 그녀의 입장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해외까지 끌려온 꼴이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인데 그 일에 대한 정보는 없으니,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녀의 그런 고민은 그들 일행이 공항 앞에서 마중 나온 차를 탔을 때 극에 달했다. 그녀는 정체도 모르는 사람의 차에 자연스럽게 타는 티그로얼과 헤론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기에 마중까지, 아니, 애초에 어디서 마중을 나오신 거예요?”

“그야 LM인 게 당연하잖아.”

헤론의 천연덕스러운 대꾸에 진영은 말문이 막혔다. 티그로얼은 그런 진영의 얼굴을 보더니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올렸다.

“소율 씨한테서 들은 게 정말 없습니까?”

“부서장님은 일단 가면 알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미리 알면 재미없다면서요. 그러니 제가 계속 물어보는 거죠.”

티그로얼은 미안하다는 듯 머쓱하게 웃었다.

“이거, 실례했군요. 전 당연히 소율 씨에게서 설명을 듣고 오신 줄 알았습니다.”

“괜찮아요. 지금이라도 설명해 주시면 되죠.”

티그로얼은 다리를 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본인은 긴 앞머리가 걸리적거린 모양이었지만, 진영은 새삼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진영에게 티그로얼의 흔치 않은 은발이나 정갈한 얼굴은 상당히 타격이 컸다.

아마 지금 자신의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면 가슴이 뛰었을 거라고, 진영은 멍하니 생각했다.

“일단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원인을 먼저 설명해야겠군요. 한국 시간으로 한 달 전. 이곳, 카이로에 위치한 LM 이집트 지부가 바흐리아 사막 외곽에서 한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거대한 구조물이었죠.”

진영은 담담하게 설명하는 티그로얼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SI에게 의뢰를 할 정도니 평범한 구조물이 아닐 터였다.

“처음에는 LM에서도 이 구조물을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라 생각하고 이집트 정부에 넘기려고 했다는 모양입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왜죠?”

“발굴 과정에서 LM의 단원 한 명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진영은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도 피라미드의 저주니 뭐니 하는 말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수상하기 짝이 없는 피라미드 안에서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네오스가 사라졌다는 말에 ‘저주’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LM이 전원 네오스로 이루어진 단체라는 말은 들은 적 있으시죠? 때문에 LM 이집트 지부는 그 단원 한 명이 무사할 거란 전제 하에 정예로 꼽히는 단원들을 수색대로 파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돌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죠.”

“다들 사망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뇨. 말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건물 안에서 감쪽같이 실종됐죠.”

진영은 한숨을 내쉬고 싶은 기분으로 티그로얼을 바라보았다. 헤론이 시너와 싸우는 모습에도 기죽지 않을 정도로 강심장인 그녀였지만 유령이니 저주니 하는 것들에는 한없이 약했다.

‘여차하면 밖에서 기다린다 해야겠네.’

정식 임무가 아니라는 사실에 진영은 새삼 안도하며 티그로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LM 이집트 지부에서는 더 이상 단원들을 수색대로 보낼 여력이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인원이 적어 늘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인지라, 더 이상 보낼 단원들이 없기도 했죠. 그렇다고 다른 나라의 단원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가 또 실종되기라도 하면 큰일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럼 애초에 우리를 부른 게 이해가 안 되는데요. 우리도 실종되면 어쩌려고요?”

진영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헤론이었다. 그는 긴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어떻게든 편한 자세가 되도록 애쓰며 말했다.

“뭐, 그러니까 SI라는 거지. 살아 돌아올 거라 확신하는 거야.”

“그런 억지가―.”

“억지가 아니니까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거잖아?”

결국 편한 자세 잡는 것을 포기한 헤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그의 얼굴에 진영은 못 미덥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는 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진영은 ‘카이로 여행사’라는 낡은 간판과 초라하기 짝이 없는 건물의 외관에 헛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LM 한국 지부가 굉장한 거긴 한가 보네.’

3층짜리 건물로 들어서며 진영은 일행을 안내하는 남자를 관찰했다. 고동색에 가까운 피부에 머리에는 터번을 두른 그는 단정한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운전할 때부터 말 한마디 하질 않고 있었다.

과묵한 것도 정도가 있지, 처음 세 사람을 데리러 왔을 때도 티그로얼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못 알아볼 뻔했다.

진영이 바라보는 것을 알아챘는지, 남자는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진영을 돌아보았다.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영의 대답에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런 자연스러운 미소나 부드러운 몸짓을 보면 무뚝뚝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진영은 의아함 속에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건물 최상층의 방으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사장실로 보이는 방 안에는 가슴께까지 수염을 기른 노인이 앉아 있었고, 그 곁에는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여러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분이라고 합니다.”

노인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렸지만 분명한 어조를 띄고 있었다. 진영은 직감적으로 노인이 LM 이집트 지부의 지부장일 거라 짐작했다.

일행 중에서는 티그로얼이 나서서 헤론과 진영을 소개했다. 그들의 이름을 들은 노인은 허허 웃으며 수염을 쓸어 내렸다.

“이거야 원, 그 유명한 티그로얼 씨와 헤론 씨가 직접 오시다니, 이 늙은이로서는 다시없을 영광입니다. 자자, 이쪽 자리에 앉으시지요.”

진영은 노인이 권한 의자에 앉아 노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노인은 곁에 서 있던 중년 남자에게 손짓을 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세 사람에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히부트라고 합니다. 일단 임무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드리도록 하죠. 본론부터 말하자면, 이 피라미드는 다른 피라미드와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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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5) 16.07.07 299 0 12쪽
47 47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4) 16.07.04 328 0 12쪽
46 46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3) 16.07.01 353 0 12쪽
45 45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2) 16.06.29 318 0 12쪽
44 44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1) 16.06.27 373 0 11쪽
43 43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7) 16.06.22 372 0 13쪽
42 42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6) 16.06.16 370 0 12쪽
41 41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5) 16.06.08 399 0 13쪽
40 40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4) 16.06.06 353 0 11쪽
39 39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3) 16.05.26 319 0 11쪽
38 38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2) 16.05.24 302 0 11쪽
37 37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1) 16.05.20 292 0 12쪽
36 36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7) 16.05.19 309 0 12쪽
35 35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6) 16.05.17 416 0 10쪽
34 34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5) 16.05.16 341 0 9쪽
33 33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4) 16.05.13 354 0 9쪽
32 32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3) 16.05.12 263 0 9쪽
31 31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2) 16.05.12 340 0 8쪽
30 30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1) 16.05.09 393 0 9쪽
29 29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2) 16.05.06 406 0 7쪽
28 28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1) 16.05.05 388 1 7쪽
27 27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0) 16.05.04 477 1 7쪽
26 26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9) 16.05.03 343 1 8쪽
25 25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8) 16.05.02 346 1 8쪽
24 24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7) 16.04.29 422 3 8쪽
23 23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6) 16.04.29 362 2 8쪽
22 22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5) 16.04.28 306 3 8쪽
21 21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4) 16.04.28 338 3 8쪽
20 20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3) 16.04.27 561 4 8쪽
19 19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2) 16.04.27 378 4 7쪽
18 18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 16.04.27 443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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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8) 16.04.21 403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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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5) 16.04.18 372 10 8쪽
» 9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4) 16.04.18 453 9 8쪽
8 8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3) 16.04.15 446 9 8쪽
7 7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2) 16.04.15 470 9 8쪽
6 6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 16.04.15 384 9 8쪽
5 5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4) 16.04.14 476 10 9쪽
4 4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3) 16.04.12 452 10 9쪽
3 3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2) 16.04.12 635 10 9쪽
2 2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1) 16.04.11 978 11 9쪽
1 1화 프롤로그 16.04.11 1,167 1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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