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데일리북스 님의 서재입니다.

레이모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테슬라
작품등록일 :
2016.04.08 11:29
최근연재일 :
2016.07.08 19: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0,150
추천수 :
189
글자수 :
196,771

작성
16.04.25 08:00
조회
407
추천
6
글자
7쪽

17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2)

DUMMY

“뭐예요, 진영 씨? 당신도 뭐라 할 셈인가요? 당신들이 아무리 말려도 난 갈 거예요. 이런 기회가 다시 올 거라고 생각―.”

“닥쳐.”

차갑게 떨어지는 목소리와 함께 라미스라의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갔다. 그녀의 뺨을 내리친 진영은 당황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또 희생이니 뭐니 말할 셈이면 네가 해. 그리고 하나 말해두겠는데 넌 그냥 여기 현장 지휘자일 뿐 명령 우선권으로는 SI보다 낮다며? 그럼 헤론이나 티그로얼 씨의 명령을 들어야 할 텐데? 그런데도 계속 억지 부리면 난 널 기절시켜서 끌고 갈 거야. 네 말마따나 부축할 사람이 많아서 너 하나 정도는 내가 맡아도 괜찮거든.”

“지,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라미스라는 벌겋게 부어오르는 뺨을 감싸고 진영을 노려보았다. 진영은 그런 그녀의 살벌한 표정에 코웃음 치고는 그녀의 멱살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십 대 초반의 어린 몸에 걸맞게 힘도 약한 라미스라는 성인 여성인 진영의 힘에 쉽게 끌려갔다. 처음엔 마구 저항을 하고 몸부림치던 그녀는 진영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결국 두 손을 떨구었다.

라미스라가 저항을 포기한 것을 확인한 진영은 그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던 다섯 명의 장정에게 손짓을 했고 부랴부랴 부상자를 부축한 그들은 진영을 앞세워 왔던 복도를 되돌아 나왔다.

“여자들끼리는 가차 없구나, 아줌마.”

질린다는 표정의 헤론이 흘리듯 한 말에 티그로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라미스라가 그들에게 전화를 건 것은 일행이 피라미드를 탈출한 다음 날 새벽이었다. 일행은 수색조의 부상자들을 LM 이집트 지부에 인계하고 숙소에서 쉬고 있었다. 그러나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라미스라의 새된 목소리에 억지로 침대에서 끌려 나와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다고?”

“피라미드 입구가 사라졌다고요! 그것도 아주 감쪽같이!”

졸린 눈을 비비던 헤론은 라미스라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입구가 사라지다니? 일행이 피라미드를 나선 지 고작 하룻밤이 막 지난 참이었다. 그동안에도 피라미드 입구에서는 연구팀이 계속 발굴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는 중에 그 많은 인원을 피해 입구를 ‘감쪽같이’ 없앤다는 건 웬만한 고위 능력자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희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당황한 표정의 히부트는 세 사람에게 간밤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약 5시간 전, 연구팀으로부터 피라미드 입구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입구가 막혔다거나 무너졌다는 뜻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군요.”

히부트는 실망하는 기색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설명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지금 라미스라 그 아이도 황당해하더군요. 새로운 입구를 찾으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입구란 것이 어딘가에 또 있을 거란 보장마저 없습니다. 심지어 이 와중에 당신들 지부로부터 귀환 요청이 들어와 있고 말이죠.”

히부트는 마지막 사실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구기며 안경을 치켜 올렸다. 라분은 그런 히부트를 제지하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버릇인 듯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허허 웃었다.

“그 전에, 우리 단원들을 구조해 주셨으니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지요. 만약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우리 단원들은 입구도 출구도 없는 피라미드 안에서 그 귀한 목숨을 다했을지도 모릅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듯 라분은 한참 어린 일행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행의 만류에 다시 고개를 든 그는 입구는 어떻게 할 거냐는 티그로얼의 말에 부드럽게 웃었다.

“입구는 또 찾으면 됩니다. 유적은 귀할수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대해야지요. 오히려 그 아이가 열정이 지나쳐 여러분께 실례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스럽군요.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르신께서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쪽이 강경하게 대처한 부분도 있으니까요.”

라미스라라는 꼬맹이, 라분 할아버지의 손녀거든. 진영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헤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곱게 자란 손녀라 그렇게 제멋대로인 모양이었다. 라분은 티그로얼의 대답에 허허 웃더니 책상 위 서류에 도장을 찍어 티그로얼에게 넘겼다.

“여러분에게 한 의뢰는 원래부터 수색조의 구출이었습니다. 의뢰를 완수하셨으니 돌아가셔야지요.”

“하지만 이렇게 떠날 수는―.”

“가십시오.”

라분의 말투는 단호했다. 밀쳐 내는 듯한 강한 어조에 티그로얼은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잠시간의 침묵 뒤에 먼저 입을 연 것은 히부트였다.

“공항까지 가실 차는 준비해 두었습니다.”

결국 일행은 찝찝한 기분을 떠안은 채 쫓겨나듯 이집트를 떠나야 했다. 헤론은 그것이 못내 분한 듯 전용기 안에서도 실내를 왔다 갔다 하며 짜증을 부렸고, 티그로얼도 썩 후련한 기분은 아닌 모양이었다.


세 사람이 그 자세한 내막을 들은 것은 한국 LM 본부에 도착하여 소율을 만났을 때였다.

“멋지게 이용당한 거예요.”

소율은 우아하게 차를 홀짝이고는 빙그레 웃었다.

“그 피라미드는 이른바 ‘잠긴’ 상태였어요. 거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상태로 봉인이 되어 있었죠. 그 때문에 여러분의 구출도 순조로웠던 거구요.”

순조로웠다는 말에 진영은 반박하고 싶은 기분을 겨우 억눌렀다. 소율은 잠시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기능이 정지된 상태로는 그 유적은 역사적 가치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유적을 재가동 시키려면 내부에서 충격을 주는 수밖에 없죠. 그것도 ‘안개 속의 디아나’급의 네오스가. 그래서 그걸 깨달은 라분 지부장님이 제게 연락을 하신 거구요.”

“뭐야, 그게. 그럼 둘이 우릴 가지고 놀았다는 거야?”

“가지고 놀았다는 건 아니죠. 어쨌든 저쪽은 단원의 구출이라는 최우선 과제가 있었고, 우린 우리대로 진영 씨의 소속을 확실히 할 명분이 필요했으니까요. 이해관계가 맞았다. 라고나 할까요?”

이해해 달라는 듯 웃는 소율의 모습은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런 만큼 더욱 교활해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여러분은 수색조를 무사히 구출해 냈고, 피라미드의 봉인은 풀렸죠. 입구가 사라진 건 그 증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진영 씨가 한국 LM 본부 소속임을 전 세계에 공표한 모양새가 되었고요.”

진영은 후후 웃는 소율의 얼굴을 보며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결국 이번 임무는 수색조 구출에 더불어 피라미드의 봉인 해제라는 일석이조를 노린 라분과, 그런 라분을 이용해 진영의 소속을 공고히 한 소율의 합동작전이란 소리였다.

“소율 씨,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동감이야, 아줌마.”

두 사람의 한탄 같은 소감을 마지막으로, 다사다난했던 진영의 첫 해외 파견 임무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아니, 막을 내린 듯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이모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레이모스 휴재 공지 16.07.08 679 0 -
49 49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6) 16.07.08 182 0 13쪽
48 48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5) 16.07.07 299 0 12쪽
47 47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4) 16.07.04 328 0 12쪽
46 46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3) 16.07.01 353 0 12쪽
45 45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2) 16.06.29 318 0 12쪽
44 44화 Episode 06. 채수아. 대면(對面)(1) 16.06.27 373 0 11쪽
43 43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7) 16.06.22 372 0 13쪽
42 42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6) 16.06.16 370 0 12쪽
41 41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5) 16.06.08 399 0 13쪽
40 40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4) 16.06.06 353 0 11쪽
39 39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3) 16.05.26 319 0 11쪽
38 38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2) 16.05.24 302 0 11쪽
37 37화 Episode 05. 하 진 & 윤가람. 상흔(傷痕)(1) 16.05.20 292 0 12쪽
36 36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7) 16.05.19 309 0 12쪽
35 35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6) 16.05.17 416 0 10쪽
34 34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5) 16.05.16 341 0 9쪽
33 33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4) 16.05.13 354 0 9쪽
32 32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3) 16.05.12 263 0 9쪽
31 31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2) 16.05.12 340 0 8쪽
30 30화 Episode 04. 현세경. 초련(初戀)(1) 16.05.09 393 0 9쪽
29 29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2) 16.05.06 406 0 7쪽
28 28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1) 16.05.05 388 1 7쪽
27 27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0) 16.05.04 477 1 7쪽
26 26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9) 16.05.03 343 1 8쪽
25 25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8) 16.05.02 346 1 8쪽
24 24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7) 16.04.29 422 3 8쪽
23 23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6) 16.04.29 362 2 8쪽
22 22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5) 16.04.28 305 3 8쪽
21 21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4) 16.04.28 338 3 8쪽
20 20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3) 16.04.27 561 4 8쪽
19 19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2) 16.04.27 378 4 7쪽
18 18화 Episode 03. 헤론.T. 스트로커스. 책략(策略)(1) 16.04.27 443 5 7쪽
» 17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2) 16.04.25 408 6 7쪽
16 16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1) 16.04.22 380 9 8쪽
15 15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0) 16.04.22 412 9 8쪽
14 14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9) 16.04.21 453 8 8쪽
13 13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8) 16.04.21 403 10 7쪽
12 12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7) 16.04.19 432 9 7쪽
11 11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6) 16.04.19 384 10 8쪽
10 10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5) 16.04.18 372 10 8쪽
9 9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4) 16.04.18 452 9 8쪽
8 8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3) 16.04.15 446 9 8쪽
7 7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2) 16.04.15 470 9 8쪽
6 6화 Episode 02. 서진영. 적응(適應)(1) 16.04.15 384 9 8쪽
5 5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4) 16.04.14 476 10 9쪽
4 4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3) 16.04.12 452 10 9쪽
3 3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2) 16.04.12 635 10 9쪽
2 2화 Episode 01. 서진영. 길상(吉祥)(1) 16.04.11 978 11 9쪽
1 1화 프롤로그 16.04.11 1,167 1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