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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빛처럼.

환수X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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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보
작품등록일 :
2019.04.02 04:48
최근연재일 :
2019.04.05 12:05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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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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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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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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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의문스러운 기대주(1)

DUMMY

라일라 슈미트의 조카.

C급 마나 유저.

희귀 속성(얼음) 마나 보유.


입학 시험에서 레이의 심사를 담당했던 교관으로부터 퍼진 내용들이다. 항목 하나하나 따져봐도 특별한 내용인데 세 가지가 한 사람을 가르킨다. 귀찮은 일은 피하라고 라일라가 마나 억제 아티팩트(반지)를 추가로 챙겨주었건만 아카데미 입학생이 C급도 대단한 거라고 사람들이 치켜세울 줄이야.


하아.


“남들은 하나도 갖지 못한 것들을 혼자 다 가진 놈이 뭐가 아쉬워서 한숨이냐?”


헤롤드. 지방 귀족가의 자제라고 소개 받은 레이의 룸메이트다. 180cm 정도의 키에 적당히 단련되어 있는 몸은 자칫 위압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서글서글한 인상이 이를 완화시켜준다. 몇 마디 나눠봤을 때 심성도 나쁘지 않은 듯 했고, 귀족가의 자제라 그런지 여러모로 생각하는 것도 또래 이상으로 깊게 생각하는 듯해서 내심 이 정도면 같이 지낼만하겠다고 생각했다.


“귀찮은 것은 질색이다.”


“이런 것 보고 복에 겨웠다고 해도 되는 거지? 아카데미 학생이라면 두 팔 한 껏 벌려서 환영할 일들인데 말야.”


이 귀찮은 걸? 레이의 얼굴 가득 묻어나는 의문에 헤롤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헌터란게 결국 목숨 거는 일들을 해야 하잖아? 아무리 헌터 시험이 난이도가 높아서 자격 자체가 먹힌다고 해도 그 안에서도 급이란 것은 존재하지. 믿을 수 있는 팀원, 실력이 뛰어난 동료, 등을 맡길 전우 등등 결국 안정적으로 헌터질 할려면 실력이든 빽이든 내세울 수 있는게 필요해. 실제로 아카데미 수료하고 막상 헌터 자격을 취득해도 스폰서를 구하거나 좋은 팀에 들어가기 위해서 죽자살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그리고 곧바로 헌터 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4학년으로 진학하는 선배들도 결국 마찬가지고.”


헤롤드의 말은 레이가 익히 알아본 헌터의 정보에서는 알 수 없었던 그 이면의 내용들이었다. 조금만 더 눈여겨 봤다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를 내용들, 언제나 폭주의 위협을 안고 살아왔기에 막상 죽음의 무게에 대해서 무디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라일라의 존재. 여차하면 이모가 나서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마저 함께 하고 있었으리라.


“확실히. 헤롤드 네 말이 맞다. 귀찮은 것은 질색이지만 가진 것에 맞게 당당할 필요는 있겠어.”


“하하, 그래야지. 그리고 나도 네 덕좀 보자고.”


“귀찮게만 하지 않는다면야.”


* * *


아카데미의 새 학기가 시작되고서 어느덧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곧 다가올 기말 평가와 그 후에 있을 한달 간의 휴식기로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부담과 기대라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분위기는 레이가 속해 있는 A반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빙결의 귀공자께서는 이번에 뭔가 일정 같은 것 있어?”


“없어.”


그놈의 빙결은. 이라며 툴툴거리는 레이였으나 딱히 토를 달지는 않았다. 반쯤 포기했다는게 맞을 것이다. 얼음 속성 마나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특유의 효과와 함께 말수가 적어 다소 차가워보이는 이미지, 어깨 너머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금발 머리까지 어우러지니 낭만을 찾는 여학생들로부터 ‘빙결의 귀공자’라는 그럴싸한 호칭마저 만들어졌다. 정작 처음 들었던 본인은 정신적 충격까지 받을 정도였지만 적응의 동물이란 표현처럼 이마저도 곧 무덤덤해졌다.


“그럼 우리 집에 한 번 놀러오지 않을래? 다행히 너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너희는 귀족 집안이라면서. 마음대로 초대해도 되는거야?”


“내가 바깥에서 만든 첫 친구라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거다. 게다가 집안에 말은 안했지만 네가 슈미트 가문이라고 얘기하면 모든 상황이 한 방에 정리될 걸?”


‘정리가 아니라 혼란과 짜증을 동반할 것 같은데.’


“딱히 이모의 위세를 등에 업을 생각은 없으니 그냥 친구로 하자. 귀찮을 것 같아.”


“어련하시겠어.”


“저, 저기 우리도 같이 갈 수 있을까?”


“뭐야? 팀 레이's에서 이 신속의 라츠님을 빼놓고 너희들만 간다고? 절대 반대일세. 갈거면 나도 가야지!”


말을 걸어온 두 명의 여학생과 또 한 명의 남학생.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던게 탈리시아, 그 옆에는 단짝 루다, 그리고 라츠로 한학기 내내 같은 팀으로 활동하며 교육을 이수한 동기들이다. 그리고 팀 레이's, 레이가 절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이 명칭은 라츠가 처음 발의하고, 의외로 헤롤드가 적극 지지하면서 만들어진 팀 이름이었다.

성격도 능력도 제각각인 이들이 모였지만 한 학기가 지나면서 많이 가까워졌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각자의 출신 지역 정도는 알고 있었다. 레이의 머릿속으로 자연스레 ‘다른 팀원들의 집은 헤롤드의 집과는 거리가 상당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하하하, 그래. 우리는 팀이었지. 시간이 된다면 같이들 가자고. 우리 팀.”


“그래, 가는 것은 좋은데 말야. 너희들 기말 평가 준비는? 단체 평가야 우리 팀한테 문제 없겠지만 개인 평가는?”


다같이 놀러갈 생각에 들떴던 기분을 한순간에 싸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개인 평가라는 당면한 과제까지 콕 집어 얘기하다니. 재수 없어. 팀원들은 이 한마디를 차마 레이한테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삼켜냈다.


* * *


기말 평가 당일, 가상 전술 훈련장.

개인 평가 미션은 1Km 정도의 구간을 단신으로 돌파하면서 각자의 특성에 따라 최소 세 명 이상의 적을 격파 또는 무력화, 회피하여 목표물을 탈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삐익.


- 통과 시간 : 2분 30초 (학기 최고 기록).


“오호, 역시 이 신속의 라츠 님에게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벽면의 모니터로 출력되는 시험 결과를 보고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는지 숨을 몰아쉬면서도 평소처럼 생색을 내는 라츠를 일별한 레이는 출발 위치에 섰다.


꿀꺽.


누군가의 목넘김 소리가 생생히 들릴 정도로 적막에 감싸인 공간. 정작 레이 자신은 별다른 긴장감이 없었는데 반해 레이를 지켜보는 동기와 교관들은 그렇지 못했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모두의 기대가 출발선에 위치한 레이의 등 뒤로 쏟아지고 있었다.


삐이익!


탓.


마나를 활성화시키면서 레이의 주위로 무수히 생성되는 얼음가루들이 급격히 쏘아져 나가는 레이를 쫒지 못하고 뒤이은 공기의 흐름을 따라 공중에 휘날렸다. 마치 눈가루가 휘날리는 듯한 모습, 레이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빙결의 귀공자란 별칭을 있게 해준 하나의 시그니처였다.


와아.


뭇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감탄을 자아내는 모습을 뒤로하고 레이는 목표물을 향해 최단거리로 달려나갔다. 감지하기로는 곧 적과 마주친다. 하지만 레이의 포지션은 탐지계열이 아닌 육탄계열로 알려진 상황, 미리부터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예상대로 수풀 속에서 목검을 내지르는 자세 그대로 순식간에 적이 튀어나왔다. 이대로라면 오른쪽 가슴을 목검에 스스로 가져다 바치면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 다른 동작을 취할 여유는 없다. 아니 마나를 가슴에 응축시키고 그대로 들이받거나 다른 여러 가지 대응 방법은 있었지만.


‘가뜩이나 시선들 많아서 귀찮은데 그런 고급 기술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어.’


귀찮다는 이유로 차선택을 택한다.


지면에 막 닿으려던 오른발에 조금 더 마나를 집중하면서 그대로 땅을 박찼다. 달리던 가속도에 점프력이 더해지면서 호를 그리듯 레이의 몸이 적의 머리 위를 지나쳤다. 레이의 시선은 착지의 순간까지도 적의 모습을 담았고, 목검의 끝이 자신의 가슴부터 배꼽 아래까지 스치듯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첫 번째 적은 회피한 상황이다. 착지와 동시에 다시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와아아.


어떻게 된게 달리는 와중에도 들릴 정도로 함성 소리가 커졌다. 이것도 차선책이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애써 무시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나갔다.


목표물까지 감지되는 적은 앞으로 셋. 지금처럼 회피하면서 지나간다면? 슬쩍 카운터를 보니 너무 빠르다.


‘신속이란 별명까지 더해지는 것은 사절.’


절반까지 달려가서 레이는 속도를 살짝 늦췄다. 마치 힘이 빠진 듯한 자연스러운 감속은 다행히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선사하지는 않았다.

다시 눈 앞에 나타난 적은 목검 대신 너클류의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내지르는 적의 오른팔꿈치 아래 부분을 자신의 왼팔을 들어 바깥으로 슬쩍 밀어내고, 훤히 드러난 상대방의 명치를 향해 달리던 힘을 실어 오른팔의 팔꿈치를 가져다댔다.


퍼억.


겉보기에는 가벼운 동작이었음에도 몇 미터나 나가떨어진다. 일반인이었다면 즉사를 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가상의 적이기에 굳이 사정을 둘 필요는 없었다. 이어지는 적들을 적절하게 제압하고 목표물을 손에 넣자 비로소 종료음이 실내에 울려퍼졌다.


삐익.


- 통과 시간 : 2분 38초.


와아아.


“역시 레이, 내 신속에는 못 미쳐도 괴물은 괴물이라니까.”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라츠의 활기 넘치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레이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점심 시간 이후에는 단체 평가를 진행한다. 오후에 다시 전술 훈련장으로 모이도록. 그럼 해산!”


교관의 해산 선언과 함께 오전의 개인 평가는 끝이 났다. 돌아가는 사람들 중의 대다수가 1학년 학생들이었지만 그 중에 두 명의 4학년 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후배들의 실습이나 훈련을 참관하러 오는 선배들이 종종 있었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배들의 참관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4학년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헌터 아카데미는 3학년까지가 헌터시험을 위한 의무교육이라 입학시험만 통과하면 입학에 제한이 없었고, 3년의 교육기간이 끝나면 졸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4학년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4학년으로의 진학은 헌터 자격을 취득한 학생들만이 자의에 의해서 다다를 수 있는 영역. 즉, 지금 참관을 온 4학년 선배들은 헌터라는 것을 의미한다. 덧붙이자면 아카데미의 4학년은 졸업이란 개념이 없이 헌터 임무를 수행하면서 원한다면 최대 5년 동안 머무를 수 있었다.


“어땠어? 나르디.”


몇몇 1학년 학생들의 인사를 대충 받아주며 돌아가는 길에 짧게 자른 갈색 머리를 위로 세운 남학생이 검은색 단발머리의 남학생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엇을 묻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 없는 일.


“저 녀석, 소문이 너무 축소되어 있어. 아마 본 실력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대단할 거야.”


“그 정도야?”


나르디에게서 예상 외의 답을 듣자 질문을 던졌던 가르시온의 얼굴에 궁금함이 서렸다. 대체 어느 정도일까?


“1km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게다가 적들까지 네 명을 마주치고도 끝났을 때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바로 앞에서 학기 기록을 세운 녀석이 끝났을 때 헥헥거리던 것은 너도 봤지? 저 정도라면 웬만한 헌터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거야.”


“C급 마나 유저라고 했으니 마나량 자체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겠는데 말이야. 정말 그 정도일까?”


“그래. 이건 감도 뭣도 아니야. 오히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보는게 낫지.”


“그럼 우리 팀에 끌어들일거야?”


“내 생각은 그래. 하지만 길드원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니 우선은 있는 그대로 보고해야지. 것보다 걱정은 ······.”


“그놈들이 접근할 수도 있다?”


“그래, 보통은 본격적으로 능력이 향상되는 2학년들을 주로 관찰하겠지만 저 녀석은 너무 눈에 띄어. 우리가 이렇게 보러 왔다는 것 자체가 말은 다한 거지.”


가르시온이 수긍했다는 듯 말이 없자 나르디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보고는 가르시온 네가 하고, 나는 저 녀석을 좀 만나볼게. 그놈들이 접근하기 전에 만나둬야 좀 안심이 될 것 같아.”


아무래도 만나려면 오후의 단체 평가가 시작되기 전인 이 시간이 가장 적절했다. 가르시온을 돌려보낸 나르디의 발걸음은 1학년들이 식사를 하는 교내 식당으로 이어졌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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