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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빛처럼.

환수X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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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보
작품등록일 :
2019.04.02 04:48
최근연재일 :
2019.04.05 12: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91
추천수 :
6
글자수 :
29,598

작성
19.04.02 05:08
조회
166
추천
1
글자
8쪽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1)

DUMMY

“아, 이게 얼마만의 휴식이야.”


장기간의 원정 의뢰를 마치고, 몇 달 만에 저택으로 돌아와서 바로 따뜻한 물로 전신을 씻고, 노집사가 따뜻하게 데워온 우유를 막 입에 머금으려던 순간이었다.


“씨. 이건 또 뭐야?”


왼쪽 가슴에서 시작된 미약한 통증,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이 세계로 넘어온 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느낌이다. 그게 지금 느껴진다는 것은 한가지를 뜻한다.


“라일라님!”


문이 벌컥 열리며 약간은 때가 묻은 흰색 에이프런을 두른 십대 후반의 소녀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라일라의 손을 잡고는 밖으로 이끌었다. 여타의 귀족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지만 이 방자한 시녀 에밀리나 고용주 라일라 모두 그런 것은 관심 밖이라는 듯 정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세간에서 얼음마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라일라답게 그녀의 저택은 툭하면 눈보라가 몰아치고, 정원을 장식한 얼음이 사시사철 녹지 않는 극한지대에 위치해 있다. 일반인들은 감히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천혜의 요새이건만 오늘 이 모든 조건을 무시한 채 한 이방인이 찾아왔다.


응애응애.


갑작스런 빛과 함께 저택의 현관 문 앞에 나타났다는 아이. 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저택의 모든 식구들이 현관으로 모여들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감각이 더 심해졌어. 역시 저 아이는 화신.’


화신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그것만 아니면 된다. 하지만 심장을 옥죄어 오는 듯한 불길한 느낌은 도무지 가라않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라일라는 애써 억누르며 아이를 감싸고 있는 보자기를 들춰내다가 한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베르크!”


잠시간의 정적 후 꽉 깨문 잇사이로 힘겹게 뱉어지는 누군가의 이름이 들린다 싶은 순간, 주변의 온도가 한없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이스 스피어]


“라, 라일라님!”


높이 쳐든 오른손에 길다란 얼음의 창이 순식간에 생겨나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하인과 시녀들이 당황해서 라일라를 불렀으나 그 누구도 감히 그녀 앞으로 나서서 막아설 수는 없었다.


“이 아이는 환수 베르크의 화신이다. 하늘이 내게 이렇게 복수할 기회를 줄 줄이야. 방해하는 자는 같이 죽여버린다!”


자신들이 모시던 주인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차가워진 목소리와 함께 라일라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세는 점점 유형화되어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 정도였다. 하인과 시녀들은 막기는커녕 서둘러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라일라가 내지르는 얼음의 창이 아이에게로 향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꼭 감을 뿐 그 외의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몸에 붙은 핏자국들이 제대로 닦이지도 않은 채 말라붙어 있는 아이는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울음을 멈출 생각을 않는다. 그런 아이에게로 얼음의 창이 짓쳐드는 순간, 아이를 감싸는 반원형의 구체가 생겨나며 창을 튕겨냈다.


“프로텍터? 그래도 화신이다 이건가? 좋아. 어디 이것도 ······.”


라일라가 양손을 좌우로 펼쳐 마나를 응축시키는 순간, 아이의 오른손 쪽에서 빛무리가 퍼져나오며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형상이 누구인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라일라였다.


“사, 사라?”


사라라고 불린 여성은 라일라와 꼭 닮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라일라가 은빛의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면 사라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의 긴 생머리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랄까. 사라의 파리한 안색이 아니었다면 라일라와 구분하기조차도 힘들었을 것이다.


- 이 모습이 보인다면 언니에게 무사히 갔다는 뜻이겠죠. 언니,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요. 그 아이, 저와 그이의 둘째 아이예요. 하지만 보다시피 화신으로 태어났어요. 그것도 하필 베르크의 화신이예요. 언니와 그렇게 복수를 다짐했건만 저는 제 아이가 화신으로 태어난 것을 보고 죽이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할 수 없었어요. 아니 오히려 어떻게든 살려야겠단 생각뿐이었어요. 언니의 축복 아래 이름(진명)을 갖게 해주세요. 평범하게 생을 마감할 수 만 있어도 좋으니 부디 우리 아이를 보살펴 주세요. 제 마지막 부탁이랍니다.


이후에 이어진 내용은 라일라가 아닌 아이에게 전해주는 어머니의 기도였다. 시간에 쫓겼기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끝맺는 말들과 그 속에 담겨진 애절함, 너무나 구구절절한 사연에 같이 있던 에밀리와 몇몇 시녀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망할, 그렇다고 이런 폭탄 덩어리를 보내?”


말투와 다르게 라일라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알시온 대륙에서 프레아 대륙으로 차원결계를 넘어 공간 이동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결계가 약해지는 주기도 아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화신으로 태어났던 동생이 온 힘과 생명을 담아서야 이루어낼 수 있었을 일. 즉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버렸으리라.


“살려주는 것은 이번 뿐이야. 만약 내 앞에서 폭주한다면 그땐 정말 죽여버릴지도 모르니 알아서 기라고.”


라일라의 시선은 아이의 왼쪽 가슴께에 새겨진 붉은 색의 문양에 향해 있었다. 이 문양을 알시온 대륙에서는 화신의 성흔이라 부른다. 화신으로 태어난 아이는 환수의 능력을 빌어 막강한 힘을 발할 수 있었기에 축복 받은 존재로 여겨졌으나 열 두 환수 중 단 하나, 파괴의 환수 베르크의 화신 만큼은 대륙의 재앙이라 불리며 태어나는 즉시 죽여버린다. 그리고 그 베르크를 의미하는 화신의 성흔은 늑대의 머리와 닮은 모습으로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이의 가슴에 있는 문양이기도 했다.


아이의 성흔을 보는 순간 억눌렀던 살기마저 깨어날 정도였으니 고작 수십 년으로는 베르크에 대한 복수심이 희석되지 않았단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 무엇보다 소중했던 사라가 목숨을 바쳐 살려낸 아이다. 이번만은 철지난 복수심을 다시 가슴 속에 묻어야 할 때였다.


* * *


헌터 관리국 산하의 정보부.


“팀장님, 차원결계로부터 미약하지만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오퍼레이터가 룸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팀장에게 계측 정보를 공유하며 짧게 보고를 하자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던 정보 1팀장 알렉스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공간좌표 추적 가능한가?”


“그게 발생과 동시에 사라져서 정확한 좌표 추적은 어렵습니다. 다만 예측방향은 대략적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호오? 라일라의 집도 저 위치 쯤인데 말이야.’


모니터로 표시되는 예상 경로를 가지고 속단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이끌어온 감각이 강하게 라일라를 찾고 있었다. 대개 이런 경우는 자신의 감을 믿어야 했고, 믿어왔다.


“팀장님? 보고서에 이대로 보고할까요?”


“그렇게 해. 계측치를 보면 몬스터류는 아닐 것 같다만 뭐 우리는 있는 그대로 보고해야지. 나머지는 집행부에 맡기도록.”


정보부의 보고는 지급으로 상부까지 보고되었고, 차원결계로부터 발생하는 일을 허투루 처리할 수 없었던 헌터 관리국은 즉시 인근의 헌터를 동원하여 인근을 수색하는 한편, 집행부 소속 헌터들이 예상 경로를 토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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