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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빛처럼.

환수X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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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보
작품등록일 :
2019.04.02 04:48
최근연재일 :
2019.04.05 12: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87
추천수 :
6
글자수 :
29,598

작성
19.04.03 09:15
조회
74
추천
1
글자
12쪽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3)

DUMMY

“지하 대피소 쪽에 가 있었는데 레이님이 계속 어딘가를 가리키며 보채길래······.”


“그래서 이 지경이 되었다?”


숨겨진 통로를 이용하여 지하로 내려선 라일라는 대피소와 수련실을 거쳐 거대한 동공으로 들어서서야 레이를 볼 수 있었다.


“이거 좋아해야해 말아야해?”


지금 라일라 일행이 들어선 동공은 가운데에 자리잡은 거대한 얼음덩어리로부터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마나스팟이었다. 알시온 대륙보다 상대적으로 마나가 희박한 프레아 대륙이었지만 이 마나스팟만큼은 풍부한 마나를 제공한다. 알시온 대륙에서조차 몇 없을 정도로 귀한 장소였고, 라일라가 이 곳에 터를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얼음 덩어리에서 나오는 마나를 거침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갓난 아이라니. 레이는 휘몰아치는 마나를 받아들이면서 그 힘에 의해 바닥부터 2m 가량은 떠 있었다.


“지 어미를 쏙 빼닮은 능력이잖아. 가뜩이나 희박한 곳인데 아주 쪽쪽 빨아먹고 있네.”


“라일라님, 저렇게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게 했다가는 갓난 아이의 몸으로 버티지 못할 겁니다.”


집사 프레도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레이를 바라보며 말했으나 라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만 더 기다린다. 차라리 잘 됐어. 베르크의 성질은 불, 지금 받아들이는 마나의 성질은 순수에 다가선 얼음. 조금 위험하겠지만 사라로부터 물려받은 이 능력 덕에 폭주를 막아주는 장치가 하나 마련된거나 다름없어. 프레도, 이번에 나가는 김에 불속성의 마나를 차단하는 아티팩트도 몇 가지 구해와. 여의치 않다면 마나 자체를 차단하는 것들도.”


“알겠습니다. 라일라님.”


레이의 주변으로 몰아치는 마나의 흐름은 점점 거세어져 마나를 못 느끼는 일반인들이라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거칠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어째서 갑자기 능력이 발현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것은 기회였다. 순수한 얼음의 마나는 그 자체로 베르크와 상극이라고 할 수 있다. 사라에게 처음 이 능력이 발현되었을 때 혼탁한 마나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정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상황은 분명 레이에게 호재였다.


‘살고자 하는 의지? 아니면 하늘의 도움?’


잠시 의문을 품던 라일라는 이내 고개를 저어댔다.


“니 팔자인거지 뭐. 운도 좋은 녀석.”


[아이스 쉴드]


라일라가 손을 뻗어 마법을 시전하자 공중에 떠 있는 레이를 둘러싸는 완전한 구 형태의 투명한 얼음 장막이 생성되면서 주변으로부터 유입되는 마나를 차단하였다. 휘몰아치던 마나도 곧바로 잠잠해짐과 동시에 공중에 있던 얼음 구체는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서며 스르르 녹아내렸다.

안절부절하며 지켜보던 에밀리가 가장 먼저 레이에게 다가가서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고 있어요. 뭔가 기분이 엄청 좋아 보여요. 잘 때는 천사나 다름없다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만 있어주면 좋겠는데 말야.”


“에이, 갓난 아기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시네요.”


“뭐!”


“아! 우리 레이님 감기 걸리겠다. 얼른 따뜻한 곳으로 데려갈게요.”


에밀리가 레이를 안고 도망치듯 사라지자 라일라는 출구를 한번 째려보고는 프레도마저 먼저 올려보냈다.


“아슬란.”


라일라의 조용한 읊조림에 주변의 마나가 뭉치며 사람의 형상을 이루는가 싶더니 곧 온몸이 투명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는 160cm정도로 라일라와 비슷했다.


- 호, 심령으로 말하지 않고, 나를 직접 소환하는 것은 오랜만인데?


“여기에서의 소환은 그다지 부담도 없으니까. 오랜만에 마주하며 이야기도 나눌겸.”


- 그렇군. 용건은 베르크겠지?


베르크에 대해 아는 존재. 아슬란은 베르크와 마찬가지로 환수이며 아슬란의 화신이 바로 라일라였다.


“그래. 처음 레이와 만났을 때는 가슴을 쿡쿡 찌르는 느낌으로 바로 알 수 있었는데 계속 붙어 있다 보니 그 느낌이 어느 순간 사라져서 말야.”


- 화신끼리 같이 붙어 있다 보면 그 느낌은 사라지지. 정확히는 계속되는 감각에 무뎌진다는게 맞을지도 모르겠군. 너와 사라의 경우를 생각해도 알 수 있을 텐데?


“그래서 불렀어. 지금의 레이 상태는 어떻지?”


- 포괄적인 질문이군. 화신으로서의 힘을 물어본 것이라면 이미 이 세계로 넘어올 때부터 약해진 상태였다. 아무래도 이 곳 프레아가 알시온 대륙보다는 환수의 힘이 덜 미치는 게 원인이겠지. 그리고 조금 전 얼음의 마나를 받아들인 이후로는 더더욱 희미해졌다. 같은 환수인 나조차도 이런식으로 억제가 될 줄은 몰랐다.


아슬란으로부터 원하던 대답이 나오자 라일라의 얼굴이 살짝 펴졌다.


“그렇다면?”


- 낙관하지 마라. 라일라. 베르크는 우리 열두 환수 중 정점에 머무르는 존재. 그리고 인간에 대한 끝없는 복수심을 불태우는 자다. 아무리 약해졌어도 베르크는 베르크다. 베르크의 현신이 두렵다면 지금껏 인간들이 해왔던 것처럼 화신을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어려운건 아니지 않나?


“짓궂네. 그게 가능했으면 진작에 했어.”


- 언제나 그렇듯 선택은 나의 화신인 너, 라일라의 몫이다. 네가 그리 정했다면 나는 그저 따를 뿐이지.


“그러니까 베르크는 왜 그게 안되는데?”


- 그는 그, 나는 나다.


“아오.”


- 한가지 첨언을 하자면 우리 환수들은 화신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나 같은 경우 네가 냉철하면 냉철할수록 힘을 발휘하기 쉽지. 그렇다면 베르크는 어떨까?


화신으로서 환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무엇보다 화신의 감정 상태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 이는 라일라 스스로도 체득하고 있는 내용일 뿐더러 화신으로서 수련을 할 때도 항상 유념해야 했던 내용이다.


“결국에는 여타의 화신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는 거네?”


아슬란은 더 이상의 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베르크의 속성은 불, 그렇다면 급격한 감정 변화라던가 분노 같은 것이 영향을 줄 것이다. 실제로 알시온 대륙의 역사에서 베르크의 화신들은 굉장히 난폭하고 다혈질적인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이를 다스리려면.


“사제로 키워야 하나?”


- ······.


“뭐! 그러니까 가뜩이나 무표정인 얼굴로 그렇게 바라보지 말라고. 나도 지금 진지하다고!”


- 크흠, 너는 이미 마음을 다스릴 줄 알고 있지 않나? 전장에서의 너는 내 힘을 완벽에 가깝게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마나는 지금 얼음 속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여기서 더 설명이 필요한가?


“아!”


얼음 속성의 마나는 사용자의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며 냉철한 사고와 더불어 이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라일라 자신도 아슬란의 화신으로 태어나 그 힘을 일깨우면서 마나가 얼음 속성으로 바뀐 덕분에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물론 천성까지 바뀌지는 않았기에 그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전장에서의 모습에서 많은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말이다.


- 언제 갑자기 베르크의 힘이 깨어나서 불 속성의 힘이 날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수련했냐에 따라서 대응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 이만.


아슬란은 곧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마나덩어리로 화해 흩어지듯 사라졌다.


“그으래. 확실히 도움이 되네. 내가 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 이거지. 호호.”


주먹까지 말아쥐며 다짐하는 라일라의 생각이 와닿기라도 한 것일까. 가만히 잠들어있던 레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듯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자 에밀리가 덩달아 놀란다.


“뭐,뭐야. 감기라도 걸린 건 아니지?”


* * *


8년 후.


프레도에게서 체술 훈련을 마친 레이는 간단히 씻은 후 라일라와 함께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모든 교육을 홈스쿨링 형식으로 받고 있는 레이에게는 세상사를 알 수 있는 뉴스시청 또한 교육 과정 중 하나였다.

마법회로를 통해 영상 정보를 전달하는 벽면 모니터로 여러 자료 화면과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서대륙 국가 나이오드에 위치한 차원결계로부터 다수의 이동체 탐지. 현재 각지의 헌터들이 해당 이동체들을 추적 중이라고 합니다. 각국은 차원결계가 약해지는 위크스테이지 기간 동안 결계 인근을 중점적으로 감시해왔으며 이번에······.


“이모, 이모도 저렇게 넘어온거야?”


“뭐 비슷해.”


“흐음.”


“왜 너도 넘어가보고 싶어?”


“아니, 그쪽 사람들은 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이려고 했다며. 그럼 애써 넘어가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하는거 아냐? 화신끼리는 서로 알아볼 수 있다고도 했고.”


‘이것도 얼음 마나의 영향인가? 무슨 꼬마애가 이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담.’


“그래도 헌터는 하고 싶어졌어.”


“뭐?”


“헌터말야. 이모도 헌터잖아. 그리고 나도 꼭 이게 아니어도 헌터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은 가지고 있잖아?”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쿡쿡 찌르면서 베시시 웃어보이는 레이였다. 헌터가 되고 싶다니. 그동안 단 한 번도 내뱉지 않던 말이라 순간 당황했으나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너무 빨리 접해서 잠시 의아했을 뿐이다.


프레아 대륙에서 헌터란 알시온 대륙에서의 용병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국가 소속 헌터 부대에 들어가거나 프리랜서로 의뢰를 수주받아 해결하는 등의 선택지가 있었다. 차원 결계 이상 발생 등의 비상 사태 발생 시 소집에 응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상당한 복지 혜택을 지원받으며 신분 보장 및 그에 합당한 대우도 확실했다. 다만 혜택이 많은 만큼 헌터 자격을 따기란 쉽지 않았으며 현재는 아카데미에서 최소 3년 이상의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자격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법으로도 제정되어 있었다.


‘레이의 힘이라면 나이 제한에서는 걸리겠지만 지금 실력으로도 입학 시험은 프리 패스겠지.’


잠시 레이의 상태를 가늠해본 라일라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수양을 통해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오랜 수련 기간을 필요로 한다. 자칫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다면, 그래서 만에 하나 폭주라도 일으킨다면?


“안돼.”


“안돼?”


“응”


“어차피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는 나이 제한이 열 다섯 살이라며. 그 때까지 수련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정 뭣하면 뭔가 조건을 걸고, 나랑 내기하자. 만약 실패하면 깔끔하게 포기할게.”


‘이 쪼끄만게 딜을 걸어?’


이정도로 얘기한다는 것은 헌터에 대해 충분히 알아볼 만큼 알아본 후라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레이가 이렇게까지 제안을 하면 차라리 요구 조건을 수락하는게 나았다. 한번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마치 사라를 보는 듯해서 괜히 가슴 한켠이 아려왔기 때문이다.


“좋아. 대신 세 가지 미션을 내주겠어. 그 모두를 3년 안에 완수하면 허락할게.”


“좋아!”


“그럼 첫 번째, 우선 프레도에게 순수한 체술로만 겨뤄서 이길 것. 한 번이라도 이기면 미션 성공이야.”


“와, 너무하다. 처음부터 프레도라니.”


“왜? 못하겠니? 그럼 없던 것으로 하고.”


“아니 할거야!”


당장에라도 성공시키겠다는 듯 온 힘을 다해 작은 손을 말아쥐는 레이의 모습은 귀엽기만 했으나 눈빛만큼은 어린 아이의 그것이 아닌 사냥감을 앞둔 맹수의 그것과 같았다.


‘아 괜한 것을 시켰나. 프레도 미안해.’


후회도 되었지만 한편으론 기대도 되었다. 얼음 속성 마나의 영향인지 지금도 차분한데 세 가지 미션을 모두 마칠 정도라면 더 이상 감정 상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도 된다. 더욱이 레이의 장래에 대한 고민도 있었는데 헌터라는 직업도 꽤나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래, 어디 한번 열심히 해보렴.”


확실한 허락이 떨어지자 레이는 다시 수련실로 향했고, 레이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라일라는 어깨를 한차례 으쓱이고는 이내 벽면의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다시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프롤로그 격의 내용이 이제야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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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2) 19.04.02 90 1 7쪽
1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1) 19.04.02 16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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