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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빛처럼.

환수X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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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보
작품등록일 :
2019.04.02 04:48
최근연재일 :
2019.04.05 12: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90
추천수 :
6
글자수 :
29,598

작성
19.04.02 05:23
조회
90
추천
1
글자
7쪽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2)

DUMMY

아이를 위해 새롭게 꾸민 침실에서 에밀리와 함께 한참 아이를 돌보고 있던 라일라에게 손님이 찾아온 것은 아이를 만난 지 사흘이 지난 후였다.


똑똑.


“라일라님, 헌터 관리국에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가벼운 노크소리와 함께 문 밖에서 노집사 프레도의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헌터 관리국이라고 밝혔듯이 일반인은 함부로 들어설 엄두를 낼 수 없는 이 곳에 찾아올 수 있을 정도라면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마도 숙련된 헌터들일 확률이 높았다.


“에밀리, 넌 레이와 함께 지하로 가 있어.”


“네. 라일라님.”


에밀리를 먼저 내려보낸 라일라는 간밤의 일을 떠올렸다. 지난 밤, 일족의 예법에 따라 아이에게 진명을 지어주고, 스스로 대모가 되었다. 언제 베르크의 힘이 폭주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은 있었지만 이 곳 프레아 대륙에서라면 조금이나마 억제할 방법이 있었다. 그 방법을 적용해보고 안된다면 제2, 제3의 방법을 계속 모색하리라. 동생의 생명과 맞바꾼 아이이기에 어설프게 처신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특히나 지금 헌터 관리국에서 아이의 존재를 알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라일라님? 가시지요.”


잠시 어젯밤의 일로 상념에 잠겼던 라일라는 이내 표정을 풀고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 대기하고 있던 두 남성 중 한명은 라일라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알렉스? 한참 바쁠 사람이 여기엔 무슨 일이지?”


처음 이상 현상을 보고받았던 정보부 1팀장 알렉스는 결국 자신의 감을 따라 라일라의 저택으로 찾아왔다.


“저야 누님 얼굴도 뵙고, 겸사겸사 안부 인사도 나눌 생각이었죠. 아, 이쪽은 같은 헌터 관리국에서 일하는 쥰이라고 합니다.”


40대는 되어보이는 듯한 알렉스가 능청스레 누님이라고 칭하는 모습에 쥰이라 소개 받은 헌터는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눈앞의 라일라를 이제 막 처음 접하는 쥰이었지만 그녀의 소문만큼은 질리도록 들었다. 얼음마녀라는 별칭이 가지는 의미. 이제 2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어줄만큼 젊은 모습의 라일라였지만 헌터로 처음 등장해서 이름을 알렸던 16년 전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똑같다고 한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더더욱 진짜 마녀는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천하의 알렉스한테 안부 인사도 다 듣고, 나도 참 출세했네. 서로 바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테고, 용건만 말하는 게 어때?”


“에휴, 여전하시네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사흘 전에 차원결계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었습니다.”


알렉스는 잠시 뜸을 들이며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변화가 있을까 싶었지만 괜히 얼음마녀라고 하는게 아닌 듯 하다. 되려 그래서? 라는 눈빛을 발할 뿐이다.


“무언가의 이동으로 추정하는데 좌표를 추적하다보니 경로 상에 이곳도 포함되어 있어서 확인차 방문했지요.”


자신이 겪어온 라일라는 회유나 유도심문은 일절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어설픈 거짓말보다는 오히려 있는 사실을 토대로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기에 알고 있는 내용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혹시 사흘 전에 무언가 나타나거나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없는지요?”


“없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즉답. 그와 동시에 라일라가 쥰을 일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알렉스는 이미 예상한 반응이었기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주변을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저택 밖이라면 상관없지만 말이야, 저택 안은······ 설마 숙녀의 침실을 염탐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누님이 숙녀는 아니지······. 하하. 아닙니다. 집 안에 누님이 계신데 이상한 것들이 숨어들래야 숨어들 수도 없겠죠. 쥰, 주변이나 둘러보세”


순식간에 샐쭉해지는 라일라의 표정을 애써 무시하며 알렉스는 쥰을 채근하여 응접실을 나섰다.


“멀리 안가니 조심히 가. 아니다 가다가 동상이라도 걸린다면 더 좋겠네.”


‘여전히 뒤끝 있네.’


알렉스와 쥰은 현관 앞까지 배웅을 해준 프레도에게도 인사를 하고 라일라의 저택을 나섰다. 저택의 경계를 이루는 얼음 담을 넘어서자마자 알렉스가 쥰을 바라보았다.


“라일라로부터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조금 전에 대화를 나눴던 집사란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기다 아니다가 아닌 모르겠다라는게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여긴 대체 ······.”


“하아, 역시 정신계통은 통하질 않나보군. 그만 가세나. 본인이 아니라고 했으면 그렇게 알고 가야겠지. 여기말고도 가볼 곳이 많으니 부지런히 가보자고.”


‘때가 되면 뭐라도 나타나겠지.’


아쉬움은 남았지만 여기에서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을 이끌어준 감은 여전히 이곳을 가리키는 듯 했지만 그게 딱히 불쾌한 감정은 아니었기에 알렉스는 미련없이 돌아섰다. 대개 이런 감은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던 점에 비추어볼 때 이를 확인한 것 만으로도 소득이 있는 셈이었다.


* * *


“갔어?”


“네, 저에게도 무언가 수작을 부리더군요.”


“아아 그 아이. 쥰이라고 했던가. 귀여운 능력이긴 했어. 아무튼 이번 일은 알렉스 성격상 내가 아니라고 했으면 넘어가주긴 하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레이 신분부터 확보하고, 당분간은 노출되는 일 없도록 하자고.”


“네, 라일라님.”


역시나 헌터관리국은 차원결계의 이상을 감지하고, 추측으로나마 자신의 저택까지 찾아왔다. 레이의 상태는 분명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위험한 상태다. 설령 알시온 대륙에서처럼 폭주를 통해 수많은 희생자가 나타날지라도 이 프레아 대륙의 인간들은 어떻게든 그 힘을 이용하러 들 것이다. 자신이 아는 프레아 대륙은 독이 든 사과임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한 입 베어물려고 달려들 사람들이 널리고 널린 곳이었다. 그러니 그 힘을 억제하거나 통제하기 전까지는 레이를 노출시켜서는 안된다.


“그럼 다음 의뢰까지 일주일은 남은 것 같은데 이제 좀 쉬어볼까.”


아무리 아이를 직접 돌보는 것은 시녀들이라곤 하지만 레이가 나타난 순간부터 이를 받아들이고, 예식을 치르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알게 모르게 신경을 써온터라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라일라의 바람은 하늘에 닿지 않았나보다.


벌컥.


“라, 라일라님! 큰일 났어요.”


지하로 내려보냈던 에밀리가 또다시 급박하게 나타났다.


“씨. 또 뭔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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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1) 19.04.02 16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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