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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하파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술을 빚으니 거물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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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하파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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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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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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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화. 소량 생산이더라도 품질을 높이는 게 맞아

DUMMY

2화. 소량 생산이더라도 품질을 높이는 게 맞아




양조장에 도착했더니 익숙한 얼굴이 날 반긴다.

강해동.

나와 2살 차이 나는 사촌 동생이다.

내가 33살이니까 녀석은 31살.

뭘 하다가 이렇게 시간이 후딱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어서 와, 형.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고생이 많다.”

“고생은 무슨. 짐은 이리 줘. 내가 들어줄게.”


해동이는 현재 부모님이 하시던 양조장.

그러니까 <강유도가(强柔都家)>를 홀로 이끌고 있었다.

사장과 부사장이 없다고 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리에 판매 중인 막걸리의 생산을 멈출 순 없었으니까.


양조장의 이름은 내 성씨인 강(强), 즉 굳세다는 뜻과 부드러울 유(柔)를 합친 것이다.

그리고 도시 도(都) 자와 집 가(家) 자를 더해 강씨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부드럽게 빚은 가양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해동이의 직위는 본부장.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일한 까닭에 지금은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각성한 이후 양조장을 떠난 나랑 다르게 계속해서 부모님 밑에서 술을 배웠으니 지금쯤이면 양조 기술도 상당할 터.


“결혼식 못 가서 미안하다.”

“형 사정 뻔히 다 아는데 뭘. 그런데 진짜로 은퇴하고 나온 거야?”

“그래. 앞으로는 내가 회사를 운영할 생각이다.”


해동이가 피식 웃으며 농담을 건넨다.


“아쉽네.”

“뭐가?”

“이제 내가 사장이 되는 줄 알았는데, 형이 내려왔잖아. 조카의 난은 일 년 천하로 끝이네.”

“짜식. 제수씨는 잘 있고?”

“어. 출산이 코앞이라 요즘은 집에서 쉬고 있어.”


제수씨 역시 강유도가의 직원이다.

함께 일하다 둘이 눈이 맞아 결혼했는데, 결혼 당시 한창 65층을 공략 중이었기에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출산휴가 중에도 급여는 나오지?”

“음.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뭔 소리야?”

“출산 전후로 60일만 나오니까.”

“이런. 그건 곤란하지. 내가 따로 챙겨줄 테니까 계좌 불러.”

“올. 복지의 일환입니까? 사장님?”

“고럼.”


이제 나는 더 이상 헌터가 아니다.

<강유도가>의 신임 사장으로서 전 직원의 생사를 책임질 몸.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은 많으니까 아무 문제 없다.


‘은행에 저축하고 받는 이자만으로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데 이 정도야 뭐.’


해동이는 기분 좋은 얼굴로 나를 이끌고 양조장 곳곳을 견학시켜 주었다.

술 익는 냄새.

술독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막걸리.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이 모든 게 내 책임 아래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설렘이 교차한다.


‘이제 내가 이끌어야 할 곳이다.’


각성하기 전만 해도 일개 직원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내가 사장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형도 각성하기 전에는 여기서 일했으니까 대략적인 건 알 거야. 새로 생긴 곳만 보여줄게.”


녀석이 내게 처음으로 보여준 곳은 입국(粒麴)이 보관된 국실(麴室)이었다.

국실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

기실 양조장에서 가장 내밀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의아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언제부터 입국으로 바꾼 거야? 우린 전통 누룩 쓰는 거 아니었어?”


부모님이 평생을 바쳐 만든 전통 누룩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강유도가의 막걸리가 특별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바뀌다니.

해동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툭 뱉었다.


“바뀐 지 꽤 됐어. 주문이 많으니까 전통 누룩으론 한계가 있었거든.”


그건 나도 안다.

대량생산에는 입국 방식이 최고.

다만 입국을 사용하면 주질은 깨끗하지만, 가볍고 단순한 맛과 향만 나와서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기 어렵다.

누룩이 다양한 균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면, 입국은 단일 균만을 인위적으로 번식시켜 얻은 결과니까.

게다가 여기에 사용되는 균은 일본에서 들어온 백군균으로 우리네 전통 방식이라 하긴 어렵다.


“해동아.”

“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뭐가?”

“원래대로 돌아가자. 전통 누룩으로 술을 만들어야 진짜 우리 술이지.”

“헐. 그럼, 주문량 감당 못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소량 생산이더라도 품질을 높이는 게 맞아.”


해동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사장은 형이니까 형이 하자면 그렇게 해야지. 그래도 당장은 못 바꿔. 지금은 이 방법으로 술이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그래. 천천히 바꿔 나가자고.”


어쩐지 언제부터인가 막걸리 맛이 변했다 싶더라.


‘체력 회복량도 다른 제품과 큰 차이가 없고.’


이런 식으로는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인증 막걸리라는 이름이 울 것이다.

내가 괜히 한국 랭킹 1위까지 오른 게 아니다.

뭘 하든 최고만을 고집.

그게 아무리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남과 똑같은 방법으로는 결코 1등을 차지할 수 없을 테니까.

해동이와 함께 양조장을 둘러보며 앞으로 뭘 바꿀지 부지런히 메모장에 기재한다.

바꿔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


한편, 그 시각.

강진혁에 이어 협회의 팀장으로 부임한 한서윤은 멍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일이 손에 안 잡혀.’


결재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전까지 행정업무는 전임팀장인 강진혁의 몫이었는데.


‘선배는 이런 일까지 다 하면서 탑을 공략했구나. 얼마나 바빴던 걸까?’


그의 빈자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부담감과 압박감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내가 이걸 다 감당할 수 있을까?’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예전의 일이 떠오른다.


“오늘 시간 있으세요?”

“없어.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고.”


강진혁은 늘 바쁘다며 자신의 요청을 거절했다.

용기를 내서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었는데, 단호히 거절하는 그의 모습에 실망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좀 알 것도 같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던 거야.’


한서윤은 씁쓸한 얼굴로 냉장고에서 <강유도가> 막걸리를 한 병 꺼냈다.

이제는 강진혁이 생산하고 있을 그 막걸리 말이다.

사발도 없이 병째로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신 한서윤은 눈을 감고 잠시 맛을 음미했다.

하지만 예전의 풍부한 향과 깊은 맛은 더 이상 우러나오지 않는다.


“이 맛이 아니야······.”


한때는 맛은 물론이고 엄청난 체력 회복량을 자랑하며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술이었다.

그러다 대한민국 헌터 랭킹 1위인 강진혁의 집안에서 만드는 술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자, 주문이 폭발.

헌터가 아닌 일반인들까지 구매에 동참하며 때아닌 막걸리 열풍을 일으킨 술.

탑 밖에서 마시면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일개 막걸리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예전의 그 맛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한서윤은 벌컥벌컥 막걸리를 원샷하고는 의수로 된 왼손으로 입을 닦았다.

입 안이 쓰다.


“선배······절 혼자 여기 버려두고 행복하신가요?”


오늘따라 잔뜩 취하고 싶은 기분이다.

한 병 더 꺼내서 마시려고 하는데.


“팀장님! 고려일보에서 기자가 찾아왔······한잔하시는 중이셨구나. 죄송합니다.”


부하가 어색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는다.

쳇. 하필 이 시간에 인터뷰 요청이 올 게 뭐람.

아직 공략 마감 시한까지는 몇 달이나 남았는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한서윤은 허공에 대고 읊조리듯 말했다.


“선배는 이걸 혼자 다 처리했단 뜻이겠지.”

“네?”

“아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해. 양치질하고 갈 테니까.”


기자를 만나야 하는데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나갈 순 없다.

한서윤은 강진혁의 빈자리를 절실히 느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서류에 파묻혀 있던 건 한서윤만이 아니었다.

강진혁 역시 사장실에 앉아 오늘 기록한 메모를 살펴보고 있었다.

뒤늦게 무언가를 알아차린 강진혁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 보니 69층 공략 보상으로 정령 소환이 가능하다고 그랬지?’


병원에서 수술받고, 은퇴에만 집중한 탓에 그걸 사용할 생각도 못 했다.

뭣보다 스킬은 탑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정령 소환이라.

피식.

쓴웃음이 지어진다.

정령 소환이 별 볼 일 없는 재주이기 때문은 아니다.

고위 헌터 중에는 정령술사로 이름을 떨친 이도 적지 않다.


‘정령을 소환해서 단번에 전투의 흐름을 바꾼 경우도 많지.’


사실 50층까지 가장 빨리 탑을 공략한 헌터의 직업은 정령술사였다.

해당 인물은 바람의 중위 정령인 실프를 소환.

빠른 속도로 탑을 공략해 나갔다.

하지만 51층부터 공략 속도가 늦어지더니 어느 순간 모습을 감췄다.

중위 정령만으로는 갈수록 높은 레벨을 요구하는 탑 공략에 한계가 있었으니까.

그게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검사에게 정령 소환이라니. 계륵 같은 스킬이야.’


과거의 영웅을 몸에 빌려오는 강림이라거나 힘을 증폭시켜 주는 스킬이었다면 은퇴하지 않고 계속 협회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미 끝나버린 일이다.

아니. 오히려 그 덕분에 은퇴할 결심을 굳힐 수 있었으니, 나로서는 다행.

탑을 공략하는 매 순간이 저승과 이승의 경계였다.

남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남자라며 떠받들기 바빴지만, 정작 나는 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뭣보다 탑을 공략할 때마다 하나둘 떠난 동료들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음을 추스르고는 상태창을 연다.


【이름: 강진혁

레벨: 65

직업: 검사

상태: 부상(오른쪽 다리 절단-의족)

체력: 870/1024(15% 페널티)

마력: 273/323(15% 페널티)

공격력: 1513/1781(15% 페널티)

방어력: 964/1135(15% 페널티)

스킬: 검강, 질풍, 승천, 일섬, 정령 소환】


다리 부상으로 모든 능력이 15%씩 떨어진 상태.

지금 상태로도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은 없겠지만, 내 직업이 전위인 검사이니만큼 예전처럼 활발하게 공격을 이어갈 순 없을 것이다.


‘다른 애들 발목이나 붙잡겠지.’


밖이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다.

탑 밖에선 능력을 못 쓰니 일반인들과 다를 게 하나 없다.

한 마디로 이제는 쓸모없는 스탯이란 뜻.

그래도 스킬이 4개에서 5개로 늘어나 있다.

별생각 없이 정령 소환이란 말을 입에 담는다.


“정령 소환.”


스킬은 탑 안에서만 쓸 수 있으니 의미 없는 짓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령 소환이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몸 주변으로 희미한 빛이 일더니,

손바닥 위로 몽글몽글한 빛무리가 피어오르며 점점 밝아진다.


“이, 이게 무슨!”


이내 빛 속에서 작은 날개를 가진 요정이 나타났다.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녀석.

내 주먹보다 작은데, 작은 얼굴 안에 오밀조밀 붙어있는 이목구비가 인상적이다.


“오. 엄청 귀여운데?”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런 기분일까?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

녀석이 너무 깜찍하고 귀여워서 다른 생각 따윈 들지 않는다.


녀석은 나를 향해 뭐라 뭐라 떠들어댔다.

비록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대충 그 의미는 짐작할 수 있었다.


“네 이름이 닉스라고?”


닉스면 물의 하위 정령.

녀석의 몸 주변으로 가느다란 물의 띠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게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정말 신비롭네.’


정령을 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경이로울 줄이야.

그나저나 이름이 닉스라니.

어린 시절 즐겨 입던 청바지 회사 이름과 똑같은데 뭔가 좀 어색한 기분이다.


“내가 새로 네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


환호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요정.

정령술사가 되면 소환한 정령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모양이다.


“음. 뭐가 좋을까. 그렇지! 물의 정령이니까 수아 어때? 물 수자에, 아이 아자를 따서.”

“뀨뀨!”


녀석도 수아란 이름이 마음에 드나 보다.

그런데 소환을 해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소환 해제.”


이내 수아가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사라진다.


“재밌네, 이거.”


상태창을 확인했더니 마력이 겨우 5 줄어있다.

녀석을 소환하는 데 필요한 마력량이 5란 뜻.


“이 정도면 부담은 없겠네.”


혹시 몰라 다른 스킬도 시전해 봤지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정령 소환 하나뿐이었다.

탑 밖에서 사용 가능한 스킬이라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다시 수아를 소환하고는 녀석과 함께 사장실을 떠났다.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각이었으니까.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저녁 10시가 넘은 시각.

부임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면 직원들도 곤란할 것이다.

솔선수범은 좋지만, 그것도 적당히 해야 욕을 먹지 않겠지.


#


사장실을 나와 복도를 걷고 있는데 수아가 자꾸 어디론가 나를 이끈다.


“왜 그러는 거야?”

“뀨뀨!”


녀석이 이끈 곳은 해동이가 공장 견학을 하면서 제일 처음 소개해 준 국실이었다.


“여긴 왜?”

“뀨뀨!”

“뭐? 저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국실은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잘못하면 균이 오염될 수 있는 만큼 마스크를 시작으로 무균 모자와 무진복. 무균 장갑과 무균화 등으로 단단히 무장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벽에 걸린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국실 안으로 들어간다.


“뭘 하려고?”


수아는 물탱크를 가리켰다.


“뚜껑을 열어 보라고?”

“뀨!”


이게 뭔 일인가 싶지만, 수아는 내가 새로운 스킬을 얻은 이후 처음으로 소환한 정령.

딸이라고 하면 이상하겠지만, 나름 각별한 존재다.

수아가 하라는 대로 뚜껑을 열었다.

탱크 안은 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그걸 본 수아가 고사리 같은 양손을 불끈 쥐더니.


“후으읍!!”


탱크 안에 가득 들어있던 물을 먹어 치우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손 하나 대지 않고 순전히 흡입만으로.

공중으로 솟구친 물기둥이 수아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에 입을 다물기 어렵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룩해지는 수아의 배.

저러다 터져버리는 게 아닌가 싶지만, 수아의 표정은 의젓하기만 하다.

더 놀라운 것은, 탱크 안의 물 양에 비해 수아의 배는 훨씬 적은 양을 수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압축이라도 시킨 건가?’


물리법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이다.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내 탱크 안에 들어있던 물을 모조리 먹어 치운 수아의 몸이 밝게 빛나더니.


“뿌우우!”


코끼리도 아니고 도로 탱크 안으로 물을 뱉기 시작한다.

놀라운 속도로 다시 채워지는 탱크.

수아는 만족했다는 얼굴로 양손을 이용해 자기 배를 두들기더니 돌연 내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다.


“쿠우울.”


하위 정령이라서 방금 한 행위로 체력을 모두 다 쓴 걸까?

조심스럽게 수아를 어깨에서 내려 손안에 품었다.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균복을 입은 상태로 걸어서 집까지 이동한다.

무균복을 벗거나 차를 운전하게 되면 수아가 깰지도 모르니까.

집에 도착한 뒤에야 깨달았다.


“아차! 그냥 소환 해제하면 되는 거였잖아!”


어쩔 수 없다.

검사라면 모를까 난 초짜 정령술사니까.


#


그날 이후 업무를 익히는 데 매진했다.

지금 당장은 뭔가를 바꾸기보다 기존에 있는 걸 배우고, 개선해야 할 사항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겠지.

그러던 어느 날.

사장실에서 조용히 업무를 보고 있는데, 웬일인지 밖이 시끄럽다.

본부장인 해동이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형! 혹시 국실에 들어갔어?”

“국실? 그렇긴 한데. 왜?”

“입국 상태가 이상해.”

“입국 상태?”

“안 되겠다. 가서 직접 보고 이야기하자.”


나는 해동이의 팔에 붙잡혀 무작정 국실로 끌려갔다.

국실 주변으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직원들의 얼굴이 보인다.


“왜? 뭐가 어떻게 됐는데?”

“이것 좀 봐봐!”


해동이는 고두밥 표면에 백군균이 하얗게 묻은 쌀알을 내게 건넸다.

색깔이 약간 회갈색으로 변해 있고, 솜털 같은 포자가 붙어 있다.

손으로 만졌을 때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지 않고 불쾌한 냄새도 나지 않은 것이 백군균이 쌀에 제대로 안착한 모양.


“이게 왜?”

“우리가 전에 만든 거랑 달라. 대체 뭘 한 거야?”


응? 전엔 뭐가 어쨌길래?


작가의말

이어서 3화가 오후 2시 50분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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