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해안 님의 서재입니다.

진화하는 무인도 힐링 농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은빛해안
작품등록일 :
2023.05.10 11:40
최근연재일 :
2023.05.18 12: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815
추천수 :
89
글자수 :
56,820

작성
23.05.17 12:20
조회
94
추천
4
글자
12쪽

옥수수를 수확하다.

DUMMY

“마법사요?”

희준이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은채 질문했다.


“그렇다네. 나는 전 세계를 떠돌다 이 거북이 섬에 정착했지. 아주 살기 좋은 곳이야, 흠흠.”


“그렇군요, 아무튼 전 희준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허허. 예의바른 청년일세. 자네는 믿을 만 한 것 같으니, 이 늙은이의 부탁 좀 들어줄 수 있겠나?”


“부탁이요?”


“그래. 사실 내가 좀 대식가라네. 저기 나뭇잎이 없이 앙상한 나무들이 보이나? 부끄럽다만 모두 내가 식사로 활용해서 그런거라네.”


“...나뭇잎을 드셨다고요?”


희준이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엘릭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렇다네. 사실 나는 인간이 아닐세. 이 모습으로 생활하는게 편해서 이 모습을 취하고 있을 뿐, 내 진짜 정체는 따로 있다네.”


“정체가 뭔데요?”


“아주 커다랗고 강인하며, 코가 긴 동물이지. 어때, 상상도 안가지?”


‘누가 들어도 코끼리잖아.’


희준이 눈 앞의 노인을 더욱 수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래서 부탁이라는게 뭔데요?”


“그래. 본론으로 넘어가지. 나는 이 섬에 오고나서, 섬 밖에서 챙겨온 식량과 섬의 나뭇잎으로 버티고 있었다네. 그런데 챙겨온 식량이 바닥나 버리고 말았어. 이 몸은 대식가라네. 나뭇잎에만 의존했다가는, 금세 이 섬의 나뭇잎을 다 먹어버리고 말거야.”


“그렇다면... 저희 텃밭에서 작물을 좀 나눠달라는 말씀인가요?”


“눈치가 빠른 청년이구만! 하지만 난 그렇게 양심 없는 마법사가 아닐세. 거래를 하지, 자네의 작물은 정당히 돈을 주고 구매하겠네.”


“하지만 이 섬에선 돈이 쓸모가 없는 걸요.”


아예 쓸모가 없지는 않았다. 한 달에 한번 오는 펠리컨 유랑 상인 퓨리에게 골드를 지불하고 물건을 살 수 있지만,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고 살 수 있는 물건도 한계가 있었다.


“쓸모가 없긴. 나도 한때는 상인이었지, 나에게 물건을 사게나. 밖에서는 구할 수 없는 희귀한 물건이 있다네!”


“희귀한 물건이요?”


“그래, 보여주지. 잠시만 여기 있게나.”


희준 앞에 있던 엘릭이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뿅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고 다시 나타났다.


“이거일세.”


엘릭의 손에 들린 건 삼각형 병에 담긴 정체불명의 무지개 빛깔 액체였다.


“...이게 뭐죠?”


“이걸 마시면 특정 마법에 대한 지식이 흡수되지. 자네도 나 같은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걸세. 이 음료는 내 인생의 역작이지!”


조금 흥미가 끌리는 희준이었다. 마시기만 하는 걸로 마법을 배우게 된다니, 구미가 당겼다. 저걸 마시면 왕왕이처럼 입에서 불을 뿜는 것도 가능해질지도 몰랐다.


“어떤 마법을 배우게 되나요?”


“그건 무작위라네, 화염의 구체를 소환하는 마법을 배울 수도 있고, 동물을 조련하게 해주는 마법을 배울 수도 있지. 자네의 운에 맡기는 걸세.”


“음...”


고민하는 희준. 어차피 작물도 슬슬 넘쳐나겠다, 처리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희준이었다.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좋아요! 마침 양파가 많이 있거든요. 양파 하나 당 얼마 정도 할까요?”


“바깥 시세로는 100골드 정도 하네만, 이 곳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150골드로 구매하지. 어떤가?”


“음...좋아요! 거래는 언제하죠?”


“지금 바로 하지. 먼저 가 있겠네!”


뿅 하고 사라진 엘릭. 당황한 희준이 두리번 거렸다.


“...미로, 왕왕아. 우리도 돌아가자.”


***


오두막으로 돌아온 희준 일행. 오두막에는 엘릭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어디, 양파 좀 보여줄 수 있겠나?”


“따라오세요.”


희준이 엘릭을 아공간 냉장고로 안내했다. 냉장고를 열자, 넓은 냉장고 안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양파가 눈에 들어왔다.


“오, 전부 상태가 좋구만! 바로 구매해도 되겠나?”


“그러죠. 60개니까 9000골드. 맞죠?”


“맞다네!”


엘릭이 손에 든 지팡이를 휘두르자 냉장고 안에 있던 양파가 뿅 하고 사라졌다.

희준에게 바로 9000골드를 건내주는 엘릭.

희준이 마법을 배울 생각에 들뜬 채로 질문했다.


“그럼 그 마법 음료는 얼마나 해요?”


“매직 드링크 말인가? 10만 골드 일세.”


“10만 골드요?!”


“왜, 너무 저렴한가?”


“음...아니에요.”


조금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마법의 미음자도 모르는 자신이 마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는데 그 정도 값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허허. 걱정말게. 자네 작물이 자라는 속도를 보니 돈은 금방 모일테니. 거기다 늪지대를 탐사하려면 마법이 꼭 필요할걸세. 거긴 위험한 몬스터가 있거든.”


몬스터라니, 아무래도 상위 지역이 해금될수록 위험해 지는 듯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거래는 끝난거죠?”


“그래. 다음에 또 봅세!”


희준이 채 인사도 하기 전에 엘릭이 뿅하고 사라졌다.


“...뭔가 진이 빠지는 마법사님이네.”


“그렇다냥.”


“희준, 배고프다, 팽.”


소란 속에서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자던 아델이 배가 고파지니 일어났다.


“하하. 저녁먹고 자자.”


희준이 감자 조림과 사탕수수 볶음을 요리해서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식사를 하고나자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


[빙의 16일차]


“전원 기상!”


희준이 고함을 지르며 일어났다.


“뭐냐, 팽!”


“냐아앙!”


“왕왕!”


화들짝 놀란 아델과 미로, 왕왕이.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맛있는 옥수수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고!”


“옥수수 말이냐, 팽?”


“그래! 빨리 아침 먹고 수확하자!”


희준이 아침부터 난리를 친 이유는 바로 옥수수 수확철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달콤한 옥수수! 생각만해도 행복했다.


“오늘 아침은 구운 감자랑 사탕수수 먹자.”


“알겠다냥.”


“왕왕아, 모닥불에 파이어 브레스!”


“왕!”


희준이 감자를 양파 잎에 감싸 모닥불 안에 넣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며 구워지는 감자. 고소한 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았다.


희준이 감자에 나무 젓가락을 집어넣었다. 저항없이 푹 들어가는 나무 젓가락.


“다 됐다! 먹자.”


희준과 아델, 미로, 왕왕이가 구운 감자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호호 불어먹는 희준과 다르게 왕왕이는 한 입에 삼켰다. 요즘들어 먹성이 더 좋아진 왕왕이였다.


아침을 다 먹은 희준 일행.


“아침도 다 먹었으니 이제 대망의 옥수수 수확을 해볼까?”


희준과 일행이 옥수수 밭으로 향했다.


“아델, 오늘은 너도 옥수수 수확 좀 도와줄래?”


“음...알겠다, 팽.”


희준이 잘 여문 옥수수 하나를 똑 때어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델과 미로도 똑같이 따라했다.


“이건 어떻게 먹는거냐, 팽?”


“구워도 되고, 냄비도 있으니까 삶을 수도 있겠다. 그러고보니 감자도 삶아 먹을 수 있겠네.”


“무슨 맛일까 두근거린다냥.”


“그럼 오늘 점심은 삶은 옥수수랑 삶은 감자로 하자.”


단순 노동을 반복하자 어느덧 이마에 땀에 송글송글 맺혔다. 하지만 얼른 옥수수를 삶아 먹을 생각에 쉬는 시간 따위 갖고 싶지 않았다.


다 같이 열심히 옥수수를 수확하자, 그 많던 옥수수가 순식간에 수확됐다. 옥수수 개수는 총 27개였다.


“이제 점심 먹자!”


마침내 수확을 마친 희준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 희준과 똑같이 땀을 닦는 아델과 미로.


“냄비에 물 떠 오겠다냥.”


미로가 냄비에 물을 뜨러가고, 희준과 아델은 옥수수를 6개 빼고 모두 냉장고로 옮겼다.


4개는 먹고 2개는 씨앗을 채종하기 위해서 였다. 희준이 옥수수 낱알을 긁어 모았다.


낱알 개수는 총 823개가 나왔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모닥불 앞에 모인 희준 일행.


“이제 삶아볼까?”


희준이 옥수수의 껍질을 벗긴 다음 냄비에 넣고 모닥불 위에 올렸다.


“이제 기다리자.”


희준과 일행이 모닥불만 하염없이 바라본 채 멍을 때렸다.


화르륵.


꼬르륵.


장작이 불 타는 소리와 배꼽시계가 울리는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고.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이 쯤이면 됐을려나?”


희준이 조심스럽게 냄비를 내린 다음 옥수수 하나를 꺼내보았다.


후- 후-


희준이 뜨거운 옥수수를 후후 불며 식힌 다음, 조심스럽게 이를 갖다 대었다.

혀 끝에 감도는 탱글탱글한 촉감. 희준이 참지 않고 바로 옥수수를 베어 물었다.


“음!”


베어 물자마자 입안에 퍼지는 단물. 탱탱한 옥수수 알을 씹을수록 단물이 쫙쫙 퍼져나와 입안을 적셨다.


“맛있다. 애들아, 너희도 먹어봐.”


“잘 먹겠다, 팽!”


“잘먹겠다냥.”


“왕왕!”


아델이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옥수수를 탐욕스럽게 탐닉했다.


와구와구.


희준 일행이 동시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왕...으르릉.”


반면에 왕왕이는 옥수수를 먹는데 애를 먹고 있었는데.


“왕왕아! 옥수수 심은 먹는거 아니야.”


왕왕이는 옥수수를 사탕수수 먹듯 심까지 씹어 먹으려 하고 있었다.


“내가 잡아줄게.”


결국 옥수수를 희준이 잡아주고 먹는 법을 알려주었다.


“왕왕!”


비로소 왕왕이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감자도 삶아서 먹어볼까?”


“이번엔 내가 물 떠오겠다, 팽.”


이번에는 아델이 물을 떠오겠다고 나섰다. 아델과 미로는 자주 티격태격하는 것 같으면서도, 일 할때는 협력을 잘했다.


물 뜨러 갔던 아델이 돌아오고. 희준이 이번에는 감자를 냄비에 넣고 모닥불 위에 올렸다.


또 다시 시작된 멍 때리기 시간.


모두가 아무 말 없이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고. 중간에 나비 한 마리가 왕왕이의 코에 앉았으나 왕왕이도 곧 삶아질 감자에 집중하느라 나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화르륵-


꼬르륵.


다시 한번의 하모니. 또 다시 30분 정도 지났을까.


“이제 먹자!”


희준이 이번에는 잘 됐는지 확인 하지도 않고 먹자고 했다. 아무래도 30분 정도를 두 번이나 기다리는 건 고역이었다.


희준이 조심스럽게 냄비 물을 버리고, 감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껍질을 깐 다음.


후- 후-


냠!


“아, 뜨거버.”


뜨겁지만 포슬포슬한게 매우 맛있었다. 구운 감자보다 부드러운게 식감이 매우 좋았다.


“맞다, 소금.”


희준이 오두막에서 소금을 챙겨 왔다.


“역시 삶은 감자에는 소금이지.”


감자를 소금에 찍어먹으니 짭조름한 맛과 감칠맛이 적당히 어우러지며 매우 맛있었다. 희준 뿐만 아니라 아델과 미로, 왕왕이도 삶은 감자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배부르다.”


“배부르니까 졸리다, 팽.”


“그럼 오늘도 낮잠이나 자볼까?”


“...좋다냥.”


“미로, 솔직하니까 보기 좋네.”


희준이 미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르릉-


행복하다는 듯 고양이 소리를 내는 미로. 희준은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지만, 왜 사람들이 고양이의 집사가 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자, 낮잠 자러 가자.”


희준 일행이 모두 오두막으로 향하려는데. 상태 메시지가 떴다.


[거북이 섬이 자신도 옥수수가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보상: 잊어버렸던 것]

[거절 시: 또 잊어버릴지도]


“애들아,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나는 거북이 섬한테 옥수수 바치고 올게.“


희준이 옥수수를 들고 제단에 찾아갔다. 언제나처럼 제단에 옥수수를 올려두자 뿅 하고 사라지는 옥수수.


[거북이 섬이 다음번엔 삶은 걸로 달라고 말합니다.]

[보상]

[나무 의자 4개]


“오, 의자다! 애들아, 일어나봐!”


드디어 식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희준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화하는 무인도 힐링 농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배드민턴을 하다. +1 23.05.18 98 11 11쪽
» 옥수수를 수확하다. 23.05.17 95 4 12쪽
9 사람을 만나다. +1 23.05.16 116 7 11쪽
8 아델에게 너무해. 23.05.15 125 3 11쪽
7 바비큐 파티를 하다. 23.05.14 142 7 12쪽
6 고양이를 구하다. 23.05.13 161 9 11쪽
5 사탕수수는 달콤해 23.05.12 169 10 11쪽
4 오두막이 생기다. 23.05.11 189 10 11쪽
3 농사를 시작하다. 23.05.10 201 9 11쪽
2 왕왕! 23.05.10 216 9 13쪽
1 살아있는 무인도 23.05.10 304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