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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해안 님의 서재입니다.

진화하는 무인도 힐링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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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해안
작품등록일 :
2023.05.10 11:40
최근연재일 :
2023.05.18 12: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775
추천수 :
86
글자수 :
56,820

작성
23.05.13 13:19
조회
156
추천
9
글자
11쪽

고양이를 구하다.

DUMMY

“음흠흠, 음흠흠, 음흠흠-”


희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탐사 준비를 마쳤다. 탐사 준비라고 해봤자 가방을 맨 채로 검을 한 손에 들고, 왕왕이를 머리 위에 올리는게 전부였다.


“자, 가자!”

“앙앙!”


희준과 왕왕이가 가볍게 발걸음을 떼었다. 속보로 걷는 희준. 숲으로 가까워질수록 풀내음이 짙어지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여기서부터는 숲이니까 조심하자.”


“왕.”


드넓게 펼쳐져있던 초원이 끝나고, 나무가 빽빽해지기 시작할 때 쯤. 희준이 경계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역이기 때문에 뭐가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경계심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어? 저거 설마?”


희준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헐레벌떡 뛰어갔다. 도착한 곳은 어떤 나무의 앞. 희준이 곧장 손을 뻗어 목표물을 따냈다. 그 정체는 새빨간 색에 둥글둥글한 사과였다.


“역시 새로운 채집거리가 있을 줄 알았어!”


희준이 기쁜 마음으로 사과를 옷으로 뽀득뽀득 닦았다. 그리고는 말할 것도 없이, 곧장 한 입 베어 물었다.


사각사각. 냠냠.


“음, 잘 익었네.”


씹자마자 아스러지며 입 안 가득히 퍼지는 단물에 희준의 행복도가 올라갔다. 뿐만 아니라 적당한 새콤함이 단 맛을 물리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와왕!!!”


역시나 왕왕이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리 없었다. 희준의 입에 물려있는 사과에 거침없이 달려드는 왕왕이.


“하하하. 알았어, 줄게. 기다려!”


희준이 왕왕이를 겨우 뜯어 말리고, 왕왕이가 사과를 베어 먹을 수 있게끔 잡아주었다.


“왕...냠냠.”


“맛있게도 먹네.”


순식간에 사과 하나를 끝내는 왕왕이. 희준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더 챙겨가서 아델 한테도 주자.”


희준이 사과 나무에서 사과를 몇 개 더 따서 가방에 넣었다. 다행히 사과 나무는 몇 그루 더 있었다. 앞으로도 이 곳에 와서 사과를 따먹으면 될 것 같았다.


“이제 다시 가자.”


희준이 사과 씨앗까지 먹으려는 왕왕이를 제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희준의 발걸음은 몇 발자국 가지 못했다 .


“어? 이건 버섯이잖아?”


희준이 나무 밑동 부근에 펴 있는 버섯 몇 개를 발견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갈색을 띈 채 수수한 버섯.


“이거 먹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와아앙...”


독버섯이면 먹었다가 위험할 수도 있다. 희준이 버섯을 향해 입을 들이대는 왕왕이를 있는 힘껏 제지하며 고민했다.


“아! 거북이 섬한테 물어보자.”


희준이 버섯을 따서 손에 들었다.


“거북이 섬아. 이거 먹을 수 있는 버섯이야?”


그러자 곧장 답장이 돌아왔다.


[거북이 섬이 사과를 바치면 답을 알려주겠다고 말합니다.]


“......”


뭔가 맥이 빠진 희준. 이런 식으로 딜을 하다니, 거북이 섬도 수준급인게 분명했다.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챙기자.”


희준이 버섯을 따서 가방에 넣었다. 가방이 묵직해지니 마음도 풍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다시 가볼까.”


희준이 이번에야말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은 채집 거리도 없었고,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냥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공기는 진짜 좋네.”


희준이 숨을 크게 들이 마쉬었다. 그리고 다시 내쉬는데...


“냐아아아아아아앙!!!”


“켁켁, 뭐야?!”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고양이의 비명소리에 희준이 사래가 들렸다.


“왕왕왕!”


왕왕이도 놀랐는지 마구잡이로 짖어대고.


“뭐지? 어떻게 하지...?”


희준이 고민했다. 이대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봐야 하나, 말아야하나.


괜히 갔다가 위험한 일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르는 고양이를 무시하기에는 희준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힐링 게임인데, 위험해봤자 얼마나 위험하겠어.”


결심을 굳힌 희준이 검을 치켜 들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왕왕아, 내 뒤에서 조심히 있어. 짖지 말고.”


“왕...”


왕왕이는 다행히도 이런 때는 말을 잘 들어주었다. 속삭이듯 ‘왕‘으로 대답하는 왕왕이.


희준이 조심조심 전진했다. 그러자 나무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갈색 동물. 그것이 무언가와 대치하고 있었다. 희준이 갈색 동물의 정체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맷돼지잖아?’


멧돼지는 생각보다 위험한 동물이다. 꽤 위험한 상황. 힐링 게임이라고 얕보던 벌일까. 희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지?’


희준이 갈등하는 사이.


“크엉!”


맷돼지가 신음 소리를 내며 뒤로 몇발자국 물러났다.


“덤빌테면 빨리 덤벼라냥!”


희준이 자동으로 맷돼지를 공격한 장본인에게 눈이 갔다. 장본인은 바로 두 발로 서있는 고양이였다. 두 발로 선 채 한손에 검을 든 검은 고양이.


“크어엉!”


고양이의 도발에 맷돼지가 더 사납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잠시 후 라도 맷돼지가 고양이를 덮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희준이 결단을 내렸다. 짐승은 불을 무서워 하는 법. 적당히 경고만 하면 멀리 도망칠게 분명했다.


“왕왕아, 파이어 브레스!”


“왕!”


왕왕이가 입에서 거센 불을 뿜었다.


화르륵-


희준의 생각보다 거센 화염이 맷돼지의 전신을 덮쳤다.


“크어엉!”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맷돼지가 날뛰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날뛰다가, 희준을 발견하고는 희준에게 달려오는 맷돼지.


“큭!”


희준이 검을 치켜들고 자세를 잡았다. 맷돼지가 희준을 덮치는 순간. 희준의 검이 맷돼지의 정수리를 정확히 노렸다.


“크엉...”


일격에 쓰러진 맷돼지. 옛날의 희준이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겠지만, 게임에 빙의하고 전투 스킬 레벨이 오른 희준의 무력을 보통의 맷돼지가 당해낼 수 없었다.


“쫓아내기만 하려 했는데, 쓰러뜨려 버렸네...”


[‘전투’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근력과 체력, 순발력이 상승합니다.]

[상처와 체력이 회복됩니다.]

[전투 Lv.3]


[아기 드래곤이 레벨업하였습니다!]

[Lv.2 -> Lv.3]

[상처와 체력이 회복됩니다.]

[스킬 ‘콜링 레인’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래도 레벨도 올랐으니 뭐...”


희준이 떠오른 상태 메시지를 뿌듯하게 바라봤다.


“콜링 레인은 뭐지?”


희준이 ‘콜링 레인’ 이라고 써진 상태 메시지에 손을 갖다 대자, 설명이 나타났다.


[30퍼센트 확률로 1시간 동안 비를 내린다.]

[쿨타임: 하루]


“오, 이거면 작물에 일일이 물 줄 필요는 없겠다!”


희준이 왕왕이를 쓰다듬으며 좋아했다. 왕왕이도 레벨업해서 기쁜지, 덩달아 신이 난 채 희준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그런데 그 때.


“흠흠!”


고양이가 헛기침을 하였다.


“아 맞다, 너가 있었지?”


희준이 뒤늦게 고양이의 안전을 살폈다. 고양이는 상처 없이 멀쩡해 보였다.


“일단 구해줘서 고맙다냥. 뭐, 인간이 안 도와줬어도 내가 쓰러뜨렸을 테지만.”


“그래? 하하... 고맙긴 뭘. 그나저나 넌 여기서 뭐하고 있었니?”


“이 몸은 탐험가다냥! 거북이 섬을 탐험하는 중에 저주에 휩쓸려 망령이 됐었다냥.”


“그렇구나...그럼 안녕.”


발걸음을 때는 희준. 그런데 그런 희준을 고양이가 막아섰다.


“버리고 가지 말라 냥!!!”


“왜?”


“...도움을 받았으면 사례를 해야하는 법 아니겠냥? 나 그렇게 파렴치한 고양이 아니다냥.”


‘이 전개 어디서 겪은 것 같은데...’


무언가 익숙함을 느낀 희준이 멋쩍게 웃었다.


“어떻게 도와주고 싶은데?”


“이 맷돼지, 맛있을 것 같지 않냐 냥?”


“그렇긴한데, 옮기기에 너무 무겁지 않을까? 그리고 손질하는 법도 모르고...”


“맡겨둬라냥!”


고양이가 반쯤 익은 맷돼지를 향해 가더니 짧은 양 팔을 벌려 맷돼지를 번쩍 들어올렸다.


“우와! 너 힘 되게 세다!”


“헤헤...고맘다냥.”


쑥스러워하는 고양이. 두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귀여웠다. 힘이 세고 탐험가라길래 성격도 거칠 줄 알았는데, 그런건 아닌 듯 싶었다.


“그런데 탐험가라니, 어디서 왔어?”


“저 멀리 바다 건너 배 타고 왔다냥. 오고 나서 얼마 안되서 저주에 휩쓸렸다냥.”


“배? 그럼 그 배를 찾으면 이 섬에서 나갈 수도 있겠네?”


희준이 별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 그 순간.


[거북이 섬이 섭섭하다고 말합니다.]


“아하하, 다 듣고 있었구나.”


[거북이 섬이 어물쩍 넘어가지 말라고 말합니다!]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안떠날게.”


[거북이 섬이 어차피 배는 낡고 부숴져서 못쓸 거라고 말합니다.]


“안나가게 하려고 거짓말 치는거 아니야?”


희준이 짓궂게 물어보자.


[...거북이 섬에게 사과해라 ㅠㅠ]

[수락 시: 보상 없음]

[거절 시: 지진, 홍수, 가뭄]


“야! 아무리 삐졌어도 자연재해 폭탄은 아니지!”


거북이 섬은 희준이 계속해서 어르고 달래고 나서야 겨우 풀어졌다.


“그런데 우리 어디가는거냥?”


고양이가 아무 말 없이 희준을 따라오다가 이제야 물어봤다.


“응, 초원에 오두막이 있는데 거기서 살고 있어. 나랑 왕왕이 말고도 한 명 더 있어.”


“알았다냥.”


“그런데 넌 이름이 뭐야?”


“미로라고 한다냥.”


“귀여운 이름이네. 난 희준이라고 해.”


“헤헤...고맙다...냥.”


희준은 고양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숲을 걸었다. 그러자 희준 일행이 얼마 안가 초원의 오두막으로 복귀했다. 그런 일행을 밭에 물을 주고 있던 아델이 발견하고는.


“저 거대한 동물은 뭐냐아, 팽!!!”


맷돼지를 본 아델이 헐레벌떡 바닷가 쪽으로 도망쳤다.


“하하하, 우리가 잡은 사냥감이야. 아델 겁쟁이네.”


“저 뚱뚱한 새가 희준이 말한 친구냥?”


뚱뚱한 새라는 말이 도망치던 아델의 심기를 건드렸다.


“뭣! 내가 어디가 뚱뚱하냐, 팽! 펭귄은 원래 이렇다!”


“알았다냥- 예민하게 굴지 말라냥.”


맷돼지를 내려 놓은 미로가 앞발을 핥으며 말했다.


“저 동물, 어딘가 짜증난다, 팽...”


그런 미로를 아델이 째려보고. 둘 사이의 묘한 신경전이 형성되었다.


“자자, 사이좋게 지내야지. 오늘은 먹을 것도 많은데 기분 좋게 보내자.”


“오, 뭐 좀 가져왔냐 팽!”


먹을 거라는 이야기에 아델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런 아델을 미로가 알기 쉽다는 듯 쳐다봤다.


“응, 이 맷돼지 구워서 먹자. 그리고 사과랑 버섯도 캐왔어.”


희준이 가방에서 사과와 버섯을 꺼냈다.


‘아, 그러고 보니.’


희준이 제단에 사과를 바치며 물었다.


“내가 캔 버섯 먹을 수 있는거야?”


그러자 사과가 제단에서 사라지며 상태 메시지가 나왔다.


[거북이 섬이 사과가 참 맛있었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이 섬에는 독버섯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구나! 그럼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네.”


희준이 기쁜 표정으로 버섯의 흙을 털고 한 입 깨물었다. 버섯 특유의 감칠맛과 흙내음이 입 안 가득 퍼지며, 건강해지는 듯한 맛을 선사해 주었다 .


“오, 맛있어!”


“희준, 맷돼지 안먹을거냥?”


제자리에 서서 천천히 버섯을 음미하고 있는 희준을 미로가 재촉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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