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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해안 님의 서재입니다.

진화하는 무인도 힐링 농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은빛해안
작품등록일 :
2023.05.10 11:40
최근연재일 :
2023.05.18 12: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816
추천수 :
89
글자수 :
56,820

작성
23.05.10 12:00
조회
304
추천
10
글자
11쪽

살아있는 무인도

DUMMY

이희준. 25세.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지친 희준은 힐링을 하기 위해 게임 ‘터틀 아일랜드’를 구매했다.


이 게임은 농사가 주된 컨텐츠다. 그뿐만 아니라, 이 게임의 배경은 무인도인데 무인도의 정체가 바로 거대한 거북이 정령이라는 점이다. 거북이에게 맛있는 먹이를 줄수록 새로운 지역이 해금되고, 만족도에 따라 보상을 준다는 점이 재밌어 보였다.


희준은 이 게임을 플레이할 생각에 들 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 속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른 희준은, 눈을 뜨니 그 게임 속에 빙의해있었다.


***


[거북이 섬이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어서 제단에 음식을 바쳐주세요!]

[거북이 섬이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어서 제단에 음식을 바쳐주세요!]

*

*

[거북이 섬이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어서 제단에 음식을 바쳐주세요!]

[보상: 엄청난 것.]


“하...”


희준이 자신의 눈 앞에 주르륵 뜬 상태 메시지에 한 숨을 푹 쉬었다. 눈 앞의 메시지는 더불어 주위를 둘러본 결과, 자신은 아무래도 게임 속에 빙의한 듯 했다.


“...어떡하냐, 진짜.”


희준이 밀려오는 걱정에 한숨을 쉬었다. 느닷없이 게임 속에 빙의하다니. 앞으로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생활을 할 생각에 걱정이 밀려온 것이다.


“걱정만 해서 뭐하겠어. 뭐라도 하자.”


한참동안 앉아있던 희준이 드디어 일어났다.

기본적으로 ‘터틀 아일랜드’는 힐링 게임이다. 따라서 다른 게임에 비하면 위험 요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희준이 있는 곳은 바로 무인도. 이제부터 자급자족 해야한다.


‘일단 저기로 가보자.’


희준이 눈 앞의 목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목표에는 금방 도착했다. 그 정체는 바로 거대한 거북이 조각상. 조각상의 앞에는 음식을 바치는 제단도 있었다.


‘분명 게임 설명에 따르면 이 주위에 보급 상자가 있다고 했는데.’


희준이 거북이 조각상의 주위를 빙 둘러 걸었다. 그러자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희준이 뜸 들이지 않고 곧장 상자를 열었다.


[가방, 빵 10개, 물 5병, 낡은 검]


희준이 검은 손에 들고, 나머지 물건들을 가방에 넣고 등에 매었다. 그리고는 걷기 시작했다.


‘일단 이 숲이 안전한지부터 확실하게 살펴보자.’


자신이 터틀 아일랜드에 빙의했다는 사실은 대강 알아차렸지만, 혹시 모를 다른 변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 희준은 일단 조심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넓은 초원을 걷는 희준.


봄 정도 되는 날씨에 속보로 걷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상쾌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열을 식혀주었다.


짹짹-


거기다 이따금씩 들리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


“...경치는 좋네.”


희준은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으나, 지금은 어째선지 마음이 상당히 안정되었다. 그렇게 몇 분 정도 걷자 희준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저게 뭐지?”


나무 몇 그루 너머에 보이는 바닷가. 그리고 정체불명의 생물. 회색빛의 새 같은 커다란 생물체가 희준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생물의 주위에 있는 땅이나 나무까지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저주받은 땅인가.”


희준이 게임 설명을 떠올렸다. 저주받은 땅. 토지가 생기를 잃고, 생물들도 망령이 되어버린 지역이다. 거북이 섬에게 맛있는 음식을 바치면, 땅과 생물들이 차례차례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일단 돌아가자.”


희준이 발걸음을 돌려 조각상 앞으로 돌아왔다.


[거북이 섬이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어서 제단에 음식을 바쳐주세요!]

[보상: 엄청난 것.]


“알았어, 알았다고.”


희준이 지친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맛있는 음식이라. 희준이 현재 갖고 있는 음식은 빵 열 개. 희준이 빵 한 개를 가방에서 꺼내 제단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자 눈 앞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빵. 마치 어딘가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사라졌다.


[거북이 섬이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말합니다!]

[특별 스타팅 보상]

[감자 씨앗 10개, 양파 씨앗 10개, 나무 괭이, 정체불명의 알, 나무 줄기 천막]


“오?”


제단 위에 보상으로 받은 씨앗 주머니와 나무 괭이, 정체불명의 알이 나타났다.


“나무 줄기 천막은 뭐길래 여기 없지?”


이럴 줄 알았으면 게임 영상이라도 미리 봐둘걸 하고 후회하는 희준이었지만 이제와서 소용 없었다. 그 때.


쿠구구-


“뭐, 뭐야?”


제단 앞에 서있던 희준의 뒤에서 굉음이 울러퍼지자, 희준이 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 그런 희준의 앞에는 기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무가...”


커다란 나무에 달린 나무 줄기와 나뭇잎이 자기들 멋대로 움직이며 얽히고 섥히더니,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천막을 만들어 내었다.


[거북이 섬이 여기서 먹고 자라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천막을 지어주는 거구나.”


하기야 거북이 섬은 정령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이 곳은 게임 속 세상이다.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게 없다는 말이다.


“음...”


잠시 망설이던 희준이 천막 안을 들여다보았다.

천막 안은 의외로 쾌적했다.

커다란 나뭇잎이 촘촘히 천장을 덮고있어 햇빛이 들어오는 일이 없었고, 바닥에는 푹신푹신하고 깨끗한 나뭇잎이 깔려있어 침대만큼 편했다.

거기다 나뭇잎에는 향긋한 냄새가 났는데 벌레를 좇는 효과까지 있는지, 희준을 향해 날아오던 모기 한 마리가 천막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멀리 피해 돌아가고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네.”


희준이 천막의 퀄리티에 만족하며 빵을 하나 꺼내 먹었다. 그 감상은... 아무 맛도 안난다. 유럽에서는 빵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밍밍하게 먹는다던데, 그걸 반영한 듯 했다. 그나마 우물우물 씹고 있자 그래도 탄수화물인지 단 맛이 조금 나기 시작했다.


일단 잘 곳도 생겼겠다, 배도 채운 희준. 다음 문제는...


“역시 농사를 해야하는 건가?“


희준이 제단 위에 놓여진 씨앗 주머니와 나무 괭이를 손에 들었다. 희준이 가진 식량은 빵 8 개가 전부다. 언제까지고 빵 여덟 개 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는 일. 직접 식량을 자급자족하려면 농사밖에 없었다. 다행인 점은 이 게임의 작물은 자라는게 현실보다 빨라서 하루에 빵을 두 개 정도는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좋아. 가만히 있는 것보다 우선 할 수 있는걸 하자.”


희준이 있는 곳은 넓은 초원이었는데, 딱봐도 텃밭으로 쓰기 딱이었다. 희준이 괭이로 밭을 갈기 시작했다.

희준은 허리가 쑤시고 다리가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체력 하나는 자신 있던 희준이었기에, 한번도 쉬지 않고 밭을 가는걸 끝냈다.


그 다음은 씨앗 심기. 희준이 적절한 간격으로 감자와 양파 씨앗을 놓고 흙으로 덮었다. 다음은 물을 줘야 하는데...


‘물병에 냇가의 물을 담아서 주자.’


희준이 물병의 물을 다 마시고, 아까 산책하면서 보았던 냇가로 가 물을 담았다. 희준이 일련의 과정을 마치자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노동으로 땀을 뻘뻘 흘린 희준이 천막 안에 몸을 대자로 뻗었다.


“후. 힘들다.”


천막 안에 누워있자 바람이 솔솔 들어오며 이마의 열을 식혀주었다. 희준은 이대로 낮잠이나 잘까 싶었지만...


‘맞다. 모닥불!’


모닥불이 있어야 밤에 체온을 유지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짐승이 접근하는 걸 막아준다. 희준이 서둘러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 헐레벌떡 일어섰다.


우선 불을 피울 통나무. 희준이 근처에 있던 작은 나무로 가, 검을 휘둘렀다, 희준의 생각보다 나무 하나를 베는데 상당한 힘이 들었다. 희준이 나뭇가지, 낙엽과 함께 잘린 통나무를 들고 천막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통나무에 검으로 작은 홈을 파고 나뭇가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제발 돼라...!’


비빈지 얼마나 되었을까. 슬슬 팔이 저리기 시작할 때 즈음. 다행히도 모닥불에 불씨가 붙었다. 희준은 겨우 붙은 불이 꺼질세라, 서둘러 낙엽을 올리고 후후 바람을 불어넣었다.


화르륵!


마침내 불씨가 큼지막해지고, 주위에 돌맹이를 두르자 모닥불 다운 모닥불이 되었다. 따뜻한 열기가 희준이 몸을 감쌌다. 어느덧 해도 지평선 너머 까지 져있었고, 희준은 슬슬 잘 준비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고보니 알...’


희준은 보상으로 얻었던 알을 제단에서 가져왔다. 뭐가 나올지는 몰랐지만, 거북이 섬의 보상으로 나온 거라면 필시 좋은 거일게 분명했다. 알을 껴안은 희준이 내일의 계획을 세우며 눈을 감고 있자, 어느덧 잠에 곯아 떨어졌다.


***


날이 밝았다. 다행히 밤 사이 아무런 짐승이 찾아오지 않았다. 다만 놀라운 점이 있었는데, 밤 사이 작물이 벌써 발목 정도까지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하기사 이 게임의 작물은 며칠만에 다 자라니 당연한 거겠지만.


희준이 일어나자마자 빵을 꺼내 한입 베어물었다. 역시나 그 감상은... 아무 맛도 안난다. 희준은 이 참에 먹을거리를 채집하러 가보기로 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 하루에 빵 두 개는 모자라다. 희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정도 걷자 산딸기 덤불이 나타났다. 희준은 기쁜 마음으로 산딸기를 채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입 먹자...


톡!


튀는 식감과 함께 새콤한 즙이 입안을 한가득 채웠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먹었던 산딸기보다 배는 새콤달콤한 맛이었다. 희준은 하나만 더, 하나만 더, 라는 마음으로 어느덧 덤불 하나의 산딸기를 전부 해치웠다.


‘이런...’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딸기 덤불은 주위에 더 있었다. 산딸기를 적당히 채집한 희준이 가방에 넣고, 다시 주위를 탐사했다. 그러나 다른 먹을 거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희준은 천막에서 너무 멀어지기 전에 돌아가기로 하고, 천막을 중심으로 다른 방향을 탐사해보기로 했다. 그렇게해서 천막으로 돌아온 희준. 그런데.


“그르릉!”


천막 안에서, 무언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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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농사를 시작하다. 23.05.10 201 9 11쪽
2 왕왕! 23.05.10 216 9 13쪽
» 살아있는 무인도 23.05.10 30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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