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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해안 님의 서재입니다.

진화하는 무인도 힐링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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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해안
작품등록일 :
2023.05.10 11:40
최근연재일 :
2023.05.18 12: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774
추천수 :
86
글자수 :
56,820

작성
23.05.10 12:00
조회
196
추천
9
글자
11쪽

농사를 시작하다.

DUMMY

“이건 그냥 구운 감자 아닙니까?”


“...그렇구나.”


“너무 낙담하지 마십시오! 구운 감자도 구매 의향이 있습니다. 흠흠.”


퓨리가 옆구리에 손을 얹고 넓은 가슴을 펴 보이며 말했다.


“그래? 하나 당 얼마에 살건데?”


“150 골드가 적절해 보이는 군요.”


골드는 터틀 아일랜드의 화폐 단위이다. 1 골드가 금 하나를 의미하는건 아니고, 그냥 단위라고만 한다.


“아, 그럼 혹시 뭐 파는지 알려 줄 수 있어?”


“알겠습니다! 다만 지금 막 부활한지라, 팔 수 있는 상품이 별로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퓨리가 옆구리에 맨 가방을 뒤적이더니 희준에게 종이 한 장을 건냈다. 판매 목록이었다.


[사탕수수 씨앗 1개 : 50 골드]

[옥수수 씨앗 1개 : 50 골드]

[낡은 프라이팬 : 200골드]


퓨리의 말대로 상품은 몇 개 없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도 희준에게는 감지덕지 했다.


‘프라이팬이잖아! 요리를 할 수 있겠어.’


희준의 머릿 속에 감자와 양파를 요리하는 상상이 펼쳐졌다. 재료는 별 거 없지만, 불에 익혀 볶는 것만으로도 다른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구운 감자 네 개 팔게. 잠시만 기다려줘.”


희준이 갖고 있던 감자 두 개를 먼저 팔고, 감자 두 개는 밭에서 가져와 바로 구웠다. 감자 네 개를 팔고 600 골드를 받은 희준.


“사탕수수 씨앗이랑 옥수수 씨앗 네 개씩이랑, 프라이팬 하나 줘.”


“딱 600 골드를 맞추시려는 거군요? 그럼... 섬을 정화시킨 은인이시니, 이번만 전부 반값에 드리죠!”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줘.”


다시 머릿속에서 산수를 하는 희준. 나름 초등학교 때 암산 대회 1등을 한 희준인지라 계산은 느리지 않았다.


“사탕수수랑 옥수수 씨앗 열 개 씩이랑 프라이팬 하나 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퓨리가 커다란 입을 벌리더니 입 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잠시 후 입 속에서 물건들을 꺼내는 퓨리. 그 광경에 희준의 입도 똑같이 떡 벌어졌다.


“여기 있습니다.”


희준이 정신을 차리고는 물건을 받아들었다. 600 골드를 건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래는 여기서 끝일까요?”


퓨리가 판매 목록에 방금 판매한 상품들의 위에 줄을 찍찍 그으며 질문했다.


“응! 다음에 꼭 다시 와줘.”


“저는 곳곳의 섬을 돌며 상인 일을 할 예정입니다. 그럼 약 한 달 후에 뵙겠습니다!”


펄럭-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퓨리. 그 아래로 하얀 깃털 몇 개가 흩날렸다.


“좋아! 왕왕아, 많이 기다렸지? 관심 못줘서 미안해.”


희준이 퓨리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다 보고나서 뒤돌아보자, 왕왕이가 토라졌다는 듯 풀이 죽은 채 앉아있었다. 왕왕이를 들어 안은 희준.


“그 대신 더 맛있는거 해줄게. 소금 찾으러 가자.”


희준은 바닷가로 가 암염을 채취할 생각이었다. 비상 식량으로 감자 한 개를 더 구워서 챙긴 희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룰루~”


희준이 자동으로 흥얼거렸다. 새로운 먹거리가 생긴다는 생각에 흥이 절로 나서였다.


어느덧 해변가에 도착한 희준이 암염이 있을만한 바위를 둘러보는 찰나. 무언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뭐지...? 저 검고 흰 덩어리는.”


바깥은 검고 속은 흰, 포동포동한 무언가가 해변가에 널부러져 있었다. 몬스터 일지도 모른다. 희준이 조심조심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피해 지나가려는데.


“배고파...”


“응?”


“살려줘...”


“히익!”


이 쪽으로 꾸물거리며 다가오는 물체. 더 가까이서 보니 그 정체는 펭귄 수인이었다.


펭귄의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마치 ‘동물의 숲 속’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랑 비슷한 모습.


“굶어죽게 생겼다, 팽... 살려달라 팽...”


희준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오는 펭귄. 자세히 보니 눈도 동그랗고 몸집도 포동포동한게 꽤 귀여웠다. 일단 몬스터는 아니니 안심한 희준.


“음...구운 감자라도 먹을래?”


희준이 가방에서 구운 감자를 꺼냈다. 해변가에 순식간에 퍼지는 맛있는 냄새. 그 냄새에 펭귄이 엄청난 속도로 꾸물거리며 기어왔다.


“먹을거다, 팽!!!”

순식간에 접근한 펭귄이 구운 감자를 낚아챘다. 감자가 시간이 지나 식어서 뜨겁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우걱우걱. 냠냠.


펭귄이 감자를 맛있게 먹기 시작하자, 왕왕이가 그르렁 거리며 짖기 시작했다. 희준이 왕왕이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는 와중. 감자 하나를 해치운 펭귄이 자신의 배를 토닥거렸다.


“맛있었다. 팽.”


“그럼 이제 됐지? 나 간다.”


희준이 기력을 회복한 펭귄을 보고 다시 떠나려는데.


“기다려라. 팽!!!”


펭귄이 빨빨거리며 희준의 뒤를 좇았다.


“왜. 더 볼 일 있어?”


“신세를 졌으면 은혜를 갚아야 하는 법! 나 그렇게 파렴치한 펭귄 아니다. 팽.”


“하고 싶은 게 뭐야...?”


“잠시만 기다려라. 팽.”


펭귄이 뒤뚱뒤뚱거리며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희준이 하염없이 바라보고. 얼마 안가 바다에 도착한 펭귄이, 땅에서 와는 다르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첨벙-


“우와. 역시 펭귄은 펭귄이구나.”


희준이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한지 1분 쯤 지났을까. 펭귄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 육지로 돌아왔다.


“이거 가져라, 팽!”


희준의 앞에 입에 물고 온 무언가를 내팽겨친 펭귄. 그 정체는 바로 물고기였다.


“오, 물고기 잖아! 너 할 땐 하는구나!”


“이 정돈 껌이다. 팽!”


어깨를 으쓱하는 펭귄. 근데 그러고보니 이렇게 사냥 실력이 뛰어나면 진작에 혼자 사냥해서 먹으면 됐던거 아닌가? 라고, 의문을 품는 희준. 그 의문을 해소시켜 주듯, 펭귄이 알아서 해명했다.


“아까는 무서운 범고래에게 쫓기느라 사냥할 시간도 체력도 없었다. 팽. 죽을 뻔 했다...”


“그렇구나. 아무튼 생선 고마워.”


희준이 생선을 아공간 가방에 넣고 다시 한번 자리를 뜨려하자. 펭귄이 필사적으로 쫓아왔다.


“두고가지 마라. 팽!!!”


“왜? 이제 진짜 볼일 끝난거 아니야?”


“혼자는 싫다. 팽...”


듣자하니 펭귄은 범고래에게서 도망치느라 무리에서도 떨어졌다고 한다. 이제와서 무리에 다시 합류하는 건 거리 상 불가능에 가까울 거라고.


“내 이름은 아델이다. 팽. 이름이 뭐냐, 인간?”


“희준이라고 해. 반갑다.”


“반갑다, 희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라. 팽.”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희준의 무리에 합류한 아델이었다.


“그럼 도와줄래? 우리는 지금 암염을 캐러 가고 있거든.”


“암염이 뭐냐. 팽?”


“바위 안에 있는 흰 결정인데, 짠 맛이 나.”


“오. 그거 안다. 팽.”


“진짜? 어딨는지 알아?”


“어딨는지는 모르는데, 찾아보면 금방 나올거다. 팽.”


아델이 희준의 말을 듣고는 또 다시 바다로 풍덩 잠수했다. 이번에는 해변가를 따라 빠른 속도로 수영하는 아델. 아델이 점처럼 작게 보일 때 쯤, 소리쳤다.


“여.기.로.와.라. 팽!!!”


희준이 아델이 있는 곳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러자 검은 바위 위에서 자신만만한 포즈로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아델이 보였다.


“어디 봐봐.”


희준이 아델이 가리키는 지느러미 끝을 보았다. 검은 바위에 촘촘히 박힌 흰 결정. 희준이 손으로 살짝 찍어 맛을 보자, 암염이 맞았다.


“진짜다! 대단한데, 아델?”


“흠흠! 이 정돈 껌이다, 팽!”


희준이 검을 꺼내 들었다. 날카로운 날 부분으로 암염을 살살 긁어 채취했다. 최대한 많이 캐자 양 손 한가득 담길 정도로 캘 수 있었다. 희준이 채취한 암염을 가방에 넣었다.


“고마워, 아델. 그럼... 잘가~”


“두고 가지 마라, 팽!!!”


“하하. 장난이야.”


그렇게 해서 희준과 왕왕이가 새로 합류한 아델과 함께 천막으로 돌아왔다.


[꼬르륵-]


“왕...”


왕왕이의 배에서 배꼽 시계가 울렸다. 하긴 오늘 감자 반 쪽 밖에 못먹었으니 배고플만도 했다.


“좋아. 그럼 요리를 해볼까?”


희준이 소매를 걷어 붙였다. 생선과 소금도 생겼겠다, 생선구이가 딱 이었다.


“왕왕아, 파이어 브레스!”


“왕!”


화르륵-


꺼진 모닥불도 다시 한번 켜지고. 희준이 검으로 생선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머리를 잘라 내었다.


“뭐하는 거냐, 팽?”


“생선구이. 한번도 안먹어봤어?”


“그렇다. 팽.”


희준이 아델과 이야기하며 내장과 머리를 버리려 했지만, 아델이 먹는다길래 그대로 주었다.


희준이 손질된 생선을 감자 잎으로 감싸고, 양파 줄기로 감아 묶었다. 그리고는 모닥불에 넣고 차분히 기다렸다.


그 사이 희준이 배꼽 시계도 울렸다.


‘아직은 빈곤하지만 다음 주면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겠지.’


다음 주면 감자도 더 수확하고, 사탕수수와 옥수수도 자랄 것이다. 그만큼 요리할 가짓수도 늘어날거고. 희준이 무엇을 요리할지 생각하고 있자, 왕왕이가 짖었다.


“왜 그래? 아, 맞다. 생선!”


희준이 황급히 생선을 모닥불에서 빼냈다. 다행히 아직 타지 않았었다. 희준이 뜨거운 생선의 비늘을 조심조심 벗겨내고, 살을 반으로 갈랐다. 드러난 생선 가시를 빼내고 소금을 치자, 드디어 생선구이가 완성되었다.


“완성이다!”


희준의 무릎 위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왕왕이. 희준의 바지가 다 젖었다. 하지만 희준도 군침을 삼키기는 마찬가지였다. 희준이 서둘러 생선을 삼등분하여 희준과 왕왕이, 아델에게 각자 나눠주었다.


역시나 한 입에 삼켜버리는 왕왕이와,


“와! 이거 엄청 맛있다, 팽!”


감탄하는 아델.


그리고 희준은 생선 맛을 최대한 음미하며 목 뒤로 삼키고 있었다. 적당한 짠 맛과 함께 야들야들하게 부스러지는 살점이 희준의 혀에 휘감겼다. 게임 밖 세상에서 먹은 어떤 생선구이 보다도 맛있었다.


“역시 사람은 육식을 해야 돼.”


순식간에 사라진 생선구이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희준이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아델. 거래를 하자. 매일 마다 생선 잡아주면, 내가 요리해주고 구운 감자도 줄게.”


“좋다. 팽! 생선구이, 이거 미쳤다! 생으로 먹는거 보다 맛있다, 팽!”


그렇게 해서 희준과 아델의 협상이 체결되었다.


***


희준은 열심히 밭을 갈고 있었다. 사탕수수와 옥수수를 심기 위해서였다 .


“이것도 생선 거래 내용에 포함되는 거였냐. 팽...?”


그리고 그 옆에서 아델도 열심히 뒤뚱거리며 일하고 있었다.


“아니. 이건 내 천막 안에서 사는 조건.”


희준이 아델에게 잔말말고 일하라며 장난스럽게 면박을 주었다. 다행히 아델도 이렇게 같이 일하는게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간 밭에 사탕수수와 옥수수 심기를 마치고, 희준이 이번에는 씨감자를 심기 위해 움직였다. 감자를 싹이 난 부분 위주로 잘라서 일정 간격으로 심는 희준. 밭 일을 마치자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수고했어, 아델. 왕왕아.”


“희준도 수고했다. 팽.”


“왕!”


희준과 일행이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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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를 시작하다. 23.05.10 197 9 11쪽
2 왕왕! 23.05.10 214 9 13쪽
1 살아있는 무인도 23.05.10 3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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