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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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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5.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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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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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제 229화 약해져가는 666의 괴물들의 왕.

DUMMY

플로라(세레나)의 용서를 천 년이나 지나 마침내 받게 된 그날 밤. 네메시스는 나머지 일행이 씻고 난 후. 자신의 차례가 오자 델핀의 욕실에서 몸을 담갔다.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상당히 원시적인 욕실시설. 그것은 다소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네메시스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편안한 표정으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천 년 만에 용서 받았어... 다시는 못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메시스. 자신이 과거에 그녀에게 ‘그 일’을 한 후. 서로의 사이가 어긋나 다시는 용서 받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드디어 오늘. 그녀에게 용서받는데 성공하였다. 한없이 괴로운 짐을 이제야 털어놓은 것 같은 후려함. 이에 네메시스는 그 답지 않게 얼굴을 붉혔다.


“아아~! 이제 나의 가족계획을 세워야... 물론 그 전에.”


풀어졌던 네메시스의 표정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진지함과 다소 비웃음을 짓더니 그는 말을 이었다.


“잡것들을 처리해야겠지만 말이지..”


조금씩 자신들의 하수인과 척후병을 보내며 다가오는 종말자들, 아직까지는 5세계란 곳에 있다고 예상되는 실종된 ‘창조주’와 ‘생명의 주신’, 현재는 신계의 신전에서 모습을 감추어 뭐도 모르고 꿍꿍이나 꾸미는 빛의 주신 켈렌트, 인간으로는 성공 못할 일을 하려다가 자신에게 불통을 튀길 것 같은 달의 책의 주인. 아스카나의 마법사, 천사 람히르를 좋아하는 근육뇌 월검향, 아직 1세계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거짓된 영웅, 이런 복잡한 상황에 좋다고 넘어와서 그의 두뇌를 오버히트를 시키려는 666의 괴물 몇 명, 자신이 남의 연애사를 방해하는 것은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도 없이 빈대마냥 달라붙어 있고 뇌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제우스란 이름의 변태 하나, 드래곤 캐슬의 왕위계승문제로 보호해야하는 벨라스트라즈, 일단은 켈렌트가 붙인 감시인인 람히르. 일행 주위 만에도 혼란한데 현재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서로의 패를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골치 아프군. 후에 종말자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변수가 너무 많아. 할 수 있다면... 사라라는 존재와 창조주, 그리고 생명의 주신을 직접 만나고 싶은데... 힘들겠군.”


사라라는 고대의 존재는 거의 적이라고 보면 되고, 창조주는 지금까지 만나온 ‘그녀의 자식들’을 보면... 아무래도 정상적인 대화를 기대하기에는 힘들겠지. 오히려 4세계를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네메시스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고 곧 그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핏덩어리를 지면을 향해 뱉었다.


치이이익!


“퉷! 젠장... 10번째 날개가 태동한 이후. 내 몸 상태가 더 나빠졌군...”


그가 내뱉은 핏덩어리에 지면이 ‘검은 피’로 녹아내리고는 곧 스물스물 슬라임 덩어리마냥 지면을 튕겨 네메시스를 향해 다시 되돌아온다. 그것은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져서 네메시스의 피부에 달라붙고는 그대로 흡수되었고 그것을 보며 네메시스는 중얼거렸다. 현재의 네메시스의 상태는 그가 이전에도 경험해본 것이었다. 과거 플로라와 함께 다닐 시절. 조화의 날개가 그에게서 막 자라기 시작했을 때도 이런 씩으로 몸의 내부가 망가지고 재생되길 반복했고 일시적으로 그의 육체는 약해졌다. 물론 그때는 그의 4세계 괴물로서의 ‘능력’이 그대로라 그가 ‘네메시스의 자식들’을 상대로 상처를 입는 일은 없었지만..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기생충 때문에 몸도 안 좋은데. 악재가 겹치는 군...”


4세계 괴물들의 왕인 네메시스의 삶을 통틀어 그의 육체가 이렇게나 약해진 일은 그로서는 처음. 가뜩이나 자신이 할 일이 많은데. 상황은 그에게 안 좋아지기만 시작했다.


“음?”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가 몸을 담그고 있는 욕탕 속. 그의 앞에 기포가 희미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이에 그가 의아해하면서 손을 뻗자. 무언가 잡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에 네메시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조용히 ‘그녀’를 들어올렸다.


“헤카테? 부르지도 않았는데... 아니 지금 무슨 짓이지?”


“헤헤. 아~빠~. 보고 싶어서 몰래 나왔어요! 근데 목욕중일 줄은 몰랐네요~♡ 데헷?”


그리고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헤카테는 귀엽게 한 쪽 눈을 감고는 말을 이었다.


“좋은 구경을 했어요! 보답으로 등 밀어드려요? 아.빠.?”


“...가라.”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손을 내저으며 저리 가라는 젝스처를 하였고 이에 헤카테는 볼을 불렸다. 벨제부브와 머리색만 다르고 한없이 닮은 모습으로 그런 행동을 하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살인적인 귀여움. 하지만 네메시스의 두 눈은 단호했다.


“너무해~! 사실은 저는 할 일이 있어서 나온 거라고요?!”


“옷이나 입어. 너와 나는 본래 하나였던 존재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완전한 다른 개체니까.”


네메시스는 수증기로 시야가 많이 제한된 욕실에서 헤카테를 내려다보며 자신과 그녀를 손가락으로 번갈아가면서 설명했고 그 모습에 그녀는 실망한 표정으로 욕실에서 빠져나오더니 나오는 순간. 그녀의 육체에서 물 밖으로 나온 부분이 옷으로 입혀져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빠져나온 이후. 욕탕 밖에서 자신의 팔꿈치를 욕탕 끝에 걸치며 네메시스의 앞에 턱을 괴더니 그와 눈을 마주치며 눈웃음을 지었다.


“신속하게 옷 입은 것은 좋지만... 왜 그 복장이야? 널 위한 복장은 다른 것도 많이 만들어뒀을 텐데? 애초에 그 옷은.... 내가 세레나를 입히려고 만든 거야.”


네메시스의 의문대로 현재 헤카테가 갈아입은 복장은 이전에 황금 항구에서 네메시스가 세레나에게 보여주었던 간호사 복장. 그 말에 헤카테는 자신이 입은 복장을 뽐내는 듯이 그의 앞에서 조금 떨어져 몸을 한 바퀴 돌더니 곧 뒷짐을 한 체.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헤헷! 저는 아빠가 변태적인 취미로 만든 이 복장을 한 번 입어보고 싶었거든요! 어때? 어울려요? 아빠?”


“변태적인 취미....”


그 한 마디에 네메시스는 조용히 이마에 손을 가져가 짚고는 자괴감을 느꼈다. 자신이 비록 여러 특수한 코스튬을 만들고 그걸 입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결코 불순한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난 그저 자신이 만든 복장을 세레나가 입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그런 것뿐이야!!!! 난 결코! 결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닌....”


“그게 불순한 의도라고 생각해요. 아빠. 게다가.... 아빠의 표정이 지금 엄청 굉장한 거. 알고 있어요? 흡사 미소년을 뒤에서 수집하려고 쫓는 메투스가 떠올릴 정도인데요?”


“..........”


그 한마디에 네메시스는 침묵했다. ‘미소년 수집’. 그것은 4세계에서 서열 7위의 탐욕의 메투스가 하는 악질적인 취미였다. 길 가다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무조건 ‘수집’하려고 달려드는 당하는 입장에선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악취미. 그 취미를 할 때의 메투스의 표정은 4세계 괴물의 물론이고 같은 666의 괴물조차 기겁할 정도의 광기가 서려있다. 그런데 자신도 그 정도라니!? 왠지 다시 한 번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음.... 근데 세레나 언니의 몸 사이즈로 만든 복장 맞죠?”


“....응.”


이제는 헤카테가 무슨 말을 할지 무섭다. 자신의 육체에서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헤카테는 독설이나 살기 같은 적대적인 말은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그녀는 순수한 물음으로 상대로 하여금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그 정도 되면 저주 급이다. 아니. 아무런 악의가 없다는 점에서 더 무섭다.


“가슴이 너무 조이는데요...”


“...그만 말해. 더 이상 말하면 세레나가 너무 비참해져.”


헤카테의 육체는 언제까지나 벨제부브의 육체를 모델로 만들어낸 것. 참고로 벨제부브는 살아온 세월은 4세계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오랜 삶을 살아왔지만 겉모습은 12살 인간소녀로 보일 만큼 발육이 부진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작다니... 이에 네메시스는 세레나를 위한 영양식을 준비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헤카테를 향해 물었다.


“농담 따먹기 하러 온 것 아니면 이제 슬슬 돌아가지 그래?”


“아참! 그랬죠! 잠깐만요! 응....차!”


네메시스의 말에 헤카테는 무언가 생각난 듯이 자신의 머리를 귀엽게 툭 치더니 곧 등 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가 꺼낸 것은...


“주사기?”


“채혈하려고 잠시 나왔어요. 아빠.”


꽤 크다. 길이만 1m 30cm는 되어 보이는 초대형 주사기. 주사바늘은 거의 성인 남자 팔뚝만한 두께에 묘하게 주사기 전체에 푸른빛이 돌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네메시스의 기억에도 있는 것. 이에 그는 물었다.


“비스트들에게 주사했던 ‘검은 피’가 거의 떨어졌나 보네?”


그것은 네메시스의 본체에서 채혈하기 위해 네메시스가 스스로 문스톤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애초에 문스톤으로 만든 것이 아니면 ‘검은 피’을 안전하게 보관할 물건 따위는 이 세상에 없었다.


“네~! 비스트 2위는 아직 약발이 남아있어서 괜찮지만. 비스트 1위는 빠르게 자신의 몸에 주입된 검은 피를 해독하고는 현재 아빠의 아공간에 있는 비상식량들을 처묵처묵 하고 있어요.”


그 말에 네메시스는 이마를 짚는다. 그 놈의 비스트 서열 1위가 또... 괴물들의 능력과 육체를 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네메시스의 ‘검은 피’를 직접 몸 안에 주입하는 방법이었다. 검은 피에 대한 해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주입된 4세계 괴물은 능력이 완전히 봉해지고 육체능력도 거의 마비에 가깝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문스톤으로 만들어진 사슬로 몸을 구속하는 것이 현재 300의 비스트들의 관리 방법. 하지만 그 놈의 비스트 서열 1위는 날고 뛴다는 비스트 중에서도 워낙 규격 외의 존재라 네메시스가 직접 그 녀석을 ‘인간’의 육체에 집어넣어 봉인하고는 다른 비스트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검은 피’를 주입해두어도 금방 해독하고는 아공간 내부에서 팔팔 거리며 돌아다닌다. 그것도 온 몸에 문스톤으로 만들어진 사슬을 질질 끌면서... 그 상태로도 순수 근력으로 나오는 힘으로 따지자면 13위 퀸하고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의 수준이겠지. 그것은 풀어놓으면 주신들이 막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존재였다. 그런 전력이면 네메시스의 말이라도 잘 들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 비스트는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그 힘을 휘두르는 놈이라. 아직은 제어하기 상당히 곤란한 존재였다.


“...알았어. 뽑아가.”


치직... 치지지직.


귀에 거슬리는 고유의 소음과 함께 네메시스의 왼 팔이 거대한 괴물의 형태로 변해간다. 이에 네메시스는 욕탕이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헤카테를 향해 손을 뻗었고 이에 그녀는 잠시 살피더니 주사를 박아 넣었다. 흡사 굴착을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음? 이전에 할 때보다. 쉽게 들어가네요? 그때는 아빠의 피부를 뚫기 위해 4시간 정도 신나게 찔러 넣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현재 내가 쓰는 껍데기가 약해진 만큼 나의 본체도 그만큼 약해지거든. 그 둘은 본질적으로는 하나니까.”


그 말에 헤카테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네메시스의 표정을 살피더니 곧 말을 이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가 남아서 시간을 끌도록 하겠습니다. 네메시스님.”


아빠란 말을 없애고 장난기가 사라진 목소리로 그녀는 네메시스를 향해 말을 건넸다. 그것은 필요할 경우 약해진 네메시스가 도주할 시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그녀의 진심. 하지만 네메시스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어. 설사 일어나더라도 난 너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을 거야. 헤카테.”


“....칫. 딸이 나름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그러기에요? 아빠가 현재의 약화된 육체로 1세계에서 죽어버리면 대혼란이 발생하고 마니.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거에요. 아빠를 잃는 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4세계 괴물들의 목줄이 풀린다는 것과 같으니 말이죠. 게다가...”


666의 괴물들을 모두 사고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이는 오직 네메시스뿐. 그와 비슷한 위치의 괴물인 분노의 야누스의 경우에는 그에 반발하는 괴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4세계 입장에서도 네메시스란 존재는 갑자기 사라져서는 안 된다. 지금은 법과 자본으로 어떻게든 정상적인 사회를 구축한 4세계지만.. 그 본질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도록 4세계의 의지로 설계된 ‘괴물’. 애초에 본질부터 그렇게 설계되어있는 만큼 구심점이 깨져버리면 4세계측이 현재까지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4세계 괴물측과 동맹이 되어있던 사이버틱스와 레지나 연합은 바로 등을 돌리겠지. 그리고 4세계에선 더 이상 쉴 수 있는 곳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4세계 괴물로선 최대한 피해야 하는 전개였다.


“....게다가?”


“아빠는 아직 경험도 없는 동정이니까요~. 지금 죽으면 억울하잖아요? 작가가 아무리 아빠를 죽이려고 해도 말이죠~.”


“....조금 나와서 안 되는 말이 나온 것 같은... 이 아니잖아. 애초에 문장자체가 잘못되어있는 걸!? 헤카테!!!”


대체 누가 이 아이를 이렇게 기른 건지.... 아 나군. 네메시스는 스스로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반발했고 이에 헤카테는 장난기 있는 미소로 받아쳤다.


“사실이잖아요? 4세계에 있을 때는 레퀴엠 아줌마 쪽이 은근히 달라붙긴 하지만 그 아줌마는 너~무 보수적이라. 자고 있는 네메시스님을 강제로 덮치거나 하지 않고. 그 아줌마가 곁에 달라붙어 있는 만큼 웬만한 날벌레들은 근처에 왔다가 결계 밖으로 한 방에 날아가죠. 달기씨가 그러다가 본체로 많이 날아갔죠. 아마? 그 때문에... 아빠는 슬프게도.. 아직도...”


아줌마라. 레퀴엠에게 대놓고 그런 표현을 하다니.... 만약 옆에 레퀴엠이 있었다면 그 순간 주위가 핏빛으로 변하면서 그녀가 도끼눈을 뜨는 것을 볼 수 있겠지. 아니.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헤카테가 눈물을 일부로 글썽이긴 하지만 입은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건 언제까지나 네메시스를 놀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의 ‘검은 피’의 문제점을 뜯어고치기 전에는 그럴 일은 없어.”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시는... 아빠...”


“........”


그 말에 네메시스는 이마를 짚는다. 대체 왜 이 아이의 성격이 이렇게 뱅뱅 꼬여버릴 걸까?


“그리고 플라토닉한 사랑은.... 남녀관계에 꽤 치명적인 결합이라고요? 후훗.”


“...그만 나를 놀려먹고, 원하는 정보가 뭐야?”


“앗?! 들...들켰어요?! 아빠?”


헤카테는 네메시스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를 보았고 이에 네메시스는 등 뒤의 날개들을 잠깐 퍼덕이더니 곧 기지개 피고는 말을 이었다.


“뻔하지. 묻고 싶은 것은 있는데. 네가 직접 말을 꺼내기에는 부끄러우니 내가 먼저 네가 원하는 주제를 꺼내도록 유도할 생각이잖아.”


그 한 마디에 헤카테는 배시시 웃었다. 정답이란 소리겠지. 그리고는 ‘아직 아빠를 속이는 것은 멀었나요?’라며 어깨를 들썩이더니 말을 이었다.


“후음.... 그게.... 월검향 오빠가 현재 찾으로 가고 있는 검이 ‘프레이야의 검’이잖아요? ‘거짓된 영웅들’을 이계에서 1세계로 소환했다던....”


“그래.”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긍정한다. 그 말에 헤카테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을 이었다.


“소환되었다는 ‘그들’은 대체 누구죠? 제가 듣기로는 그들의 신체능력은 4세계 괴물과 별반 다름없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4세계에서 그들이 나왔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어요. 제가 이 사실에 대해서 아무리 고민해보았지만.... 그런 경우가 가능하려면 오직 하나 뿐... 그들은 ‘검은 피’와 관련된 건가요? 아빠?”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애매한 대답이네요. 아빠.”


헤카테는 몸을 담그는 욕실에 몸을 기대어 네메시스를 보았다. 이에 그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들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거든. 큰 분류로 보면 같은 존재지만 작은 분류로 보면 매우 달라.”


그 대답에 헤카테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그를 향해 급히 물었다.


“에!? 우리에게도 동족이 있었나요? 저흰 단일 종족인줄 알았는데요!?”


“없어. 다만 그들이 워낙 특이하고 그나마 우리들에게 비슷할 뿐이야.”


4세계에 존재하는 생물체 중 80%는 다른 세계에서 오거나 혹은 처음부터 존재한 종족들이다. 하지만 나머지에 해당하는 20%는 어떤 세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종족들. 어떤 것은 홀로 존재하고 어떤 것들은 어떻게 태어났는지조차 이해가 안 되는 괴생물체들로 구성되어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666의 괴물이라면 ‘흡혈악마 츄파카브라’와 ‘죽음의 둠로드’ 등이 있었고 네메시스 본인도 여기에 속하는 특이한 경우였다. 그런 만큼 네메시스의 말에 헤카테에 놀란 것은 당연한 것. 하지만 네메시스의 다음 대답에 그녀는 오히려 혼란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욕실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


“많이 혼란한 것 같구나. 헤카테. 그럼 너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마. 진정한 ‘사랑’이란 것은 무엇일까?”


“갑작스런 물음이시지만... 그거야... 한없이 상대를 원하고 상대도 저를 원하는 관계겠죠?”


“내가 말하는 ‘사랑’은 상대에게 아무런 보답이 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대상을 향해 베푸는 것을 의미해. 여기까진 짝사랑이지만 이것이 서로가 행하면 사랑이지. 하지만 말이야. 이게 가능할까? 헤카테?”


“.........”


“말은 쉬워. 하지만 그것을 행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지. 모든 존재는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말을 다르게 생각하면 그것이 결코 쉽다는 뜻은 아니거든. 서로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베푼다는 거. 그것이 가능할까? 모든 존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동시에 상대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해버리는데? 혹시 이 과정을 ‘사랑’이란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하는 것뿐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건가요? 네메시스님?”


네메시스는 그 말에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아쉽게도. 99%는. 물론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부정하거나 묻어버리지만 말이지.”


“그럼 나머지 1%는 뭐죠?”


“진짜 사랑을 행하는 이들. 바보 같고도 거짓말 같지만..... 정말로 서로가 상대의 모든 것을 ‘사랑’해버린 이들이야.”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부러운 듯이 멍한 눈동자로 허공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 모습에 헤카테는 입술을 깨물며 잠시 고민하더니 몇 분 정도 침묵 후 네메시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는.... 뭐죠?”


정확히는 한때는 같은 육체의 존재로서, 그리고 현재 한 존재를 스스로가 ‘사랑’이라 생각하는 감정에 대한 물음. 어쩌면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모든 일들이 물거품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네메시스는 자신의 머리를 넘기며 대답했다.


“몰라.”


그 한마디에 대답을 기대하며 힘이 들어가 있던 헤카테의 어깨가 흔들렸다. 만약 그녀가 조금만 더 동요했다면 그대로 넘어졌을지도 모르겠지. 이에 곧 그녀는 네메시스를 향해 외쳤다.


“....에?! 힘껏 기대하게 해두고는 그게 전부에요?”


“이 감정은 나도 정말 몰라. 처음 내가 플로라에게 가진 감정은 ‘집착’. 내가 이 감정으로 플로라를 잃게 한 후. 난 변했어. 끊임없이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바꾸고, 그에 따라 불필요한 것은 모두 배제했지. 그것이 ‘현재의 나’. 하지만 현재 내가 그녀에게 가진 감정이 진짜 ‘사랑’인지는 나도 알 수 없어. 그저 변형된 집착일 뿐인지. 아니면... 정말로 괴물인 내가... 사랑을 하고 있는 지를.... 아무리 나라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어. 만약 이 감정이 ‘집착’인데 이것을 ‘사랑’으로 포장하면 그것만큼 역겨운 것은 없을 테니까 말이지.”


“.....그런 이유인가요.. 후우...”


네메시스의 말에 헤카테는 조마조마한 듯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확실히 네메시스의 과거를 생각하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에 헤카테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물었다.


“그런데 이게 ‘거짓된 영웅들’이랑 무슨 상관이죠?”


“그들은 정말 순수한 의미의 ‘사랑’에 의해 탄생되어버린 존재들이거든. 물론 그것을 구현화 시키는 것은 켈렌트의 부관이자 종말자들의 하수인이던 프레이야이지만. 그래도 그 근본은 사랑이란 거야.”


“....어려워요. 전혀 이해가 안 돼요. 네메시스님!”


“때가 되면, 그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 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헤카테. 그들은 인간들에 의해 순수한 ‘사랑’을 받아서 만들어졌고 그것을 프레이야는 이용했어. 아니 정확히는 그 뒤에 있던 종말자들이 지시한 것에 가깝겠지만 말이지... 그들은 필멸자들이 만들어낸 존재. 그리고,, 유한이 무한에 대항하는 방법들 중 하나야.”


헤카테는 이해가 안 되었다. 그 ‘욕망’이 차고 넘치다 못해 4세계 괴물보다 욕망이 강하다는 그 인간들이 ‘사랑’을 통해 ‘거짓된 영웅들’을 만들었다고? 게다가 유한이 무한에 대항하는 방법이라니? 유한이 아무리 모인다고 하들 무한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해진다.


“우웅... 지금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럼 다른 부분을 물어볼게요. 그런 그들이 저희와 비슷하다고 했잖아요? 저희는 그들과 뭐가 다른 거죠?”


“다른 부분이라...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가장 크게 다른 것은 4가지. 그중 첫 번째는 우리는 그들과 달리 순수한 ‘사랑’이란 것을 받지 않았고, 두 번째는 하드웨어 성능자체가 달라. 그들이 끽해야 전자계산기라면 우리는 슈퍼컴퓨터정도의 차이랄까? 애초에 ‘우리’와 ‘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차이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차이지만... 그리고 세 번째는 그들은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지만 그 본질은 ‘거짓된 존재’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존재한 것’에 거짓이 조금 곁들여 있는 것뿐이야. 그리고 마지막은... 그들은 ‘설정된 틀’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만 사고가 갇혀있지만 우리는. 아니 정확히 과거의 나는 ‘설정된 틀’을 부순 상태야. 간단히 말하면 스스로가 자유롭게 틀을 만들고 부술 수 있달까?”


그리고는 네메시스는 헤카테를 보며 눈을 빛냈지만 헤카테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을 뿐이었다.


“전혀~ 이해가 안 가요!!!!! 아니 앞에 것들은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기도 하지만... 마지막은 감조차 안 잡혀요!!!”


헤카테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자. 네메시스는 안 되겠다는 듯이 그녀를 향해 힌트를 던졌다.


“13위 퀸.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이 기억은 너에게도 있을 텐데..?”


그 한 마디에 헤카테는 눈을 크게 뜨더니 곧 무언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그때 우리가 살았던 그 동굴... 분명 네메시스님이 퀸을 구해주었던 이유가 분명... 소원을 빌라고 하셨죠... 그것이 그 틀하고 관련된 건가요?”


지금 돌아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한 헤카테였지만 그것이 또 다른 실마리가 되자 곧 그것들이 이어져 무언가가 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생각이 맞다면...


“그래. 난 그때의 ‘왕이 되어줘’ 소원을 통해 4세계 토착생물. 아니 정확히는 간접적으로 4세계와 계약을 하게 되었고 지금도 그 소원은 유효해. 그 결과 틀에 갇혀있던 나란 존재는 그 틀을 강제로 벌려 깨트릴 수가 있었지. 즉. 정적인 존재였던 우리가 마침내 변화를 할 수 있게 되어달까? 여기까지면 무언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헤카테?”


그의 말이 끝난 후 헤카테는 잠시 고민하더니 곧 무언가 감이 잡힌 듯이 네메시스를 보았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4세계 괴물이었던 것이 아니군요. 그 이전엔.... 그저 다른 존재. 아니 진짜 ‘괴물’이었던 거군요. 우리는 퀸을 만나 소원을 받은 이후에나 그 틀을 깨게 되어 ‘괴물’에서 ‘4세계 괴물’이 된 것이었어...”


“그래. 그리고 ‘거짓된 영웅들’은 그 틀을 깨지 못하고 그 안에서만 활동하는 존재들이지. 그래서 그들은 레벨이라든지 아이템이라든지 웃기지도 않는 시스템을 적용받게 되었어. 아마 그들이 보는 세상은 우리가 보는 시야랑 다를 걸? 그들의 나름의 시스템으로 세상을 볼 테니까 말이지. 아마 그들이 우리를 보면 머리 위에 HP부터 보일 거야...”


선이 이어지고 그림이 완성되어간다. 이에 헤카테는 물었다.


“....그들은 본래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이들’이군요. 그래서 ‘거짓된 영웅들’이라 불리는 거였어.. 하지만... 존재하게 된... 그렇다면.. 대체 그들은 뭐죠?”


“방금 전에 말해잖아?”


네메시스는 쉽게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의하는 듯이 상대에게 물음을 던짐으로서 스스로 대답을 찾게 한다. 이에 헤카테는 잠시 고민하더니 곧 깨달았다.


“...사랑. 인간들의 순수한 사랑으로 탄생된 거짓...”


그녀의 대답에 네메시스는 기쁜 듯이 욕탕에서 나온 후 수건으로 몸을 가리며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근접한 답이야. 헤카테. 백점 만점에. 50점”


“너무해~! 너무 점수가 짜요!”


너무나 짠 점수에 헤카테는 욕실을 나가려는 네메시스를 보며 외쳤고 그 외침에 그는 멈추어서더니 뒤로 고개를 살짝 돌려 눈웃음을 지었다.


“아까 나와 세레나를 놀린 벌이야. 헤카테. 그럼 슬슬 너도 비스트 1위를 진정시키러 가야하지 않겠어?”


“으익! 그래도 아직 정답을 못 들었는데요?!”


“후후. 나중에 직접 만나서 물어보면 될 걸? 키득.”


“....네엣!?!??!?”


헤카테가 네메시스의 뒷말에 기겁해서 외쳤지만 이미 네메시스는 욕실을 빠져나간 후였고 이에 그녀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멍하니 보았다.


“....가끔씩은.... 저도 네메시스님의 생각을 전혀 모르겠어요.... 우웅...”


홀로 남겨진 헤카테는 자조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후. 그녀의 모습이 안개처럼 희미해지더니 곧 그곳에는 텅 빈 욕탕만이 남게 되었다...


작가의말

이번편은 조금 이해하기 힘듭니다. 떡밥의 의미가 강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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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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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제 253화 에덴에서 온 괴물. +1 21.11.10 42 3 25쪽
253 제 252화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와 매일 박살나는 성. +2 21.11.09 41 3 21쪽
252 제 251화 여왕의 눈물 +1 21.11.09 36 3 18쪽
251 제 250화 행성의 종말. +2 21.11.07 45 3 22쪽
250 제 249화 13위 괴물의 강함 +2 21.11.06 43 3 28쪽
249 제 248화 엑스트라 주신 +1 21.11.06 35 3 21쪽
248 제 247화 연극의 각본가 +1 21.11.06 33 2 30쪽
247 제 246화 괴물은 쓰러지지 않는다. +1 21.11.05 33 3 30쪽
246 제 245화 희망을 짓밞는 존재들. +1 21.11.05 30 3 26쪽
245 제 244화 레지나 연합의 여왕 +1 21.11.05 35 3 26쪽
244 제 243화 창조주-주신-종말자의 순환. +1 21.11.05 38 3 19쪽
243 제 242화 여왕이란 이름의 괴물2 +2 21.11.05 41 3 33쪽
242 제 241화 여왕이란 이름의 괴물1 +1 21.11.05 44 3 22쪽
241 제 240화 람히르의 비밀. +1 21.11.04 40 3 20쪽
240 제 239화 소녀 천사 람히르의 도망기6 +1 21.11.04 40 3 23쪽
239 제 238화 소녀 천사 람히르의 도망기5 +1 21.11.04 35 3 13쪽
238 제 237화 꼬마 천사 람히르의 도망기4 +2 21.11.03 38 3 31쪽
237 제 236화 꼬마 천사 람히르의 도망기3 +1 21.11.03 46 3 16쪽
236 제 235화 꼬마 천사 람히르의 도망기2 +1 21.11.03 47 3 15쪽
235 제 234화 꼬마 천사 람히르의 도망기1 +1 21.11.03 46 3 20쪽
234 제 233화 '검은 피'조차 억제하는 맹독 +1 21.11.03 44 3 20쪽
233 제 232화 빛의 주신의 악몽2 +1 21.11.02 49 3 26쪽
232 제 231화 빛의 주신의 악몽1 +2 21.10.18 51 3 31쪽
231 제 230화 천사 가슴의 비밀. +2 21.10.11 49 3 20쪽
» 제 229화 약해져가는 666의 괴물들의 왕. +2 21.10.01 55 3 27쪽
229 제 228화 마리. 아르바이트를 위한 여정6 +1 21.09.24 47 3 21쪽
228 제 227화 마리. 아르바이트를 위한 여정5 +2 21.09.16 53 3 20쪽
227 제 226화 마리. 아르바이트를 위한 여정4 +2 21.09.07 48 3 15쪽
226 제 225화 마리. 아르바이트를 위한 여정3 21.09.03 48 2 21쪽
225 제 224화 마리. 아르바이트를 위한 여정2 21.08.30 45 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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