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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308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14 06:35
조회
66
추천
9
글자
13쪽

깊은 절망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8화. 깊은 절망


한 차례 하얀 빛이 의문의 남성을 휘감았다.


마침내 드러낸 그의 모습은 범상치 않았다.


사슴뿔에 낙타 머리, 토끼 눈에 돼지 코의 형상, 그리고 얇고 긴 수염.


그 사내는 바로 용이었다.


다른 십이지신과 마찬가지로 10척이 좀 안되어 보였고, 보통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가 가진 구슬이 심상치 않았는데, 그건 여의주였다.


그는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었고, 한 손에는 여전히 장검을 들고 서 있었다.


원신의 아버지는 어린 원신을 두 팔로 감쌌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위험한 일이 곧 닥칠 거라는 직감이 들었던 것이다.


*

같은 시각 서방제국.


지휘관 아스트레이아와 중장 레이사가 어느 지하의 어두운 방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스트레이아님 이제 곧 동방 세계 정복이 눈앞에 있군요.”


“레이사 중장,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닙니다.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죠.”


누군가 철제로 된 방문을 삐걱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물병을 들고 있는 한 앳돼 보이는 남자.


그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고대 그리스 전통복처럼 보였다.


들어오자마자 그들에게 술을 한 잔씩 따라주며 말했다.


“아스트레이아님 감사합니다. 궁에 저를 불러주셔서.”


그 남자의 말은 공손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행동에서 거만함이 느껴졌다.


너무 행동이 여유로워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호호호 가니메데님 저희에게 환술을 거는 건 아니겠지요?”


레이사는 미소를 지으며 은근히 그를 떠보는 듯 했다.


그녀 입가의 미소와는 달리 음흉하고 날카로운 눈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에이~ 제가 환술을 건다고 어디 신들께서 쉽게 걸리시겠습니까. 특히 아스트레이아님은 눈도 가리셨는데.”


“호호호 가니메데님 농담이에요.”


그들의 옆에는 작은 철창이 있었다.


철창 속에는 한 남성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가니메데는 그 남성을 한번 쓱 바라보며 말했다.


“이 남자는 아직도 여기에 있군요. 참 오랜 세월 같은데... 쯧쯧”


*

쿠구구궁-


갑자기 메마른 하늘에 천둥이 치기 시작한다.


용은 조용하지만 절도 있게 검 끝을 묘신(卯神)에게 향했다.


“묘신이시여, 나를 너무 원망하지는 마시구려.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말이오.”


용의 말투는 흔들림 없이 무덤덤했다.


그의 말투에선 별다른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번쩍-


잠시 뒤 번개가 묘신(卯神)을 향해 내리쳤다.


번개가 내리친 곳은 전기의 파장이 크게 일었다.


묘신(卯神)은 가까스로 몸을 날려 번개를 피할 수 있었다.


용이 검 끝을 내릴 때, 그녀는 예상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할 것이란 걸.


그 덕분에 미리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휴우... 여기 신이 아닌 분들도 있는데 너무 공격이 위험하네요. 사람들이 다치겠어요.”


묘신(卯神)은 긴장감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용은 그녀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소탐대실이오... 인간 몇 명 살리려다가 신을 없앨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소.”


묘신(卯神)은 그 이유로 싸움을 그만하길 내심 바랬으나,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순식간에 멀리 뛰어 가늘고 뾰족한 검 끝을 용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용은 그녀의 검을 장검으로 가볍게 받아내었다.


둘은 서로 검을 맞대며 상대방을 밀어내고 있었다.


“왜 같은 십이지신이면서 우리를 없애려고 하는 거죠? 과거의 미움들은 미래세대에서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리 말처럼 쉽게 없어질 것이었으면 벌써 없어졌어야 하오.”


그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용이 물고 있던 여의주에서 전기가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토끼는 그걸 보고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아차! 큰일이다.”


그녀의 뒤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오른팔이 감전되어 쓸 수 없는데, 남은 왼손마저 그걸 막는데 쓸 수는 없었다.


고민을 하던 그녀는 결심했다.


‘그래,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순 없지.’


마침내 여의주에서 전기가 뿜어져 나왔다.


순간 아요는 왼쪽으로 몸을 휙 돌리며, 검으로 전기를 쳐냈다.


자신도 최소한의 피해만 입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전기는 사람이 없는 쪽 벽으로 튕겨져 나갔고, 묘신(卯神)도 무사했다.


그녀는 크게 안도했다.


‘휴, 다행이야.’


그 순간 하늘에서 번쩍 번개가 내리쳤다.


‘아차!’


번개는 그녀의 머리를 향해 곧바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 이제 끝이구나...’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묘신(卯神)은 무엇인가에 떠밀려 멀리 날아갔다.


그녀가 서있던 자리에는 흰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서... 설마!’


*

바닥에 무언가 달그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석재의 단검이었다.


곧 이어 쥐의 신으로 변한 석재도 그 자리에 떨어졌다.


그는 떨어지자마자 신력이 다했는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으윽- 콜록.”


석재는 기침소리와 함께 피를 토했다.


다시 일어서 보려고 했으나, 번개를 맞은 충격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철퍼덕 쓰러졌다.


“석재야!”


묘신(卯神)은 그에게 허겁지겁 달려갔다.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는 그를 겨우 앉히며 감싸 안았다.


토끼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자기를 지키려다 석재가 이렇게 되다니, 너무 자책감이 들었다.


“고마워 석재야... 그리고 미안해.”


석재는 슬퍼하는 아요를 향해 미소 지었다.


“괜찮아. 널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때 그들 근처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석재 형 예측력이 정말 뛰어나시네요. 천둥소리만 듣고도 이미 아셨던 거죠?”


그건 원신의 목소리였다.


“이미 여의주에서 나오는 전기는 미끼고, 실제로는 번개로 아요 누나를 노린다는 걸 말이에요.”


‘응? 내가 뭘 알았다는 거지? 난 그냥 번쩍해서 대신 맞아줬을 뿐인데...?’


석재는 속으로는 황당했으나, 아픈 와중에도 내심 기분이 좋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하. 그래. 쿨럭... 내가 다 알고 있었지.”


내상을 입은 그는 힘겹게 원신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새 원숭이의 신으로 변해있었다.


원숭이가 두 발로 서 있었고, 묘한 빛이 도는 하늘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작은 여의봉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마 십이지신의 신장은 모두 비슷한가보다.


원신도 10척에 조금 못 미치는 신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원숭이의 신 신신(申神)이 석재의 말을 듣자, 역시 그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형은 십이지신의 통솔자다워요. 아요 누나가 왼 손으로 검을 찔렀고 용은 오른손으로 검을 안쪽에서 쳐낸걸 보고, 형이 달려들 위치까지 아시다니...”


“......”


“그 순간 아요 누나가 전기를 피해야 한다면, 왼쪽으로 몸을 돌릴 거라 생각했던 거군요?”


“......”


하지만 석재는 전혀 그런 생각에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다만 아요를 구해야한다는 집념이 그를 그렇게 재빠르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황당했지만 원신의 말이 내심 기분 좋았던 석재는 그의 말을 다시 한번 받아들였다.


“그래 맞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해. 쿨럭 쿨럭.”


석재는 말하는 데 힘이 들어 또다시 피를 토해냈다.


“형, 괜찮아요?”


“지금 날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저 녀석에게 집중해.”


“허허허... 그 정도 계산이야 전투에 있어서 당연한 게 아니겠소이까...”


용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만 쉬고 있어!”


묘신(卯神)은 석재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


“금방 다녀올게...”


그리고 그녀는 왼 손으로 검을 다시 들었다.


“이야아앗-”


용에게 덤벼드는 그녀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용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수차례 검을 휘둘렀으나, 모든 공격이 여유롭게 막히고 있었다.


묘신(卯神)은 온 힘을 쏟아 부으며 공격하는데, 용은 조금도 밀리는 모습이 없었다.


“허허, 저는 십이지신 중 최강이라 일컫는 용이올시다. 묘신이시여, 이 정도로는 저한테 상처하나 입히지 못하시겠구려.”


한편, 용이 묘신(卯神)의 공격을 받아내는 걸 신신(申神)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용이 허점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머지않아 그 기회가 왔다.


묘신(卯神)이 높이 뛰어 올라 위에서 아래로 뾰족한 검을 내리 찍으려고 했다.


용은 장검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아내자, 그의 몸통은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그때를 노려 신신(申神)은 몸통을 향해 엄청 길어진 여의봉을 휘둘렀다.


“상처를 못 입힐지는 끝까지 싸워봐야 아는 것 아닌가요!”


원숭이의 신, 신신(申神)의 공격은 무방비가 된 용의 몸통으로 잘 먹혀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어이없게 막혀버렸다.


용은 오른손으로 묘신(卯神)의 공격을 막으면서, 왼손으로 날아오는 여의봉을 잡아 옆구리에 껴버린 것이었다.


“저에게 빈틈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절 너무 얕보지 마시구려...”


그들은 용의 너무나 강력한 모습에 좌절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괴물과 싸워 이긴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될까 싶었다.


용의 여의주에 전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고 덤벼드는 게 여러분의 패착인 것 같구려. 도망이라도 쳤으면 한 명쯤은 살았을 것을...”


동정어린 말을 마치자, 용은 여의주에 모인 전기를 자신의 몸으로 흘려보냈다.


전기는 용의 몸을 지나 옆구리에 끼고 있던 여의봉과 용의 검과 맞대고 있던 아요의 검에 빠르게 흘러들어갔다.


쇠로 된 물질이라 순식간에 전기가 그들에게 도달하여, 이윽고 감전이 되고 말았다.


손에 힘이 빠져 그들은 무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석재는 절망스럽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요는 아직 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양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보였다.


반면에 원신은 신력을 모두 소모했는지, 어느새 열 두 살의 어린 아이로 돌아왔다.


진오는 여전히 중상을 입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도무지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희망 따윈 더 이상 없었다.


“허허허, 이제 모두 끝난 것 같구려.”


용은 자신의 칼날을 손으로 한 번 문질러 닦아냈다.


그때였다.


절망에 빠진 석재에게 갑자기 하나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진오였다.


진오가 마침내 창을 들고 일어선 것이다.


“네 이 녀석!! 내가 누군지 아느냐!!”


진오가 한 차례 고함을 지르며 용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그래 진오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기지 못하더라도 아요가 회복할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을 거다. 둘이 합심하여 싸운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것은 석재의 안일한 생각이었다.


용은 엄청난 속도로 진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진오 눈앞에 용이 나타났다.


“당신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소이다. 오늘 이곳에 있는 사람은 모두 죽을 운명이니까.”


속력과 민첩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생각했던 진오는 용이 보여준 믿지 못할 속도에 당황했다.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속도는!’


용은 그에게 잠시도 틈을 주지 않았다.


발을 걸어 진오를 쓰러뜨린 뒤, 진오의 오른 팔을 밟아 부러뜨려버렸다.


“허허 이제 창도 못쓰게 됐으니 그만 포기하시구려... 아니면 더 해보시겠소?”


석재의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산산조각 나버린 순간이었다.


석재는 일어서보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내장이 파열되었는지 다시 한번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여기서 모든 게 끝나는 구나. 복수는커녕 서방세계에 발도 들여 보지 못했는데...’


그는 곧 맞이할 최후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든 걸 체념하니 밤하늘에 별들이 너무 밝다.


때마침 보름달이 떠있어서 이런 날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머니 생각보다 일찍 만날 수 있겠군요...’


*

둥-둥-둥-둥


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관청에서 시간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자시(子時)를 알리는 소리.


석재는 자시(子時)에 자신(子神)이 죽는 것도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아아악!!”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재는 황급히 비명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그건 바로 묘신(卯神)이었다.


“으으으으-”


묘신(卯神)의 갈색 털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색만 변한 것이 아니라 하얀 털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꼿꼿하게 섰다.


검었던 그녀의 눈동자도 피로 물든 듯이 빨갛게 변했다.


어두운 저녁에 반짝이는 붉은 눈이 왠지 모를 공포감을 주었다.


“하악...하악...”


묘신(卯神)은 거친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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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험의 시작 +2 20.05.12 128 12 14쪽
4 신의 모습 20.05.12 150 15 13쪽
3 드러나는 과거 +2 20.05.12 168 19 12쪽
2 전쟁 영웅 20.05.11 237 26 11쪽
1 피리 부는 거지 +6 20.05.11 447 7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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