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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97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11 17:12
조회
445
추천
78
글자
12쪽

피리 부는 거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화. 피리 부는 거지


흙길 주변으로 기와집과 초가집이 늘어서 있다.


저잣거리에는 상인들과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 사이로 누더기 옷을 입은 한 사내가 터덜터덜 걸어간다.


행색은 영락없는 거지꼴이었다.


“에이 저 거지 녀석은 왜 또 여기서 어슬렁거려? 장사 안 되게!”


주모가 달려 나와 거지가 지나간 자리에 소금을 뿌렸다.


“흥! 재수 없어.”


터덜터덜 걸어가는 거지는 이런 일쯤은 익숙하다는 듯이 못 본체 지나간다.


모두 거지를 보며 삿대질을 하고 수군수군 댄다.


“젊은 놈이 일은 안하고, 밥이나 빌어먹고 있으니 원...”


“그러게 말이야. 하긴 저렇게 더럽게 하고 다니는데 누가 일을 맡기겠어.”


거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가다 우물가에 앉았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등 뒤로 쓸어 넘기자 옷 안에 숨겨져 있던 피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피리를 꺼내 아름다운 연주를 하며 마음을 달랬다.


연주를 하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석재야 이 피리는 아버지께서 너에게 주신 하나뿐인 물건이란다.”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가 따뜻하게 어린 석재를 감쌌다.


어머니는 석재의 손에 피리를 꼭 쥐어주셨다.


“소중히 보관하렴. 아버지가 지금은 일하러 멀리 가셨지만, 우리 석재가 크면 반드시 돌아 오실거야.”


갓난아기일 때 아버지는 어디론가 떠나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이따금씩 석재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거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사실 석재는 아버지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가 행복해보이셔서 흥미가 있는 척 했을 뿐이었다.


어린 시절은 비록 가난했지만, 따뜻하고 상냥한 어머니와 함께여서 행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버지 이야기를 해 줄 사람이 없다.


어머니마저 석재가 열 살이 되던 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았던 소년이 어느 덧 열여덟의 청년이 되었다.


석재가 물려받은 것이라곤 오직 피리 한 자루뿐이었다.


우물가에 앉아서 과거를 회상하던 석재 옆에 한 사내가 앉았다.


그는 검은 갓을 쓰고 갈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누가 봐도 석재와는 행색이 정 반대였다.


“여보게, 피리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런데 한 곡조 더 연주해 줄 수 있겠나.”


그는 갓을 풀어 헤치고 석재를 향해 미소 지었다.


석재는 그를 보자 반가움의 미소가 흘러나왔다.


“어 그래 성호구나. 점잔 떨기는... 날이 갈수록 양반다워지네.”


“하하하 석재야. 그렇지 뭐. 어휴 나도 이런 말투는 오그라드네.”


그리고는 자신의 갓을 석재의 머리에 씌어 준다.


그런 둘 사이로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떨어진다.


석재는 조용히 은행잎을 주워든다.


“이 은행잎이 마치 용혁이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는 것 같아.”


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용혁이 녀석은 잘 있으려나... 우리 셋이서 다닐 때는 정말이지 재밌었는데. 내가 소식이 궁금해서 하인을 시켜 좀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무슨 소식 온 거 있어?”


“아니 아직...”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석재는 동네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


아마 신장이 다른 아이들보다 작아서 더 얕잡아 보인 것도 있었을 것이다.


정말 아이들은 짓궂었다.


놀리기도 했지만 폭력도 서슴없었다.


심지어는 손닿는 것이 더럽다고 돌멩이를 던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석재를 구해준 것이 성호와 용혁이였다.


괴롭히는 아이들을 향해 같이 싸워주기도 하였고, 외로워 하는 석재를 옆에서 돌봐주기도 하였다.


특히 용혁이는 무예에 관심이 있어 석재에게 무술을 많이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석재는 더 이상 폭력에 시달리지 않았다.


그 때 하인이 성호를 향해 허겁지겁 달려왔다.


“아니 자네는? 그래 벗의 소식을 가져왔는가?”


“네 도련님. 하오나 좋지 못한 소식이라...”


하인의 표정이 어두웠다.


좋지 못한 표정을 읽은 성호와 석재도 덩달아 마음이 어두워졌다.


“좋지 못한 소식? 얼른 말해보게!”


“그게... 최근 전쟁 중에 전사하신 듯합니다.”


“......”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떠들던 친구가 전사하다니.


석재는 마음이 무너지는 듯 했다.


성호 또한 이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보였다.


“아니... 사병도 아니고 지휘관이 전쟁에 나선지 이제 일주일이 조금 넘었는데 전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아마 잘 못 알았을 게다.”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듣기로는 장례 준비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그 쪽 양친들도 이미 소식을 아신단 말인가?”


“네.”


“석재야. 난 먼저 용혁이 부모님한테 가봐야겠다.”


성호는 석재의 머리에 있는 갓을 다시 쓰고 급히 일어났다.


석재는 차마 그를 따라갈 수 없었다.


용혁이의 부모님은 거지 행색을 한 나를 분명 반겨주시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들을 불쾌하게 만들 것 같아 같이 가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떠난 빈자리. 석재는 다시 혼자다.


그는 떨어진 은행잎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이 은행잎처럼 잠깐의 추억만 주고 떠났구나...’


석재는 우울할 때 마다 그랬듯이 피리연주를 시작했다.


마음의 슬픔이 음률을 타고 흘러나온다.


그리고 피리 위로 눈물 한 방울이 은행잎처럼 떨어졌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


친구를 잃은 슬픔을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 것 같다.


모두들 나를 떠나버리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 모든 상황이 슬픔에서 짜증으로 변했다.


슬픔과 짜증을 이겨내기 위해 석재는 있는 힘을 다해 피리를 크게 불었다.


삐이이익-


*

한편 저잣거리 한복판에는 한 여자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새하얀 피부에 눈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외모뿐만 아니라 복장에서도 단아함과 기품이 넘쳐흘렀다.


그녀는 갈색 빛이 도는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길이가 허리까지 내려왔다.


옷은 정통 한복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세련되어 보였다.


삐이이익-


한 차례 천둥과 같은 악기 소리가 저잣거리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시끄러움에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며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 여자는 분명 피리 소리임을 직감했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헤, 드디어 찾았네.”


*

그로부터 약 반 시진(時辰)이 지났을 무렵, 저잣거리가 누군가로 인해 야단법석이다.


“저놈 잡아라!”


포졸 세 명이 석재를 잡으려 쫓아오고 있다.


석재는 시장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쫓기며 도망 다니고 있었다.


신장이 일반 성인에 미치지 못한 이점을 이용해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여 요리조리 피했다.


하지만 신장의 열세에서 오는 주력의 차이 때문인지, 포졸에게 곧 잡힐 상황에 놓였다.


한 포졸에게 잡힐 무렵, 갑자기 골목 오르막길에서 수레 한 대가 속력을 붙여 내려왔다.


그 수레는 그대로 포졸들을 덮치고 말았다.


석재는 어찌된 일인가 싶어서 골목 위를 살펴보니, 한 사람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여기야 여기! 이쪽으로 도망쳐”


석재는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도착해보니 웬 여자가 나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얼른 여기로 숨어.”


가리킨 곳을 보니 작은 기와집 한 채가 있었다.


그 기와집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가죽공예를 하고 계셨다.


석재는 정말 들어가도 되는지 순간적으로 멈칫거렸다.


“머뭇거릴 시간 없어!”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에 석재는 체면 따위는 버린 채 부엌으로 숨어들었다.


곧이어 정신을 차린 포졸이 여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가씨 혹시 이쪽으로 도망치는 녀석 못 보셨습니까?”


“아까 이 집을 지나쳐서 도망가더라고요. 헤헤”


“이런, 재수가 없으려니 원... 그런 녀석을 놓치다니.”


“혹시 중범죄라도 저질렀나요? 행색이 꼭 도둑놈처럼 생겼던데.”


“중범죄는 아니고, 수령님이 낮잠 자는데 아까 그 놈이 깨웠다고 하더군요.”


“아! 아까 그 굉음이 그 놈 소행인가 봐요?”


“네. 우물가에서 그 놈이 피리 부는 걸 본 사람이 있어서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헤헤”


“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포졸들은 관청으로 돌아갔다.


여자는 포졸들이 충분히 멀리 간 것을 확인한 후, 석재가 숨어든 부엌으로 향했다.


“이제 끝났어. 나와!”


그 여자 특유의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끝났다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도와주셔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새하얀 피부에 초롱초롱한 눈.


꿈에서나 그리던 이상형이 내 눈앞에 있었다.


석재의 얼굴이 붉어졌다.


“난 아요라고 해. 예의 차릴 것 없어 헤헤. 너도 올해 열여덟이지? 나랑 친구야.”


“아 그렇구나... 고마워. 그런데 날 알아?”


“음 안다하기 보다는... 헤헤 저기 평상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가 알려주셨어.”


그 말에 석재는 할아버지를 뵈러 마당으로 나갔다.


아요도 그 뒤를 졸졸 따라 나섰다.


새하얀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할아버지는 평상위에서 아무 말 없이 가죽 끈을 꼬고 계셨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석재는 절을 올리며 할아버지에게 감사를 표했다.


절을 마친 석재가 공손히 서있었다.


할아버지의 희고 긴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할아버지는 하시던 작업을 멈추시더니, 석재를 찬찬히 보셨다.


“에헴... 네가 석재냐?”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이름까지 아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할아버지 말씀이 끝나시길 기다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석재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아시는 것 같았다.


“어떻게 내가 너의 이름과 나이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한 게냐?”


“아... 네. 어떻게 저를 아시는지요.”


“껄껄 그거야 너를 오랜 기간 사방팔방 찾아다녔기 때문이지.”


“네? 저를 무슨 연유로....”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니 점점 궁금증이 더해져만 갔다.


“석재야, 혹시 아버지가 주신 피리를 꺼내 보겠느냐.”


“아 이 피리 말입니까?”


석재는 품에 넣어두었던 피리를 꺼냈다.


“오호 여전하구나. 그대로야. 보관을 잘 해두었구나.”


“네? 무슨 말씀이신지...”


“껄껄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이쪽으로 잠시 와보겠느냐?”


석재는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경계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할아버지의 말을 거스르기도 그래서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석재의 손을 잡아 팔을 살포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쥐고 계시던 반지를 석재의 검지에 끼워주셨다.


순간 몸속에 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 했다.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이 나를 휘감고 있는 것만 같았다.


“껄껄 역시... 이제 피리를 한 번 연주해 보거라. 신비한 일이 일어날 테니.”


“죄송하지만 여태 제가 피리를 수 없이 불었는데 이 피리는 그냥 평범한 피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를 것이다. 내가 너의 신력을 일깨워 줬으니 말이다.”


신력이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도무지 이 할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석재는 피리를 한 곡조 멋지게 연주해서 아요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피리를 입에 살포시 댔다.


그리고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순간 흠칫했다.


아직 연주를 하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음률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펑!


음률이 끝나자마자 석재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할아버지와 아요는 그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찍찍-찍


사라진 곳에는 떨어진 피리와 함께 웬 회색 쥐 한 마리가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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