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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302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13 18:32
조회
78
추천
8
글자
13쪽

평화의 무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7화. 평화의 무게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모두들 식사하세요!”


원신이 쪼르르 달려 나와 석재 일행을 불렀다.


큰방 문을 열자, 차려진 진수성찬에 석재 일행은 입이 떡 벌어졌다.


“잘 먹겠습니다!”


그들은 언제 또 이렇게 먹을 기회가 있을까 싶어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해하셨다.


하지만 원신의 아버지는 채 밥을 다 먹지도 않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리고 집 마당을 천천히 돌며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모든 신을 없애야, 세상에 진정한 평화가 온다.’


어젯밤 한 남성이 남기고 간 그 말.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을 배회하고 있다.


식사를 마친 석재가 밖으로 나와 원신의 아버지에게 감사를 표했다.


“재워주신 것도 모자라 이렇게 먹을 것까지 챙겨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원신의 아버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에 화답했다.


“허허 별 것 아닙니다. 오히려 부족하진 않을까 송구스럽습니다.”


그는 아버님의 겸손에 연신 손사래를 쳤다.


“전혀요. 저희에겐 너무나 과분한걸요.”


석재는 서두는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음, 이런 말을 드리게 되서 죄송합니다만, 저희 십이지신이 우선 한 곳으로 모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석재가 뜸을 들이자, 원신의 아버지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원신이를 데려가야 한다는 거군요.”


정곡을 찔린 석재는 미안한 마음에 그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생각과는 달리 원신의 아버지는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그럼요. 저 녀석도 대장부로 태어났는데,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당연하지요.”


“정말입니까?”


“네. 다만 원신이가 아직 어려서 부모 된 마음에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군요. 채비를 끝마칠 말미를 좀 주시겠습니까?”


석재는 꺼내기 어려운 말을 해야 해서 긴장했는데, 잘 해결 되어서 한시름 놓았다.


“네. 감사합니다. 어려운 결정을 해주셔서.”


그렇게 석재와 일행은 원신이네 집에서 며칠 더 머물게 되었다.


석재와 아요는 원신이와 놀아주기에 바빴고, 진오는 혼자 창술에 매진했다.


하지만 진오도 석재와 원신의 방해에 결국은 거의 같이 노는 거나 다름없었다.


원신의 부모님들은 그런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며칠 흐른 뒤 어느 날 밤, 보름달이 떠올랐다.


내일 길을 나서기로 한 석재와 일행은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모두 단잠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 석재와 진오가 자고 있는 방에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손에 쥔 칼이 반짝였다.


그는 다름 아닌 원신의 아버지였다.


원신의 아버지는 아무도 깨지 않게 조심스레 석재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잠자고 있는 그의 목에 서슬 퍼런 칼날을 겨눴다.


‘모든 신을 없애야 세상에 진정한 평화가 온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쥐의 신을 없애야 한다.’


원신의 아버지는 다시 한번 결심을 굳혔다.


‘부디 저를 용서하시길...’


마침내 쥐의 신을 없애기 위해 그는 칼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때 방 문밖에서 누군가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버지, 정녕 저도 죽이실 겁니까...”


아이의 말에 원신의 아버지는 주저앉으며 칼을 내려놓았다.


“휴... 내가 너에게 계승권을 넘겨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모든 게 꼬여버렸구나!”


어수선한 분위기에 석재와 진오가 잠에서 깼다.


그들은 바닥에 놓인 칼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특히 진오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단 생각에 화가 치솟았다.


그는 당장 달려가 원신의 아버지 멱살을 움켜잡았다.


“너 이 자식!”


그러자 석재가 멱살을 움켜쥔 진오의 팔을 황급히 잡으며 그를 말렸다.


“진오야 그만해. 우선 무슨 일 때문에 우리를 죽이려 했는지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하지만 진오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의 멱살을 잡은 채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원신의 아버지는 진오에게 맞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원신이 그런 상황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제야 진오는 아이가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쥐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석재는 원신에게 다가가 포옹을 해주며, 놀란 마음을 달래주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원신의 아버지는 그 모습을 멍하니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뒤늦게 아요와 원신의 어머니도 분위기가 이상함을 알아채고 달려 나왔다.


석재는 비교적 냉정을 유지하며 원신의 아버지에게 다시 물었다.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왜 저희를 살해하려 하셨는지.”


한동안 묵묵부답이시던 원신의 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여셨다.


“아마 그때가 약 10년 전쯤 되었을 겁니다. 과거 저희 가족이 살던 동네에 한 신비로운 사람이 물병을 들고 나타났다 하더군요.”


석재는 조용히 원신의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하지만 그는 석재를 보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지역의 유지였던 저는 동네의 안전을 위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그를 만나러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죠...”


원신의 아버지는 잠시 곰곰이 생각에 빠지시더니, 곧 다시 말을 시작하셨다.


“머리가 노랬고 막 소년티를 벗은 사람이었습니다. 눈도 크고 코도 컸죠. 우리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죠. 그가 서방세계 신이었단 것을.”


“서방의 신이...?”


“네. 그는 길에 서서 노래를 부르며 저에게 술을 한잔 따라 주더군요. 그 이후로 저는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죠.”


“......”


“그는 저를 이용해 마을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온통 쑥대밭이 되고 말았죠. 집이 부서지고 사람은 셀 수도 없이 죽어나갔어요...”


과거를 떠올린 그에게서 분노가 느껴졌다.


주먹을 쥔 채 부르르 떨었다.


“그 녀석은 어떻게 알았는지, 저희 집까지 절 이끌었습니다. 제발 가족들에게 도망치라고 애원했으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습니다.”


“......”


“제 아내는 결국 제 손에 죽어버렸고, 딸도 제 손에 죽어버렸죠...”


아버님은 당시의 비참한 상황이 떠오르셨는지,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밖에서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더군요. 그 아기가 바로 원신이었습니다. 아마 딸이 동생을 지켜주려고 안전한 곳에 놓아뒀던 모양입니다.”


슬픔이 차올라 숨을 고른 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서방의 신은 자비가 없었습니다. 하나 남은 제 아들마저 죽이려했죠. 저는 울면서 발악을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혈육을 지키기 위해서...”


석재는 그 장면을 상상하자 그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에 자신도 마음이 미어졌다.


“아이에게 칼을 막 겨눈 순간 어찌된 일인지, 제 몸이 의지대로 다시 움직여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그놈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모두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슬픔에 잠겨있었다.


원신은 힘들게 말을 마친 아버지를 안아주었다.


“저는 서방세계의 신을 원망했고, 저 스스로를 원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의 기억을 잊기 위해 이사를 하고 재혼을 했죠. 그리고 제 아이에게 신력을 물려주었습니다.”


석재는 그런 아버지에게 최대한 목소리를 부드럽게 내려고 애쓰며 물어봤다.


“그럼 저희는 왜 공격하시려고 한건가요?”


“몇 달 전부터 한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진정한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신들이 존재하는 한 이 세계에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 했죠.”


“동방 신들까지요?”


“네. 서방세계의 신들은 거만하고 중상모략에 능하니 없애야 하고, 십이지신도 원진살· 상충살· 형살 때문에 서로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니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이죠.”


생각해보면 그랬다.


십이지신은 곤경에 빠진 후에도 원신의 아버지를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다.


석재의 아버지가 서방세계에 끌려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십이지신은 지금까지 전혀 서로를 신경 쓰지 않는 남이었다.


석재는 왜 원신의 아버지가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만, 석재군과 아요양이 우리 원신이와 놀아주는 것을 보고 마음이 살짝 흔들리기도 하더군요.”


원신의 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석재를 바라봤다.


“어쩌면 다음 세대에서는 화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제일 확실한 방법은 모두를 제거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원신의 아버지는 칼을 조용히 다시 잡으셨다.


“저는 이제 일을 그르쳤으니, 미래에 걸어볼 수밖에 없겠군요...”


원신의 아버지는 자결하기 위해 칼을 번쩍 들어올렸다.


“잠깐!”


그 순간 진오가 재빠르게 그의 팔을 쳐서 칼을 떨어뜨렸다.


“미래에 걸었으면, 미래를 지켜보고 죽으십시오. 과거를 속죄하면서!”


*

그 때 집 밖에서 별안간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인기척을 내며 저벅저벅 걸어왔다.


의문의 목소리가 마당에서 들렸다.


『세상을 짊어지고 성대를 이루려니


잡초가 삐져나와 내 길을 막는 구나


이 일을 어찌하겠나 내 안목만 탓할 뿐.』


누군가의 시 읊는 소리에 석재 일행은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집 마당에는 정체모를 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회색 도포를 입고 있고, 머리에는 검은 띠를 두르고 있었다.


밝은 보름달빛에 비친 그의 모습은 남성미가 유독 돋보였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구레나룻과 이어져있고, 짙은 눈썹에 쌍꺼풀 짙은 눈을 갖고 있었다.


한 손에는 야구공 크기 정도 되어 보이는 구슬을 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신비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장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지, 허리춤에는 장검을 차고 있었다.


“그가 왔군요...”


원신이 아버지의 그 말에 진오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벽에 세워놓은 창을 들고 그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


“이얏-”


쨍-


그 남자는 왼손으로 검을 뽑아 가볍게 이를 막아냈다.


“가소롭구려...”


그러자 화가 난 진오는 창으로 더 세게 그의 검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둘의 힘겨루기가 막 시작되려 할 때였다.


그 남자는 검으로 창을 막은 채, 앞으로 재빠르게 몇 발자국 다가섰다.


그리고 오른손에 든 구슬을 진오에게 갖다 댔다.


“귀찮게 하지 마시게나...”


그 순간 진오는 온 몸에 전기가 올라 쓰러졌다.


그의 몸은 감전되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송축과 싸워도 쉽게 밀리지 않았던 진오가 저리 단숨에 당하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석재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그는 전의를 다지며 피리를 입에 가져다댔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요는 피리를 붙잡으며 그를 말렸다.


‘석재는 아직 신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니 너무 위험해. 음... 오늘만큼은 신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헤헤, 석재야 아직은 신력을 완전히 다루지 못하니까, 이번 싸움은 나에게 맡겨!”


그녀는 석재를 향해 씽긋 웃었다.


“아니 아요야 너무 위험해. 이제는 나도 가능할거야!”


하지만 그녀는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한 눈을 찡긋했다.


더 이상 말리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하늘에 걸린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해.’


곧이어 그녀는 주변의 기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일고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흰 빛이 그녀의 주위를 감싸더니, 마침내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긴 귀를 가진 갈색 토끼가 두 발로 서있었다.


연두색 도복을 입고 있었으며, 눈동자는 검게 빛났다.


“아, 아요는 토끼의 신이었구나!”


그녀는 무기를 세워둔 벽에 가서 뾰족하고 가는 검 한 자루와 크고 두꺼운 도를 집어 들었다.


무기가 자그맣게 떨리며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진 무기는 금방 신장에 걸맞게 크기가 변했다.


그녀는 도까지 쓰기에는 버거웠는지 그것을 허리춤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렇게 마침내 토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검을 들고 높이 뛰어 올라 의문의 사내를 향해 검을 내리찍으려 했다.


하지만 그 사내는 뒤로 잽싸게 피해냈다.


“허허허 그대는 토끼의 신 묘신이구려.”


그 사내는 구슬을 그녀 쪽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전기가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는 뒤에 사람들이 있어 전기를 피할 수 없단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앗, 이런!”


어쩔 수 없이 날아오는 전기를 칼로 받아 쳐내려 시도했다.


“으아앗!”


날아오는 전기의 일부는 쳐낼 수 있었으나, 일부는 그녀의 팔로 흘러들어왔다.


“하아 이런, 하필 팔이...”


그녀는 팔이 마비된 것처럼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신의 모습이라 그런지, 진오처럼 되지는 않았다.


신의 모습이면 어느 정도 전기에 저항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당분간은 오른팔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 같아 그녀는 왼손으로 검을 바꿔 잡았다.


긴장감에 손잡이는 땀으로 축축해져있었다.


의문의 사내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에게 전기를 직접 써본 건 처음이었는데, 신의 모습을 하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나 보군요...”


사실 괜찮지는 않았지만, 애써 묘신(卯神)은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관리하며 말했다.


“헤헤, 그래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구.”


“묘신이시여, 그렇다면 이것도 받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구려... 우선 저도 제 정체를 알려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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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험의 시작 +2 20.05.12 128 12 14쪽
4 신의 모습 20.05.12 150 15 13쪽
3 드러나는 과거 +2 20.05.12 167 19 12쪽
2 전쟁 영웅 20.05.11 235 26 11쪽
1 피리 부는 거지 +6 20.05.11 446 7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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