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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94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11 19:11
조회
234
추천
26
글자
11쪽

전쟁 영웅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2화. 전쟁 영웅


“찍찍-찍”


할아버지와 아요는 쥐가 된 석재를 흡족해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석재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황스런 일이었다.


입 밖으로 아무리 말을 내뱉어도 돌아오는 소리는 찍찍- 소리뿐이었다.


순간 무엇인가를 깨닫고 석재는 섬뜩함을 느꼈다.


쥐가 된 상태에선 피리를 다시 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자, 석재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날뛰기 시작했다.


회색 쥐가 피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기 시작한다.


나름대로 피리를 불어보려는 발악이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이때 옆 가게에서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 가게는 술을 담그는 가게였는데, 관청의 하급 관리인 아전이 찾아와 공납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이 순순히 내어 놓지 않자, 화가 난 아전이 술을 담근 항아리를 깨뜨려 버렸다.


할아버지는 희고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다음은 자기 차례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전이 문 앞으로 다가왔다.


“게 누구 있느냐?”


따로 문이라 할 것도 없는 자그마한 미닫이 문 뿐이고, 안에 사람이 있는 게 담장 너머로 뻔히 보였다.


하지만 아전은 문 앞에 서서 당당히 그렇게 물어봤다.


아랫것들이 알아서 문을 열고 자신을 맞이하라는 신호였다.


“네. 아전나리 오셨습니까.”


할아버지는 나무로 된 지팡이를 짚으시며 천천히 문까지 걸어갔다.


“문 한번 여는 데 뭐 이리 오래 걸리느냐. 에잇.”


할아버지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는지 아전이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왔다.


“어디보자... 너희는 이 마을에 온지 어느 덧 여섯 달이 넘었는데, 아직 공납을 한 번도 안내었구나.”


“네 아전나리. 요즘 전쟁 통에 경기가 좋지 않아 준비를 못했습니다.”


아전은 손에 든 장부를 살펴봤다.


“아니 그래... 여기 늙은이에 여자 하나 밖에 없어서 군역도 지지 않으면서, 공납도 못 바친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없군 그래.”


“아... 아닙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늙은이, 오래 살았으면 알지 않는가. 세금에 그런 흥정이 어디 가당키나 한가. 기다려줄 여유 따윈 없네.”


아전은 마당에 들어와 집을 한 바퀴 빙 둘러본다.


“그래 여기저기 가져갈 물건은 많군 그래. 여보게, 갖바치. 만들어 놓은 가죽신도 많고. 이것들을 싹 다 가지고 가면 되겠어. 먹을 것도 가져가겠네. 전쟁 식량으로 써야 해서 말이야.”


“아... 나리 먹을 것만이라도 좀 남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희도 먹고 살아야...”


석재는 자신을 쥐로 변하게 만든 할아버지도 무척 싫었지만, 아전이 약자들을 괴롭히는 걸 보자니 더 눈꼴사나웠다.


그래서 곧바로 달려가 아전의 다리를 꽉 깨물었다.


“아야얏. 뭐야 이 쥐는”


아전은 역정을 내며, 쥐를 한손으로 잡고 발로 뻥 차버렸다.


가엾은 쥐는 집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아전은 모든 게 짜증난다는 듯 귀를 후비적거렸다.


“늙은이는 말이 많고 쥐는 겁도 없고... 에휴 여봐라, 여기 있는 먹을 것과 가죽신을 싹 다 관아로 옮겨라!”


그러자 옆집의 물건들을 옮기던 포졸 몇 명이 들어와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요는 그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렸고,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서있었다.


권력의 횡포에 맞서기엔 그들은 너무나도 약자였다.


그때였다. 붉은 머리에 윤기가 흐르고, 아직 상투를 틀지 않은 한 사내가 창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고동색 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장신에 어깨가 떡 벌어져 도복이 썩 잘 어울렸다.


도복은 어깨까지만 감싸고 있었는데, 드러난 팔에서 탄탄한 근육질의 몸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 사내는 아전의 뒤로 걸어가 팔꿈치로 아전의 등을 가격했다.


“으윽...”


아전은 단 한 방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포졸들이 무기를 들고 그를 에워쌌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사내는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백성의 고혈을 뽑아 먹는 버러지 같은 것들아. 내가 바로 마진오다. 어디 덤빌 테면 덤벼봐라.”


그리고는 손에 쥐고 있던 창을 비껴 잡았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는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포졸들은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아봤다.


동화산 전투에서 단기필마로 수많은 적병을 뚫고 들어가 적장의 목을 베어왔다는 전설의 주인공이었다.


포졸들은 겁을 먹어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나서서 그들을 중재했다.


“다음 달까지는 꼭 공납을 낼 테니 이만 돌아들 가주시겠습니까.”


하지만 그냥 물러나기엔 포졸들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


“우리는 공납을 받기 전까지 돌아갈 수 없소.”


“그렇다면 저기 있는 가죽신들을 챙겨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관청에는 변명거리라도 될 터이니... 아전 나리도 많이 다치신 것 같은 데 얼른 치료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 소리에 마진오가 창으로 바닥을 쾅 찍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렇게 놔둘 수 없습니다. 어딜 이 버러지 같은 나쁜 놈들이 감히 백성의 물건을 손댄단 말입니까.”


그러자 할아버지가 진오의 앞을 가로막으며 저지했다.


“에헴... 이 아이는 신경 쓰지 마시고 얼른 챙겨 가시지요.”


“흠... 운 좋은 줄 아시오. 할아범 다음 달 까지는 꼭 내시오.”


어쩔 수 없이 수긍한 포졸들은 가죽신 몇 개를 챙겼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아전을 들쳐 업고 문 밖으로 나섰다.


“헤헤 진오야 너무 멋있어!”


아요의 볼이 발그레해지며 수줍어했다.


자신이 한 눈에 반한 아요의 그런 모습을 보니 석재는 질투심이 들었다.


또한 그에게서 왠지 알 수 없는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아요와는 달리 할아버지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에헴... 진오야, 십이지신은 동방세계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게 아무에게나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혈기왕성한 진오는 동의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 저들은 아무나가 아닙니다.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사회악이죠.”


“......”


“가혹하게 세금을 걷어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나쁜 놈들이란 말입니다! 악을 여기서 처단하는 것이 십이지신의 마땅한 도리 아니겠습니까.”


쥐가 된 석재는 고개를 갸웃했다.


‘십이지신은 또 뭐지? 단체 이름인가?’


할아버지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셨다.


“사람은 본디 선하고 악함이 없단다. 다만, 처한 환경에 따라 조금씩 선해지고 악해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것이다.”


“......”


“그들이 악하다고 네가 판단하는 것은 앞으로 선해질 수 있는 사람을 오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미 없이 다른 사람을 고통주거나 살해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야.”


“저들이 선해질리 없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심지어는 살인까지도 묵인하는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억울한 백성들의 복수는 도대체 누가 해준단 말입니까.”


진오는 관청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그렇다면 너 또한 복수라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거다. 그럼 너도 악인으로써 죽어 마땅한 것이냐.”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진오는 화가 나 더 반박을 하려다가 참는 눈치이다.


잠시 후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피리와 회색 쥐 한 마리를 발견했다.


“휴... 그건 그렇고 할아버지, 드디어 후계자를 발견하신 모양입니다. 그런데 겨우 쥐로 변한 것을 보니 우리 십이지신에 걸맞은 후계자인지 의심스럽군요.”


십이지신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석재는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아요가 저 녀석한테 수줍어하는 것까지 떠올라 석재는 참을 수가 없었다.


석재는 진오에게 그대로 달려들었다.


단숨에 진오의 팔까지 뛰어올라 마구 할퀴어댔다.


“아야야! 이 녀석!”


진오는 쥐꼬리를 잡고 빙빙 돌려 바닥에 던져버렸다.


하지만 쥐 또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쥐는 재빨리 일어나 다시 공격 자세를 취했다.


“네 녀석들 이제 그만해라! 도대체 언제 철이 들려고 그러느냐.”


할아버지가 싸움을 말리시고는 쥐로 변한 석재에게 지팡이를 짚으시며 다가왔다.


쥐가 된 석재의 등에 손을 대고 뭐라 중얼중얼 하셨다.


‘펑’


한 차례의 소리와 함께 석재가 되돌아왔다.


석재는 자신의 몸이 제대로 되돌아 왔는지 눈으로 구석구석 확인했다.


모두 정상인 것을 확인하자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의 석재가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왜 진작 말을 안 하셨습니까! 피리를 불면 쥐로 변한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어리석은 녀석아... 그건 네가 아직 신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쥐로 변한 것이다.”


“신력인지 뭔지가 아니라 그냥 피리를 분 것뿐이에요!”


한바탕 역정을 부리고 난 석재는 진오에게로 눈길을 옮겼다.


진오를 바라보는 눈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너 거기, 진오라고 했냐? 키만 멀대 같이 커가지고. 똥폼 잡고 다니지 말란 말이야.”


“쳇 너 이제 보니 조그만 애송이였구나? 그래가지고 어디 힘이나 쓰겠어?”


“뭐라고 애송이라고? 너 나랑 한판 붙어 볼 테냐?”


“하하하 그거 좋지. 발차기 한 방이면 나가떨어질 놈이 어딜.”


석재가 달려들어 진오의 멱살을 잡았다.


“그래 어디 한번 붙어보자고. 전쟁 영웅인지 뭔지 얼마나 대단한가 한 번 봐야겠네.”


상황이 일촉즉발이 되자 아요가 달려와 석재의 팔을 붙잡으며 말렸다.


“얘들아 싸우지 마... 우린 다 친구야!”


석재는 아요를 바라봤다.


아요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모습을 보니 더욱 열이 받았다.


이렇게나 어여쁜 아요를 울린 건 모두 이 녀석 탓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 이 녀석. 아요를 울게 만들었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석재가 진오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진오의 입가에 진득한 핏기가 맺혔다.


친구에게서 무술을 오랫동안 배워왔던 석재의 주먹도 상당했다.


하지만 진오는 턱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빛만큼은 싸움의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디 이런 힘도 없는 꼬마 녀석이.”


진오도 내심 참을 수 없었는지 한마디 하며 주먹으로 석재의 얼굴을 내리쳤다.


석재의 코에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흐르는 코피가 느껴졌는지 손으로 닦아 내렸다.


“엥? 전쟁 영웅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겨우 이정도야? 간지럽네... 간지러워. 좀 더 세게 때려보라고.”


그 순간 아요가 둘 사이를 막아서며 소리쳤다.


“다들 그만해!!!”


모두의 시선이 아요에게 향했다.


“다들 그만하라고... 제발...”


“......”


아요의 절절한 외침에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마침내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석재는 아요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섰다.


“미안해...”


그는 아요에게 그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유유히 문 밖으로 나갔다.


아요의 시야에서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서있는 그녀.


그녀의 눈 속에 맺힌 작은 별빛은 유리처럼 바닥에 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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