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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깜이의 서재

아랑까미의 세상이야기(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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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깜이
작품등록일 :
2020.04.21 20:02
최근연재일 :
2020.05.02 10:32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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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7
글자수 :
80,086

작성
20.04.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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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 명 (2화-완)

DUMMY

"으와, 뭐야 놀래라 어디서 난 소리야? 오토바이 소리였어? “


“어, 그래 정말 놀랬다. 이런 건 실로 오랜만이네 몇 달 전의 보석 전시회장에서 뭐 어쨌다고 했던 그런 것에 비하면, 이야! 예지몽? 어떻게 알았어? 이런 엉뚱한 장소에서 설마 진짜로 일본총리를 볼 줄이야”


비무에서 져 버린 승호는 지희의 등살에 못 이겨 명동에 위치한 한 은행의 입구에 서 있었다. 들어가 봐야 한다는 지희의 근거도 없는 정의감을 말리느라 꽤나 곤욕을 치르고 있던 승호의 시선 안으로 은행의 입구를 통해 걸어 나오고 있는 일본총리가 보였다. 역시 과거의 그때처럼 뒤이은 참사는 없었지만 적잖이 놀랄만한 광경 이었다.


“10년 만에 드디어 요맨큼 맞았네. 이야 그래도 정말 놀랍다. 수행원 수로 보아 비공식 행보 인거 같은데 그걸 꿈에서 보다니, 의미는 나름 있네. 그 개꿈 대단한 예지야 하하”


“그, 그렇지? 대단한 거지?”


좀 놀려주려고 한 말에 대한 지희의 반응은 영 알 수가 없는 방향으로 흘러 버렸고, 그런 지희의 반응이 왠지 참지 못할 정도로 웃긴 승호는 그녀를 조금 더 놀려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렇게까지 예지이고 싶은 거라면 재대로 웃어주마‘ 하는 그런 반발심 같은 장난기가 지희의 기분을 배려하고 싶었던 승호의 입을 끝내 열게 만들었다.


“그럼, 대단한 거지 네 말대로 하늘의 계시네, 일본총리를 우리가 언제 볼 수나 있가니? 여기 오면 볼 수 있으니 가 보거라 인건가? 참 친절하네 하늘님이, 뭐 보답으로 우리도 친절한 마음으로 손이라도 흔들어주자 얼굴도 무척 밝으시네. 총을 두발이나 맞아서 기분이 좋은 건가? 픕,흐흐......아”


기어이 참지 못한 웃음이 세어 나온 승호는 지희의 눈치를 조금 살폈고 앙칼지게 째려보는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의 웃음은 서늘해지는 기분을 타고 탄식으로 끝 맺었다.


“뭐어? 지금 날 비웃은거였어? 좋아, 귀찮게 해서 정말 미안했다. 다시는 안 그럴게 됐지?”


찬바람을 일으키며 걸음을 옮겨 가는 지희의 뒤를 아양 떠는 강아지 모양으로 따라 붙는 승호였다.


“아니, 아니 저 , 에이 같이 가!”




승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그저 지희의 뒤를 졸졸 따라 가고만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내내 토라진 듯, 눈을 감을 채로 자는 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그녀를 보며 무척 당혹스러운 승호였고 그런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오직 하나뿐 이였다.


‘아! 왜 그랬을까 바보같이, 정말 많이 화났나보네, 쩝’


지희는 곧장 집으로 가는 길을 벗어나서 동네 어귀에 있는 놀이터 로 들어서 귀퉁이에 있는 벤치에 앉았고, 뭔가 줄 같은 것으로 묶여 있는지, 승호는 아주 자연스럽게 같은 곳에 들어서서 옆자리에 슬며시 앉았다. 그렇게 앉아, 승호가 바라보고 있는 지희는 고개를 들어 잠시 동안 하늘을 올려보다 이내 큰 한숨을 내 뱉으며 승호를 향해 몸을 조금 돌려 앉았다.


“후우, 내 꿈들은 정말 뭘까? 네 말대로 그냥 개꿈 인걸까? 아예 맞지를 말던지 거기에 왜 일본총리는 있던 것일까? 처음 이런 꿈을 꿨던 그때도 그 소문만 듣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너처럼 그저 꿈 정도로 치부하며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하긴 그 것도 안 됐을지도 모르겠구나, 일단 꿈이 너무 생생해서 느낌부터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반응 인지도 모르겠네. 아, 씨, 정말 내가 아니란 말이야?”


말로만 들어서는 같은 공감을 할 수 없었던 그 생생하다는 정도를 모름이 안타까운 승호는 좀 원망스럽기도 했고, 또 지금 지희의 심정이 사뭇 진지하리라 짐작 되어져 늘 개꿈이라고 타박 했었지만 지금만은 자신도 지희의 입장에서 같은 공감을 하며, 말 상대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그 시절엔 나도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었어. 그 친구의 형이 불을 지르러 정말로 학교에 왔었던 건 사실이라는 소문 때 부터였지 우리가 그런 얘기들을 하며 지내게 된 건, 언젠가 네가 찾아와선 너의 그 꿈이 세상의 위기를 알리는 계시이고 네가 악으로부터 세상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암암리에 활동하는 구원자 의 운명을 가진 아이라고 말했을 때는 나도 참 즐거웠었지”


“부추긴 건 너였어. 이거 왜이래”


흘겨보는 지희를 향해 승호는, 양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무슨 소리냐는 듯 억울함을 호소했다.


“내가 뭐?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누명 씌우지 마”


“장풍도 쏴 보라고 했던 건 누구였지? 악을 물리칠 수 있는 힘도 있을 거라며 보채던 건 누구였냐고?”


“하하 맞다, 내가 그랬었지 그래, 몇 번 따라 다니다 장풍도 못 쏘는데 무슨 운명의 아이냐며 관두라고 했었지 참 하하하”


둘은 하늘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웃었고, 그 웃음은 다소 무거웠던 가슴을 좀 날려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흐뭇함을 선사해준 그 웃음은, 공간을 퍼져나가 이제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는 석양을 향해 흩어져갔다.


“세상엔 징벌자도 그에게서 세상을 구해내는 구원자도 없는 걸까? 그런 운명을 가진 사람들 말이야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있다면 분명히 나는 그런 ‘천기’ 라고 하는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일 텐데 말이야 안 그래?”


승호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지희의 저런 말, 한번 크게 웃어 주고 말았을 텐데,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인가 승호마저 진지해 지는 건, 붉게 물들어 가는 노을 때문인가, 지희가 빛나 보이는 건


“나는 그런 운명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 일전의 네가 말했던 노스트라다무스 의 예언 같은 얘기들 말이야”


“그게 뭐?”


“그래, 네 말대로 그 예언이 틀렸음이 아니라 그런 세상의 위기 때마다 누군가 세상은 모르게 그 것을 막았다고 하는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그 사람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사명감에 그런 일들을 하는 걸까? 그럼 세상은 왜 그런 일이 있었음을 모르는 걸까?”


“그야 정의는 암약하는... 솔직히 모르겠다. 왜 일까?”


마지막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승호는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버려 발로 비벼대곤, 얼굴을 들어 지희를 향해 가볍게 웃어 보였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혹시 그런 일들은, 세상을 망칠 악에 대항하는 정의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누군가 그 때, 그 장소에서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때문에 세상에 위기가 오는 것이었는데, 마침 거길 지나가던 누군가는 무심코 그 담배꽁초를 밟게 되어 세상의 위기를 저지하게 되는, 그러니까 살다 보면 누구나 하는 대단할 것도 없는 우연 과 운명, 그런 게 아닐까?”


“알듯 말듯 한데?”


“말하자면 이런 거지, 우리는 그저 그 스스로에게 주어진 현실을 살아갈 뿐인데 그 삶들이 스스로도 모르게 그런 운명의 흐름에 복잡하게 관여 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런 흐름에 미치는 개인의 영향중엔 네가 말하는 구원자나 징벌자도 있을 수 있는 거고 말이지, 어느 날 지나가다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를 비벼 꺼 보았다. 이런 걸 구원의 운명이라고 할 것 까진 없잖아?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그런 걸까?”


얘기를 듣는 내내 땅으로 시선을 고정했던 지희가 승호에게로 눈길을 주며 물었고, 승호는 여전히 떠나지 않는 미소로 대답해 주었다.


“모를 일이긴 하지만 지희 네가 그렇게나 좋아 하는 ‘천기’라는건 그냥 이런 걸지도 모르잖아, 운명이니 사명이니 하는 것은, 예지를 하고 신비한 힘을 다스리고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것, 그게 하늘이 내린 너의 사명일지도 모르는 거지”


“이야, 무슨 도를 닦으시는 선인처럼 말을 하네? 이런 공부는 언제 한 거야?”


좀 우울했을 기분을 이젠 모두 털어 냈는지 활짝 웃어 보이는 지희에 얼굴에서 베어 나오는 화사함이, 오늘 많이 아니라 어쩌면 그 10년 전부터 여기까지 승호를 데려왔을 그 보이지 않는 끈을 타고 승호에게도 전해져와, 그의 얼굴에도 미소를 그려 주었다.


“자칭 운명의 아이와 보낸 시간이 10년이야, 뭐 저 정도 생각쯤은 진즉에 해 보지 않았겠니? 흐흐 그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이젠 현실을 살아봐 벌써 우리도 22살이다.”


나이를 거들 먹 거린 것이 뜨끔했는지 승호는 힐끗 지희의 표정을 보았지만 여전히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쳐다본 의도를 잊게 해, 승호의 시선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때도 또 지금도


“하아, 22살이라, 10년이나 해온 세일러문 놀이는 그럼 이제 그만 둬 볼까? 네 말 잘 생각해 볼게 사실 나도 그런 꿈 별로 반갑지 많은 않아, 하여간 오늘 귀찮았지 미안하고 언제나 늘 고마워, 고맙다 장승호 늘 옆에서 지켜봐줘서”


“으응? 어 ..그 , 그래”


왠지 지희를 똑 바로 쳐다 볼 수 없어 멋쩍은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 승호의 눈앞엔 금빛 하늘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 승호의 눈을 지그시 감게 했다.




불을 켜 두지 않은 실내에는 그 어떤 빛조차 머물지 않고, 있어 그 안에선 그저 목소리 많이 오고가고 있었다.


“돌아가자 미국으로”


“제임스,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야? 미국이라고 낳아 진다는 보장도 없잖아, 의사는 뭐래? 대체 그건 무슨 병이래?”


“의사인들 알 수 있겠냐, 그저 과로 정도라고 하더라, 잘 됐어 역시 한국은 뭔가 내게 안 맞아 정말 이상한 곳이야, 사실 한국에서 살 던 시절에도 이런 일이 한번 있었어, 그땐 그저 동생이 죽은 쇼크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내가 미국으로 가게 된 건 동생의 죽음 때문이야 그저 그런 학교의 스캔들 때문에 자살을 해버렸거든 그때 그 학교의 학생, 선생들 모두가 싫어서 학교에 불을 질러 버리려 했었는데 그 때도 그 학교 건물에 들어선 그 순간 기절 했었어, 그 후로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한국에 오니 바로 이 꼴이라니, 훗 한국은 내가 싫은가보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갑자기 들이 닥치는 햇빛이 그 앞에 서 있던 정훈을 잠시 멈추게 했다.


“어디가 제임스?”


“꼬마한테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은 해 줘야지, 금방 오니까 여기서 기다려”


“꼬마? 아 그 몇 달 전에 소개 받았다는 그 꼬마 아가씨?, 좀 늦어도 용서해 줄께”


“픕, 문은 열어두고 간다.”




“어, 어디쯤 왔어?”


“그걸 확인 하려고 전화를 또 했니? 다 왔어 4층 이라고? 어 간판 보인다. 자 다 왔으니까 말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커피숍 같은 곳을 오라고하고 지희 너 이상하다.”


“아 그게 사실 너 에겐 말 안 했는데 나 소개팅으로 만나게 된 사람이 있어, 나이가 좀 많아서 그냥 말 안했는데 어릴 때 이민 갔었다 는데, 요번 일정이 끝나서 미국으로 돌아간데, 왠지 너에겐 보여 두어야 할 것 같아서, 다 왔어?


“.......”


“승호야? 끊은 거야? 승호야!”


“.......”


“승호야!!”


“다 왔어, 지금 들어가니까 끊어”


[탈칵..]


‘젠장’


“으악, 악, 정훈씨, 아저씨 왜 그래? 왜 그래 갑자기?”


들어오자마자 들리는 비명 소리에 승호는 반사 적으로 그쪽을 쳐다보게 되었고, 그 시선이 따라 멈춘 곳에 지희가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게 보여 승호는 화살이 시위를 떠나듯 쏘아져 나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지희야, 왜 , 아니 이 사람은 왜? 다쳤어? 무슨 일이야?”


“몰라, 방금 전 까진 멀쩡했는데, 그랬는데..갑자기, 기절 했나봐”


........


"그나마 다행이야 , 때 마침 승호 네가 도착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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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충동교사 (2회-완) 20.04.26 32 2 19쪽
5 충동교사 (1회) 20.04.26 34 2 16쪽
4 소 망 (당신의 날개) 20.04.24 43 2 13쪽
3 인터뷰 (2화) 20.04.22 42 2 21쪽
2 인터뷰 (1화) 20.04.22 50 2 12쪽
1 그래서 아무도 없었다. 20.04.21 97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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