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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향낙하(月香落下)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companyrr
작품등록일 :
2023.05.22 13:48
최근연재일 :
2023.10.22 18:4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44
추천수 :
25
글자수 :
62,470

작성
23.10.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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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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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제 18 화 – 잠입(1)

DUMMY

제 18 화 – 잠입(1)


왁자지껄-

웅성웅성-


수많은 사람들이 명월루(明月樓)에서, 정확히는 개성지점의 명월루(明月樓)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다.

본점인 한양은 주로 고위층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했다면 개성지점은 양반 외에 중인과 상민에게까지 식사 할 수 있게 허용했다. 물론, 한 공간이 아닌 각자 신분에 맞는 건물에서 식사를 해야 했다. 그리고 신분별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달랐다. 또한 협소하지만 잠깐씩 묵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보부상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렇듯 폭 넓은 계층을 포용한 개성지점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다.

무영은 주변의 흔한 보부상으로 변장했다. 그는 구석 자리에 앉아 국밥을 먹으며 주변 말소리에 집중했다.

개성지점의 종업원들, 흑무회(黑霧會)의 살수들은 무영의 얼굴을 몰랐다. 이름만 들어봤을 뿐,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생김새가 어떤지 아무도 몰랐다. 개성지점의 수장인 공찬을 제외하곤.

국밥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무영의 이목을 끄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루한 차림의 보부상들이었다. 광대가 솟고, 네모난 각진 턱을 가진 강인한 인상의 사내, 철웅은 잠시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다 이내 앞에 앉아 있는 두 남자에게 가까이 모이라는 듯, 가볍게 손짓했다.


“자네들 그 이야기 알고 있나?”


철웅은 사뭇 진지한 표정과 함께 목소리를 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남자들도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그를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무영 또한 철웅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했다.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


“흑무회(黑霧會)라고 들어봤나?”


“···흑무회(黑霧會)?”


남자들은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하지만 이내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이마 주름이 깊게 잡힐 정도로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물론! 알다마다.”


턱이 굉장히 뾰족한, 역삼각형을 닮아 있는 사내, 춘길이 대답했다. 그는 흥분하며 철웅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떤 말이 나올지 굉장히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그런 춘길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철웅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흑무회(黑霧會)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아는가?”


“도대체 무슨 단체이길래 이리 뜸을 들이는 건가?”


본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않고, 자꾸 주저하는 그의 모습에 춘길은 짜증이 솟구쳤다.

철웅은 대답 대신 앞에 놓인 술을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소매로 입가에 흐른 술을 대충 닦으며 무언가 결심이 선 듯, 이내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흑무회(黑霧會)는 백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단체라네.”


“감시?”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나오자 춘길과 옆에 있던 오방은 당황해했다.


“왜 우리를 감시하는 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춘길과 오방은 또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의 모습에 무언가 이해를 한다는 듯, 철웅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처음에는 그들과 같은 반응이었다.


“중요한 건 이 흑무회(黑霧會)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비밀 단체라는 것일세.”


“그런데 비밀 단체라고 하기엔 버젓이 자신들의 정체를 알리고 다니지 않았나?”


“그랬었지. 그런데 그건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이었네.”


“···일부러? 굳이 왜?”


이번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오방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쪼르륵-


씁쓸한 미소를 띠며 철웅은 또다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술병을 들었다. 맑고 투명한 액체가 술잔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군중에 공포와 의심의 씨앗을 풀면 어떻게 되겠나.”


“흠, 약간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겠나? 그러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그렇듯, 유야무야 사라지겠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네.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군중은 서로를 더욱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 편을 갈라 본인들 뜻에 반대되는 자들을 물어뜯으며 싸울걸세.”


“듣고 보니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


최근에 일어난 어떤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며 춘길은 말했다.


“이미 개성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서로 진영을 나누고 물어뜯으며 싸우고 있다네.”


“그런데 왜 나라에서 그런 일을 벌이는 건가? 백성들을 서로 갈라지게 만들고, 싸움을 일으키면 뭐가 좋다고.”


“ 그렇게 되면 누가 가장 이득이겠나”


춘길과 오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이내 그러다 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바로 나랏일을 하는 높으신 분들이지.”


그들의 모습을 본 철웅은 가볍게 눈을 감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높으신 분들이 약간의 지원과 권력을 주면 이들은 깊은 충성을 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이들을 자신들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걸세. 즉, 관리하기 쉬우면서 동시에 권력의 도구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하지만 강력한 무기가 되는 셈이지.


“허! 그게 정말이라면 너무 한 게 아닌가!”


“명백한 사실이라네.”


말을 마친 철웅은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술병을 들고, 술을 따랐다. 이번엔 본인의 술잔이 아닌 춘길과 오방의 비어있는 술잔으로 향했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잘 알고 있는 건가?”


마치 당사자인 듯, 너무 잘 알고 있는 철웅에 춘길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로 지냈던 친구가 있다네. 그 친구가 조그만 나랏일을 하는데 하루는 술에 취해 내게 푸념을 하더군. 그래서 그 친구를 살살 긁으며 비위를 맞춰주었더니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네.”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물론일세. 내가 그 친구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예전부터 평소엔 입을 꾹 닫고 있다가 술에 취하면 은근슬쩍 중요한 이야기를 흘리는 버릇이 있는 친구라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정말 너무 하는군!”


순간적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춘길은 주먹을 불끈 쥐고, 식탁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식당 안에 있는 주변 사람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 이야기는 절대 새어나가 선 안되네. 자네들은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라 내 특별히 이야기 해주는 걸세.”


사람들의 시선이 이내 흩어지자 철웅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본인의 빈 술잔에 술을 채우고, 춘길과 오방에게 술을 권했다.


‘흠··· 무언가 이상하군.’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무영은 대화에서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서늘함이 빠르게 퍼졌다. 찝찝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잘 몰랐다. 그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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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 17 화 – 의문의 여인 23.09.27 10 1 7쪽
17 제 16 화 – 이환의 비밀 23.09.19 11 1 8쪽
16 제 15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4) 23.09.12 13 1 7쪽
15 제 14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3) 23.09.04 10 1 7쪽
14 제 13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2) 23.08.28 10 1 7쪽
13 제 12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1) 23.08.23 13 1 7쪽
12 제 11 화 – 흐르는 바람결에 따라 23.08.14 10 1 10쪽
11 제 10 화 – 향기를 보는 눈 23.08.07 11 1 7쪽
10 제 9 화 – 의문의 향기 23.07.31 18 1 7쪽
9 제 8 화 – 흑무회(黑霧會) (2) 23.07.24 17 1 7쪽
8 제 7 화 – 흑무회(黑霧會) (1) 23.07.16 13 1 7쪽
7 제 6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4) 23.07.07 17 1 7쪽
6 제 5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3) +1 23.06.30 18 2 9쪽
5 제 4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2) +1 23.06.18 22 2 9쪽
4 제 3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1) +2 23.06.13 28 2 7쪽
3 제 2 화 – 화연 +1 23.06.07 18 2 7쪽
2 제 1 화 - 명월루(明月樓) +2 23.05.22 42 2 7쪽
1 서(序) +2 23.05.22 60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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