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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향낙하(月香落下)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companyrr
작품등록일 :
2023.05.22 13:48
최근연재일 :
2023.10.22 18:4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46
추천수 :
25
글자수 :
62,470

작성
23.08.14 21:06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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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 11 화 – 흐르는 바람결에 따라

DUMMY

제 11 화 – 흐르는 바람결에 따라


멀리서 들려오는 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무진이었다. 흑무회(黑霧會)내 서열 3위이자 무영의 친동생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화연님”


화연 앞에 선 무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무진님.”


화연 또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뭘 또 그렇게 고개까지 숙이며 인사해요. 언제 그랬다고.”


청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무진을 향해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화연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는 무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만하거라! 흑무회(黑霧會)의 규율을 잊었느냐. 어떤 상황에서도 서열이 높으면 무조건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비아냥대는 청아의 모습에 무진은 호통을 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흑무회(黑霧會)는 철저히 힘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서열이 높을수록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예의를 갖추어야 했다.


*


흑무회(黑霧會)내의 서열은 단순히 순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다. 서열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조선 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흑무회(黑霧會)의 인원은 500명이 조금 넘었다. 그 중, 정보원들을 제외하고, 살(殺)풀이를 수행하는 암살자들은 200명이었다.

화연은 단 한 번의 대련을 통해 서열 1위로 올라섰다. 그것도 당시 엄청난 무(武)를 자랑하던 무영을 제치고, 당당하게 1위로 올라섰다.

벌써 2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흑무회(黑霧會)의 모든 사람들은 무영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무영은 수장인 강찬과 실력이 동률을 이루거나 조금 더 위라고 평가받고 있는 엄청난 실력자였었다. 그리고 차기 수장이라는 말까지 나온 그였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으로 그녀의 승리는 불가능하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했었다. 하지만 강찬은 유일하게 화연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단순히 유일한 제자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화연에게서 특별한 힘을 보았었다. 그래서 그 힘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향견목(香見目)’, ‘향기를 보는 눈’


강찬은 화연의 특별한 힘,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향견목(香見目)’을 알고 있었다. 그도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었다. 세상에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은 단 한 번도 들어보지도, 겪어보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자신이 아끼는 화연이 신비로운 힘을 가졌다니. 그는 신기하거나 당황스러움 보다 걱정이 앞섰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하는 운명이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이것은 굉장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매순간 남들과 같음을, 평범함을 연기해야했다. 절대 드러낼 수 없었다. 드러내는 순간 힘을 시기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들러붙을 가능성이 높아, 삶이 굉장히 피곤해질 수 있었다.

강찬은 그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또한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3초 후’의 미래를 잠시 엿 볼 수 있었다.

‘단 3초’에 불과했지만, 매순간 목숨을 건 삶을 살아왔던 그에겐 엄청난 힘이었다. 이 능력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상대방이 어떤 방향으로 살(殺)을 펼칠지 또는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어떻게 될지 등 3초 후의 미래가 모두 머릿속에 들어왔다.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상황에 놓여도 모두 대처가 가능했다.

언제 어떻게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스승이었던 공가를 만나기 전부터 이런 힘을 사용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를 만나고 나서부터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화연의 ‘향견목(香見目)’을 발견하고, 힘을 극대화하는 훈련을 시키면서 당시 공가가 해주었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그도 강찬의 특별한 힘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향견목(香見目)’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특유의 체취, 즉, 향기를 눈으로 보고, 더 나아가 향기의 흐름을 보며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또한 심리상태까지 엿볼 수 있었다.

강찬이 화연의 이런 힘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평소처럼 훈련을 마치고, 화연이 좋아하던 닭고기 요리를 먹는 도중이었다.


“저는 세상의 모든 향기가 눈에 보여요. 이 향기의 움직임을 보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두 예상이 돼요.”


어린 화연이 기분이 좋아 본인도 모르게 세상의 모든 향기가 눈에 보인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걸 한번 맡고,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 향기로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요. 심지어 사물이랑 공간의 마음도요.”


당시 그 말을 듣던 강찬은 무언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큰 충격에 휩싸였었다. 결은 다르지만, 자신과 같은 힘을 가진 아이라니.


“사람의 향기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매 순간 끊임없이 움직여요.”


강찬은 그제야 그동안 의문이었던 순간들이 단번에 이해되었다. ‘3초의 미래’ 덕분에 화연의 다음 움직임을 알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3초 전’의 모습이 막상 3초가 지나면 달라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매 순간, 허를 찔렸다. 항상 의문이었다. 그가 살아오면서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은 상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화연한테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분명 통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데 화연의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인해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해가 되었다.

화연은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강찬은 평소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지냈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화연의 이러한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로 훈련 시켰었다. 그리고 마침내 흑무회(黑霧會)의 서열 정리에서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무영이 단숨에 화연을 제압할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화연은 무영과 호각을 다투었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화연과 무영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모든 움직임이 보이는 듯, 화연은 무영의 날카로운 공격을 여유롭게 막으며 간간이 공격을 날렸다.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르는 매서운 공격이었다.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그녀의 실력에 무영은 내심 경악했다. 겉보기엔 무영이 밀어붙이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그녀에게 닿을 수 없었다. 공격하면 할수록 멀어지고 있었다.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어쩌면 평생 닿을 수 없을 것이라 느껴졌다. 두 번째로 좌절을 맛보았다. 처음엔 강찬에게서.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유일한 제자인 화연에게서.

계속되는 무의미한 공방 속에서 결국 무영은 대련을 포기하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최고의 예를 갖추며 화연을 존중하고 인정했다. 무영의 패배에 사람들은 한동안 엄청난 충격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금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찬의 눈치를 보고, 무영이 일부러 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상위권의 사람들은 화연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들은 보는 눈이 달랐다. 무영이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상대한 것을 알고 있었다.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화연은 단기간에 단 한 번의 대련으로 서열 1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


“흥! 나도 그 정도 규율은 알고 있어요!”


단호한 목소리로 두둔하는 무진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서운함을 느낀 청아였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그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이고, 몸을 휙 돌려 땅을 세게 박차며 걸어갔다.

청아는 분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화연 앞에서 눈물을 쏟는 것만큼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다.

화가 많이 난 듯한 청아의 뒷모습에 화연과 무진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저 아이의 무례함을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겉으론 저래도 심성은 착하고, 순수한 아이입니다.”


“알고 있어요.”


별거 아니라는 듯, 화연은 무심한 투로 대답했다.


“몸이 많이 상한 듯 보입니다. 괜찮으십니까”


걱정스러운 눈빛이 가득한 무진이었다.


“네,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다행입니다.”


둘은 무슨 대화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며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럼 전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계속되는 어색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던 화연은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리고 이내 몸을 돌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빠르게 멀어져가는 화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진은 열이 나는 듯, 얼굴에 후끈한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리고 평소보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이상하군. 고뿔에 걸렸나?’


무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갑자기 이상해진 몸 상태에 의아해했다. 그의 눈은 멀어져가는 화연의 뒷모습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자꾸 아쉬움이 느껴졌다. 왜일까. 자꾸 화연의 얼굴과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심장은 전보다 더욱 빠르게, 금방이라도 터질 듯, 쿵쾅거렸다. 참으로 이상하다. 라고, 그는 의문에 의문을 가지며 한동안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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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 13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2) 23.08.28 11 1 7쪽
13 제 12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1) 23.08.23 13 1 7쪽
» 제 11 화 – 흐르는 바람결에 따라 23.08.14 11 1 10쪽
11 제 10 화 – 향기를 보는 눈 23.08.07 11 1 7쪽
10 제 9 화 – 의문의 향기 23.07.31 18 1 7쪽
9 제 8 화 – 흑무회(黑霧會) (2) 23.07.24 17 1 7쪽
8 제 7 화 – 흑무회(黑霧會) (1) 23.07.16 13 1 7쪽
7 제 6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4) 23.07.07 17 1 7쪽
6 제 5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3) +1 23.06.30 18 2 9쪽
5 제 4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2) +1 23.06.18 22 2 9쪽
4 제 3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1) +2 23.06.13 28 2 7쪽
3 제 2 화 – 화연 +1 23.06.07 18 2 7쪽
2 제 1 화 - 명월루(明月樓) +2 23.05.22 42 2 7쪽
1 서(序) +2 23.05.22 60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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