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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향낙하(月香落下)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companyrr
작품등록일 :
2023.05.22 13:48
최근연재일 :
2023.10.22 18:4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45
추천수 :
25
글자수 :
62,470

작성
23.08.28 21:14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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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제 13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2)

DUMMY

제 13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2)


겨우 정신을 차린 박도건의 눈에 들어온 건 냉소적인 미소와 함께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 보고 있는 김준익이었다.


“너, 너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왜 이자가 여기에 있는 것인지.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시간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가운 땅 위에 부하들이 모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메마른 검붉은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예리하게 날이 선 검을 쥔 병사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들고 있는 검으로 자신을 난도질할 것 같았다. 마음 한편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네,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것이냐!”


평소 눈엣가시였던 김준익을 거사를 앞둔 몇 시진 전, 암살자를 보내 처리했었다. 분명 죽었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버젓이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엄하구나!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조선의 왕이다!”


왠지 이 상황이 억울하고, 분한 느낌이 든 박도건은 마치 천둥이 치듯 거칠게 호통을 쳤다. 하룻밤 사이에 급격하게 바뀐 현 상황에 어이가 없는 그였다. 겨우 왕좌에 올랐지만, 아주 짧은 하룻밤의 꿈이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가 봅니다.”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박도건을 바라보던 김준익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이 오라를 푼다면 조선의 왕, 박도건이 넓은 아량을 베풀어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해주겠다.”


“하하하! 왕? 네놈 스스로 왕이라 여길 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너를 왕이라 여기지 않는다.”


박도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김준익은 호탕하게 웃었다. 주변에 있던 그의 부하들 또한 호탕하게 웃으며 손가락질했다.


“어느 왕이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시해한단 말인가!”


한참동안 웃던 김준익은 이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주변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서 이 오라를 풀어라! 나는 조선의 왕이다! 이럴수록 너희들의 죄가 더 커······”


마치 애벌레가 꿈틀거리듯, 쉴 새 없이 몸부림치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던 박도건은 이번엔 말을 마치지 못했다.


“크아악!”


고통에 찬 처절한 비명소리가 대신했다.


“이 천하의 빌어먹을 버러지 같은 놈아.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구나. 뭐가 어쩌고 어째?”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박도건의 모습에 짜증이 솟구친 김준익은 그의 뒤통수를 강하게 짓밟았다.

차가운 땅 위에 얼굴을 처박힌 박도건은 크게 몸부림치며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김준익은 발에 힘을 더 강하게 주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갈기갈기 찢어 들짐승들 먹이로 주고 싶지만, 네놈이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할 순 없지.”


잠시 말을 멈춘 김준익은 발을 높이 들어 박도건의 뒤통수를 두 번 강하게 내려찍었다. 그러자 그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네놈은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그런 지옥에서.”


박도건은 입과 코가 터져 붉은 피를 울컥 쏟으며 마치 땅과 한 몸이 된 듯 축 늘어졌다. 그는 거친 숨을 쉬며 괴로워했다.


“여봐라! 역적 박도건을 당장 끌고 가 저잣거리에 매달아 놓거라!”


“예!”


김준익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주변의 모든 병사들이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노, 놓아라!”


대답을 마친 병사들은 박도건의 머리를 강하게 움켜잡고, 거칠게 끌고 갔다.


“네놈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줄 아느냐!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어디서 감히 이 귀한 몸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이냐!”


끌려가는 와중에 박도건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날카롭게 호통을 쳤다. 그는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다.


“카악- 퉤! 더러운 역적 놈이 계집애처럼 말이 많구나!”


뒤따라가던 병사 한 명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발로 강하게 내려찍었다. 그러자 고래 고래 소리치며 악을 쓰던 박도건은 이내 기절했다.


‘박도건의 난’은 그렇게 아주 잠깐, 싱겁게 끝이 났다. 믿었던 신하에게 왕과 왕비가 시해당한 사실에 백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항상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던 어진 임금이었다. 그렇기에 백성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정신적 지주이자 진정한 아버지였던 귀한 사람이었다.

조선은 큰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 그리고 이내 슬픔과 절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분노는 순식간에 커졌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했다.

모든 백성들이 저잣거리로 달려 나갔다. 박도건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묶인 기둥 바로 옆에 처와 자식들이 함께 묶였다.


“아, 안돼··· 제, 제발 처와 자식만큼은···”


병사들은 일부러 박도건 주변을 둘러싸며 그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의 처자식이 있는 주변은 둘러싸지 않았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무언의 허락을 해주었다.

백성들은 온갖 욕지거리를 하며 박도건 대신 그의 처자식에게 돌팔매질했다. 크고 작은 돌들에 처자식은 코뼈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지고, 머리가 깨지는 등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으아악!”


옆에서 처와 어린 자식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박도건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잃고, 깨기를 반복했다. 그가 정신을 잃으면 바로 준비해놓은 찬물을 얼굴에 끼얹어 곧바로 깨웠다. 처자식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참으로 잔혹했다.

모든 것은 김준익의 지시였다. 자신의 죄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고통이자 지옥이었다.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박도건은 미친 사람처럼 큰소리를 내며 오열했다. 자신이 한 짓을 후회했다.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자신으로 인해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처자식한테서 미동이 없자 백성들은 돌팔매질을 멈추었다. 그러자 박도건을 둘러싸던 병사들은 이내 한쪽으로 빠져 대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일정한 속도와 간격으로 보폭을 맞추며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아직 화가 덜 풀린 백성들은 박도건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깨지고, 입술이 터지고, 크고, 작은 생채기가 순식간에 얼굴을 뒤덮었다. 붉은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누군가 그를 끌어내렸다. 차가운 땅 위로 쓰러졌다. 몽둥이로 그의 온몸을 두들겼다.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부러졌다. 그렇게 그는, ‘하룻밤의 왕’ 박도건은 공포와 절망 그리고 죽음의 늪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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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15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4) 23.09.12 13 1 7쪽
15 제 14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3) 23.09.04 10 1 7쪽
» 제 13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2) 23.08.28 11 1 7쪽
13 제 12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1) 23.08.23 13 1 7쪽
12 제 11 화 – 흐르는 바람결에 따라 23.08.14 10 1 10쪽
11 제 10 화 – 향기를 보는 눈 23.08.07 11 1 7쪽
10 제 9 화 – 의문의 향기 23.07.31 18 1 7쪽
9 제 8 화 – 흑무회(黑霧會) (2) 23.07.24 17 1 7쪽
8 제 7 화 – 흑무회(黑霧會) (1) 23.07.16 13 1 7쪽
7 제 6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4) 23.07.07 17 1 7쪽
6 제 5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3) +1 23.06.30 18 2 9쪽
5 제 4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2) +1 23.06.18 22 2 9쪽
4 제 3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1) +2 23.06.13 28 2 7쪽
3 제 2 화 – 화연 +1 23.06.07 18 2 7쪽
2 제 1 화 - 명월루(明月樓) +2 23.05.22 42 2 7쪽
1 서(序) +2 23.05.22 60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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