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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향낙하(月香落下)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companyrr
작품등록일 :
2023.05.22 13:48
최근연재일 :
2023.10.22 18:4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47
추천수 :
25
글자수 :
62,470

작성
23.09.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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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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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 16 화 – 이환의 비밀

DUMMY

제 16 화 – 이환의 비밀


저잣거리에 장이 서는 날이면 이환은 매번 빠짐없이 장을 구경했다. 유유자적 천천히 걸으며 백성들과 거리를, 그리고 풍경 등을 구경하며 나름의 유희를 즐겼다. 이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이환은 감시하는 수많은 눈들로 인해 현실적으로 몰래 빠져나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장이 열릴 때마다 몰래 저잣거리에 나가 구경을 하다 궁으로 돌아왔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많이 특별한 능력’ 덕분이었다.


‘향견목(香見目)’


이환 또한 화연처럼 향기를 보는 눈, ‘향견목(香見目)’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더 나아가 향기를 자유자재로 밖으로 뿜어내며 움직일 수 있었다. 급기야 이 향기로 사람들을 홀리게 하거나, 기절 시키는 등 ‘더욱 많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향기는 특이하게 색을 가지고 있었다. ‘검은색을 띤 향기’였다.

일반적으로 향기는 무색이었다. 코로 맡는, 말 그대로 어떠한 색도, 형체도 없는 무형의 무색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환이 가지고 있는 향기는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향 또한 그가 생각하는, 원하는 느낌대로 조합해서 만들어낼 수 있었다.

향기를 보기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도, 여러 다양한 향기를 조합해서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은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능력이었다. 무엇보다 어느 누구도 그의 ‘검은색 향기’를 보지 못했다. 그들은 향견목(香見目)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신비로운 능력 덕분에 수많은 눈들이 이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도, 아무런 저지 없이 유유히 빠져나와 저잣거리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었다.


*


장이 서는 저잣거리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상인들은 각자 물건들을 허공에 들어 올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목이 터져라 호객행위를 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들에 시선이 쏠린 사람들은 길게 늘어선 좌판들로 삼삼오오 모여 구경했다. 그리고 상인들의 재치 있는 입담에 홀린 사람들은 크고 작은 물건을 하나씩 사들고 갔다. 그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덩 덕덕! 쿵덕쿵!

-깨갱! 깨갱!

-쿵! 쿵! 쿵!


사당패들이 꽹과리와 장구 그리고 북을 연주하며 신명나게 놀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홀린 듯,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넓게 빙 둘러싸며 흥겨움에 어깨춤을 추었다. 그 모습에 더욱 신이 난 사당패들은 힘차고, 즐겁게 연주하며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다.


-와아아!


한참 흥이 무르익어 갈 때, 긴 천이 달린 상모를 쓴 사당패들이 전열을 갖추며 등장했다. 그들의 등장에 사람들은 놀라하며 일순 환호했다.

얇고, 긴 순백의 천이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 하늘 위에 화려한 모습의 다양한 잔상들을 남겼다.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사람들은 말없이 멍하니 넋을 잃고, 사당패들을 쳐다보았다. 멀리서 지켜보던 이환 또한 상모 돌리는 모습에 잠시간 넋을 잃었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른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그는 생각했다. 즐겁고, 행복했다.


“으, 으아앙!”


어린 아이가 이환의 다리에 얼굴을 박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곧바로 일어난 아이는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잠시간 멍하니 있다 이내 무언가 억울하고, 짜증이 났는지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 이환은 잔잔한 미소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를 안아주며 가볍게 등을 토닥였다.


“괜찮니?”


이환의 달램에도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나, 나으리! 송, 송구합니다.”


멀리서 누군가 날카롭게 소리치며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이의 엄마인 듯 했다. 그녀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있었다.

여인은 이환 앞에 오자마자 그의 발끝에 곧바로 엎드렸다. 그녀는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에 이환은 당황해했다. 고작 아이가 부딪친 것 가지고 왜 이러는지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임금임을 알아챈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매번 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느 양반가의 자제처럼 입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양반들처럼 무난하고, 지극히 평범했다. 절대 알아 챌 수 없었다. 그럼 왜?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환은 이내 여인의 행동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평민이었고, 자신은 양반이었다. 감히 평민인 그녀의 아이가 양반인 자신에게 매우 결례가 되는 행동을 한 것이었다.


“괜찮네. 아이가 뛰다보면 그럴 수 있지.”


이환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이환의 말과 행동에 놀라움과 혼란스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잠시간 멍하니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어, 어찌 저 같은 것에 이런 친절을 베푸시는지······.”


당혹스러워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그녀가 그동안 겪어왔던 어떤 고충과 슬픔을 얼핏 느낄 수 있었다.


“자네 같은 것이 뭔가. 다 같은 사람이지.”


생각지도 못한 이환의 말에 그녀는 깊은 감동을 받았는지 갑자기 눈가 주변이 촉촉해졌다.


“가, 감사합니다. 나으리”


여인은 마치 땅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허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했다.


“괜찮네. 괜찮아. 아무 걱정 말게.”


그런 여인의 모습에 이환은 오히려 당황해하며 손사래 쳤다.


“아이야, 어머니 말씀 잘 듣고,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언제 울음을 그쳤는지, 그와 여인을 멍하니 번갈아 바라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환은 다정하게 말했다.


“얼른, 감사하다고 하거라.”


여인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뒤통수를 강제로 잡고, 앞으로 숙였다.


“가, 감···쟈···합니···다.”


아직 말이 많이 서투른지 아이는 겨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그래, 그래. 어서 재미있게 놀거라.”


그 모습이 귀여웠던 이환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저 멀리 다시 힘차게 뛰어갔다.


“이제 그만 신경 쓰고, 얼른 가보게.”


말을 마친 이환은 곧바로 뒤를 돌아 걸음을 옮겼다. 여인은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흐음’


길을 걷던 이환은 마음 한편이 좋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쓸쓸함과 서글픔이 느껴졌다. ‘신분제’의 사회.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는 사회.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며 그 상태 그대로 살고, 죽어야만하는 그런 사회.

어쩌면 능력과 재능이 탁월하지만, 신분이라는 족쇄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머릿속에 그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울적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왕이라는 신분을 가진 자신이 왜인지 부끄럽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왁자지껄-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미소를 띠며 저마다 장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렀다. 그리고 따스한 햇살이 지상의 모든 것들을 향해 내리쬐고 있었다. 조금의 차별 없이.

이환은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에 깊은 호기심이 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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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 18 화 – 잠입(1) 23.10.22 4 1 7쪽
18 제 17 화 – 의문의 여인 23.09.27 10 1 7쪽
» 제 16 화 – 이환의 비밀 23.09.19 12 1 8쪽
16 제 15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4) 23.09.12 13 1 7쪽
15 제 14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3) 23.09.04 10 1 7쪽
14 제 13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2) 23.08.28 11 1 7쪽
13 제 12 화 – 나는 조선의 왕이자 꼭두각시로소이다.(1) 23.08.23 13 1 7쪽
12 제 11 화 – 흐르는 바람결에 따라 23.08.14 11 1 10쪽
11 제 10 화 – 향기를 보는 눈 23.08.07 11 1 7쪽
10 제 9 화 – 의문의 향기 23.07.31 18 1 7쪽
9 제 8 화 – 흑무회(黑霧會) (2) 23.07.24 17 1 7쪽
8 제 7 화 – 흑무회(黑霧會) (1) 23.07.16 13 1 7쪽
7 제 6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4) 23.07.07 17 1 7쪽
6 제 5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3) +1 23.06.30 18 2 9쪽
5 제 4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2) +1 23.06.18 22 2 9쪽
4 제 3 화 -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숨기고 있다.(1) +2 23.06.13 28 2 7쪽
3 제 2 화 – 화연 +1 23.06.07 18 2 7쪽
2 제 1 화 - 명월루(明月樓) +2 23.05.22 42 2 7쪽
1 서(序) +2 23.05.22 60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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