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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우유 님의 서재입니다.

(수정판) 큰일 났어요! 소꿉친구의 소리가 사라졌어요?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완결

홍차우유
작품등록일 :
2020.10.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5.08 10:57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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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0
추천수 :
22
글자수 :
1,489,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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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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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제 118장: 마음

DUMMY

현재 시간은 오후 9시

진은 미유네 집 앞에서 멈추어 섰다.

손을 올려 초인종을 누르려다 이내, 그 손은 멈추고 만다.


용기가 없는 것이다....

결국, 진은 사과를 미루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진은 씻지도 않고, 곧장 자신의 방 침대 위로 뛰어 든다.

그런 진의 머릿속은 미유에게 어떻게 오늘의 일을 사과해야 할지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진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 ◆ ◆



늦은 밤

“진, 진. 일어나렴!”

누군가 진을 흔들며 깨우고 있었다.


“누, 누구?”

진은 눈을 떴다.


“누구긴 사랑스러운 엄마지!”


“엄마?”


“내려가서 전화 받아.”


“전화?”


“그래. 전화 왔어.”


“누구한테?”


“세아의 전화란다. 스마트폰으로 연락해도 안 받는다고 일부러 집으로 했다고 하더라.”


“스마트폰?”

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상 위를 보았다.


진이 집에 있을 때는 늘, 스마트폰을 두는 위치가 책상 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진은 자연스레 책상 위를 본 것 이다.

하지만 책상 위에 있어야 할 스마트폰은 보이지 않았다.

진은 주머니까지 뒤져 보았지만, 스마트폰을 찾을 수는 없었다.


“뭐하니? 내려가서 전화 받아야지?”


“아. 그랬지!”

진은 허겁지겁 아래층으로 뛰어갔다.


진의 뒷모습을 보던 그의 어머니는 작게 말했다.

“오늘 저 애가 정신이 없구나. 무슨 일이 있었나?”


아래층으로 내려온 진은 전화를 받았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너 말이야. 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야!!’

전화 너머에서 세아는 그렇게 큰소리로 진을 다그쳤다.


“왜? 왜 그러는데?”


‘스마트폰을 대체, 미나네 집에, 그것도 메이드에게 맡겨둔 체 집에 오고 말이야! 생각이 있는 거니?’


“아하! 스마트폰 거기에 있었구나. 그보다. 너 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됐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 틈이 없어.’


“왜 그러는데?”


‘너 오늘 미유 만났어?’


“······.”

진은 답할 수가 없었다.


‘말 못하는 걸 보니 결국 못 만났구나.’


“미, 미안.”


‘사과할 사람이 잘못 된 거 아니야?’


“하긴. 그보다 무슨 일인데? 스마트폰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전화한 건 아닐 거 아니야.”


‘당연하지.’


“그럼 용건이나 말해.”


‘미유가 아직 집에 안 돌아 왔대.’


“뭐? 안 돌아 왔다고?”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 말이야. 지금 미유가 어디에 있을지 짐작할만한 곳 알고 있어?’


“그러게. 딱히 생각나는 곳은 없네?”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


“하, 하지만 나 말이야. 약속 시간에 늦었지만 미유와 약속했던 장소에 가봤단 말이야. 그런데 그곳에 미유는 없었어.”


‘그렇다는 건 너는 약속에 늦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유를 만나러 가보긴 한 거네?’


“뭐, 그렇지······.”


‘그럼 됐어.’


“뭐가 됐다는 거야?”


‘암 튼! 지금 그런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미유를 찾는 게 우선이야!’


“응.”


‘나 지금부터 미유를 찾으러 나가볼 거야.’


“여자애가 이 시간에 나가는 건 위험해. 그러니 너는 집에 있어. 찾는 건 내가 찾아보겠어.”


‘이럴 때만 여자애 취급해주는 거야?’


“지금 그런 농담 할 때가 아니잖아.”


‘걱정하지 마. 확실한 보디가드는 이미 불렀어! 그러니 머지않아 그 보디가드가 오면 함께 찾으러 나갈 거야!’


“보디가드?”


‘암 튼! 내 걱정은 하지 마. 너는 지금 미유가 어디에 있을지. 그것만 생각하라고’


“알겠어. 그럼 이만 끊을게.”

통화를 마친 진은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때마침, 거실로 내려온 진의 어머니는 외쳤다.

“진!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거니?”


“잠깐 나갔다 올게요!”



◆ ◆ ◆



그 시각 세아네 집의 모습

현재 시간 오후 10시 40분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세아가 문을 열자. 그 앞에는 스즈가 서 있었다.

“좋은 밤이야.”


“생각보다 빨리 왔네?”


“당연하지! 누가 불러준 건데?”


“좋아! 칭찬해줄게.”


“응.”

스즈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현관문을 잠그더니 세아는 말했다.

“그럼 가볼까?”


“어디부터 찾아볼 건데?”


“찾긴 뭘 찾아?”


“지금 우리 미유 찾으러 가는 거 아니야?”

그렇게 세아의 반응에 스즈는 어리둥절했다.


“그 애들이 어디로 향할지는 이미 알고 있어.”


“그 애들?”


“너는 나만 따라와. 그럼 출발!”

세아는 스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세아의 행동에 스즈는 어리둥절할 뿐이었지만, 스즈는 그런 세아의 행동이 어딘가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출발!”

덩달아 스즈는 힘차게 외치며 두 사람은 걷기 시작했다....



◆ ◆ ◆



집을 나선 진은 근처 놀이터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갔다.

하지만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도 가보았지만, 그곳 역시 미유를 찾을 수는 없었다.


다음으로 진이 향한 곳은 학교였다.

진은 경비실에서 먼저 들러 학교에 미유가 왔는지 그 여부부터 확인해보았다.

학교에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비 아저씨에게 열쇠를 빌려 학생회 실을 직접 들려보았다.

그렇지만 학생회 실에서도 미유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결국 헛걸음으로 학교를 빠져 나온 진은 생각했다.

‘역시 미유가 마음만 먹으면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추는 건 너무 나도 쉬운 일인 것 같다. 반면, 나는 그런 미유를 찾는 것이 언제나 미흡할 뿐이다.’


진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아에게 연락을 해보기 위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찾아보았지만, 진에게 스마트폰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진은 또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작게 말했다.

“참, 스마트폰 나한테 없지······.”


진은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그저 목적지 없는 걸음을 걷기 시작한 것 이었다······.



◆ ◆ ◆



세아와 스즈는 어느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세아의 말에 따르면 머지않아 이곳에 두 사람이 온다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이은 이진과 한미유를 말한다.


세아는 말했다.

“그렇게 너무 들러붙지 마!”


“하, 하지만 여기 너무 좁단 말이야!”


“쉿! 쉿! 조용히 해. 그렇게 큰소리로 말하면 들킨단 말이야.”


“하, 하지만”


“쉿!”


“읍!”

세아는 스즈의 입을 자신의 손으로 막았다.


이들이 있는 곳은 어느 건물 안이었다.

그렇지만 불이 켜 있지 않은 건물 안이라 무척 어두웠다······.



◆ ◆ ◆



정처 없이 걷던 진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무의식적으로 걷던 진은 고개를 들고 주변을 보았다.

진이 도착한 곳은 분수대가 있는 공원 이었다.


그렇게 분수대 공원으로 온 진.

이것으로 진은 오늘 이곳에 방문한 것은 두 번째인 셈이다.

이곳은 본래 오늘 데이트를 시작하기 위한 장소.

즉, 미유와 진이 만남을 약속한 장소였던 곳이었다.


늦은 밤에 보는 분수대 주변은 화려한 조명 빛 때문에 매우 밝은 편이었다.

그런 분수대 앞에 누군가 있는 것은 발견한 진.

진은 곧장 분수대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미유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미유는 이곳에서 스마트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진은 그런 미유 앞으로 이동했다.


미유는 고개를 들고 웃어 보이며, 수어가 아닌 자신의 입을 통해 말했다.

“드디어 와줬네······.”


“······.”

그 미소를 보고 진이 딱히 해줄 말은 없었다.

그저 미안하다는 생각만이 진의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미안하다는 생각도 지금의 진에게 있어서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미유는 고개를 숙이더니 작게 말한다.

“나 말이야. 오늘 바람 맞는 게 아닐까하고? 쭉, 그것도 오랫동안 생각했어.”

마치 별일 아닌 농담을 말하는 듯이 말하는 미유였다.


“······.”

이번에도 진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생각하고 있는 미안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세아하고 통화할 때는 자연스레 흘러나왔던 그, 사과의 말이 정작 해주어야 할 사람 앞에서 전혀 흘러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진은 이대로 있으면 안 되는 것을 잘 알기에 억지로 입을 열었다.

“미, 미안. 미안해.”

억지로라도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미유는 고개를 들더니 좌우로 한번 흔들고 말했다.

“그건 틀려.”


“뭐가 틀린 데?”


“진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현재 시간은 오후 11시 59분. 그러니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야.”

그렇게 말하는 미유는 자신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진에게 보여주었다.


스마트폰은 미유가 말한 것처럼. 현재 시간이 오후 11시 59분인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이프일 리가 없잖아! 약속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어······.”


“그걸 굳이 진이 말하는 거야?”


“역시 미안해. 내가 할 말은 아니야.”


미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뒤돌아섰다.

“나 말이야. 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 아니,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건지도 몰라.”

그렇게 말한 미유는 다시 뒤돌아서더니 진을 보았다.


“······.”


“변명, 하지 않을 거야?”


“변명?”


“그래. 변명! 늦은 이유 말이야.”


“변명한다고 해서 잘못된 일이 없었던 일로 바뀌는 건 아니잖아.”


“역시 진은 그렇게 말하는구나.”


“나는 이런 성격이니까.”


“꼬였어. 정말 꼬였어!”


“응.”


“진의 그런 점, 싫지는 않아.”


“고마워.”


“응, 아니야. 진의 그런 점이 나는 좋은 걸지도 모르지······.”


“한미유?”


“진!”


“응.”


미유는 해맑게 웃더니 말했다.

“데이트하자!”


“뭐?”


“못들은 거야? 데이트 하자고! 여기에 온 목적 벌서 잊은 거야?”


“지금?”


“응, 지금이야!”


생각지도 못한 미유의 반응에 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가자!”


“앗! 잠깐 어딜 가는데?”

미유는 진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건 가보면 알아!”


“잠깐! 그보다 너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연락 해둬!!”



◆ ◆ ◆



약 20분 뒤

미유와 진. 두 사람은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허, 허”


“허, 허”

너나 할 것 없이 두 사람은 숨을 헐떡이고 있다.


“여, 여기가 미유가 데이트하고 싶은 장소인 거야?”


“응, 여기는 현재 우리에게 있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장소니까!”


“이런 장소로 괜찮겠어?”


“응, 여기가 좋아. 아니, 여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역시! 회장님 다운 생각이네.”


그렇게 두 사람이 도착한 장소는 다름 아닌 그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였다.

불이 꺼진 학교는 무척 고요하다.

교문 앞 경비실 만이 홀로 불이 켜 있을 뿐이었다.


“이동할 장소는 학생회겠지?”

진의 그 말에 미유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오늘로 이거 두 번째구나. 아니, 하루가 지났으니 처음이 되는 건가? 잠시 기다려. 경비 아저씨에게 열쇠 빌려올 테니까.”

진이 경비 아저씨에게 가려하자, 미유는 진의 손을 잡아 진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왜?”


미유는 고개를 좌우로 한번 흔들더니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어.”


“어째서?”


“우리가 갈 곳의 열쇠는 이미 가지고 있어.”


“하지만 학생회 열쇠는 경비 아저씨가 소지하고 있을 텐데?”

그렇다. 진의 말처럼 평소 학생회 열쇠는 교무실에 보관되어 있기에 이 시간에 열쇠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경비 아저씨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마. 그럼 들어가자!”

미유는 진의 손을 당기며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향했다.


뒷문은 정문에 비해 담장이 낮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넘을 수 있을 정도로 담장이 낮다.

그래도 여자애 혼자서 담장을 넘기에는 다소 높은 편이었다.


“무, 무거워······.”

진은 지금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는 바닥에 손을 짚고 버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미유는 지금 진의 몸을 받침대로 삼아, 그 위에 올라타 담을 넘고 있었다.


“너, 너 말이야. 지금 짧은 치마 입고 있잖아! 그런 옷 입고 잘도 담을 넘을 생각을 하는구나?”

그런 진의 말이 미유에게 전해 질리는 없었다.


미유는 지금 진의 입을 보고 있지도 않고, 그런 미유는 지금 담을 넘는데 온 신경을 집중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진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미유는 평상시 입지 않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기에 이런 행위를 하는 것에 무척 적합하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담을 넘는데 성공한 두 사람.

담을 넘었을 뿐인데, 진은 몹시 지친 상태였다.

두 사람은 경비 아저씨의 눈을 피해 교내로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캄캄한 복도를 걷고 있는 두 사람.

여전히 미유는 진의 손을 잡고 있다.

캄캄했지만 달빛으로 인한 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기에 전혀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곳은 그들이 1년 이상, 지금까지 쭉~ 생활하고 있는 장소이기에 눈을 감고 있어도 어디에 어떤 교실이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있었다.


미유가 어느 지점에 도달하자 멈추어 섰다.

“여기가 미유가 오고 싶었던 곳이야?”

진의 말이 들리지 않았지만 미유는 그런 진의 말을 알 수 있었다.


미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수화부’라는 팻말이 적힌 교실 앞이다.


학생회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미유는 지갑을 꺼내는가 싶더니, 지갑 안에서 작은 열쇠 하나를 꺼내었다.


“열쇠?”

미유는 이어서 그 열쇠를 가지고 수화부의 부실을 열었다.

지금까지 굳게 닫혀있던 수화부의 부실 문이 열렸다.


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런 진의 앞에 서있는 미유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진은 알 수는 없었지만, 어렴풋 미유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소를 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부실로 들어갔다.

창문에는 커튼까지 쳐져 있는 부실이었기에 암흑 그 자체였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런 어둠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있는지. 그 전부가 말이다.

진은 만약 경비 아저씨가 순찰을 하다가 열린 문을 볼 수도 있기에 부실의 문을 닫았다.

그러자 어둠은 더욱더 짙어졌다.


“이쯤에 분명히 있을 텐데?”

미유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가 있는데?”

진이 물었지만 미유가 답을 할 리는 없었다.


“찾았다!”

미유는 무언가 찾은 듯 기뻐했다.


잠시 후

주변이 환해졌다.

딱히, 형광등에 불이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형광등을 켰다 가는 경비 아저씨에게 단번에 들키기 때문에 형광등을 켜지는 않았다.


미유가 찾은 것은 '아로마캔들'이라 불리는 향기가 나는 향초와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은 성냥이었다.

저번 축제 때 다른 반 학생들이 사용하고 남은 비품을 놔둘 곳이 없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수화부에 놓았던 것을 미유가 지금 찾아낸 것이다.


캔들의 크기는 대략 50cm를 넘었기에 매우 큰 편이었다.

미유는 성냥을 사용해 아로마캔들에 불을 붙였다.


불꽃을 피워낸 아로마캔들을 보는 진은 생각했다.

‘2일 정도는 불을 끄지 않아도 끄떡없을 것 같은데?’


형광등의 불빛에 비하면 아로마캔들의 밝기는 작지만 지금 두 사람을 비추는 것에는 충분했다.

오히려 너무 밝으면 들킬 위험이 있기에, 지금이 딱 좋은 상태라 할 수 있었다.


테이블 위에 아로마캔들을 올려놓은 미유.

진은 창문을 가리고 있는 커튼부터 살펴보았다.

혹시 모를 빛이 세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딘가 빛이 세는 곳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커튼은 암막커튼 이어서 밖으로 빛이 세어나갈 일은 없었다.


일단 안심하며 진은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미유도 따라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작은 불빛 하나를 켰을 뿐인데, 주변의 분위기는 무척 따뜻함이 전해지고 있다.

미유와 진. 두 사람은 말없이 그저, 타 들어 가는 불꽃을 보고 있다.


진이 수어로 말했다.

(이렇게 미유랑 둘만 있는 거 오랜만인거 같네?)


(그러게. 전에는 둘 이 있는 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어느새 우리 주변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으니 말이야.)


(신기하네.)


(응, 무척 신기해.)


잠시 두 사람 사이 침묵이 내리 앉으려 할 때 쯤.

진이 다시 수어로 말했다.

(미안해. 역시 사과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까도 말했지만 사과할 필요는 없어. 지금 이렇게 데이트를 하고 있잖아.)


(그런 걸까?)


(응, 이거면 돼! 나는 이걸로 만족하니까.)


(미유가 그렇다면 더 이상 사과하지 않을게.)


(응.)


(미유는 말이야. 오늘 내가 왜 늦었는지. 그 이유를 묻지 않는 거야?)


(진은 내가 그걸 물어봐 주길 원하는 거야?)


(아니. 그렇지는 않아.)


(그럼. 말하지 않아도 돼. 물론 궁금하기는 해. 하지만 진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약속을 내팽겨 치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니 분

명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늦은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렇구나.)


(그럼. 반대로 내가 진과 약속을 했는데, 약속 장소에 내가 안 나오거나 늦게 왔어. 그렇다면 진은 그 이유를 내게 물어볼 거야?)


(아니, 나도 아마 미유처럼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역시!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있어.)


(이건 과연? 신뢰일까?)


(그럼 진은 신뢰가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는데?)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굳이 묻지 않는 거?)


(그게 신뢰 아니야?)


(다르다고 생각해. 신뢰는 서로가 믿고 있는 무언 가잖아. 그러니 우리의 그런 생각은 신뢰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아.)


(뭐가 다른데?)


(그러게 뭐가 다를까? 말로는 잘 설명을 못하겠어.)


(그게 뭐야?)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말을 끝으로 또 다시 두 사람 사이 대화가 멈추었다.


두 사람은 그저 타 들어 가는 불꽃을 멍하니 보고 있다.

그러다 문득, 미유가 수어로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 그때가 생각나네······.)


(그때라니?)


(진과 공범자가 되던 날.)


(그렇구나. 장소와 분위기가 그때와 무척 비슷하네······.)


두 사람은 잠시 회상하듯 추억 속에 빠져 들었다.


(진이 그때 그렇게 말해줘서 나는 기뻤어. 진이 그때 말 안 해주었으면 나는 지금도 어둠 속에 혼자 있었을 거라 생각해.)


(그건 작은 계기에 불과해. 내가 아니었어도 미유는 혼자서 그 어둠을 벗어나 지금과는 사뭇 다르겠지만 그래도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을 거라 생각해.)


(그건 아니야. 진이 없었다면, 진이 그 자리에서 나를 이끌어 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야. 만약 그때 진이 나를 이끌어 주지 않았으면 나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을 거라 생각해.)


(그렇지 않아. 미유는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 그건 내가 잘 알고 있어. 그러니 절대로! 그렇지 않아.)


(나는 진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닌데? 진이 생각하는 나는 엄청 강한 사람인가 보구나? 하지만 진. 나는 정말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야.)


(미유야······.)

진은 표정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숙인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야. 그러니 지금의 나는 적어도 진이 생각하고 있는 강함에 상당히 근접한 사람이 되었어. 그러니 내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


(응.)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야. 지금처럼 눈앞에는 진이 있어. 그리고 친구인 세아와 스즈가 있지. 물론! 미나와 유리도 그리고 학생회에 있는 모든 임원들도 지금은 나와 함께하는 소중한 친구들이야. 그러니 나는 이들과 함께 있는 한 진이 생각하는 강한 사람이야. 다만······.)


미유의 표정이 변하였다.

(다만, 뭐?)


애써 미소를 지으며 미유는 수어를 한다.

(다만 말이지. 요즘 생각해. 많은 친구들은 내 곁에 그대로 머물러 주는데, 진만이 조금씩 그 안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


(!?)


(나 말이야 착각 하고 있었어.)


(착각?)


(진은 언제 까지나 나와 함께 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마음속 어디에선 가 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러니 정말 웃기지 않아? 진은 내 남자친구도 아니고, 내 소유물도 아닌데 말이야. 정말 나는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니까. 그러니 나 자신이 정말 웃겨.)


(웃기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


(그래. 나도 언제 까지나 미유와 쭉 함께 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니 미유의 그런 생각은 전혀 웃기지 않아.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야.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쭉 함께 지내왔잖아. 그 생각을 웃기 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혼내줄게.)


(고마워 진. 하지만 진은 점차 내 게서 멀어지고 있잖아······.)


(응······.)


(진. 우리 이대로 점점 멀어져 서로 못 보게 되는 걸까?)


(글쎄?)


(진이 모르면 누가 알아?)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잖아.)


(진은 미나에게 가버리는 거야?)


(모르겠어. 아직은······.)


(결정하지 못한 거야?)


(응.)


(그럼. 다시 돌아와 주면 안 될까?)


(돌아와? 어디로?)


(여기. 내가 있는 곳으로 말이야. 지금의 진은 길을 잃고 있어. 진이 있어야 할 곳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옆이야. 진이 말했잖아!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쭉 함께였어. 그러니 진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 바로 여기! 내 옆이 진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미나의 옆은 진이 있을 곳이 아니야. 이렇게 진을 잃고 싶지 않아. 모처럼 내 마음을 알게 되었는데, 조그만 더 일찍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 질걸 그랬어. 그랬더라면 이렇게 괴롭지 않았을 텐 데 말이야······.)


미유의 두 눈물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미유야······.)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미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유는 진이 자신의 얼굴을 못 보게 뒤돌아서더니 수어가 아닌 자신의 입으로 말했다.

“아, 미안. 이런 말을 하려 던 게 아니었는데, 선택은 진이 하는 거잖아. 진이 미나를 선택해도 나는 원망 하지 않아. 진이 선택한 길이니까. 오늘 데이트 즐거웠어. 그럼 나 먼저 돌아갈게.”


미유는 황급히 수화부를 빠져나갔다.


“미유야. 한미유!!”

진의 외침에도 미유는 멈추지 않고 복도를 끝을 향해 달려갔다······.



다음 화, 예고 대상


“아야야. 그렇게 세게 잡아당기면 위험하다고 했잖아.”

“그래? 그렇다면 그 조언을 한 사람들 보람은 있었네? 정말 다행이구나.”

“그냥 내버려 두면? 그 못난 성격이 고쳐지기는 하는 거니?”

“진의 눈이 빨간색이야?”

“전혀 요! 그런 남자의 사생활 저는 전혀 관심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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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판) 큰일 났어요! 소꿉친구의 소리가 사라졌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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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수정판 20.10.23 53 0 -
136 제 135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 5-1 최종장 24.05.08 3 0 28쪽
135 제 134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5 23.09.10 17 0 20쪽
134 제 133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4-3) 23.09.02 8 0 20쪽
133 제 132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4-2) 23.08.26 8 0 21쪽
132 제 131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4-1) 23.08.19 10 0 20쪽
131 제 130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4) 23.08.12 9 0 24쪽
130 제 129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3) 23.08.05 8 0 22쪽
129 제 128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2-3) 23.07.29 10 0 33쪽
128 제 127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2-2) 23.07.22 9 0 27쪽
127 제 126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2-1) 23.07.15 9 0 30쪽
126 제 125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2) 23.07.08 9 0 25쪽
125 제 124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1) 23.07.01 11 0 24쪽
124 제 123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엔딩) 23.06.24 11 0 27쪽
123 제 122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4) 23.06.17 11 0 18쪽
122 제 121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3) 23.06.10 12 0 24쪽
121 제 120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2) 23.06.03 10 0 24쪽
120 제 119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1) 23.05.27 15 0 18쪽
» 제 118장: 마음 23.05.20 13 0 23쪽
118 제 117장: 엇갈림 23.05.13 17 0 19쪽
117 제 116장: 놓쳐 버렸다. 23.05.06 17 0 22쪽
116 제 115장: 되는 일이 없는 날 23.04.29 14 0 20쪽
115 제 114장: 프러포즈 vs 고백 23.04.22 13 0 18쪽
114 제 113장: 연주는 시작일 뿐이었다. 23.04.15 17 0 24쪽
113 제 112장: 던진 주사위 23.04.08 15 0 25쪽
112 제 111장: 그녀의 결정 23.04.01 19 0 24쪽
111 제 110장: 이세아의 바람 23.03.25 30 0 22쪽
110 제 109장: 삐걱대는 그녀들 23.03.18 29 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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