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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우유 님의 서재입니다.

(수정판) 큰일 났어요! 소꿉친구의 소리가 사라졌어요?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완결

홍차우유
작품등록일 :
2020.10.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5.08 10:57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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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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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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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4.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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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제 113장: 연주는 시작일 뿐이었다.

DUMMY

무대 위의 모습


♪~♬~♪~♬~♪~♬~

피아노 소리가 울려 펴지고 있다.

소란스러운 관중석도 어느새 조용해졌고, 모두가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우려 듣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미유가 연주하는 연주 곡의 제목

쇼팽 에튀드 Op.25 no.11 ‘겨울바람’(Chopin - Etude Op.25 No.11 “Winter Wind”)


한음씩 누르는 건반에 의해 소리가 천천히 울린다.

약 25초까지는 한음, 한음. 정성스레 건반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관중석에 있는 모두가 알 수가 있을 정도로 정교했다.

하지만 25초가 지나는 순간, 손가락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연주를 시작해 나간다.


관중들은 한순간에 바뀐 연주의 흐름에 압도 당해버린다.


무대 뒤에서 미유의 연주를 지켜보던 미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미나는 그 눈물을 닦는 것을 잊은 듯, 오히려 미유의 연주에 더욱더 집중하여 감상한다.


제목처럼 미유의 연주는 음색 하나하나에서 겨울바람을 전달하듯, 관중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 탓에 관중들은 어느새 양손으로 자신의 팔을 감싸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

그렇게 피부의 촉감을 통해 사람은 바람을 느끼지만, 지금 관중들은 피부가 아닌 음색의 소리로 추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미유의 연주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 ◆ ◆



♪~♬ ♪~♬ ♪~♬

머지않아 피아노는 절정을 달리며 그 끝을 전한다.


미유의 연주가 끝나자 관중석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연주를 마친 미유는 아직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시간은 흘러 금세 1분이 지나갔다.


관중석에서 조금씩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미유는 여전히 피아노 앞에서 움직임이 없었다.


그 순간!

미나가 다시 무대 위에 나타났다.


관중석은 더욱더 소란스러워진다.

무대 위에 올라온 미나는 곧장 미유에게로 향했다.

미유 앞에 도착한 미나는 미유를 보았지만, 미유의 시선은 미나가 아닌 피아노 건반과 자신의 손 사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유는 자신이 연주를 마친 것에 대해 무척 놀라있는 듯 보인다.

미유의 움직임이 없자. 미나는 미유의 옆에 앉았다.

그제야 미유는 미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미나는 두 손을 피아노 건반 위에 올리더니 연주를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관중석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게 갑작스레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 그것도 자신의 차례가 끝난 유미나가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유는 그런 미나의 옆에 앉아서 미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 ◆



♪~♪~♬~♪~♬~

피아니스트 유미나가 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관중들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관중들은 지금 그녀의 연주에서 마치 무언가 부족하다는(빠져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미나가 지금 연주 하고 있는 곡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Mozart: Sonata for Two Pianos)


연주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이 곡은 본래 두 대의 피아노를 사용하여 연주하도록 위한 곡이다.

그러기에 한 대의 피아노로, 그것도 한 명만 연주하면 부족함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가까이에서 미나의 연주를 듣고 있는 아니, 보고 있는 것은 미유이다.

미유는 미나의 건반 위로 나타나는 음표들과 색깔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세하게 떨리는 진동을 감지하려 애를 쓰고 있다.


이 행동들은 미나가 지금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알기 위함이다.


미나는 약 3분 가량 쉬지 않고 연주를 했다.

끝까지 연주한 것이 아니라 도중에 연주를 멈춘 것이었다.

연주를 멈춘 미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유를 바라본다.


그런 미나는 말했다.

“무슨 곡인지 알겠니?”


미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한번 해보자!”


“무엇을?”

미유는 수어가 아닌 자신의 입으로 물은 것이다.


하지만 미나는 답하지 않고 한 손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무대의 반대편에 스포트라이트가 내려온다.

그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 있는 것은 또 한 대의 피아노였다.


관중석에 있는 그들과 미유. 그런 모두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미나는 천천히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 있는 피아노를 향해 걸어갔다.

그 앞에 도착한 미나는 주저 없이 의자를 꺼내 그 위에 앉았다.

손은 피아노 건반 위로 올려놓는다.


미유를 한번 보더니 눈빛으로 말했다.

‘준비됐지?’


‘······.’

미유의 대답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나는 그런 미유를 기다려줄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미나는 손을 위로 올리더니, 미유를 향해 하나, 둘, 셋. 신호와 함께 연주를 시작한다.


연주 곡은 조금 전에 했던 것으로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Mozart: Sonata for Two Pianos)였다.

하지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미유가 미나와 함께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은 전혀 피아노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다.

애초에 두 사람은 함께 피아노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피아노 연주는 흐트러짐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미나가 미유의 연주에 일방적으로 맞춰주고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는 확실히 연주 실력의 차이는 있다.

압도적으로 미나의 실력이 우세했다.

그런 핸디캡이 있음에도 미유는 미나의 연주에 뒤처지지 않는 연주를 지금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관중석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갑작스러운 연주 때문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듀엣 연주를 듣게 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관중석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 하나 살짝 깨물며 작게 중얼거린다.

“이거 한방 먹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미유를 데뷔 시키다니. 유미나 대체 너는······.”


“세아님이라 해도 이번에는 놀라셨나 보네요?”

세아의 옆에 앉아있던 유리가 세아의 중얼거림에 답하듯 말한 것이다.


“너희 말이야.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미리 말해두겠지만, 저는 이번 일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가씨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입니다.”


“독단이라 해봐야 유리 너의 서포터가 없으면 실현 불가능 했던 일이야.”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다면 딱히 말 할이 없네요.”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거야. 저 애는?”


“세아님이라면 어렴풋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아가씨의 목적을 말이죠.”


“너무 일방적이잖아. 미유를 끌려드리려면 조금 더 신경써야 할 일이야.”


“평소 세아님의 행동을 보면 세아님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


“시끄러워!”


“아가씨와 세아님은 행동력에서 보면 사뭇 비슷하네요.”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어떤 점이?”


“실행으로 옮기는 그 행동력을 말이죠!”


이처럼 세아와 유리가 투덕거리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미유와 미나 사이에도 작은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연주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처럼. 불꽃 튀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 ◆ ◆



(EX) 최스즈

그의 시점


‘행복’

행복이란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그리고 만족을 느끼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니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지는 것이다.


한편으로 행복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꽤나 어렵다.

여기 현시점에서 이 행복을 거머쥐려 하고 있는 이가 두 명이나 있다.

지금 눈앞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듯, 즐거운 미소를 흩뿌리며 서로가 서로를 보필해주고 있듯이 말이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는 이 둘의 공통점.

무척 ‘욕심쟁이’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한 치 물러섬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지금 무대 위에 있는 것이다.


행복을 거머쥐려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만, 누구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을 생각하자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말.

따라서 행복을 거머쥐려면 그에 상반되는 대가의 무언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행복 앞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지 그것을 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

즉, 본인만이 절대적으로 결정해야 할 몫이다.

결코, 다른 이가 정해주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행복의 무게일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피아노와 마주한 미유 그리고 그런 미유와 같은 무대에 있는 미나.

두 사람은 지금 행복을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잊은 것이 있다.

그것은 현실 앞에서 이 두 사람의 위치는 극히 대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피아니스트인 미나와는 달리, 미유는 피아노와는 전혀 관련 없는 학생일 뿐이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웠다고는 하나, 지금은 일반적인 고등학생이다.

여기에 조금 특징을 부각하자면 학생회장의 오른 일반적인 학생보단 조금 높은 위치에 있을 뿐.

그러니 무대 위에서 미유가 미나와 대등 할 리가 없다.

거기에 미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불리한 악 조건 속에서 지금 미유는 미나와 대등이 싸우고 있다.

싸움을 걸어온 쪽은 미나이다.

미유는 그 싸움에서 도망치지 않고, 지금 맞서 싸우고 있다.

절대적으로 나는 미유의 편이다.


하지만 이 말은 조금 다른 의미가 섞여 있다.

나는 절대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세아의 편이다.

그런 세아가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미유이다.

그러니 나는 세아가 좋아하는 미유가 이기기를 바랄 뿐이다.


미유가 이기면 어떤 미래가 찾아오는 걸까?

오늘 무대가 어쩌면 미유의 미래를 정하는 무대는 아닐까?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들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살짝, 기대가 된다······.



◆ ◆ ◆



무대 위에는 지금 난리가 났다.

서로 피아노 연주를 통해 치고받고, 그야 말로 전쟁터의 한복판을 방불케 한다.


미유의 얼굴에도, 미나의 얼굴에도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뜨거운 조명 탓인지, 아니면 열정적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행동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둘 다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눈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손은 여전히 연주를 하고 있다.


‘내 연주를 따라오다니 대단한데?’


‘피아니스트에게 칭찬을 받는 날이 오다니, 아직 내 실력 죽지는 않았나 보네?’


‘실력 면에서는 초보자보다 조금 괜찮은 정도야. 그러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거 멋진 칭찬인데?’


‘칭찬 아니거든!’


‘최근 세아에게는 그보다 더 심한 말을 들어서 웬만한 말에는 면역이 생긴 참이야. 그러니 오히려 칭찬에 가까운 말이야.’


‘맘대로 생각하라고, 그럼 조금 더 실력을 보여주겠어. 따라올 수 있음 따라와 보라고!’


‘지금의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아!’


두 사람 모두. 건반을 내리치는 힘과 스피드가 조금 전보다 더욱더 정교하며 빨라졌다.

그렇다고 음이 흐트러지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의 울림은 무대를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강렬했다.


피아니스트 유미나는 압도적인 연주 실력을 보인다.

반면, 듣지 못하는 미유가 그런 미나의 연주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것이다.

건반을 누르는 힘이 강해질수록 미유의 눈에 보이는 음표들의 색상은 더욱 선명해져 갔다.


이들의 무대는 6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정확히는 약 5분 30초 이상의 무대였다.

쉼 없던 두 사람의 연주는 끝나며, 금세 무대의 막이 내렸다.

두 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빠르게 움직였던 두 손을 멈추었다······.


관중은 모두 자리에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고 있다.

있는 힘을 주어 박수를 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어느새 그들 속에서 이진. 그 또한 기립 박수를 치고 있었다.


처음 초대장을 받았을 때부터 무척 긴장했던 진은 미나의 연주의 통해 긴장이 풀리고, 미유의 연주를 편하게 감상했으며, 마지막 두 사람의 연주까지 아주 잘 감상한 것이다. 그렇기에 진실 된 마음으로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스즈와 세아 그리고 유리도 커다란 박수로 두 사람의 연주에 화답을 하고 있었다.

심사가 없는 무대였지만, 심사를 하는 무대보다 관중들은 더욱더 열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말이다.


이렇게 무대에서 미유가 연주를 하기 까지는 무척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근본적으로 아마추어조차 되지 못 한 미유가 피아니스트 유미나와 대결한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큰 황당무계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 ◆ ◆



2주 전

미유가 연습하던 그 당시의 모습

그녀들은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세아야 어째서 내가 피아노를 쳐야 하는 건데?”


“상대가 피아니스트잖아. 그런 상대야! 참고로 미나는 전력을 다해 너를 부시러 올 거야!”


“애초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내가 어떻게 이겨?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더구나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조차 듣지 못해!”


“그 부분은 오히려 너에게 있어 메리트 아니니?”


“어째서 그 부분이 메리트인데?”


“아무런 소리에도 방해 받지 않고, 너 만에 연주에 집중 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리고 자신의 연주 소리를 들어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오히려 부담감만 생길 뿐이지.”


“······.”


“그리고 요번 승부에서 지면 너는 끝이야. 그러니 죽을 각오로 연습하고 또, 하라고!”


“왜 끝인데?”


“그건 무대가 끝나보면 알 거야. 어쩌면 무대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끝나버릴 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튼 네가 하기 나름이야.”


그렇게 세아는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었다....



◆ ◆ ◆



다시 돌아와서 무대 위의 모습


멋진 무대는 끝이 났다.

커다란 함성과 박수 소리가 가득한 홀 안은 한동안 떠들썩했다.

자신들의 연주를 들어준 관중들에게 미유와 미나는 연신 몸을 숙여 감사를 전한다.


그런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던 스즈는 문뜩 생각한다.

‘그것은 이번 무대의 승패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의 가장 원초적인 의문이었다.’


스즈는 생각을 멈추고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세아를 보았다.

세아는 박수를 멈추고 스즈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손가락으로 무대 위를 가리키고 있다.


무대에는 여전히 미유와 미나가 있었다.

미유와 미나는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때마침 미나가 미유와 멀어지더니 무대 앞으로 나왔다.

미유는 그저 뒤에서 그런 미나를 지켜만 보고 있다.

미나는 무대 아래에 있던 누군가를 응시한다.

그러자 무대 아래에 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미나의 시선은 오로지 ‘이진’ 그를 향한 것이었다.


진의 옆에 있던 친구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갑자기 미나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미나의 그 모습에 주변이 조용해진다.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박수를 멈추고 미나를 가만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미나는 들어 올렸던 손으로 무대 아래에 있는 어느 한 곳을 가리킨다.

미나가 가리킨 손끝은 이진. 그를 향해 있다.

이어서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미나는 외쳤다.


“이진 정말 좋아해! 너무 좋아해! 나 말이야. 약혼자는 그만 둘래! 그러니 우리 결혼하자!!”


“!?”


미나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무척 진지해 보였다.

그렇기에 미나가 장난으로 꺼낸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진 그는 알 수 있었다.


“아, 아, 아가씨!?”


놀란 것은 이진 그만이 아니었다.

유리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아도 스즈도 말이다.

넓게 보자면 갈라 콘서트에 온 관람객 전원이 놀랐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미나의 프로포즈에 모두가 놀라고 만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은 또 일어나 버렸다.

이번에도 미나의 행동이 말이다.


미나는 진의 대답도 듣기 전, 황급히 무대를 내려갔다.

무대를 내려온 미나는 홀을 빠져나가 차에 올라타, 그 자리를 빠르게 떠났다.

갈라 콘서트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 어떠한 승패 여부도 판 가름 없이, 그저 답을 들은 것도 없이······.


오늘의 연주를 위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미유는 연주를 무사히 끝낸 안도감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의 술렁임을 이날 떠안게 되었다....



◆ ◆ ◆



약 5분 전 무대 위의 모습


연주를 마친 미유와 미나는 연신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미유는 미나에게 말했다.

“고마워. 미나의 덕분에 멋진 연주를 할 수가 있었어.”


“감사를 하기에 아직 이른 거 아니니?”


“그게 무슨 뜻이야?”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


“게임? 무대를 잘못 말한 거 아니야?”


“이해를 못하고 있구나. 너, 그럼 할 수 없지. 넌 거기서 지켜보라고!”


“???”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미유를 지나쳐 미나는 무대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진을 향해 고백을 넘어선 프러포즈 발언을 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이었다....



◆ ◆ ◆



공원의 모습


미유와 세아 그리고 진과 스즈는 공원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이들이 있는 곳은 갈라 콘서트가 열렸던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공원 안이다.


공원의 중심에는 분수대가 놓여있고, 그 분수대를 기준으로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무대에서의 충격 여파가 남아 있어서 그들의 곁에는 침묵만이 감돌고 있다.


서서히 날은 저물고 노을 빛이 공원을 비추고 있다.

하지만 다들 멍하니 있을 뿐, 딱히 움직이려는 모습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세아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최스즈 돌아가자.”


“어? 응.”

스즈가 일어났다.


하지만 진과 미유는 아직 의자에 앉아 있었다.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다.


“그 만가······.”

스즈의 말 허리는 그렇게 도중에 잘렸다.

세아가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재들은 그냥 두고 갈 거야. 그러니 가자.”

세아는 스즈의 손을 잡더니, 그대로 공원 밖으로 향한다.



◆ ◆ ◆



Y그룹 저택의 모습


이곳은 미나의 방이다.

미나는 침대 구석 진 곳에 자리를 잡고, 베개를 끌어안고 있다.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무대에서 입었던 드레스는 갈아입지도 안은 상태였다.


그런 미나의 방문이 열리더니 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는 미나를 보더니 한숨부터 내쉬더니 말한다.

“아가씨 정말 너무하네요! 저를 버려두고 혼자만 가시다니 말이에요.”


“······.”

미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반면, 유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무대 위에서의 그 발언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이세요? 설마 진심으로 하신 말씀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드레스에 주름 잡히게 왜 안 갈아입고 계신 거예요?”


“······.”


“입 다물고 있지 말고 말 좀 해보세요! 이번 일은 아가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Y그룹의 미래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나도 알고 있어. 지금은 생각 중이야.”


“생각 중이라? 지금 그 말을 제가 믿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시끄러워, 시끄러워! 나도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단 말이야.”


“머릿속이 복잡한 것은 오히려 저입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흥~”


“아가씨!”


“흥~”


“또 시작되셨네요. 툭하면 말 안 하는 그 버릇!”


“흥~”


“아! 가! 씨! 무대에서 피아노로 승부하려던 게 아니셨어요?”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어.”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왜 생각이 바뀌신 거예요?”


“그 애 탓이야. 전부~ 그 애가 나빠서 생긴 일이야. 그러니 나는 아무런 잘못 없어!”


한숨을 내쉬는 유리.

“아가씨 어린애입니까? 그 애라면 미유님을 말하시는 거겠지요?”


“너도 오늘 연주를 들었으면 알거 아니야. 아니! 가까이에서 보고 있었다면 알 수밖에 없었을 거야.”


“뭘 말인가요?”


“알면서 심술부리는 거니?”


“뭐가 말인가요? 그리고 제가 지금 왜 심술을 부리겠어요?”


“널 버리고 혼자 온 거에 대한 심술.”


“전 아가씨처럼 속이 좁지 않습니다. 암튼! 제가 알아듣기 쉽게 말해보세요.”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알아듣겠어?”


“네~ 말해주시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러니 말해보세요.”


“심술쟁이.”


“네~네. 심술쟁이 유리입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그 애의 연주가 내 연주보다 그를 사로잡았다는 거 말이야.”


“그 애는 역시 미유님을 칭하시는 거고 그는 이진이겠네요?”


미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가씨! 이거 하나만 말씀드리지요. 오늘 무대에서 가장 관중을 사로잡으신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아가씨입니다. 그러니 1등을 뽑자면 당연히 아가씨입니다.”


“그런 건 필요 없어.”


“어째서죠?”


“진에게 1등이 아니잖아.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 때문이야. 그런데 진에게 1등을 받지 못하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피아노를 대하는 내 존재 그 의의가 무너져 내리는 거라고······.”


“고작 남자 한 명 때문에 자신이 지금까지 갈고 닦아온 것이 무너지는 건가요?”


“너는 이해 못해. 내가 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네. 저는 잘 모르겠네요. 아가씨와 같은 사람이 어째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 말한 적 없어!”


“그렇겠지요. 아가씨의 입으로 말하신 적은 없죠.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죠. 하지만 아가씨 착각하고 계신 거 같아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착각?”


“네. 아가씨는 방금 말하셨죠. 이진 그에게 1등을 받는 것이 아가씨가 피아노를 대하는 존재 그 의의라고 말이죠.”


“응”


“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어째서?”


“언제부터인가 아가씨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뭐가 틀려?”


“아가씨에게 있어, 피아노 그 존재 의의가 되는 대상은 이진 그가 아니라 바로, 미유님이기 때문입니다.”


“!?”


“지금까지 아가씨를 쭉~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었기에 알 수 있습니다. 아가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진입니다. 그러니 사랑의 존재 그 의의 대상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진 그입니다. 다만, 저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요. 아가씨께서 피아노를 대상으로 그 존재 의의를 찾는다 하면 미유님이 되어야 정답이 됩니다. 좋아하는 대상과 동경하는 대상을 부디 착각하지 말아주세요. 이제 아시겠죠!”


“그러네. 지금까지 왜 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그걸 저에게 물어보셔도 저는 모르지요. 하지만 이거 하는 알고 있습니다!”


“뭔데?”


“아가씨도 말씀하셨듯이 이진. 그는 아가씨의 연주보다는 미유님의 연주에 이끌렸다는 사실을 말이죠.”


“······.”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인 미나.

그런 미나의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가씨 왜 우세요?”


“마음이 아파.”


“어째서요?”


“진에 마음. 그 모든 것은 전부 나여야 하는데, 조금이나마 다른 쪽으로 향했으니 말이야.”


“아가씨 사람의 마음을 한 가지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설령 채우셨다고 가정한들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 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입니다.”


눈물을 닦으며 미나는 말했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뭔데? 그 방법?”

미나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물은 것이다.


유리는 눈을 감고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마음을 채우고 싶다고 생각하신다면 신뢰를 쌓아 나아가는 것! 그이 외에 방법은 없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신뢰야 말로 그 마음을 가장 든든하게 채우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구나. 제법 멋진 말이네.”


분위기가 좋아졌다.

눈을 뜬 유리는 한마디 덧붙인다.

“하지만 신뢰의 시간은 압도적으로 미유님이 우세하기 때문에 아가씨께서 따라잡는 건 거의 힘들어 보입니다.”


“야! 이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한유리 나빠!”



다음 화, 예고 대사


(응. 내가 지금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남자 여자는 상관없는 거 같은데?”

‘그야 예측이야 할 수 있지만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진이 선택할 몫이야.’

‘부측인건 물론! 나지만 이제 와서 이런 질문해도 될까?’

“그 일 하나로 그렇게까지 고민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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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판) 큰일 났어요! 소꿉친구의 소리가 사라졌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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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제 135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 5-1 최종장 24.05.08 3 0 28쪽
135 제 134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5 23.09.10 17 0 20쪽
134 제 133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4-3) 23.09.02 8 0 20쪽
133 제 132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4-2) 23.08.26 8 0 21쪽
132 제 131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4-1) 23.08.19 10 0 20쪽
131 제 130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4) 23.08.12 9 0 24쪽
130 제 129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3) 23.08.05 8 0 22쪽
129 제 128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2-3) 23.07.29 10 0 33쪽
128 제 127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2-2) 23.07.22 9 0 27쪽
127 제 126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2-1) 23.07.15 9 0 30쪽
126 제 125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2) 23.07.08 9 0 25쪽
125 제 124장: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방법 한미유편(1) 23.07.01 11 0 24쪽
124 제 123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엔딩) 23.06.24 11 0 27쪽
123 제 122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4) 23.06.17 11 0 18쪽
122 제 121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3) 23.06.10 12 0 24쪽
121 제 120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2) 23.06.03 10 0 24쪽
120 제 119장: 행복으로 가는 길 유미나편(1) 23.05.27 15 0 18쪽
119 제 118장: 마음 23.05.20 13 0 23쪽
118 제 117장: 엇갈림 23.05.13 17 0 19쪽
117 제 116장: 놓쳐 버렸다. 23.05.06 17 0 22쪽
116 제 115장: 되는 일이 없는 날 23.04.29 14 0 20쪽
115 제 114장: 프러포즈 vs 고백 23.04.22 13 0 18쪽
» 제 113장: 연주는 시작일 뿐이었다. 23.04.15 18 0 24쪽
113 제 112장: 던진 주사위 23.04.08 15 0 25쪽
112 제 111장: 그녀의 결정 23.04.01 19 0 24쪽
111 제 110장: 이세아의 바람 23.03.25 30 0 22쪽
110 제 109장: 삐걱대는 그녀들 23.03.18 29 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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