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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서 있기에, 이자리엘

숲의 비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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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자리엘
작품등록일 :
2020.03.03 14:18
최근연재일 :
2020.11.20 18: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1,976
추천수 :
2
글자수 :
426,162

작성
20.10.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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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9. 고난

DUMMY

페어리가 치료를 끝낸 후,

전사 마리나는 기력을

조금이나마 되찾았다.


상처들이 완전히 아물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거라고 했지만,

기력을 되찾은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그래봐야 조금이긴 하지만.



“다른 원정대원들은

묵을만한 곳을 찾았을까요?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전사 루크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게.


자신이 도망친 하녀라고 하는

이곳의 페어리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보니,

숙소를 찾아보러 간 캐서린, 필립,

그리고 전사 아키아네에 대해

잊어버릴 뻔 했다.


확인하러 가보고 싶지만,

여전히 저기 있을

페어리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전사 루크?”

“네, 장군님.

부탁하실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혹시, 광장에 가볼 수 있는가?

숙소를 찾아보기로 한

원정대원들이 와 있을지도 모르니.”



내가 말하자, 전사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간다.



“여기에서

묵으시려는 겁니까?”



전사 루크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페어리가 물었다.

눈을 마주치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페어리의 얼굴에 스친다.



“네. 원정대원들 모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터라,

이곳에서 숙소를 구해 휴식을

취하려고 합니다.

휴식이라 해봐야 그저

숙소에 묵는 것뿐이겠지만.”

“아, 그렇군요.

하지만 조심하도록 하십시오.”



페어리가 말했다.

조심하라고?

페어리국의 병사들에

대해 말하는 것일까?



“페어리국 병사들이

실리온까지 감시를 하러

오는 것입니까?”



내가 물으니, 페어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페어리국 왕실 대부분이

악의 기운에 잠식된 이후로,

매일 페어리국 모든 마을을

감시합니다.

물론 그 전에도 병사들이,

아니 치안 부대가

매일 마을을 정찰하곤 했지만

지금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죠.”



감시를 하러 온다, 라.

단단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그래도 악의 기운에 점령된 병사들인데,

원정대를 보면 어떻게 하겠어?



“도망쳐 나오기 전부터 그랬습니까?”



브라이트 장군님께서 물으시니,

페어리는 머뭇거리다가 답을 한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실리온의 주민들이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전부터 그랬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어리가 말하자,

브라이트 장군님은

숨을 길게 내쉬신다.



“그렇군요.”

“아마 악의 기운이

드리우면서 변질된 것일 겁니다.

치안 부대의 목적이.”



페어리가 말한다.

음, 그럴 수밖에.

악의 기운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아, 그런데 당신처럼

페어리국 왕실에서 도망쳤던

페어리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신처럼 숨어 살고 있는 겁니까?”

“네, 제 생각에는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망친 모든 페어리들이

숨어 살고 있지는 않겠지요.

다시 잡혀간 페어리도 다수 있습니다.

페어리국 왕실에서

왕족이 아닌 페어리가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모를 리가 없으니.”

“다시 잡혀갔다는 말은...

그러면 다시 페어리국 왕실로

잡혀간 페어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어떨지는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예상이 가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잡혀간 페어리는···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과 같아지겠죠.

그러니까 이미 악의 기운에

사로잡힌 페어리들과.”



세상에.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이야기이군.



“그러면... 민간 페어리는 어떻습니까?”

“민간 페어리라면...

실리온의 주민들 같은 페어리 말입니까?”

“네.”




설령 악의 기운에 잠식되었다

하더라도 민간 페어리는···



“끌고 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 마음속에서

턱, 내려앉는 것 같았다.



“실리온의 주민들을

끌고 간적은 없지만,

제가 도망쳐 나오면서

잠시 페어리국 중심 마을에

숨어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봤습니다.

민간 페어리를 끌고 가는 것.”



음... 그렇다면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것,

악의 기운을 가진 부대를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페어리국 국왕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브라이트 장군님이

전사 마리나를

살펴보면서 말씀하신다.

페어리도 동감이라는 듯 답을 한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실베스터님께서 이 세계 전체에,

적어도 페어리국과

엘프국에 피해가 생길 수도 있는

결정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페어리가 말을 마쳤을 때,

문이 열리며

전사 루크가 뛰어 들어온다.



“전사 필립과 전사 아키아네를

만나고 왔습니다.

다행히 숙소를 구했다고 합니다.

캐서린 장군님은

이미 숙소에 가 계시고요.”

“아, 그런가.”



마음 같아선 빨리 움직이고 싶지만,

전사 마리나의 상태 때문에

약간 걱정이 된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면

전사 마리나 자신은 물론

원정대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테니까.


그래도,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



“전사 마리나,

이동할 수 있는가?”



전사 마리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묻는다.


호흡이 불안정한 것이 느껴진다.

전사 마리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아직 좀 힘들긴 하지만,

움직여 보겠습니다.”



전사 마리나가 걸터앉아

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선다.



“브라이트 장군님, 전사 루크.

전사 마리나가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페어리를 바라본다.



“낯선 방문이었을 텐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원정을 무사히 마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제가 갖고 있는

약초와 약물들 일부인데

혹시 필요할 때가 있을 지도 모르니

가져가십시오.

안에 붕대도 넣어두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페어리는

나에게 자루 하나를 건네주었다.


자루를 받아,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원정대가 응급 치료를 할 때

쓸 수 있을만한 것들이 들어 있다.


말린 약초 세 묶음 정도,

약물이 담겨 있을 호리병 몇 개,

그리고 책 한 권두께의 붕대.



“감사합니다.”



그리고 문을 나선다.

주위엔 여전히

조명들이 반짝이고 있지만,

이곳에 들어올 때 보다는

불빛이 약해진 조명들이다.


하늘을 보니, 태양이 내리쬐고 있다.

지금은 정오가 넘은 시각이라는 뜻이다.


전사 마리나가 걷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전사 루크와 브라이트 장군님이

양쪽에서 부축해주어서 속도가 난다.


다행히, 골목을 나오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두고 왔던 쉬프루스들도

제자리에 있다.


필립과 전사 아키아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다들 괜찮은가?”

“네. 다행히 이 주변에는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적이라고 할만한 페어리가

없어 보입니다.”

“숙소는 어디에 있지?”

“여기에서 얼마 안 걸립니다.

캐서린 장군님이 기다리고 계실 테니,

일단 이동하도록 하죠.”



필립이 앞장서고,

전사 아키아네와

나는 필립의 바로 뒤에서

따라간다.


그리고 브라이트 장군님과

전사 마리나는 나와 전사 아키아네의

뒤에서 오고,

전사 루크가

가장 뒤쪽에서 온다.


필립이 말했던 그대로,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원정대는 숙소에 다다른다.

실리온에 도착한 후 본 건물이랄까

하는 것들 중에

그나마 나아 보이는 곳이었다.



“방은 총 세 개를 달라고

부탁해 두었습니다.

방 두 개에는 가각 두 명이 묵고,

나머지 한 방에는 세 명이 묵는 걸로

생각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음... 적당한 계산이다.

각 방에 한 명의 장군과

한 명의 전사를 배정하면 되긴 하다.

그런데 잠시만···



“잠시만. 그러면 남녀 계산이

안 맞는 것 같은데, 전사 필립?”

“아, 그게···.”



필립도 당황한 눈치다.



“그럼 방을 하나 더 달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예산이 충분히

남지 않을 거예요. 이곳이 비싸서.”



브라이트 장군님의 말을

가로 막으면서,

캐서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음, 다시 계산해봐.”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캐서린이 나를 바라본다.

음... 이런, 내가

잘못 계산한 게 맞다.



“제가 전사 루크, 그리고

브라이트 장군님과 같은 방을 쓰면 되겠죠?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장군님.”



필립이 씩 웃으면서 말한다.

놀리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인 건지 모르겠다.



“저랑 형은 엄연히

다른 엘프인 거 아시잖아요.

저에게서 형이 보이는 거예요?”



내게 가까이 온 필립이,

걱정된다는 듯 묻는다.


저 말에 완전히 수긍할 수는

-그러니까 피터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필립의 말도

뼈가 있는 말이라서,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인다.



“적당히 하지, 필립.”



그리고는 다시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로 돌아간다.



“그럼, 브라이트 장군님과

전사 필립, 전사 루크가 같은 방을 쓰고,

저와 전사 마리나, 그

리고 캐서린 장군과 전사 아키아네가

같은 방을 쓰면 어떨까요?”



내가 물으니 캐서린과

전사 아키아네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상관없습니다.”

“전사 마리나?”



고개를 돌려 물으니,

전사 마리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저는 괜찮아요.”



여전히 힘든가 보다.



“그럼 일단 오늘은

휴식을 취하도록 하죠.”



내가 말하고, 다들

동의의 뜻을 보인다.



“전사 마리나.”



나와 전사 마리나가

묵을 방에 도착해서,

전사 마리나를 부른다.



“네, 프레인 장군님?”



전사 마리나가 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낯빛인 얼굴.

얼굴색이 좋지 않다.



“그때, 많이 놀랐나 보군.”

“네? 언제··· 아... 네. 저는 이미

그런 상황들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무기는 사용했나? 적에게.”

“그게...”



전사 마리나는 고개를

툭 떨어뜨리고 만다.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해서···.”



전사 마리나의 대답과 함께,

내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다.



‘잘못된 선택이었던 걸까?’



전사 마리나가 필립이나

전사 아키아네, 전사 루크만큼의

실력을 갖춘 전사는 아니지만,


좋은 전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원정에 포함시킨 건데,


원정이 그녀를 성장시킬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는데

내가 잘못 판단한 걸까?


“장군님, 저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다른 전사들과 비교해봤을 때에도

저는 어리고, 경험도 많이 부족한···.”

“비교 대상이 누구지, 전사 마리나?

원정대의 전사들?

그렇다면 당연히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엘프국에 있는, 너와 같은

또래의 훈련병들, 혹은 전사들을

생각한다면 네가 그들보다

앞선 경험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원정이 아무 엘프나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단호했다.

그래서일까, 전사 마리나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가 죽은 걸까.



“전사 마리나, 네가 어린 축에

속하는 전사임에도 너를

원정대에 포함시킨 것은

너에게서 발전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훈련병들과 전사들,

장군들에게서도

발전 가능성이야 언제든 보이지만.

네가 훈련병 때의 기록을

확인해봤을 때 적어도 나는

네가 좋은 전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어도 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



전사 마리나가 한숨 섞인

소리를 내뱉는다.


작가의말

아직 전사 마리나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어느 정도는 상태가 괜찮아져서 다행입니다.


페어리국까지 가는 데에 너무나 많은 체력 소비가 있었기 때문에

원정대는 실리온에서 쉬려고 하는데, 과연 원정대는

체력을 회복하고 앞으로의 원정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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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숲의 비밀(상) 완결 공지] 20.11.20 55 0 1쪽
75 #60. 협력 [완결] 20.11.20 71 0 11쪽
74 #59. 또 다른 공주 20.11.17 32 0 12쪽
73 #58. 페어리국 수호대 20.11.13 28 0 11쪽
72 #57. 안개 20.11.10 27 0 11쪽
71 #56. 계획과 실전 20.11.06 21 0 11쪽
70 #55. 관찰 20.11.03 21 0 11쪽
69 #54. 프로이(Proi) 20.10.30 19 0 12쪽
68 #53. 행방 20.10.27 21 0 12쪽
67 #52. 폐허 20.10.23 24 0 12쪽
66 #51. 특훈 전사 20.10.20 21 0 11쪽
65 #50. 급습 20.10.16 22 0 11쪽
» #49. 고난 20.10.13 21 0 11쪽
63 #48. 가장자리 마을 +1 20.10.09 33 1 12쪽
62 #47. 회의 20.10.06 18 0 12쪽
61 #46. 동료를 잃는다는 것 20.10.02 22 0 12쪽
60 #45. 희생의 발생 20.09.29 14 0 12쪽
59 #44. 축제 준비 20.09.25 25 0 11쪽
58 #43. 좋은 소식 20.09.22 34 0 11쪽
57 #42. 뜻밖의 손님 20.09.18 22 0 11쪽
56 #41. 예언가의 결심 +1 20.09.15 44 1 11쪽
55 #40. 셀리나 공주(3) 20.09.11 24 0 11쪽
54 #39. 셀리나 공주(2) 20.09.08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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