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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서 있기에, 이자리엘

숲의 비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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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자리엘
작품등록일 :
2020.03.03 14:18
최근연재일 :
2020.11.20 18: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1,974
추천수 :
2
글자수 :
426,162

작성
20.10.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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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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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6. 동료를 잃는다는 것

DUMMY

아무도 말이 없다.

원정대의 그 누구도.


사실, 케인 장군님의 죽음이

충격으로 다가오긴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케인 장군님께서는

뛰어난 실력의 장군이셨으니까.


원정대에서도 그랬고, 엘프국에서

케인 장군님이 소속되었던

부대에서도 케인 장군님이

노장(老將) 장군이시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잘못 판단한 걸까?

케인 장군님이 엘프국에

머무르시게 했어야 했나?



“캠프는 언제 정할 겁니까,

프레인 장군? 곧 해가 저물듯 하다만.”



브라이트 장군님의 목소리다.

브라이트 장군님도 케인 장군님의

죽음에 충격을 받으신 걸까?


장군님의 목소리에

힘이 없으신 게 느껴진다.


장군님의 물음에 답을 하기 전에,

원정대를 한번 쭉 살펴본다.

푹 숙인 고개. 생기 없는 얼굴.

구부러진 허리.

평소보다, 다들 지쳐 보인다.


그리고 브라이트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해가 곧 질 것이다.



“조금만 더 가서 캠프를 정하죠.

여기는 캠프로 삼기에는

위험해 보입니다.

몸을 숨길 곳도 없어 보이고요.”

“네, 알겠습니다.”



브라이트 장군님이 답하시고,

다른 원정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쯤에서 좀 쉬고 싶다.


하지만, 내가 말했다시피

이 주변에는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다.

원정대는 삼십여분쯤

지나서야 이동을 멈춘다.



“여기는 캠프로 삼기에

좋은 것 같다만,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여기는 주위에 풀숲 같은 게 많아서

몸을 숨기기에도 좋고

땅도 꽤 공간이 있어서

잠을 청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하기에도 좋아 보인다.



“여기라면 괜찮아 보이는군요.”



그렇게 말씀하시고,

브라이트 장군님께서는

쉬프루스에서 내리신다.


장군님이 이곳저곳

둘러보시는 사이,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필립이었다.


자신의 쉬프루스를

타고 내 옆으로

온 필립은

조용히 말을 꺼낸다.



“장군님, 괜찮으세요?”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필립에게는 다 보이나보다.

피터가 그랬듯이.


하지만 원정대를 이끄는

엘프가 된 이상,

내색해봐야 좋은 것은 없었다.



“난 괜찮아, 필립.

너 자신한테 더 신경 써.”



손을 내저으며 말하니,

필립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뭐, 장군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죠.”



필립은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아니.

그런데 잠시만.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잡생각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살짝 흔든다.

그리곤 쉬프루스에서 뛰어내려,

숲을 살펴보기로 한다.



“내가 따라가도 돼, 프레인?”



뒤에서 들려오는

캐서린의 목소리다.

음, 물론 숲을

살펴보러 가는데

장군이 하나 더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되면

여기에 남는 건

전사들 뿐이라는 거다.



“안되는구나?”



내가 답이 없자, 캐서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정할 수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쁜 뜻으로 안 된다고

한 건 아니야, 캐서린.

만약 너까지 숲을 살펴보러

가게 되면 여기에 남는 건

전사들 뿐이라, 걱정돼서 그래.

아무리 전사들이라 하더라도

장군이 있고 없고 차이는 있잖아.”



내 말을 들은 캐서린은

걱정 말라는 듯 한쪽 손을

내 어깨에 올린다.



“알겠어, 프레인.

걱정하지 말고 갔다 와.

여긴 나랑 전사들이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그럼, 부탁해.”



캐서린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전투에서 가장

높은 기량을 발휘하는

장군 가운데 하나가

캐서린임을 생각한다.

괜찮을 것이다.


캐서린은 괜찮을 것이다.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지만,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장군님.”



뒤에서 필립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 뒤를 따라 왔나보다.



“필립···.”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장군님도 아시잖아요?

저 생각보다 강한 거.

제가 있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요!

그리고 캐서린 장군님도

있고요. 장군님은

주변을 살피는데

집중하셔도 돼요.”



그렇게 말하고,

필립은 원정대가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려 걸어간다.


시야에서 필립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나에게 집중한다.

이제 브라이트 장군님과

합류해야 한다.



“브라이트 장군님?”



숲의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브라이트 장군님을 불러본다.


그러나 답이 없다.

못 들으신 것일까?



“브라이트 장군님!

어디 계세요?”



다시 한 번

소리 내어 본다.

그러나 이번에도

돌아오는 답은 없다.


뭐지?

이곳에도

적이 있는 것일까?


온 몸의 근육을

긴장시킨다.

만약을 대비해서,

주위를 한번 쓱 훑어본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초록색의 무성한

나뭇잎이 가득한 나무들,

그리고 군데군데

보이는 회색의 바위들.

그뿐이다.


이 주변은 안전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숨을 가다듬고,

걸음을 옮긴다.


브라이트 장군님은

어디 계신 걸까?


십여분 쯤 더 이동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날카로운 것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서,

내 능력이

손에 감돌게 한다.


저 소리.

챙챙 거리는.

들리나?


날카로운 것이 맞붙었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하는 소리.



-쌔앵



그리고 소리가 사라졌다.

혹시···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얼마쯤 뛰었을까, 소리가 난 곳과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 즈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브라이트 장군님이다.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면서

검에 뭍은 것을 닦아내고 계신.



“장군님!”



브라이트 장군님이

괜찮으신지 살펴보기 위해,

급하게 뛰어가면서

장군님을 부른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시는 브라이트 장군님.



“아, 프레인 장군.”

“무슨 일입니까, 브라이트 장군님?

갑자기 나타난 적입니까?”



브라이트 장군님 주위에

쓰러져 있는 몇몇 시체

(죽었으니 시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나?)를

주시하며 물으니

표정이 어두워지시는

브라이트 장군님이시다.

왜일까?



“저들은···

페어리국의 전사들입니다.”



페어리국의 전사들?

하지만...

페어리국의 전사들이면...


저 시체들이

페어리국의 전사들이었다면...

브라이트 장군님께서는 왜...



“브라이트 장군님...”

“저를 탓하고 싶을 겁니다,

프레인 장군. 그러나 저들은···

저 전사들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저들은···.”

“네? 제정신이 아니었다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물으니,

브라이트 장군님께서는

헛기침을 한번 하시곤

이어서 답하신다.



“일반적인 전사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페어리국의

전사라면 저를 공격하기 전에

제가 누군지,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았을 것입니다.

프레인 장군도 알다시피

페어리족은 분쟁을 싫어하니...

그런데 이들은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저를 발견하자마자 공격을 개시하더군요.”

“아... 그랬군요.”



죽은 페어리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답한다.

흠... 일단 페어리국 왕실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고 있다는 걸로 봐서는

이들이 페어리국 왕실

소속 전사들이 맞다는 건데...



“셀리나 공주의 말이 맞았던 걸까요?”

“음, 믿고 싶지 않았다만...

맞을 가능성이 더 높겠군요.

게다가 그들은 조종당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조종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종당하는 것처럼 보였다니.”

“눈에 초점이 없었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뭐랄까... 마법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고 해야 할까요.”

“악의 기운에 사로잡혔을

가능성이 크겠군요.

···셀리나 공주의 말이 맞다면.”



조용히 답하면서 일어선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브라이트 장군님?”



내가 물으니, 브라이트 장군님은

손을 내저어 보이신다.



“살짝 베인 상처가 있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답을 하고, 걱정이 돼서 바로 덧붙인다.



“원정대원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다들 지쳤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다들 지친 상태인데다가

회의도 필요해 보이는데

장소가 안전하지 못하니...”



브라이트 장군님의 말씀이 맞다.

회의가 필요하다.

···그런 일이 있었던 만큼.


하지만 다들 지쳐있다.

그리고 여기는 안전한 곳이 아니다.

뭐, 어디든 안전한 장소는 없겠지만.



“일단은 돌아가죠.”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말한다.

브라이트 장군님은 짧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시더니

먼저 앞장서서 가신다.


그리고 나는 브라이트 장군님

뒤를 빠짝 따라간다.


자칫 잘못했다가 아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란 말인가.



“조심하시죠, 프레인 장군.”



원정대가 있는 곳에 거의 다 와 갈 즈음,

브라이트 장군님께서 말씀하신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

뭔가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신호이리라 생각한다.


그때, 나와 브라이트 장군님이

있는 쪽으로 누군가가

뛰어오는 것이 들린다.

제발 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프레인 장군님,

브라이트 장군님!

숲은 어떤가요? 안전한가요?”

“휴...”



다행히, 적은 아니었다.

나와 브라이트 장군님

앞에 나타난 것은,

걸음을 멈추면서

숨을 몰아쉬는 필립이었다.



“전사 필립,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왜 그렇게 바쁘게

뛰어오는 건가?”



브라이트 장군님께서

필립을 바라보며 물으시니,

필립은 숨을 고르더니, 입을 연다.



“그게... 제가

뭔가를 본 것 같아서···.”

“뭔가를 봤다고?”



내가 황급히 되물으니,

필립은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잇는다.



“네, 뭔가 숲에 있었어요.

어두운 색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뭔가 움직였어요.

게다가 무기를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아마 페어리국의 전사들일 걸세.”



필립의 말을 끊고,

브라이트 장군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어 필립의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오른다.



“···네? 페어리국의 전사라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물론 이곳이 페어리국과

멀지 않은 위치이긴 하다만···.”

“숲을 살피던 도중에

브라이트 장군님께서

페어리국의 전사들을 발견하셨어.

그리고 무찌르셨고.”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해보지만, 필립은 놀란다.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페어리국의 전사들을

무찌르셨다니... 왜 그러셨습니까?”

“그건 원정대원들

모두와 이야기 할

문제인 것 같네, 전사 필립.

같이 있던 원정대원들은 무사한가?”



브라이트 장군님께서 물으시니,

필립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여기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제가 봤다는 것만 제외하고...”



휴...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다.

이를 어쩌면 좋담?


적들이 여기 있다면...

이 주변에 적들이 있고,

우리를 노리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러면 더 이동해야 할 텐데.


하지만 그러기엔 원정대는 너무 지쳤고.

아까도 말했지만, 완전히 안전한 곳은 없다.

그러나 안전한 것에 가까운 곳은 있다.


그런 곳을 캠프로 삼아야 하는 건데,

그래야 원정대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히 쉴 수 있을 텐데.



“오셨습니까, 장군님.”



나와 브라이트 장군님,

그리고 필립이 원정대가 있는 곳에

모습을 보였을 때,

우리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전사 아키아네였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무도 대답이 없자,

전사 아키아네의

표정이 변하는 것이 보인다.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이다.

흠... 솔직히 말하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회의를 한번

해야 할 상황이긴 하다.


“위험이 없진 않지만,

다들 지쳐 보이니

여기에서 잠깐 쉬도록 하지.

그리고 장군들과

전사 필립은 회의를 갖도록 하겠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말한다.

필립은 전사이긴 하지만

장군들과 같이

회의해도 될 정도 실력의

소유자니까

같이 회의하기로 결정했다.


작가의말

케인 장군님을 잃은 후 지친 기색이 역력한 원정대입니다.

다들 지친 이유로 머물 곳을 찾게 되지만...

안전한 곳이 없네요.


그나마 안전해 보이는 곳에는 알 수 없는 위험이

원정대를 기다리고 있어 보이니 말입니다.


다들 지칠대로 지쳤지만, 위험은 여기저기서 

원정대를 덮치려고 하고 있고...


이에 ‘장군이자 전사’ 프레인이 내린 결정은 

앞으로 원정대에게 어떤 결과를, 

어떤 상황을 가져오게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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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숲의 비밀(상) 완결 공지] 20.11.20 55 0 1쪽
75 #60. 협력 [완결] 20.11.20 71 0 11쪽
74 #59. 또 다른 공주 20.11.17 32 0 12쪽
73 #58. 페어리국 수호대 20.11.13 28 0 11쪽
72 #57. 안개 20.11.10 27 0 11쪽
71 #56. 계획과 실전 20.11.06 21 0 11쪽
70 #55. 관찰 20.11.03 21 0 11쪽
69 #54. 프로이(Proi) 20.10.30 19 0 12쪽
68 #53. 행방 20.10.27 21 0 12쪽
67 #52. 폐허 20.10.23 24 0 12쪽
66 #51. 특훈 전사 20.10.20 21 0 11쪽
65 #50. 급습 20.10.16 22 0 11쪽
64 #49. 고난 20.10.13 20 0 11쪽
63 #48. 가장자리 마을 +1 20.10.09 33 1 12쪽
62 #47. 회의 20.10.06 18 0 12쪽
» #46. 동료를 잃는다는 것 20.10.02 22 0 12쪽
60 #45. 희생의 발생 20.09.29 14 0 12쪽
59 #44. 축제 준비 20.09.25 25 0 11쪽
58 #43. 좋은 소식 20.09.22 34 0 11쪽
57 #42. 뜻밖의 손님 20.09.18 22 0 11쪽
56 #41. 예언가의 결심 +1 20.09.15 44 1 11쪽
55 #40. 셀리나 공주(3) 20.09.11 24 0 11쪽
54 #39. 셀리나 공주(2) 20.09.08 16 0 11쪽
53 #38. 셀리나 공주(1) 20.09.04 22 0 12쪽
52 #37. 새로운 방법 20.09.0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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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35. 예상치 못한 20.08.25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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