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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서 있기에, 이자리엘

숲의 비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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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자리엘
작품등록일 :
2020.03.03 14:18
최근연재일 :
2020.11.20 18: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1,975
추천수 :
2
글자수 :
426,162

작성
20.08.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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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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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6. 면담

DUMMY

“알렉스, 당신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나는 알 수 있어요.”



글로우 왕비님께서

천천히 말씀하신다.



“여기는 포로와

이야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소 아닌가요?”



글로우 왕비님의 말에 회피하고자

-그러니까 화제를 전환하려고-

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면서 묻는다.


확실히 엘프국의 왕비가

인간 포로와 단둘이서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다.


어느 왕족이 왕실의 화원에서

포로와 단둘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려고 하겠어?

그것도 경비병 같은 병사도 없이.



“꽃들이 정말 아름답네요.”



역시나 대화 주제를

돌리려고 한 말이다.

그러나, 글로우 왕비님은

쉽게 넘어가지 않으신다.



“네, 어쩌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왕비가 포로와 이야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



잠시 말을 멈추고,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말을 이어 나가신다.



“로즈가 다른 이의 속을

읽을 줄 아는 것이

누구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나요?”



로즈가 독심술을 어디서

물려받았는지는 이미 짐작이 간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글로우 왕비님.



“···왕비님이요.”



결국엔 이건가.

내가 아는 것을 전부

사실대로 털어놓는 것.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시나요?”



내가 주저하는 투로 물으니,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신다.



“사실대로 말해줬으면 좋겠네요.

어찌되었든 그게 엘프국에겐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으니.”



역시나.

하지만 그냥 사실을 말하기에는

내가 손해 아닌가?



“음···.”



고민하다가,

글로우 왕비님과

딜을 하기로 한다.



“제가 아는 것들을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대신에···.”

“대신에···?”



내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글로우 왕비님께서 물으셨다.

내가 뭘 말할지 알고 계신 걸까?



“좋아요, 알렉스. 나에게

사실대로 말해주는 대가로,

원하는 것을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들어주도록 하죠.”



그리고, 글로우 왕비님은

다리를 꼬은 자세 그대로

무릎 위에 깍지 낀 손을

올려놓으신다.

나를 바라보면서.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내가 ‘원하는 것’ ?

과연 인간세계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한 일일까?



“알렉스, 정말 미안하지만···

그 조건은 들어줄 수 없어요.”



왜? 엘프국 왕비라면,

엘프국에서 인간세계로

가는 포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상황이라면, 그것도

고려해봤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인간세계와

이곳을 연결한다면,

이곳의 위험이

인간세계까지도 위협할 수 있어요.”



아. 이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거다.

막연히 이 세계와

인간 세계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곳의 위험이 인간세계에까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

정말 아쉽게도 내가

인간세계로 돌아가는 건 안 되겠지.


그러면.

그렇다면 내가 글로우 왕비님께

요구할 수 있는 가장 큰 사항이 뭘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내가 말하니, 글로우 왕비님은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래요. 천천히 생각해요.”



게일이 복잡한 일에 대해 생각할 때처럼,

눈을 감고 생각해보기로 한다.



내가 요구할 수 있는 것.

내가 엘프국 왕비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천천히.

천천히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일단, 있는 사실 그대로 놓고 본다면

나는 엘프국의 ‘포로’ 신세다.


포로 신세에서 벗어나는 것?

그게 내가 요구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큰 걸까?


아니.

좀 더 생각해보자.

아무리 포로 신세라 하더라도,

나는 이 ‘진실의 목걸이’ 를

착용하는 대가로 대부분의 활동들은

자유롭게 하고 있으니까···



“흐음···.”



다시.

나는 엘프국의 포로다.

그리고···


지금은 전사 엘라에게서

훈련도 받고 있다.


훈련.

전사 엘라.

전사 엘라와의 훈련.

그래!


이거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



“저를 보호해주세요.”



전사 엘라와의 훈련이든,

다른 전사와의 훈련이든,

나는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전사들 입장에서는

그저 ‘살살’ 이라거나

‘장난으로’ 한 공격이라도,

나에게는 치명타일 수도 있다.


자칫 잘못했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보호? 무슨 보호를

말하는 건가요?”



글로우 왕비님께서 물으신다.

내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건가?



“오해하지 말아요, 알렉스.

당신의 요구 사항을

확실히 하기 위해 물어보는 거니까.”



아. 확실히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훈련이나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서 저를 보호해 주세요.”

“위협..? 그게 무슨 말이죠?

엘프국에 알렉스를

노리고 있는 자가 있나요?”



글로우 왕비님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보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위협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어요.

그래서··· 저를 보호해 주셨으면 해요.”

“흠··· 좋아요. 우리가

어떤 형태로 보호해 주길 원하나요?

마법? 아니면 다른 것?”



나는 어떻게 보호받고 싶어 하는 걸까?

당연히 마법, 그리고 병사들, 또...

다른 것들로 보호받는다면 좋겠지.

하지만 그건 너무 염치없는 게 아닌가.


“될 수 있다면 왕비님의

마법으로 보호해주시는 것,

그리고 엘프국 병사를 저에게 붙여주세요.”

“마법과 병사를 원하는군요.”



글로우 왕비님께서

정리하듯이 말씀하시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보호 마법으로 한번 보호받고,

병사가 내 옆에 있는 것으로써

위험을 한 번 더 방지하는 게

제일 좋은 선택지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면 알렉스, 지금부터

내가 묻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해주시겠어요?”

“네, 글로우 왕비님.”



뭐, 나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긴 한가?

첫째, 거짓말을 해도 글로우 왕비님께선

속을 읽을 수 있으시니까

내가 거짓말하는 걸 알아채실 거고.


둘째, 내가 거짓말을 하면

내 목에 걸려있는 이···

진실의 목걸이가

나를 조여 올 것 아닌가.



“다소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혹시 그 ‘위협’ 이라는 게 뭔가요?”



이건··· 내가 목숨 걸고

답해야 하는 질문인가···

자칫 잘못했다간···



“걱정하지 말아요, 알렉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해드릴게요.”

“하···.”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숨이 크게 새어나온다.



“그게··· 전사 엘라가···.”

“···계속 말해보세요.”



글로우 왕비님의 얼굴에

놀람의 기색이 비췄다가 사라졌다.

파란머리가 알려주지 않은 정보였나?



“저도 로즈 공주님과

예언가 다니엘 등 아는 엘프들을

통해 들은 것들이라 100%

확실하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

감안해주세요.”



양해를 구하듯, 말한다.

혹시나 모르잖아.


나중에 전사 엘라가 범죄자라고 밝혀진다면,

내가 그걸 왕비님께 말했다는

사실이 공개될 거 아니야.


그러면 나는 ‘알고 있었는데

말을 안 하고 있었다’ 라고

보일 수도 있잖아.



“네, 계속 말하세요.

편견 없이 들을 터이니.”



글로우 왕비님께서 답하신다.

그리고··· 좀 주저하면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술술 내뱉게 된다.



“아, 프레인 장군이 줄곧

전사 엘라를 추적했었군요.

왕실에서는 전사들의

보통 일과만 확인해서

그건 미처 몰랐네요.”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때로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시며

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셨다.



“그런데, 예언가 다니엘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묻고 싶네요.”



다니엘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그거야··· 내가 모르는 거다.

하지만 그때 다니엘이 뭐라고 했더라?



“저는 다니엘이 그걸 어떻게 알

게 됐는지는 몰라요. 다만···.”

“다만..?”



내가 말꼬리를 흐리니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내 눈을 바라보신다.



“뭔가요, 알렉스?”

“어떤··· 어떤 엘프가 같이

동행했었다고 했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내가 확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그 엘프의 이름은

기억이 안나요. 정말이에요.

목걸이가 변화 없는 걸

보시면 아시겠죠?”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진실의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말한다.


내 행동이 우스웠나?

글로우 왕비님은 살짝

미소 지으면서 말씀하셨다.



“알겠어요, 알렉스.”

“다행이에요, 믿어주시다니.”



정말 그 엘프의 이름이 뭐였지?



“혹시...”

“알아요.

아니, 짐작할 수 있어요.

그게 누구일지.”



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글로우 왕비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런데··· 아신다고?

짐작하실 수 있다고?



“혹시··· 누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물으며,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알아둬서 나쁠 건 없잖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파란머리에게

한소리 듣는 것보다는.


글로우 왕비님은

고민하시는 표정이다.

하긴, 나는 엘프국에

의도치 않게 들어온 ‘인간’ 이니까.



“흠··· 말해줄게요. 나도

이 엘프가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리곤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숨을 들이쉬신다. 과연 누굴까?



“전사 피터. 내가

짐작한 엘프예요.”



전사? 전사라면

직접 가서 이야기해보면 되지 않나?



“···그렇게는 못해요, 알렉스.

안타깝지만.”



또다시 내 속을 읽은

글로우 왕비님께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왜지? 어째서?



“이유가 있나요?

전사 피터가 반역자인가요?

아니면 다른 죄를 지었나요?”



내 물음에, 글로우 왕비님은

고개를 저으신다.

아니라고? 그렇다면 왜?


무슨 이유로 전사 피터를

볼 수 없다는 거지?

혹시···




“네, 맞아요. 전사 피터는 전사했어요.”

“아···”

“전사 피터···

훌륭한 전사였죠,

프레인 장군과 함께.”



전사 피터의 모습을

회상하기라도 하듯이,

글로우 왕비님은

눈을 감고 말씀하셨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도 될까요?”

“아, 네. 다니엘은

프레인 장군이 전사 엘라를

추적했다고 했는데,

그 이상의 것들은 저도 잘 몰라요.

다니엘이 많이 말해준 건 아니라서...”

“아··· 그렇군요. 괜찮아요.

혹시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나요?”



내가 묻고 싶은 것이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글로우 왕비님께서 물으신다.


여기서 끝이려나?



“알렉스?”



글로우 왕비님께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셔서,

가도 되는 줄 알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글로우 왕비님께서 다시 나를 부른다.



“네?”

“나는 아직 궁금한 게

좀 남아있는데,

계속 물어봐도 되나요?”


왕비님과 계속 면담한다고?

이러다가 잘못하면

하루 종일 면담하게 생겼는걸?

그래도 왕비님이 저렇게 말씀하시니···



“아, 저는···.”



내가 막 말문을 뗐을 때,

왕실의 시녀로 보이는 엘프 하나가

글로우 왕비님께 다가가

소리를 낮춰서 뭐라고 전한다.


소리가 작았기 때문에,

나는 시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알겠네. 시간에 맞춰갈 테니,

곧 간다고 전해주게.”



시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다소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신다.

왜 그러시지?



“왜··· 그러세요?”

“아, 알렉스. 혹시

당신만 괜찮다면 당신과

여러 번 면담을 가져도 될까요?”



여러 번?



“그러니까,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씀이신가요?”



내가 확인하듯 물으니,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신다.



“네, 맞아요. 어차피

나는 알렉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넘쳐나고,

그러려면 알렉스 당신과

오래 이야기해야 하고.

그런데 당신을 하루 종일

붙잡아 놓는 건 불공평하니.”

“아, 저는 어떻게든 괜찮아요.

왕비님께서 편하신 대로 하세요.”



내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하니,

글로우 왕비님은 살짝 미소 지으신다.



“이제... 가 봐도 되나요?”



내가 물으니,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또다시 미소 지으셨다

-이쯤되니 미소 짓는 게

습관이신가, 하는 생각도 든다-.



“네, 가보셔도 됩니다.

저도 만찬을 위해 가봐야 하는지라···.”



그리고 글로우 왕비님은 다시

나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신다.

이건 뭔가 부담스러운데.


나도 똑같이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할 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글로우 왕비님께서는

이미 뒤를 돌아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기고 계셨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냥 갈까, 생각했다가,

혹시 몰라서 속삭이듯 말하면서

글로우 왕비님 쪽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그리고 나서야, 들어왔던 그대로 화원을 빠져나온다.


작가의말

이번엔 알렉스 이야기네요!

로즈의 어머니, 즉 글로우 왕비님과 

면담을 가지게 된 알렉스. 


글로우 왕비는 알렉스에게서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알렉스는 

글로우 왕비가 원하는 답을 갖고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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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숲의 비밀(상) 완결 공지] 20.11.20 55 0 1쪽
75 #60. 협력 [완결] 20.11.20 71 0 11쪽
74 #59. 또 다른 공주 20.11.17 32 0 12쪽
73 #58. 페어리국 수호대 20.11.13 28 0 11쪽
72 #57. 안개 20.11.10 27 0 11쪽
71 #56. 계획과 실전 20.11.06 21 0 11쪽
70 #55. 관찰 20.11.03 21 0 11쪽
69 #54. 프로이(Proi) 20.10.30 19 0 12쪽
68 #53. 행방 20.10.27 21 0 12쪽
67 #52. 폐허 20.10.23 24 0 12쪽
66 #51. 특훈 전사 20.10.20 21 0 11쪽
65 #50. 급습 20.10.16 22 0 11쪽
64 #49. 고난 20.10.13 20 0 11쪽
63 #48. 가장자리 마을 +1 20.10.09 33 1 12쪽
62 #47. 회의 20.10.06 18 0 12쪽
61 #46. 동료를 잃는다는 것 20.10.02 22 0 12쪽
60 #45. 희생의 발생 20.09.29 14 0 12쪽
59 #44. 축제 준비 20.09.25 25 0 11쪽
58 #43. 좋은 소식 20.09.22 34 0 11쪽
57 #42. 뜻밖의 손님 20.09.18 22 0 11쪽
56 #41. 예언가의 결심 +1 20.09.15 44 1 11쪽
55 #40. 셀리나 공주(3) 20.09.11 24 0 11쪽
54 #39. 셀리나 공주(2) 20.09.08 16 0 11쪽
53 #38. 셀리나 공주(1) 20.09.04 22 0 12쪽
52 #37. 새로운 방법 20.09.01 23 0 12쪽
» #36. 면담 20.08.28 27 0 13쪽
50 #35. 예상치 못한 20.08.25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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