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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의 작은 책장

0.00001%의 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판
작품등록일 :
2024.03.25 08:25
최근연재일 :
2024.05.02 17:1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98,714
추천수 :
11,437
글자수 :
219,929

작성
24.03.29 17:10
조회
18,726
추천
389
글자
12쪽

7화 킹황갓제네럴 새싹

DUMMY

-뀨?


‘귀여워!’


녀석을 처음 보고 번개처럼 머릿속에 꽂힌 감상은 이것이었다.


종아리까지밖에 오지 않는 앙증맞은 키도, 만지만 손가락이 폭신하게 들어갈 것 같은 통통한 초록몸통도, 단추를 붙여놓은 듯 땡그란 까만 눈도, 머리 위의 새싹까지.


심히 귀여워서 오히려 불안했다. 귀여운 것도 좋지만 내가 바란 건 귀여운 녀석이 아니라 든든한 녀석이었으니까!


“튼튼이라며?! 튼튼이라며! 오히려 내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녀석이 나왔잖아!”


-뀨?


녀석은 내 절규의 의미를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능청을 떠는 건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젠장, 열받지만 고개를 갸웃할 때 머리 위의 새싹이 살랑거리는 것마저 귀엽다!


카우우우!!


그 순간, 어느새 지척까지 달려온 늑대의 포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팔불출마냥 새싹이를 보고 귀여워 죽을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눈앞의 늑대부터 해결해야······.


촤악!!


“······어?”


사정 거리에 들었다고 판단한 녀석이 나를 덮치기 위해 펄쩍 뛰어오르는 순간, 늑대의 몸통이 반으로 쪼개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두동강이 나 재가 되어 사라지는 녀석을 한참동안 내려다보던 나의 시선이 새싹이에게 향했다.


속된 말로 반갈죽이 내 특기이긴 하지만 방금 그건 내 작품이 아니었다.


녀석이 뛰어오른 순간, 짧고 오동통한 다리 외에 딱히 팔이라고 부를만한 파츠가 없던 새싹이의 왼팔 부위에서 넝쿨이 쭈욱 뻗어나왔다.


넝쿨은 채찍처럼 찰싹 늑대를 후려 갈겼고, 그 한 방에 늑대가 반으로 갈라져 죽은 것이다.


‘넝쿨 채찍?!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기술 자체는 마치 내가 어릴 적 즐겨보던 TV애니메이션 속 X켓몬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X켓몬은 7세 이용가인반면 우리 새싹이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는 사실 정도?


만약 저 늑대가 탑의 몬스터가 아닌 실제 생물이었다고 생각하면 으으으······.


“새싹이 너 이새끼?!”


-뀨?


“이리 와. 내 새끼! 애비는 네가 하면 되는 녀석이란 걸 처음부터 믿고 있었단다!”


-뀨우~


쪽쪽쪽쪽~!


나는 새싹이를 끌어안고 녀석의 얼굴에 뽀뽀 세례를 날렸다.


예상했던대로 녀석의 몸은 적당한 가벼움에 생각보다 말랑말랑했고 감촉도 좋아서 어지간한 인형 저리가라 할 정도의 그립감을 자랑했다.


이게 바로 희귀 스킬의 위력인가? 아니면 새싹이가 대단한 아이였던 것일까?


뭐든 상관없었다. 내가 든든하다못해 아주 믿음직한 전위를 구했다는 사실이 중요한거지.


“다 죽었쓰!!”


저 멀리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훑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비록 새싹이를 소환하면서 가진 마나의 70%를 사용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굳이 정령을 소환하지 않아도 지팡이의 효과로 마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으니까.


“가자, 최새싹.”


-뀨!


나는 아들과 함께 나와 거리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몬스터를 향해서 접근했다. 그러자 녀석도 내 낌새를 눈치채고 빠르게 달려와 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촤악!!


내 아들을 무시한 대가는 참혹했다. 이번에도 깔끔하게 넝쿨 채찍 한 방으로 몬스터를 갈라버린 새싹이.


다른 녀석들이라고 다를까? 똑같았다.


너도 나도 공평하게 채찍 한 방!


내가 하는 일이라곤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듯 새싹이가 잡은 몬스터의 전리품을 획득하는 것 뿐이었다.


새싹이는 강했다. 내 상상을 가볍게 넘어설 정도로 강했다. 7층은 물론이고 8층까지 새싹이 하나로 사냥이 가능할 정도였으니까.


문제는 9층이었다.


“여기도 무리 속성 몬스터인가······.”


무리 속성. 말 그대로 무리를 지어 활동하는 몬스터들을 의미했다.


보통 무리 속성은 해당 탑의 계층에 비해 개체의 능력은 다른 몬스터들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공략 난이도가 쉽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었다.


토토론의 경우를 봐도 알수 있듯이 오히려 사냥 난이도는 무리 속성이 훨씬 위험한 편이었으니까.


“잘 부탁한다. 새싹아.”


마을을 떠나기 전, 여느 때와 다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탁했다.


다른 때도 중요하지만 이런 무리 속성 몬스터를 사냥할 때야말로 전위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는 법.


녀석이 얼마나 앞에서 어그로를 끌어주느냐에 따라 내 위험 부담이 줄어들고 전투를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아질 테니까.


“가자.”


-뀨!


각오를 다진 나는 새싹이와 함께 마을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과 가장 가까이에서 활동하고 있던 덩치 큰 혼 레빗들이 나를 발견하고 무리지어 접근하기 시작했다.


혼 레빗이라는 몬스터 자체가 머리에 뿔을 달고 있는 짐승형 몬스터로 레빗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토끼만큼 빠르고 민첩한 녀석이었다.


게다가 ‘덩치 큰’ 수식어까지 붙어서 아래층의 일반 혼 레빗보다 공격력까지 강화된 녀석들의 돌진에 맞으면······.


‘스쳐도 중상이다!’


뿔만 위험한 게 아니다. 설령 돌진을 피한다 해도 녀석들의 길고 뾰족한 앞니 역시 위험한 무기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사정 거리에 접근하자 적당히 달려오던 놈들의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돌진을 준비하는 것이다.


“온다!”


그러나 녀석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자신들의 돌진 사거리보다 우리 아들의 넝쿨 채찍의 범위가 훨씬 길고 넓다는 걸······.


촤악! 촤악! 촤악!


오른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뻗어나온 넝쿨 채찍 한 줄기가 매서운 기세로 덩치 큰 혼 레빗들을 유린한다.


그러자 무리 속성 몬스터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각 개체의 능력이 동급 대비 다른 몬스터들보다 떨어지는 녀석들은 넝쿨 채찍 한 방에 반갈죽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섯 마리의 무리 중, 네 마리가 채찍에 맞아 재로 변할 때, 그 빈틈을 뚫고 한 마리의 혼 레빗이 새싹이를 피해서 뒤로 빠져 나가는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혼 레빗이기에··· 누구보다 스피드에 몰빵한 녀석들이었기에 가능했던 기적!


나는 새싹이를 제치고 돌진해 오는 혼 레빗을 향해 오랜만에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다.


하지만 내 지팡이 끝에서 마법이 나가는 일은 없었다.


촤악!


새싹이의 텅 비어있던 왼팔 자리에서, 또 다른 한 줄기 넝쿨이 튀어나와 뒤로 빠진 혼 레빗의 목을 정확히 후려갈겼다.


목과 몸통이 분리되며 재가 되어 사라진 녀석.


그렇게 할 일을 마친 새싹이는 두 줄기의 넝쿨을 저 작은 몸속으로 수납하고는 쫑쫑거리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다른 스킬들도 마찬가지지만 새싹이 역시 처음 스킬을 사용하자 스킬에 대한 정보가 천천히 내 머릿속으로 녹아들었다.


여기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전 등급을 건너뛰고 희귀 등급 스킬을 처음으로 습득하여 사용하면 이전 등급들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일반 등급 새싹이는 넝쿨을 한 줄기밖에 사용하지 못 할 뿐더러 채찍질의 범위도 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고급 등급은 범위가 지금과 같지만 넝쿨을 한 줄기밖에 쓰지 못 하는 건 여전했다.


희귀 등급이 되어야 지금처럼 비로소 두 줄기의 넝쿨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단점이라고 한다면 1시간이라는 꽤 긴 쿨타임과 마나량이 얼마든 상관없이 내가 가진 마나의 총량에 70%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인데······.


그마저도 죽지만 않으면 지속시간 무제한이라는 사실 덕분에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참고로 새싹이의 넝쿨 채찍은 스킬이 아닌 녀석의 신체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나조차 소모하지 않는다(!)


“이거 되겠는데?”


씨익~


나는 조금씩 상대하는 무리의 숫자를 늘려갔다.


확실히 덩치 큰 혼 레빗의 스피드는 위협적이었고 놈들이 무리지어 움직인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적어도 정면에 한해서라면 덩치 큰 혼 레빗이 열 마리든 스무 마리든 서른 마리든 새싹이 혼자서 전부 커버가 가능했던 것이다.


촤촤촤촤촤촥!!


새싹이의 양 팔에서 넝쿨 채찍이 미친듯한 기세로 사방을 휘몰아치자 범위 안에 들어온 덩치 큰 혼 레빗들의 몸이 찢겨져 나가며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일단 타깃으로 정해지면 피할 방법따윈 없다.


아무리 혼 레빗이 빨라도 넝쿨 채찍 앞에서는 파리채 앞에 파리 신세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결국 새싹이와의 정면 승부를 피해서 옆으로 돌아오는 발칙한 놈들도 있었지만······.


“하마터면 깜빡 졸 뻔 했네. 나뭇잎 날리기! 밤송이 굴리기!”


이미 내 마나는 빵빵하다못해 터지기 직전인 상황. 나는 아낌없이 공격마법을 쏟아부어 주었다.


“이쯤에다 깔아두면 되겠지. 억새풀 소환!”


[억새풀 소환](고급)

-날카로운 억새풀을 해당 지역에 소환합니다.


새싹이와 나 사이의 빈 공간, 새싹이가 커버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위험한 지역을 찾아 억새풀을 소환해 주었다.


현실에서도 억새풀은 위험한 풀이다. 맨살을 드러낸 채로 억새풀밭을 지나다니다간 스치기만 해도 살이 베일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이 녀석들이 평범한 억새가 아니라 혼돈계에서 자라는 억새라는 사실이었다.


서걱!


일반 억새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길고 육중한 억새가 소환된 순간 땅속에서 찌르듯 자라났다.


마침 그 위를 통과하던 혼 레빗 한 마리는 그야말로 반응도 못 해보고 몸이 두동강이 나버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자라난 억새풀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주변에 접근하는 모든 적들을 향해 몸을 휘둘렀다.


어지간한 보검보다 날카롭고 긴 풀잎은 자신의 반경 3m 이내에 접근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두부마냥 두동강 내 버린다.


이렇듯 위력은 무시무시하지만 다루기 조금 까다로운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소환자인 나를 공격하지는 않지만 공격방식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나까지 휘말릴 수가 있어서 일단 어느 정도의 여유로운 거리가 필요했다.


게다가 고정형 트랩 유형 스킬이라 한 번 설치하면 다시 소환하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움직이 수가 없다.


때문에 위력에 비해서 효율은 새싹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신경쓰이는 위치에 소환해 두면 제 밥값은 하는 고마운 풀잎이었다.


그렇게 새싹이와 억새풀 덕분에 나에게 접근하는 몬스터들은 눈에 띄게 줄었고 그마저도 간간히 마법을 써서 처리했다.


덕분에 대략 스무 마리 이상의 몬스터들을 학살하고도 마나는 총량의 10%밖에 소비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더 몰아서 잡아도 되겠는데? 할 수 있지? 아들.”


-뀨!


새싹이가 방긋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이후에 알게 됐다.


원래 나와 같은 9레벨 마법사가 혼자서 사냥하면 지금의 나처럼 9층 몰이사냥은 커녕 3층에서 사냥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


성경에서 구약과 신약의 분기점이 예수라면 장담컨데 내 짤막한 사냥의 역사에서 분기점은 새싹이였다.


새싹이를 얻고 난 이후로 나는 마법사의 특권 ‘몰이사냥’이 가능해졌고 이 몰이사냥 덕분에 같은 시간대비 엄청난 경험치와 아이템을 득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9층이 무리 속성 몬스터라는 점도 새싹이가 없었다면 과감히 탑을 포기하는 요인이 되었겠지만 새싹이라는 존재 덕분에 오히려 좋아가 되어버린 것도 있었다.


몰이사냥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무리 속성은 디메리트가 아닌, 오히려 이 이상 없을 메리트라고 볼 수 있었으니까.


덕분에 나는 9층에서 경험치를 밑바닥까지 쪽쪽 긁어먹으며 단시간 안에 폭업을 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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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인질 구출 +6 24.04.26 5,828 1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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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고블린 소굴 +6 24.04.24 6,985 197 12쪽
30 30화 상위 고블린 아종 +14 24.04.23 7,536 2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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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길드와 계약하다 +16 24.04.21 8,793 253 12쪽
27 27화 백룡 길드의 제안. +31 24.04.20 8,992 270 15쪽
26 26화 은아영의 통찰력 +25 24.04.19 9,314 254 14쪽
25 25화 녹색탑 정산 +21 24.04.18 9,993 271 14쪽
24 24화 국밥 스킬의 진화 +18 24.04.17 10,451 292 12쪽
23 23화 정신나간 마법사의 사냥 방법 +8 24.04.16 11,152 271 12쪽
22 22화 우애좋은 형제 +10 24.04.15 11,974 262 13쪽
21 21화 서번트 계약 +18 24.04.13 12,937 310 12쪽
20 20화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17 24.04.12 13,234 290 12쪽
19 19화 새로운 새싹이 +12 24.04.11 13,600 320 13쪽
18 18화 고유 아이템이 두 개지요 +7 24.04.10 13,956 297 13쪽
17 17화 솔방울의 위력 +13 24.04.09 14,008 282 13쪽
16 16화 누가 내 동생 괴롭혔어? +10 24.04.08 14,287 293 12쪽
15 15화 돌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 +8 24.04.07 14,509 286 12쪽
14 14화 좋은 흥정이었다 +12 24.04.06 14,988 3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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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새로운 도전 +7 24.04.02 17,064 3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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