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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의 작은 책장

0.00001%의 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판
작품등록일 :
2024.03.25 08:25
최근연재일 :
2024.05.02 17:1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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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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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27
글자수 :
219,929

작성
24.04.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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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
12쪽

30화 상위 고블린 아종

DUMMY

나는 고블린이 육편이 되어 쏟아진 자리로 향했다.


죽은 고블린은 재가 되어 사라졌고 대신 그 자리에는 두툼한 아이템 주머니만 남아 있었다.


‘어디보자~ 중급 마정석 12개에 잡템이 한 가득이네. 어? 이건······.’


“레드캡 고블린의 모자?”


“레, 레드캡 고블린이라고요?!”


레드캡 고블린이라는 말에 팔코모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일반적으로 같은 몬스터라도 탑의 색깔이나 난이도에 따라 등장하는 아종의 종류도 달랐다.


레드캡 고블린이 그러했다.


사실 백색탑에도 등장하는 고블린 자체는 매우 약한 몬스터다.


교활한 지능이라고 해봤자 다른 몬스터들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이고 민첩하다고 해도 고작 10살 아이의 신체능력과 비슷한 수준이니까.


다만 이런 사실에 고블린을 만만히 봤다가 돌아오지 못 한 초보 플레이어들도 수두룩했다.


어디까지나 기본 고블린이 그 정도로 약하다는거지, 단체 전술을 사용하며 기습과 독을 즐겨 쓰는 고블린들의 특성상 백색탑에 도전하는 초보 플레이어들에게는 굉장한 난적임이 틀림없었다.


레드캡 고블린은 이러한 고블린의 아종이었다.


주로 보라탑 이후에 출현하며 고블린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교활함과 잔학함, 그리고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신체는 일반 고블린과 차이가 없지만 능력치가 월등히 높아서 전사직군조차 힘에서 밀리거나 궁수직군도 민첩성에서 뒤지는 경우마저 간간히 있을 정도였으니까.


“마, 말도 안 돼······. 그냥 고블린도 아니고 레드캡 고블린이었다니······. 용사님이 아니셨다면 멋모르고 덤벼들었다가 모두 전멸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용사님!”


일반 고블린이라면 모를까, 레드캡 고블린이라면 마을 사람들 수백 명이 덤벼도 몰살을 피할 수 없었을 터, 팔코모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에게 감사를 건냈다.


“감사는 나중에 인질들을 모두 구출한 후에 하도록 하죠.”


“서둘러 흔적을 찾겠습니다!”


팔코모는 죽은 레드캡 고블린이 있던 자리를 기점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사실상 호위 임무의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실제로 윤우는 멀지 않은 곳에 수풀과 나무 사이로 은밀하게 움직이는 기척들을 조금씩 감지했다.


레인저 클래스의 적 감지 스킬이나, 기사 클래스의 경계 스킬이 아니고서는 감지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이변을 느꼈어도 바람이 불었다 정도로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은밀함이었다.


그러나 윤우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12시와 1시 방향 나무 뒤에 둘, 7시 방향 수풀 사이에 하나인가? 위험한 놈들이네. 사람을 어디서 습격해야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지 잘 알고 있어.’


길드에서 보낸 지난 3개월의 지옥 훈련은 그의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전술, 전략 면에서도 큰 발전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야.”


-쀼.


슉.


윤우가 날렵이에게 적이 숨은 위치를 텔레파시로 보내자마자 날렵이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한편, 7시 방향 약 50m 거리의 수풀 사이에 숨어 윤우를 지켜보던 레드캡 고블린 궁수.


녀석은 노릿한 눈동자로 윤우를 노려보다 그가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꾸우욱······.


아무것도 모르고 멍청하게 등을 보인 사냥감에게 입맛을 다시는 고블린 궁수. 급소를 맞춰 죽일 수도 있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


대충 급소를 피해 아무데나 맞춰도 화살촉에 발린 독으로 인간은 전신이 마비될 터. 그 후에 인간을 둥지로 끌고가면 그뿐이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것 정도? 여자라면 여러모로 즐길 거리도 많겠지만 남자가 취향인 녀석들도 있었으니 놈들은 좋아하겠지.


볼일이 끝나면 인간의 부드러운 고기로 배를 채우면 그만이다.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떠올리며 시위를 놓으려던 그 순간!


팟!


-······?!


불길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서걱!


어느새 고블린 궁수의 등 뒤로 뛰어오른 날렵이의 난초검이 유려한 궤적을 그린다. 궤적을 따라 스산한 빛을 뿜는 섬광.


그 섬광에 걸린 고블린 궁수의 목이 미끄러지며 초록색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한편, 나무 뒤에서 기회를 엿보던 레드캡 고블린들이라고 상황이 낙관적인 건 아니었다.


“밤송이 굴리기.”


부아아아앙······!!


-끼이익?!


무슨 스포츠카의 바퀴마냥 거대한 밤송이 하나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미친 속도로 자신들을 향해 굴러온다.


심지어 저놈의 밤송이는 눈이 달린 것인지 바위와 수목으로 빼곡한 이 숲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며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끼엑!


단검을 들고 있던 레드캡 고블린 암살자가 동료 암살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주저않고 양쪽으로 갈라지는 두 고블린.


“오, 현명한 선택이네.”


함께 맞설 생각을 하지 않고 양쪽으로 나뉘어 한쪽으로 공격을 유도하는 녀석들의 모습에 윤우는 살짝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어느새 왼쪽으로 몸을 날린 고블린 암살자에게 거의 접근한 밤송이.


파밧!


녀석은 스킬까지 사용해가며 전력으로 도망쳤다. 레드캡 고블린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암살자 클래스다.


전력으로 도망치는데만 집중하면 저 무시무시한 밤송이를 따돌릴 수도 있을 터.


그러나······.


부아아앙!!


스포츠카의 통렬한 배기음이 들린 건 기분탓일까? 그러나 밤송이의 속도가 빨라진 건 결코 기분탓이 아니었다.


회전수가 두 배 증가한 밤송이의 스피드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끼에엑!!


결국 밤송이를 피하지 못 할 거라 직감한 레드캡 고블린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하늘로 던지더니······.


콰직!


그대로 밤송이에 깔려 재가 되었다.


퍼엉···!


레드캡 고블린 암살자가 죽기 직전에 전력으로 던진 주머니가 상공에서 폭발하며 뻥 터지는 폭음과 함께 붉은 분진 가루를 허공에 흩뿌렸다.


그 모습을 올려다보던 팔코모가 창백한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서, 설마 저건 신호탄?! 큰일난 거 아닙니까? 인질 구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도망쳐야 하는게······.”


자신은 어찌돼도 상관없지만 여기서 용사가 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 그러한 마음에 후퇴를 제안했던 팔코모의 어깨를 다독인 건 다름아닌 납탕이었다.


“걱정마시고 하던 일을 계속 하시면 되지말임다.”


“하지만!”


“하아······. 팔코모님 눈에는 지금 저 표정이 신호탄 터졌다고 걱정하는 표정 같슴까?”


“네? 그게 무슨······.”


팔코모는 윤우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황당함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신호탄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악마도 소름끼칠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신호탄을 터트린건 놈들의 실수가 확실함다. 이제 ㅈ된 건 우리가 아니라 고블린이지 말임다.”


납탕이가 곧이어 몰려들 고블린들을 동정하는 사이, 방금 양쪽으로 나뉘었던 고블린 암살자 하나가 순식간에 접근하여 윤우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뀨!


촤악!!


윤우의 머리 위에 인형마냥 엎드려 주인을 지키고 있던 새싹이.


녀석이 나서서 넝쿨 채찍을 휘두르자 녀석의 몸뚱이가 사선으로 갈라지더니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호위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사냥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잘 됐네. 흐흐흐~”


“보셨지 말임다.”


“아, 네······.”


탐욕이 가득한 얼굴로 전리품을 회수하는 용사의 광기를 보며 팔코모는 왠지모를 허탈함과 안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팔코모는 최선을 다해서 놈들의 본거지를 찾기 위해 흔적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신호탄을 확인한 레드캡 고블린들이 벌떼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10인 그룹도 상당한 위험도를 감수해야 하는 미션.


그나마 크루세이더나 가디언처럼 수비에 특화된 기사 클래스가 많이 포진되어 있는 그룹이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깰 수 있지만······.


암살자나 광전사같이 공격형 포지션이 많은 그룹이라면 퀘스트를 실패하거나 그룹 자체가 전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하드 미션이었다.


그런데······.


두두두두두두두두···!!!


자동으로 적을 찾아서 얼굴을 돌리는 해바리기가 씨앗을 뿜으면 고블린들의 몸통이 순식간에 분해되어 재로 변했다.


촤촤촤촤······!


그 사이, 숲을 제집처럼 누비며 신속으로 이동하는 날렵이의 난초칼이 레드캡 고블린들의 머리를 댕겅댕겅 자르고.


쫘악!! 쫘악!! 쫘악!!


어찌저찌 접근에 성공한 레드캡 고블린 늑대기병들이나 암살자들도 새싹이 선에서 정리가 가능했다.


피윳! 푹푹푹···!!


물론 영악하게 거리를 두고 독화살을 쏘거나 독이 발린 단검을 던져 공격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내 옆에는 공격은 못 해도 몸빵 하나는 기가막힌 녀석이 있다는 걸.


“11시!”


“소용없지 말임다! 하나도 안 박히지 말임다!”


납탕이는 내 지시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날아오는 화살과 단검들을 몸으로 막아냈다.


오로지 근력과 몸빵에만 올인한 납탕이였기에 녀석들의 화살과 단검은 그의 몸에 박히긴커녕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나뭇잎 날리기! 밤송이 굴리기!”


서걱! 서걱! 서걱!


그 사이, 지팡이 끝에서 소환된 세 장의 나뭇잎이 부메랑처럼 회전하며 각기 다른 적들을 추적해 날아간다.


거대 붉은 암석 박쥐마냥 몸이 돌로된 놈들도 아니고, 한 장이면 충분히 썰어버릴 수 있었으니 굳이 세 장을 한 마리에게 몰빵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놈들은 나뭇잎을 피해 달아났지만 나뭇잎은 끈질기게 녀석들을 추적하여 반으로 갈라버렸다.


퍼엉!


그 사이, 살아남은 레드캡 고블린 한 마리가 또 다시 하늘을 향해 주머니를 던졌다.


“저런······.”


신호탄이 폭발하며 흩뿌려진 붉은 가루를 올려다 본 팔코모가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그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죽은 고블린들의 온기가 채 식지도 않은 아이템 주머니들이 수두룩빽빽했다.


“복사가 된다! 돈이 복사가 된다고!! 우헤헤헤~!”


그 사이에서 마정석들을 돈다발마냥 머리 위로 뿌리며 기뻐하는 악마··· 아니, 용사님이 보였다.


“혹시 우리가 인질을 구하러 가는 길이란 건 안 까먹으셨겠죠?”


“그 정도는 기억하고 계실 검다. 아마도······.”


그렇게 감사하게도 끝도 없이 몰려드는 돈 주머니들을 추수하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레벨 픽스를 걸 수밖에 없었다.


현재 내 레벨은 24레벨 99%. 납탕이도 마찬가지였다.


‘납탕이랑 계약하면서 경험치를 두 명이 나눠 먹는데도 경험치가 넘쳐나서 버리는 게 많네······. 하기야, 원래라면 열 명이 나눠 먹어야 할 경험치니까 이해는 되지만.’


아까웠다. 아까워도 너무 아까웠다.


레벨 픽스 덕분에 아이템과 마정석은 먹을 수 있었지만 그 사이 의미없이 버려지는 경험치는 너무나도 아까웠다.


물론 그렇다고 플레이어 동료를 영입할 생각은 지금 당장 없었다. 플레이어를 영입하면 결국 마정석도 나눠 가져야한다는 뜻이었으니까.


‘가능하면 납탕이처럼 플레이어가 아닌 원주민과 계약 형식으로 늘리고 싶긴한데······. 뭐,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생각해봐야겠지.’


그렇게 몰려드는 레드캡 고블린들을 학살하던 어느 순간.


“됐습니다! 용사님께서 지켜주신 덕분에 놈들의 소굴이 어디인지 드디어 찾았냈습니다!”


[1층 목표를 달성하셨습니다.]


[2층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개방하시겠습니까?]


이후부터는 2층에서 이어지는 시나리오 퀘스트인 모양이다.


더 이상 1층에서 할 일이 남지 않았던 나와 팔코모는 곧장 2층으로 이동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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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피톤치드의 위력 +6 24.05.01 3,682 139 12쪽
37 37화 바그너의 사정 +13 24.04.30 4,372 145 12쪽
36 36화 고유 등급 스킬 카드 +10 24.04.29 4,773 176 12쪽
35 35화 레드캡 고블린 챔피언의 저력 +7 24.04.28 4,979 179 12쪽
34 34화 작전명 두더지 +6 24.04.27 5,294 192 12쪽
33 33화 인질 구출 +6 24.04.26 5,821 195 12쪽
32 32화 밟지 마! +6 24.04.25 6,492 205 12쪽
31 31화 고블린 소굴 +6 24.04.24 6,977 196 12쪽
» 30화 상위 고블린 아종 +14 24.04.23 7,528 232 12쪽
29 29화 시나리오 퀘스트 +14 24.04.22 8,286 244 12쪽
28 28화 길드와 계약하다 +16 24.04.21 8,787 253 12쪽
27 27화 백룡 길드의 제안. +31 24.04.20 8,986 270 15쪽
26 26화 은아영의 통찰력 +25 24.04.19 9,307 254 14쪽
25 25화 녹색탑 정산 +21 24.04.18 9,987 271 14쪽
24 24화 국밥 스킬의 진화 +18 24.04.17 10,445 292 12쪽
23 23화 정신나간 마법사의 사냥 방법 +8 24.04.16 11,145 271 12쪽
22 22화 우애좋은 형제 +10 24.04.15 11,966 262 13쪽
21 21화 서번트 계약 +18 24.04.13 12,930 310 12쪽
20 20화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17 24.04.12 13,226 290 12쪽
19 19화 새로운 새싹이 +12 24.04.11 13,592 320 13쪽
18 18화 고유 아이템이 두 개지요 +7 24.04.10 13,947 297 13쪽
17 17화 솔방울의 위력 +13 24.04.09 13,999 282 13쪽
16 16화 누가 내 동생 괴롭혔어? +10 24.04.08 14,280 293 12쪽
15 15화 돌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 +8 24.04.07 14,502 286 12쪽
14 14화 좋은 흥정이었다 +12 24.04.06 14,982 312 12쪽
13 13화 나만의 사냥터 +8 24.04.05 15,378 30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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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상상보다 충격적인 현실 +15 24.04.01 17,339 3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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