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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의 작은 책장

0.00001%의 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판
작품등록일 :
2024.03.25 08:25
최근연재일 :
2024.05.02 17:1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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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807
추천수 :
11,437
글자수 :
219,929

작성
24.04.12 17:10
조회
1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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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글자
12쪽

20화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DUMMY

“혹시 골고리 영감님 되십니까?”


“응? 설마 여기까지 나를 찾아온 겐가? 이것 참 미안하구만. 누가 날 찾아올 줄 알았다면 마을에 기별이라도 남겨 놓았을 것을.”


골고리 영감은 겸연쩍은 미소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네. 나는 골렘을 만드는 골고리일세.”


“최윤우입니다. 그나저나 온통 나무밖에 없는 숲속에서 무슨 골렘을 만드신다는 겁니까?”


나는 정말로 궁금해서 물었다.


당연히 깊은 광산이나 다양한 원석들이 매장되어 있는 원석 지대에서 찾을 줄 알았지 이런 숲 한 가운데에서 찾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내 질문에 골고리 영감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더니 대답했다.


“허허허! 이곳에 나무밖에 없다니, 무슨 소릴 하는겐가? 자네. 내 눈에는 온통 광석밖에 보이지 않네만?”


“네?”


이 영감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지? 설마 치매라도 온 건가? 싶은 의구심이 싹 트던 그 순간.


“킁킁! 어? 정말임다! 이 나무에서 맛있는 돌의 냄새가 납니다!”


“뭐?”


나는 납탕이가 냄새를 맡은 나무로 나가가 껍질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뭐야, 껍질이 회색빛이라 특이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말로 나무껍질이 아니라 돌이었잖아?”


나는 설마싶어 근처의 나무들도 모두 만져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회색빛 껍질은 나무의 껍질이 아닌 돌이었다.


“설마 그럼 이 숲 전체가 나무가 아니라 나무처럼 생긴 돌들로 만들어진 겁니까?”


내가 신기해하며 영감에게 묻자 영감은 고개를 저었다.


“이 숲은 암석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네. 엄연히 생명을 가진 나무들로 이루어진 멀쩡한 숲이지.”


“······.”


나는 심히 걱정이 됐다. 이 치매걸린 노친네가 퀘스트를 제대로 이행할 수는 있을까?


“저기··· 영감님? 아까 하신 말씀과 얘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만.”


“뭐가 말인가?”


“방금은 제게 나무가 아니라 광석밖에 안 보인다면서요?”


“그랬지.”


영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이 멀쩡히 생명을 가지고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숲이라고요?”


“맞지.”


또 다시 영감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병원을 데려가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물었다.


“앞뒤가 안 맞잖아요. 대체 암석이면서 살아있는 나무라는 게 뭔 말입니까?”


“그 두개가 공존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게 무슨 헛소······.”


나직한 탄식과 함께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고 따져 물으려던 내 말문이 막혔다. 그 순간, 나는 눈을 부릅뜨며 나 자신에게 반문했다.


‘암석이면서 살아있는 나무이면 안 된다고? 대체 그걸 누가 정했는데?’


탑 밖에서의 상식을 탑 안까지 가져오지 마라.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뉴비들에게 입버릇처럼 일러주는 잔소리였다.


“설마 여기 있는 나무들 전부 암석이면서 살아있는 나무라는 겁니까?!”


“허허허! 놀라는 게 당연하지 나도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는 내 눈을 의심했으니 말이야. 그러나 확실하네. 이 나무들··· 아니, 이 바위들은 씨앗에서 싹을 틔워 자라나고 열매를 맺어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나무들의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 그야말로 ‘살아있는 암석’이라고나 할까?”


살아있는 암석.


골고리 영감의 말이 맞다면 정말로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암석이 나무처럼 성장하고 씨앗을 맺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거죠?”


“아마 이 지형에서 자체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나무의 생존 전략이었겠지. 보다시피 여기 있는 돌탕이 친구들을 포함해서 동굴 지형의 몬스터들은 대체적으로 암석을 주식으로 삼는다네. 따라서 일반적인 나무가 바깥의 생태계처럼 자손을 퍼트리는 상황은 일어나기 힘들지. 평범한 열매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무들이 이런 식으로 진화를 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일세. 더 확실한 건 연구를 더 진행해봐야 아는거고. 그게 지금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지. 이 녀석들을 이용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골렘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거든.”


정말로 신기했다.


동굴 지형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무가 돌이 되는 진화를 선택하다니··· 탑이라서 가능한 기적일까?


그때였다.


쿵!


“어머! 시발, 깜짝이야!”


나는 화들짝 놀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갑자기 내 코끝을 스치며 둔탁한 무언가가 내 앞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주먹만한 돌덩이였다.


“허허허! 그러고보니 주의하라는 당부를 깜빡했구먼. 조심하게. 돌 나무의 열매를 잘못 맞으면 골로 갈 수도 있다네.”


이미 저 영감탱이는 그 열매에 대가리를 한 방 맞은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중요한 경고를 깜빡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나저나 이게 돌 나무란 녀석의 열매란 말이지. 겉보기엔 평범한 돌맹이같은데.”


새싹이를 모자마냥 머리 위에 올린 나는 쪼그려 앉아 내 앞에 떨어진 돌 나무의 열매를 주워들었다.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돌 그 자체. 나무의 과실이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혼돈계에 등록되지 않은 희귀 식물의 씨앗입니다. 도감에 등록하시겠습니까?]


‘응? 희귀 식물?’


내 눈앞에 생전 처음보는 알림에 떴다. 도감은 뭐고 희귀 식물의 씨앗은 또 뭔데?


[도감에 등록된 희귀 식물의 씨앗은 혼돈계에서 성장합니다. 식물 마법사는 혼돈계에서 성장한 희귀 식물을 언제, 어디서든 소환할 수 있습니다.]


‘뭐야, 그러니까 이건 내 스킬 카드로 얻는 스킬과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스킬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뭐, 이런 건가?’


[그렇습니다. 다만 식물에 따라 성장 속도와 재소환이 가능한 레벨이 다를 수 있으니 유의해주세요. 돌 나무의 성장까지 앞으로 한국 시간 기준, 105일 17시간 44분 29초 남았습니다.]


이건 솔직히 뜻밖의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


알림의 설명에 따르면 돌 나무처럼 혼돈계에서 자생하지 않는 새로운 희귀 식물의 씨앗을 찾아 도감에 등록할 경우, 스킬 카드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제는 특이해보이는 식물들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됐네. 잠깐, 근데 이거 혹시 탑 밖의 식물들도 가능한 거 아니야? 흐음··· 나중에 한 번 실험해 보자.’


그나저나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아! 맞다! 영감님, 이것 좀 고쳐주십쇼.”


돌 나무의 신비로움과 이로 인해 알게 된 식물 도감의 효과에 넋이 나간 나머지 정작 이곳에 온 목적을 까먹을 뻔 했다.


나는 서둘러 소지품에서 고장난 코어를 꺼내 골고리 영감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그렇군······.”


고장난 코어를 받아든 영감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담담해졌다.


“자네가 이걸 가져왔다는 건 그 녀석도 편히 잠들었다는 뜻이겠구만.”


“편히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원히 잠들기는 했을 겁니다.”


“고맙네. 본래라면 내가 처리해야 할 업보를 자네가 대신 해결해 주었구먼. 쥬얼 이터 그 녀석은 내 곁을 가장 오래 지켜준 골렘이라네. 나도 녀석에게 정이 들었는지 보내줄 때를 알면서도 보내지 못 하고 억지로 코어를 강화시켜 녀석을 붙잡으려 했네. 하지만 그게 실수였지. 결국 녀석은 폭주해버렸고 나는 녀석의 힘을 감당하지 못 한 채 녀석의 곁을 무책임하게 도망쳤네. 피해를 당한 돌탕이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하이.”


골고리 영감은 구리탕이와 납탕이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건냈다. 정작 두 녀석은 바닥에 떨어진 돌 나무 열매를 주워 먹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고해성사는 나중에 피해자들 무덤가서 마저 하시고, 제가 영감님을 찾아온 건 이 코어를 고치기 위해섭니다. 고치실 수 있죠?”


“어디 한 번 보지. 따라오게.”


“너희는······.”


우물우물~


“넵?”


“···아니 됐다. 하던 거 마저 해.”


나는 열매를 먹는데 정신이 팔린 돌탕이들을 두고 골고리 영감과 함께 그의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에서 코어를 신중하게 조사하던 골고리 영감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크게 고장난 곳은 없구만. 조금만 손보면 문제없이 작동하겠어.”


“그럼······.”


“문제는 에너지일세. 코어가 폭주한 탓에 에너지 제어 장치가 망가지면서 대부분의 에너지가 세어나가게 됐어. 아마 녀석이 마나가 풍부한 보석들을 끊임없이 먹어 치우려고 한 것도 이 탓이겠지. 그게 완전히 고장나면서 에너지가 텅텅 비게 된 걸세.”


“그 에너지는 어떻게 채워넣는데요?”


“마나가 풍부한 보석의 에너지를 주입하면 되겠지. 가장 효율이 좋은 건 뭐니뭐니해도 마정석이고. 다만 최하급이나 하급 정도로는 작업에 며칠이 걸릴 지 알 수가 없네. 제대로 고치고 싶다면 최소 중급 마정석 이상을 권장하지. 중급 마정석 정도라면 10번만 이전하면 에너지를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을걸세.”


다행히 쥬얼 이터를 사냥하며 얻은 200개의 중급 마정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이러니하네. 나는 녀석을 사냥해서 200개의 중급 마정석을 먹었지만 정작 쥬얼 이터 당사자는 그걸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쓸 수가 없었으니까.


‘10개면 1억인가······. 어쩔 수 없지. 투자비용이라 생각하고 지르는 수밖에.“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게!”


힘차게 대답한 골고리 노인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마법의 망치를 휘둘렀다.


“간다!!”


깡깡깡깡깡!


[에너지 이전에 실패했습니다.]


[에너지 이전에 실패했습니다.]


[에너지 이전에 실패했습니다.]


[에너지 이전에 실패했습니다.]


[에너지 이전에 실패했습니다.]


“우아아아아아아!!!”


퍼억!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영감의 뒤통수를 갈겨 기절시킨 후, 코어와 마정석들을 챙겼다.


“허억, 허억···!”


뭐지?


방금 그 알림은? 내가 잘못 본 건가? 뭐가 실패해? 내 마정석은? 다섯 개가 줄었네? 코어는 그대로인데?


고작 5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사이에 5,000만원이 증발했다고?!


“응? 내가 깜빡 졸았나? 나이를 먹었더니 기면증이 더 심해진 모양이네. 허허허~!”


윤우는 자신이 기절시킨걸 깜빡 졸은 것으로 착각한 골고리 영감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아니, 실패라뇨?! 대체 이게 뭔 말입니까? 영감님! 그런 얘긴 없었잖아요!”


“응? 내가 미리 말 안 했나? 에너지 이전은 섬세한 작업이라 나조차도 성공확률이 50%밖에 안 된다는 거 말일세.”


“······.”


확실하다. 아마 이 숲에서 연구를 하면서 떨어지는 열매를 수시로 쳐맞고 노망이 든 게 분명했다.


그렇지않고서야 가장 중요하게 설명해야 할 부분들만 빼놓는 게 말이 되질 않았다.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확률이 50%라면서? 그런데 연속 5번을 내리 실패하는 게 말이 돼? 이거 진짜 확률 조작 아닌가? 아니면 이 영감이 잘못 알고 있거나.


그러나 의심이 든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코어 역시 이 영감탱이가 아니면 아무도 고칠 수 없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허허허! 걱정 말게. 나도 오랜만에 이전 작업이라 손끝이 무뎌졌을 뿐. 조금만 더 두드려보면 금새 감을 잡을 걸세.”


그동안 녹아내릴 중급 마정석은 조상님이 보상해 주나?


“호, 혹시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확률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던지······.”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 그러고보니 여관에서 구해 온 술이 떨어지고나서부터 손이 자꾸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외전 퀘스트: 골고리 영감의 부탁.]

-강제 금주 이후로 손 떨림이 시작됐다고 하는 골고리 영감. 손떨림을 멎게 하기 위해서 골고리 영감에게 술을 가져다주자.

*보상- 에너지 이전 성공 확률+20%


벌떡!


“납탕이! 구리탕이! 지금 당장 여관으로 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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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작전명 두더지 +6 24.04.27 5,301 193 12쪽
33 33화 인질 구출 +6 24.04.26 5,829 196 12쪽
32 32화 밟지 마! +6 24.04.25 6,501 206 12쪽
31 31화 고블린 소굴 +6 24.04.24 6,986 197 12쪽
30 30화 상위 고블린 아종 +14 24.04.23 7,537 233 12쪽
29 29화 시나리오 퀘스트 +14 24.04.22 8,293 244 12쪽
28 28화 길드와 계약하다 +16 24.04.21 8,794 253 12쪽
27 27화 백룡 길드의 제안. +31 24.04.20 8,994 270 15쪽
26 26화 은아영의 통찰력 +25 24.04.19 9,316 254 14쪽
25 25화 녹색탑 정산 +21 24.04.18 9,996 271 14쪽
24 24화 국밥 스킬의 진화 +18 24.04.17 10,453 292 12쪽
23 23화 정신나간 마법사의 사냥 방법 +8 24.04.16 11,153 271 12쪽
22 22화 우애좋은 형제 +10 24.04.15 11,976 262 13쪽
21 21화 서번트 계약 +18 24.04.13 12,939 310 12쪽
» 20화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17 24.04.12 13,237 290 12쪽
19 19화 새로운 새싹이 +12 24.04.11 13,601 320 13쪽
18 18화 고유 아이템이 두 개지요 +7 24.04.10 13,957 297 13쪽
17 17화 솔방울의 위력 +13 24.04.09 14,009 282 13쪽
16 16화 누가 내 동생 괴롭혔어? +10 24.04.08 14,288 293 12쪽
15 15화 돌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 +8 24.04.07 14,510 286 12쪽
14 14화 좋은 흥정이었다 +12 24.04.06 14,990 3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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