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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의 작은 책장

0.00001%의 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판
작품등록일 :
2024.03.25 08:25
최근연재일 :
2024.05.02 17:1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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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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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1
글자수 :
219,929

작성
24.03.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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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글자
12쪽

8화 맞춤 제작 방어구

DUMMY

이제 탑에 들어온 지 36시간 째.


내 레벨은 9층에서 쌓을 수 있는 한계치인 13레벨에 도달했다.


덩치 큰 혼 레빗의 레벨인 9보다 4레벨이 높은 13레벨이 되자, 탑의 규칙에 따라 더 이상은 녀석들을 사냥해도 경험치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충분히 차고 넘칠만큼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우스갯소리로 사냥 시간보다 잡템을 처분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고 생각될만큼 템도 엄청나게 먹었다.


간단히 생각해서 열 명이 먹을 분량을 나 혼자 독식했으니 소지품창이 버텨나겠는가?


덕분에 나는 장비 상점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VIP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말로만 대접해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처분하는 잡템을 10%가량 비싸게 팔 수 있는 특권이었다.


말이 10%지 처분하는 잡템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보니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호황을 맞은 곳은 다름아닌 대장간이었다.


“장비 제작을 의뢰하러 왔는데요.”


“스읍~ 어서오시게! 이것 참, 몇년만에 찾아오는 손님인지··· 아니, 몇십 년 만인가? 아무튼.”


대장간 구석에서 세상 모르고 낮잠을 자고 있던 대장장이 벤티스가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초보 때는 재료 수급은커녕 재료를 팔아 기성품 장비 맞추기도 빡세서 재료를 갖추고 아이템을 맞춘다는 건 초보들에게 꿈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문제였다.


“정말로 이렇게 장비를 맞추겠다는 말인가?”


“역시 무리일까요?”


“예끼, 이 사람아. 나를 뭘로 보고.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자네가 걱정되어 하는 말 아닌가?”


“가격은 걱정마시고 최고의 품질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벤티스가 제시한 가격에 2배를 쥐어주며 그의 의욕을 북돋웠다.


어차피 패링은 밖에선 쓸 수도 없는 돈이며 잡템이나 패링을 혼자 독식한 덕분에 돈은 썩어 넘쳤기 때문이다.


“완성품의 품질이 제 기대 이상이면 지금 치른 값을 한 번 더 치르죠.”


“······!”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 돈보다 강한 동기부여는 없다는 사실을.


“맡겨만 두게! 내 영혼을 걸고 혼신의 걸작을 만들어 줌세! 여섯 시간 뒤에 다시 오게. 심장을 단단히 부여잡고 와야 할 거야. 깜짝 놀라서 기절할 수도 있으니.”


그렇게 약속한 6시간 후······.


“자, 한 번 확인해 보게. 자네가 매우 만족한다는데 내 망치를 걸도록 하지.”


“호오···?!”


[빅 보어의 마력 코트](희귀 웃옷 방어구)(거래 불가.)

(사용 가능 제한: 10레벨 이상. 의뢰인 한정.)(백색탑 대장장이 벤티스 제작)

-빅 보어의 가죽을 베이스로 최하급 마정석을 녹여 무두질한 가죽 코트. 맞춤 제작이기 때문에 의뢰인밖에 착용하지 못 하지만 대신 훨씬 높은 능력치를 제공한다.

*마력+15

*마나 회복+10

*물리 저항+17

*마법 저항+6


“진짜 괜찮은데요?”


“흐흐~ 당연하지 누구의 작품인데.”


나는 약속대로 비용을 더 지불했고 덕분에 벤티스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가지고 있던 마정석의 1/10을 소비한 게 뼈아프긴 하지만, 어차피 벌어놓은 것도 많고 그거 좀 아끼다가 죽어버리면 본말전도니까.’


확실히 마정석에 비싼 빅 보어의 가죽을 들여서 플렉스한만큼 완성된 아이템의 능력치는 기대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맞춤 제작 거래 불가 템이라 플레이어들끼리 거래가 불가능해서 나중에는 잡템으로 파는 수밖에 없다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했다.


분명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웃옷 방어구 중에서는 최고 옵션일 거라고.


비단 가죽 코트뿐만이 아니었다.


상의 티셔츠와 하의 가죽바지, 부츠, 마법사의 모자대신 두건으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싹 다 맞춤 제작을 해버린 것이다.


물론 전부 마정석과 고급 천, 고급 가죽을 이용한 장비들이었지만 완성도와 옵션은 가죽 코트와 비슷해서 대만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건······.


“이제 이 ㅈ같은 로브를 벗어던질 수 있다는 거지! 으하하하!!”


나는 1층에서 구입했던 걸리적거리는 로브를 드디어 벗어던지고는 이번에 새로 맞춘 장비들을 풀 장착하였다.


“오~ 생각보다 느낌 괜찮은데? 안 그래, 아들?”


-뀨!


맞춤 장비의 또 다른 이점. 그것은 바로 내 취향대로 외형을 커스텀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지금 내 모습은 1층에서 봤던 정석적인 판타지 마법사의 그것이 아니라 서울 거리에서 무난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평범하고 깔끔한 복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확실히 좋네. 움직이기도 훨씬 편하고. 무엇보다······.”


아이템을 풀 장착하는 순간, 전신에 마력이 충만하게 차올랐다.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괜찮은데요?”


“허허허! 그야 그럴테지. 내 신경써서 제작한 덕분에 신의 은총이 깃들었는지 세트 효과가 제법 괜찮게 붙었다네. 그러니 어지간하면 부위별로 장비를 바꾸지 말고 쓰다가 한꺼번에 처분하게.”


[벤티스의 마력 세트](세트 효과)

*마력+20

*마나 회복+17

*마법 저항+10

*불 속성 저항+5

*땅 속성 저항+6

*물리 저항+10


‘이 정도면 대박도 초대박인데?’


“감사합니다. 어르신.”


“자네의 앞길에 신의 은총이 가득하길 바라지.”


투자 비용이 아깝지 않은 걸 넘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나는 벤티스와 만족스러운 악수를 나누고 대장간을 나섰다.


이제 남은 건 레벨업 하면서 모아두었던 카드들을 사용하는 것 뿐.


카드를 모아둔 이유는 단순했다. 레벨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카드를 깔 시간이 없었을 뿐.


그렇게 모아둔 5장의 카드 중 첫 번째 카드를 개봉한 나는 세 가지 선택지를 보고 고민에 잠겼다.


“공격 스킬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지금 더 중요한 건······.”


다른 선택지도 매력적이었지만 내가 선택한 건 [체력 단련](고급) 패시브 스킬이었다.


공격 수단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그걸 활용하지 못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6층에서 토토론에게 쫒길 때 체력의 중요함을 뼈저리게 통감하지 않았던가?


파티 사냥이라면 몰라도 솔플을 지향하는 나에게 있어 체력은 중요한 능력치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새싹이 덕분에 이런 스킬을 선택할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렇게 나머지 카드들도 웬만하면 체력이나 완력 등, 패시브 스킬을 선택했다.


특히 ‘명상’처럼 마나 회복 속도를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이나 ‘정신 고양’같은 마력을 올려주는 스킬은 빼먹지 않고 선택했다.


이런 선택지가 나오지 않을 때는 되도록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킬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스킬을 선택했다.


“오, 나뭇잎 날리기 고급이네? 주구장창 일반만 나오더니.”


기존에 있는 스킬 카드를 선택하면 스킬의 능력치가 업그레이드 된다. 보통은 위력이 강해지는만큼 마나 소모도 늘어나는데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렇게 스킬을 선택해가며 마지막 미개봉 스킬 카드를 선택한 순간.


[밤송이 굴리기](희귀)

-밤송이 소환하여를 굴립니다.


[부채손 소환](일반)

-부채손을 소환합니다.


[튼튼한 새싹이](고급)

-튼튼한 새싹이를 소환합니다.


“이런 미친······.”


입에서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밤송이 굴리기 희귀라니··· 일반 밤송이도 그렇게 사기적이었는데 희귀 등급 스킬이 되면 얼마나 사기적인 스킬이 될까?


문제는 같은 선택지 중에 고급 등급의 새싹이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반만 되었어도 아쉽긴 하지만 밤송이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희귀만큼은 아니지만 고급도 그렇게 자주 나오는 카드는 아니다.


심지어 고급 새싹이라니··· 지금 새싹이의 능력을 상당히 올려줄 게 분명했다.


‘음······. 역시 이게 낫겠지.’


고심끝에 마지막 스킬 카드를 선택하는 나는 깊은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마지막 10층으로 향하는 포탈을 개방했다.


***


진짜 태양과 달은 없어도 탑에는 낮과 밤이 존재했다.


하늘 위의 유사 태양이 저물고, 초승달이 뜬 탑 정상의 밤. 공략조가 도착한 뒤로 오랜만에 게이트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도 없지?’


10층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마을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사람은 밤이 되면 잔다. 그건 상점가 주인들도 마찬가지였고 여기서 체류중인 공략조 역시 마찬가지겠지.


나는 그들이 자고 있을 여관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본의아니게 꼽사리를 끼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대신 이 탑은 제가 책임지고 공략해서 시민들의 평화를 지킬테니 안심하고 푹 주무시길.’


원래 도둑질은 밤에 해야 제맛인 법. 그렇게 탑 도둑놈은 여관을 지나쳐 조용히 마을 밖으로 빠져나왔다.


***


낮에 충분히 자 둔 덕분에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도 윤우의 정신은 아주 멀쩡한 상태였다.


반대로 몬스터들은 깊은 잠에 취한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백색탑은 초보자들이 사냥하기 비교적 수월한 야수족 몬스터들이 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야수족 몬스터의 특성은 밤이 되면 잠을 잔다는 것이다.


물론 이걸 행운으로 여겨 섣불리 건드렸다간 아주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일격에 암살할 수 있다면 쉽게 사냥할 수 있으나 만약 실패해서 대상이 깨어난다면 상당히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자다 일어난 야수족 몬스터는 공통적으로 ‘흉폭화’라는 버프가 걸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는 것이 기본이다.


게다가 하울링 스킬로 주변에 자고 있던 다른 몬스터들까지 깨워버리는데 인간보다 밤눈까지 좋은 경우가 많아서 낮보다 훨씬 위험한 전투를 하게 되는 경우가······.


“가라, 새싹이!”


-뀨!


촤악!! 촤악!! 촤악!!


“나뭇잎 날리기! 밤송이 굴리기! 나뭇잎 날리기! 밤송이 굴리기···!”


서걱! 쿠구구구구···! 서걱! 쿠구구구구······!


···많지만 그건 상식이 통하는 상대에게나 적용되는 문제였다.


흉폭화고 나발이고 능력치가 상승한들 나뭇잎 날리기와 밤송이 굴리기에 한 방인 건 여전했고 하울링으로 자고 있던 주변 몬스터들을 깨워 불러 모으는 건······.


“오히려 좋아!”


윤우의 입장에서는 경험치와 돈이 제 품으로 뛰어들어오는 격이 아닐 수 없었다.


심지어 깜깜한 어둠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민들레 소환](고급).

-민들레를 소환합니다.


4레벨에 뜬 최초의 고급 등급 스킬 카드에서 획득한 스킬이었다.


당연히 스킬 설명만 봐서는 어떤 스킬인지 감도 잡을 수 없었지만 윤우는 일단 처음 뜬 고급 스킬이었기에 배워두었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해 확인해 본 결과, 비록 공격 스킬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쓸만한 보조 스킬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민들레 소환.”


번쩍!


혼돈계의 민들레가 소환되자 예상대로 거대한 민들레 꽃 한 송이가 순식간에 자라나 피어오르더니 잎이 지고 꽃씨가 맺혔다.


중요한 건 이 꽃씨가 빛을 뿜는다는 사실이었다.


파앙!


고급 등급 스킬의 효과로 민들레가 폭발하면서 발광하는 꽃씨들이 사방으로 날아가 천천히 부유했다.


빛을 뿜는 꽃씨들 덕분에 어둠은 순식간에 걷히고, 야수족 몬스터들의 사냥터였던 깊은 밤은 순식간에 윤우의 사냥터가 변모했다.


“마력이··· 마력이 마르질 않아! 으하하하!!”


그렇게 윤우는 아무리 스킬을 써도 마르지 않는 마력에 도취되어 10층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다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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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상위 고블린 아종 +14 24.04.23 7,539 2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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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길드와 계약하다 +16 24.04.21 8,796 253 12쪽
27 27화 백룡 길드의 제안. +31 24.04.20 8,995 270 15쪽
26 26화 은아영의 통찰력 +25 24.04.19 9,317 254 14쪽
25 25화 녹색탑 정산 +21 24.04.18 9,998 271 14쪽
24 24화 국밥 스킬의 진화 +18 24.04.17 10,456 292 12쪽
23 23화 정신나간 마법사의 사냥 방법 +8 24.04.16 11,156 271 12쪽
22 22화 우애좋은 형제 +10 24.04.15 11,979 262 13쪽
21 21화 서번트 계약 +18 24.04.13 12,941 310 12쪽
20 20화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17 24.04.12 13,240 290 12쪽
19 19화 새로운 새싹이 +12 24.04.11 13,604 320 13쪽
18 18화 고유 아이템이 두 개지요 +7 24.04.10 13,960 297 13쪽
17 17화 솔방울의 위력 +13 24.04.09 14,012 282 13쪽
16 16화 누가 내 동생 괴롭혔어? +10 24.04.08 14,291 293 12쪽
15 15화 돌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 +8 24.04.07 14,512 286 12쪽
14 14화 좋은 흥정이었다 +12 24.04.06 14,991 3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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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새로운 도전 +7 24.04.02 17,068 3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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