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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의 작은 책장

0.00001%의 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김판
작품등록일 :
2024.03.25 08:25
최근연재일 :
2024.05.02 17:1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98,739
추천수 :
11,437
글자수 :
219,929

작성
24.03.28 17:10
조회
19,064
추천
385
글자
12쪽

6화 희귀 스킬

DUMMY

층을 공략해서 위로 올라갈수록, 내 레벨이 점점 상승하며 강해져 갈수록, 나는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씩 배워갈 수 있었다.


첫 번째 고비를 맞았던 건 다름아닌 6층에서였다.


-캬우우!


상대는 토토론이라는 작은 짐승형 몬스터. 크기는 다 큰 중형견 크기에 날카로운 이빨과 큰 눈을 가진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몬스터였다.


따로따로는······.


문제는 토토론의 전투 방식이었다. 녀석은 동족이 당하는 순간, 울음으로 주변에 있는 동족들을 불러 모은다.


문제는 그 소리를 인간의 귀로는 듣기 어려워서 정신을 차렸을 땐 주변이 온통 토토론 투성이었다는 뜻이었다.


‘젠장! 일단은 뚫고 나가야 살 수 있다!’


여기서 놈들을 전부 상대하는 건 무리다. 일단은 한 쪽을 뚫고 포위망을 벗어난 뒤에 좁은 길목으로 유도한다.


“밤송이 굴리기!”


쿠구구구···!


내 앞에 소환된 거대한 밤송이가 육중한 소음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굴러간다.


그 앞에 몰려있던 토토론들은 밤송이를 피하기 위해 분주히 도망쳤지만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


놈들은 저들끼리 엉키고 넘어지다 결국 밤송이에 깔려 재가 되었다.


이 지랄맞은 옷도 어느새 적응이 됐는지 반사적으로 로브의 밑단을 드레스마냥 잡아 올리고선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일단 내 체력이 병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 깨달았다.


“후욱, 후욱······!!”


굴러가는 밤송이가 매우 빠르고, 옷이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내 체력이 부실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겠지.


결국 얼마 쫒지도 못 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내 의지로 멈춘 게 아니라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럴 줄··· 하악! 알았으면··· 하악! 운동 좀 해둘걸. 니미!!”


나는 멈춰서고 밤송이는 굴러간다. 그 사이를 언제 쫒아왔는지 토토론들이 다시 채워넣었다.


캬약!


그 중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며 달려든다.


“뿌리 묶기!”


그 순간, 내가 뿌리 묶기 스킬을 시전하자 나에게 달려드는 적의 땅밑에서 나무의 뿌리가 자라나 토토론의 발목을 옭아맸다.


그러나 이대로는 위험하다.


뿌리 묶기는 단단한 뿌리로 상대방을 구속하는 스킬이었으나 한 마리를 대상으로만 지정할 수 있고 쿨타임도 5초나 되었기 때문이다.


“밤송이 굴리기!”


다시 한 번 밤송이를 소환해서 굴리고 전력으로 도망친다. 신기하게도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다리는 생명이 위험하다고 판단되자 어떻게든 움직여 주었다.


그렇게 좁은 길목을 찾아 기적적으로 도착했다.


그런 나를 쫓아 몰려든 토토론들. 나는 놈들을 향해 쿨이 될 때마다 스킬을 쏟아 보았다.


확실히 토토론들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나뭇잎이 굴러갈 때마다 직선상의 토토론들이 반으로 갈려나가고, 밤송이가 굴러갈 때마다 십수 마리의 토토론들이 깔려 재가 되었다.


문제는 내 마나 역시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비틀······.


‘어라? 왜 이러지?’


마법을 난사하던 흐름이 끊겼다. 당연하게도 내 의지가 아니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시야가 울렁거린다. 당장이라도 토를 하고 싶은데 참을 수 있었던 건 그랬다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고보니······!’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가 있다. 플레이어들은 마나통이 바닥에 가까울수록 정신력도 깎여 나간다고.


그래서 마나가 바닥나는 순간, 잘못하면 기절할 수도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플레이어도 아니었고 먹고 사느라 바빴기 때문에 지금까지 잊고 살았다.


게다가 레벨 1때는 마나가 바닥나도 기분탓으로 여길만큼 부정적인 효과가 애매했기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설마 마나통이 늘어날수록 바닥났을 때의 후유증도 심해지는건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정령 스킬의 쿨타임이 돌아왔다는 사실이었다.


“붉은 오크 나무의 정령 소환!”


정령을 소환하자 마나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일렁거리던 시야가 제자리를 찾고, 메스꺼움도 사라졌다.


정신이 회복 된 것이다.


그 덕에 겨우 살아서 목표를 완수하고 7층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울적함이 더 강하게 밀려들었다.


“꿈에서 깨자. 병신아. 너는 무적의 먼치킨같은 게 아니라 그냥 개쌉 뉴비 초보 플레이어라고.”


신탁 각성자의 능력이 대단해서, 우연히 얻은 지팡이의 위력이 엄청나서, 우수수 재가 되어 사라지는 몬스터들을 보고 우월감에 젖어서······.


속된 말로 뽕맛에 취해서 내가 어떤 클래스이고, 어떤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그 결과, 6층에서 까딱 잘못했으면 저 세상 갈 뻔 했고, 실제로 정령의 쿨타임이 10초라도 늦게 돌아왔으면 저 세상에 갔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신탁 능력자라는 새끼가 깝치다 백색탑 6층에서 뒈진 개병신으로 기억되겠지.


“그나마 이게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 했겠지.”


마력을 증가시켜주고 무엇보다 마나 재생이 빵빵한 붉은 오크 나무의 지팡이. 이것 덕분에 7층까지 불과 12시간도 걸리지 않고 올라올 수 있었다.


이런 아이템이 없다면 아마 혼자서 백색탑을 사흘만에 정복했다던 그 검사도 여기까지 오는데 꽤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탑에는 마나를 회복시켜주거나 부상을 순식간에 치료시키는 그런 기적의 포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회복에 도움을 주는 약초는 존재했는데 이 약초를 사용하고 휴식을 취할 때 효과가 더 상승할 뿐, 체력과 마력을 회복하는데 휴식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 검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겠지.


“당면한 문제는 여러가지지만 역시 지금 가장 큰 문제라고 하면 역시······.”


전위의 부재.


지금의 난 말 그대로 유리대포였다. 쉽게 말해서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랄까?


문제가 있다면 저쪽은 한 방 먹어서 죽어도 나에게 한 방 먹여줄 녀석들이 넘쳐나는데 나는 한 방 먹으면 그걸로 게임 끝이라는 사실이었다.


뭐, 마법사 클래스가 사실 다 그렇지. 때문에 전위에서 몬스터의 주의를 끌고 나를 지켜줄 탱커가 필수불가결인거고.


‘역시 신탁 각성자라 해도 마법사 혼자서 탑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가? 여기서부터는 정빵이 아니라 스치기만 해도 최소 중상일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니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안전하게 성장하는대신 통제를 받아들이던가, 통제가 싫으면 이대로 각성자를 포기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살던 그대로 딱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인생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뭘 선택하든 일단 이것부터 확인해보고 선택하자.”


목표를 완수하고 7층으로 올라오면서 내 레벨도 올라 8이 됐다. 아무래도 10인분의 경험치를 혼자 독식하다보니 남들보다 성장이 빠른 건 사실이었다.


덕분에 능력치도 살짝 상승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미개봉 스킬 카드 1장을 확인했습니다. 개봉하시겠습니까?]


“개봉.”


‘제발 로또 하나만 나와라, 제발···!’


개봉 직전 빛나는 미개봉 스킬 카드를 보며 나는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지금까지 개봉한 스킬 카드만 총 7장이다.


그 카드들 모두 나뭇잎 날리기나 밤송이 굴리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공격 스킬이나 뛰어난 보조 효과를 가진 스킬들은 분명했다.


하지만 좋은 스킬일지언정 내게 당장 필요한 스킬은 아니었다.


좋은 공격 스킬들은 많지만 이미 그거 아니더라도 좋은 공격 스킬들은 차고 넘쳤고, 그것들을 모두 소화하기엔 내 마나통이 부족했다.


보조 스킬들도 물론 효과는 강력한 것들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금 내게 당장 필요한 스킬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지금 내게 당장 필요한 스킬이라면 앞에서 어그로를 끌어주거나, 적을 차단하는 스킬이 필요했다.


붉은 오크 나무 지팡이의 정령은 효과가 좋은 대신 몸빵이 매우 빈약하다. 4층 힘 쎈 코볼트에게 스치기만 해도 사라졌을 정도니까.


게다가 쿨타임은 20분에 지속 시간이 10분이라 항시 꺼내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빛이 걷히고 세 장의 선택지가 등장하는 순간······.


“응?”


카드들을 확인한 내 눈이 커졌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카드는 테두리가 하얀 일반 등급 스킬 카드들이었고 간혹 한두 장씩 테두리가 초록색인 고급 등급의 카드도 몇 번 등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테두리가 보라빛이라는 건 희귀 등급이란 뜻이지?”


처음으로 등장한 희귀 등급의 스킬 카드. 그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다름아닌 스킬의 이름이었다.


[튼튼한 새싹이](희귀)

-튼튼한 새싹이를 소환합니다.


‘진짜 설명 명치 마렵네······.’


여전히 불친절하기 짝이없는 스킬 설명이었지만 이제는 나름 적응이 된것일까? 나는 스킬의 이름과 설명 중에서 유독 ‘튼튼한’이라는 문구가 신경쓰였다.


“튼튼한이란 수식어가 붙은 걸로 봐서는 적어도 방어형 스킬이거나 어그로를 끌어줄만한 보조 스킬이란 뜻인데······.”


같은 스킬이라도 등급에 따라 옵션이 달라진다. 일반 튼튼한 새싹이보다는 희귀 튼튼한 새싹이가 숨은 옵션이 더 많이 붙어있단 뜻이다.


‘방어형으로 추정되는 스킬이 희귀 등급이라··· 이러면 안 고를 수가 없지.’


희귀 등급 튼튼한 새싹이를 선택하는 순간, 스킬 카드가 빛으로 변해 부서지며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곧장 스킬을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일단 충분히 체력이 회복될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충분한 휴식을 취한 나는 곧장 인벤토리에 가득찬 잡템을 처분하고 앞마당으로 나왔다.


“역시나 사람이 없네.”


4층 이후로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조금씩 적어지기 시작하다 7층부터는 플레이어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백색탑이 출현한지 이제 고작 이틀째, 수련을 위해 찾아온 완전 신입 길드원들은 주로 1,2층에 몰려 있었다.


다른 탑에서 조금 레벨을 올렸다가 탑이 공략당해 쫓겨난 플레이어들도 5층 이하에서 수련을 하면서 레벨을 올리는 중이다.


공략조는 아마 백색탑의 9층이나 정상인 10층의 중립 지대에서 대기하고 있겠지. 그들은 백색탑의 붕괴 임박점인 10일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가장 베스트는 성장한 길드원들이 탑을 공략하여 탑의 붕괴도 막고 보상도 획득하는 것.


그들이 실패하면 공략조가 투입되어 붕괴는 막겠지만 보상은 얻지 못 할 테니 어찌보면 그들은 보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덕분에 나는 남들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사냥할 수 있겠지만.


-크르르르···!


마침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성난 흑가죽 늑대가 나를 발견하고 으르렁거리며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녀석을 나뭇잎으로 갈라버리는 건 간단하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궁금해서 좀이 쑤셔 참을 수 없었던 새로운 스킬을 확인했다.


“튼튼한 새싹이 소환!”


우우웅···!


‘응? 무슨 마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마나가 빠져 나가서 아찔했다. 마나는 가득했고, 심지어 지팡이를 들고 있었음에도 내 마나 총량의 70%가 사용된 것이다.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나면서 다리에 살짝 힘이 풀렸다.


그리고 이내 삐죽 솟아나온 새싹 아래로 잔디가 들썩거리더니 무언가가 불쑥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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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밟지 마! +6 24.04.25 6,500 206 12쪽
31 31화 고블린 소굴 +6 24.04.24 6,985 197 12쪽
30 30화 상위 고블린 아종 +14 24.04.23 7,536 2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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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백룡 길드의 제안. +31 24.04.20 8,993 270 15쪽
26 26화 은아영의 통찰력 +25 24.04.19 9,315 25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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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국밥 스킬의 진화 +18 24.04.17 10,452 292 12쪽
23 23화 정신나간 마법사의 사냥 방법 +8 24.04.16 11,153 271 12쪽
22 22화 우애좋은 형제 +10 24.04.15 11,975 2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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