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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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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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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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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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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7쪽

4번째 재앙. 돌연변이(Mutant) 15

DUMMY

“지휘관용 텐트라... 나도 출세했군.”


장정 서른 명이 들어와도 부족함이 없을 텐트를 둘러보며 주위에 사람이 없음을 알게 된 나는 농담조로 자못 엄숙하게 말했다.

마치 일생일대의 목표를 목전에 두고 마땅한 단계를 밟은 사람처럼 말이다.


본디 조직의 대간부의 자리에 위치해 있는 한 카피바라 수인을 위해 마련되었을 가장 좋은 텐트는 자연히 그가 경배하는 대상인 내게 배정되었고 본디 별동대의 팀장이었을 이의 자리 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진상되었다.


“다음세대는 리버스의 모든 행사에서 우선권을 갖기에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난 지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높은 직급을 줘봤자 쓸모가 없는데... 원래 팀장이 최남원이라고 했던가?”


나는 본래 이 천막과 이 지위가 마땅히 돌아갔어야 할 이의 이름을 작게 불러보았다.


“팀장님, 부르셨습니까?”

“흐끼얊!!”


그와 동시에 천막의 문이 열리고 거칠지만 잘 절제된 느낌의 남성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저를 부르신 것 같아 들어왔는데 결례가 되었나보군요.”

“어, 어디서부터 들었어요?”

“물론 ‘나도 출세했군.’부터 들었습니다.”


그럼 끝까지잖아!

이쯤 되면 신의 혼잣말을 엿들은 죄로 죽여도 무죄이지 않을까?

여신의 목욕을 엿본 죄로 사슴이 되어버린 한 인간처럼 말이다.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괘념치 마시길.”


나는 마치 나를 지키겠다는 듯, 부동자세를 유지한 채 내 앞에 선 사내가 참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첫 만남이 이렇게 이루어질 줄은 몰랐는데 일단 상태창부터 확인해볼까?’


[상태창]


1. 이름(Name) : 최남원

2. 성별(Sex) : 남성

3. 종족(Species) : 인간(퍼스트 본)

4. 기원(Origin) :

5. 권능(Warrant) :

6. 특성(Trait) : 특수요원(Rank:A), 무사트(Rank:B)

7. 소유 : 리버스 팀장 전용 전투복(Rank:C), 리버스 폰(Rank:C)

8. 계약 :

9. 기술 : 저격(B), 사격(B+), 구출(B), 진압(B), 체술(B+), 보호(C)


준수한 능력치, 어쩌면 내가 본 인간들 중 가장 강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짜인 상태창이다.

재능 있는 자가 자신의 재능을 알고 거기에 온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만 이러한 기술을 완성할 수 있으리라.


‘광원 씨만큼 강해... 아니, 각 특성과 기술의 연계를 생각하면 이쪽이 더 우위에 있을지도.’


수인족의 기본 신체능력이 있을 테니, 마땅한 무기가 없는 상태라면 광원 씨의 압승이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최남원이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러고 보니... 광원 씨가 싸우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저번에 소화기로 누군가를 후려패긴 했지만, 그건 일방적인 폭행이었기에 싸웠다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자 살짝 기분이 저조했다.


‘저번에 권능으로 날려버린 적이 있었는데 다치진 않았겠지...?’


복잡한 기분이다.


생각은 자연히 이 둘을 부하로 두고 있을 아버지는 과연 얼마나 강할까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가진 지위가 곧장 전투력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원로라고까지 불리는 걸 보면 분명 숨겨둔 한 수가 있으리라.


‘그도 아니면 주위에 엄청 강한 인물들을 모아두고 있던가. 왜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큰 거 같지? 아버지 취향인가?’


나는 잠시 경호원이 경호대상보다 덩치가 커야 좋을지, 작아야 좋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참 어려운 문제다.

덩치가 작으면 위압감을 조성하지 못하니 폼이 살지 않고, 덩치가 크면 경호대상이 오히려 들러리가 되어버린다.


‘경호에 있어서는 경호대상의 존재감이 약한 게 더 나을 지도 모르지. 아버지가 존재감에서 밀리는 건 상상이 안 가긴 하지만...’


나는 잠시 아버지가 자신이 고용한 덩치 큰 경호원들 사이에 끼어 쭈그러진 모습을 상상하려 했지만 이내 내 상상력의 한계에 직면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언제 어느 때나 당당하고 오연한 태도를 유지할 것 같다.


‘엄마에게 혼날 때마저 그런 태도를 잃지 않을 정도이니...’


상태창과 덩치에 이어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그의 걸음걸이, 자세, 태도, 분위기 따위로 굳이 상태창이 없어도 상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많았다.


부동자세를 유지한 그는 내게 한없이 안정감을 주는 높이의 천장이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목을 똑바로 세우지 못하고 고개를 약간 꺾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나와 ‘종’이 다르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저쪽이 괴물같이 큰 거지, 나 정도면 평균이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들의 평균 신장이 커지고 있다고 하던데 한 수백 년쯤 시간이 지난다면 나와 같이 과거에 성장이 끝나 고정된 신들은 난쟁이의 다른 말로 그 의미가 변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든다.


‘천막 안으로 들어올 때 왼팔은 거의 흔들지 않고 오른팔만을 흔들었어.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으니... 습관이 들 만큼 오래 훈련을 받았다는 걸까? 그것도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전제된 훈련을 말이야.’


관련 훈련을 받은 이들은 금방이라도 총을 뽑을 수 있게 손을 항상 품속에 있는 총과 일정거리를 유지하게 하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그렇게 일반적으로 자신을 제외하곤 확인할 수 없는 상태창을 제외하고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겉으로 보이는 강함까지 가졌다.


검은색의 전투복을 입고 머리를 바짝 깎고 눈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했는데 이것이 패션을 위함인지 아니면 나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어서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더욱이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려는지 팔의 소매를 걷어 문신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아니, 잠깐! 문신이 아니야?!’


체지방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근육이, 그 굴곡에 진 음영(陰影)이, 생사를 넘나들었다고 말하는 흉터가, 울룩불룩 솟아난 핏줄이 마치 문신처럼 보이는 거였다.


“제게 뭐라도 묻었습니까?”


내가 상태창을 볼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그는 내 시선을 오해한 모양인지 주먹으로 제 입가를 거칠게 쓸면서 물었다.


“방금 닦였어요.”


아직 상태창을 볼 수 있다는 걸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대충 둘러댔다.


‘보통 기술은 가장 주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맨 앞에 오니까 그의 주력은 역시 저격이나 사격 따위인가?’


무사트(MUSAT),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 전단에서 사용하는 고유 근접 전투 기술로 주 병기, 보조 병기, 단검, 맨손 전투 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전투 기술이다.

그는 이를 특성으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기(火器)가 사라졌다.

임시방편으로 화약 대신 압축된 공기를 바탕으로 탄환을 발사하는 공기총을 쓰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화약에 비해 위력이 떨어진다.

짐승은 죽여도 돌연변이는 잡지 못한다.


무려 B랭크에 이른 사격과 저격...

인간이 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선 어떤 찬란한 재능을 가져야하며 어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할까.


그 인고의 시간을 생각하면 절로 연민의 감정이 올라온다.

그의 상태창에 남아있는 기술이 내겐 꼭 다 타버려 흔적만이 남아있는, 녹아서 피부에 눌어붙은 훈장처럼 느껴졌다.


“팀장님, 그럼 알영족의 현 상태에 대해 브리핑해도 되겠습니까?”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가 이번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준비했다.

준비라곤 했지만 딱히 거창한 것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천막 한 가운데 있는 원형 탁자에 제 리버스폰을 올려놓은 것뿐이다.


분명 나와 같은 기종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이를 몇 번 조작하자 그 위로 홀로그램에 생성됐다.


‘난 저런 기능 몰랐는데...’


어쩐지 시무룩해졌다.

나는 어느새 시대에 뒤처진 퇴물이 된 것인가.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홀로그램에 투영된 이미지는 거대한 닭이었다.


“알영족?”

“맞습니다.”


일반 닭보다 목과 다리가 더 길고 부리가 날카로우며 벼슬이 좀 더 화려하다.

물론 돌연변이이니만큼 웬만한 사람보단 클 것이다.


“그런데 제가 아는 알영족과는 좀 다르네요?”


다만 홀로그램에 투영된 알영족은 머리에 계란껍질로 만든 것 같은 왕관을 쓰고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알영족과는 달랐다.


“잘 보셨습니다. 이 존재가 바로 최우선 토벌대상. 알영족의 왕, 닭혁거세입니다.”

“푸흡! 죄송합니다. 뭐라고요?”


나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그에게 되물었다.

내가 사냥한 그 돼지의 이름이 황금돼지일족의 왕인 최치원이라는 것은 대드루이드 특성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닭혁거세는 그 어감을 비롯하여 여러 의미로 최치원을 뛰어넘는 임팩트가 있었다.


“닭혁거세입니다. 스스로 지었다고 하더군요.”


잘은 몰라도 닭과 돼지, 두 동물 모두 신라에 무슨 한이 맺힌 게 아닐까.

박혁거세는 표주박 모양의 알에서 태어났기에 그런 이름을 가진 것이니 닭혁거세는 닭에서 태어났기에 이런 이름을 지은 것이라 추측해본다.


‘신라는 나름 닭을 신성시했는데 말이지.’


삼국사기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우리나라를 ‘구구탁예설라(矩矩托禮說羅)’라고 불렀다고 한다.

‘구구탁’은 말 그대로 닭의 울음을 형상화한 것이고 ‘예설라’는 귀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닭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

어쩌면 닭들은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건지도 모른다.


“닭혁거세.”

“푸흡!”


내가 딴 생각을 한다는 걸 알았는지 기습적으로 알영족의 수장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입에 올리는 그에 내 입에선 순간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왔다.

그는 여전히 표정변화 없이 나를 바라봤다.


부담스럽다.

선글라스 때문에 감정을 읽기가 어렵다.


“이런 개그를 좋아하시는군요. 참고하겠습니다.”

“그, 그쪽이 워낙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니까!”

“저희의 1차 목표는 적들의 수장, 닭혁거세를 잡는 것입니다. 생포하면 좋지만 정 힘들다면 사살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창피함에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그는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닭의 이름은 꼬꼬, 돼지 이름은 꿀꿀이 이상으로 생각 안 해보잖아요!”

“제 동기 중에는 애완 닭의 이름으로 잭 슈나이더란 이름을 사용하더군요.”


말로는 이기지 못함을 직감한 나는 재빨리 작전에 대한 것으로 화제를 돌렸다.


“흠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그래서 인질은 어떻게 할 건가요?”

“저격을 통해 최대한 구출에 힘써보겠지만 아군에 피해가 발생할 것 같은 경우 포기합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


“잠깐만요. 저격이요? 공기총은 그만한 위력이 안 나올 텐데요.”

“아, 팀장님은 아직 모르시나 보군요. 리버스의 개발부에서 새롭게 만든 장비 중 하나입니다. 마법을 새겨서 탄환을 발사할 수 있게끔 했다더군요. 마법이라니, 대격변 이후 정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마법, 그런 방법이 있었나.

마나로 인해 총을 쏠 수 없게 되니 인간은 마나를 사용하는 총을 개발한 모양이다.


“총이 있다면 일이 쉽게 풀리겠네요?”


처음 해보는 구출임무에 약간 과도하게 올라왔던 긴장이 내려앉는다.

단순 살상력을 따지자면 검이나 창 같은 냉병기는 화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가까이 다가가 목을 베거나 심장을 찌르는 것과, 멀리서 조준하여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것의 차이는 그만큼 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좋은 무기를 황금돼지일족을 토벌할 때 쓰지 않았다는 거. 만약 처음부터 이를 사용했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러한 의문은 이어지는 최남원의 말이 풀어주었다.


“아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죠?”

“효율이 떨어집니다. 퍼스트 본은 웬만한 총 든 군인보다 강합니다. 그리고 이 총은 리버스의 간부 이상에게만 지급되죠. 총 뿐만 아니라 총알에도 술식을 새겨야 하니 비용소모가 크고 재활용도 어려워 꼭 필요한 일에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총이란 것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게 있어 총이란 쏘면 사람이 죽는 물건이었다.

급소에 맞지 않아도 총에 맞으면 대부분 쇼크사로 사망한다.


하지만 이러한 화기가 황금돼지일족의 그 두터운 가죽을 뚫을 수 있을까?

칼도 잘 듣지 않는데 총알을 박히기나 할지 의문이다.


‘총도 의외로 별 거 없구나...’


나만 해도 당장 날아오는 총알을 보고 벨 자신이 있었다.

내가 상대했던 최치원은 그 거죽으로 총알을 튕겨내어 오히려 쏜 이를 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게 그 저격총입니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올라온 2M에 가까운 거대한 저격총.

나는 그것의 상세정보를 확인해봤다.


[소유: 반발마법이 깃든 마석 코팅 대물 저격총(Rank:B)]


「탄성과 내구성이 좋은 금속인 유선강(流銑鋼)으로 제작된 대물 저격총입니다.

총열에 술식을 새기고 마석으로 코팅하여 내구성을 한층 더 높였습니다.

반발마법(B)이 새겨져있어 탄환과 총열 사이의 반발을 이용해 탄환을 발사하며 총열이 길수록 정확도와 위력이 증대됩니다.(현재 길이 70cm)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오래 사용할시 총열 내부의 마석 코팅이 벗겨질 수 있으며 이때에는 기존의 코팅을 모두 벗기고 새로운 코팅을 해야 합니다.」


‘외도(外道)다!!’


그 총의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난 이 물건을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고생고생해가며 만든 단검이 고작 C+등급인데! 이건 심지어 주조(鑄造)로 찍어낸 거잖아!’


물건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직접 망치로 두들겨 형태를 잡는 단조(鍛造).

다른 하나는 주형(鑄型)에 쇳물을 부어 형태를 잡는 주조(鑄造).


내가 만든 정화의 은제단검이 직접 망치를 두들겨 만든 일종의 핸드메이드라면 이건 그저 공장에서 찍어낸 총기에 오직 마법만을 새긴 대량생산품이다.


그렇기에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것이 내 일생일대의 역작보다 높은 등급으로 판정된 것을.


‘제길! 역시 나도 마법을 익혀야하나?’


만약 내가 만든 단검에 마법을 새긴다면 분명 등급이 더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열과 압력만을 이용해 이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일종의 장인혼(匠人魂)이라고 할 만한 게 내게도 있었다.


오랜만에 망치가 들고 싶어졌다.

광원 씨가 권한 이 구출작전에 대한 흥미는 어느새 싸늘히 식어버렸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 용광로를 다시 달구고 싶어졌다.

나는 최남원 부팀장을 재촉했다.


“단순 화력이 부족한 거라면 아예 알영족이 농성하는 곳을 태워버리는 건 어때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농담처럼 말했지만 결코 농담으로 꺼낸 말은 아니었다.

농담으로 할 만큼 가벼운 말 또한 아니었다.


“팀장님, 이건 토벌작전이 아닌 구출작전입니다. 안에는 인질들이...!”

“그런데요?”


귀천(歸天)에 귀천(貴賤)은 없다지만 이는 잘못됐다.


*귀천(歸天): 사람의 죽음.

*귀천(貴賤): 귀함과 천함.


각 생명의 가치는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수천만 원의 수술비, 이를 얼굴도 보지 못한 저 오지의 빈민들을 구제하는 데 사용하라고 한다면 그 말을 따를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남보다는 나나 주변인물의 목숨이 더 귀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돌연변이를 사냥할 수 있는 이 귀중한 인적자원들이 병신이 된 인질들을 구출하려고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것이 난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인질들에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인간의 당연한 도리인가?’


운석이 떨어지는 날,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집을 나선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지간히 심적으로 몰렸구나 싶다.

다만 그때의 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도 그런 걸까?

인질들을 어쩔 수 없이 구하는 걸까?


내 물음에 최남원의 얼굴에 처음으로 변화가 생긴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고 그의 얼굴에도 음영이 지며 이전보다 몇 배는 험악한 인상을 자아냈다.


“안에는 아직 인질이 많습니다. 그런 일은 최후의 수단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나도 끝까지 내 주장만을 밀고가진 않았다.

실질적인 지휘관은 그일뿐더러 어차피 위험을 부담하는 것 역시 내가 아니었기에.


“흐음~”


문득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성을 통해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신의 오만일까?

나와는 다를 것이 분명한 그의 가치관이 궁금해졌다.


‘왜지? 왜 그는 구태여 사람을 구할까.’


인간의 수는 다시금 불어났음에도.


인질을 구할 때마다 수당을 받는 걸까.

일이 힘든 만큼 승진에 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람을 구해야한다는 숭고한 사명감으로 인할 걸지도 모른다.


‘이상해...’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나답지 않은 충동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어쩌면-’


그의 가치관을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저 사람이 나처럼 망가지는 게 보고 싶은 걸지도.’


그의 가치관이 부서지는 게 보고 싶었다.


“그럼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코르 님께서는...”


브리핑을 계속하는 그의 위로 어릴 적 날개를 너무 세게 잡아 내 손에 인분만을 남기고 으스러진 나비의 모습이 겹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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