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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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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7.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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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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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8. 신고받다.

DUMMY

파주 경찰서

거주 인원이 줄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한가해진 이곳에 때아닌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그래서 잘못이 없다는 말입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죠?”

“허!”


자기 말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도진의 모습에 조서를 작성하던 경찰이 어처구니없어했다.


지금이 어떤 시국이던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방역에 민감한 시기에 본인들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짓을 해놓고 이리 당당하다니?


순간 형사는 눈앞의 이 청년이 팬데믹을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이것 보세요 도진씨! 당신들은 뉴스도 안 보나요? 얼마 전에 이태원에서 그 난리가 터져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 이때 단체로 모여서 놀아요? 제정신입니까?”

“자꾸 그렇게 알맹이는 뺴놓고 말씀하시는데, 뭐가 문젠지 모르겠네요. 제가 방역 수칙 중에 어긴 게 있나요?”

“허 참! 이 사람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당신 유치장에 들어가고 싶어?”


처음에는 그저 철없는 청년의 치기라 생각해 좋게 좋게 처리하려던 그였다.

하지만 대화하면 할수록 뻔뻔한 도진의 모습에 결국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고 말았다.


“들어가야 한다면 들어가야 되겠죠. 하지만 그 전에. 제가 뭐 때문에 구금되는지는 알고 싶은데요. 제가 이곳에 온 것도 임의동행에 따른 거지 제가 범법을 저지른 건 아닐 텐데요?”

“그러니까 아까부터 말했잖아! 나라에서 팬데믹으로 긴급 방역 수칙을 발동했는데 그걸 어겼다고”


쾅!


돌고 도는 말에 더는 참기 어려웠던지 형사가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이 정도로 기가 죽을 도진이 아니었다.


그는 이래 보여도 고아 출신

성인이 되기 전까지 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심지어 원래 나이도 지금보다 10살은 더 많았다.


고작 이런 윽박으로 하지도 않은 잘못을 인정할 리가 없었다.

흥분한 형사를 보며 도진이 또박또박 말을 이어 나갔다.


“선의로 임의동행에 동의한 건데 형사님 태도를 보니까 더는 안 되겠네요. 지금부터 모든 대화 녹음해주세요”

“···뭐?”


도진의 입에서 녹음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형사가 움찔 몸을 떨었다.


딱히 뭔가가 켕긴다기 보다, 그저 녹음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걸 요구한 게 경찰이 아닌 도진이 아니던가?


‘뭐지? 진짜 잘못한 게 없나?’


그도 슬슬 뭔가가 잘못됐음이 느껴졌다.

그러나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이제는 도진이 그만둘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녹음기 안 가져오실 건가요? 정 그러면 제 휴대폰으로 녹음하겠습니다. 동의하시죠?”

“···"


결국 그들은 녹음이 가능한 조사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진이 정말로 녹음할 기세였기 때문이었다.


녹음을 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몰랐지만 도진이 직접 녹음을 하게 되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였다.

임의동행 자가 정당한 요구를 했음에도 경찰이 이를 무시한 게 되어버리니 말이다.


그리고 자리를 옮기자마자 도진은 본격적으로 형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자, 아까 하셨던 말씀 다시 해보겠습니까? 제가 뭘 잘 못했다고요?”

“그, 그게 그러니까. 방역 수칙을...”

“어물쩡 넘기지 말고 확실히 말해주세요. 제가 방역 수칙의 어떤 부분을 어겼다는 거죠?”

“···"

“제가 사람들을 밀폐된 곳으로 모았나요? 아니면 마스크를 벗고 있었나요? 그것도 아니면 사람이 너무 많았다던가?”

“···"


도진의 말이 이어질수록 형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막상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했고, 가서 보니 사람들을 모아서 노는 것 같아서 데리고 왔다.


그런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딱히 문제 될 게 없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이곳에도 방역 수칙을 어긴 내용은 없었다.


사람들은 놀이기구와 천막으로 흩어져있었고 그나마도 5명 이상 모여있는 그룹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마주칠 때면 꼭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나마도 항상 2m 이상은 떨어져 있었다.


‘···이런 씨발, 진짜 문제 될 게 없잖아’


이쯤 되니까 자기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고자는 그렇다 치고 출동한 자신은 이성을 유지했어야 했는데 방역 수칙을 어겼다는 말에 눈이 돌았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아내가 고생하는 모습이 떠올라 너무 감정적으로 처리해 버렸다.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자. 지금이라면 쉽게 수습할 수 있을 거야’


빠르게 상황판단을 끝낸 그가 막 도진에게 사과하려던 때였다.

누군가 그들이 있는 조사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도진과 경찰의 시선이 문에 닿는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저··· 누구?”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깔끔한 정장 사내의 등장에 경찰이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누가 봐도 사내의 모습이 범상치 않았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의 말을 들은 그는 품에서 명함을 꺼내 경찰에게 건넸다.


“법무법인 하나의 파트너 변호사, 최영이라고 합니다.”

“네? 변호사요? 변호사께서 여기는 왜?”


자연스럽게 명함을 받던 경찰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묻자 변호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도진의 옆으로 향했다.


“변호사가 경찰서에는 왜 왔겠습니까? 당연히 변호인을 위해 왔죠”

“···저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 변호사의 말에 오히려 놀란 도진이었다.


갑자기 자신을 변호하겠다니?

살면서 한 번도 변호사를 만나본 적 없는 도진으로서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이 자리에서 가장 당황한 사람은 그가 아니라 따로 있었지만


“아니, 고작 이런 일로 변호사까지 오셨다고요?”


방역 수칙을 어긴 아니, 어겼다고 신고된 사람을 변호하겠다고 변호사가 경찰서를 찾아오다니


경찰 생활 20년 동안 그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 * *


“진짜 무슨 일이지?”


도진이 찜찜한 얼굴로 경찰서를 나섰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 지지부진하던 상황이 최영이라 밝힌 변호사가 들어온 이후로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이곳은 제가 처리할 테니 도진씨께서는 그만 귀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어···정말요?”


최영의 말에 도진이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변호사를 고용해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최영이 등장한 이후로 모든 일이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네. 영장이 있거나 현행범이면 불가능해도 단순히 임의동행에 협조한 사람들은 자기 의사에 따라 언제든 귀가할 수 있거든요.”

“그런 거였군요”


말이 안 통한다 싶었을 때 그냥 경찰서를 나가도 됐다는 말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협조한 자신이 순간 바보 같았다.


찌릿


도진이 해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형사를 바라보고 있을 때 변호사의 말이 이어졌다.


“밖으로 나가시면 도진씨를 기다리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저도 그분의 의뢰로 온 거니 어서 나가보세요”

“...네. 오늘 고마웠습니다.”


변호사에게 인사를 건넨 도진이 당당하게 조사실을 나섰다.

그런데도 형사는 도진을 잡지 못했다.


그가 임의동행 자의 신분이기도 했지만 바로 앞에 있는 변호사의 눈빛이 점차 차가워졌던 것이다.


“도진아, 여기다”


조사실 안에서 겪었든 일들을 떠올리든 도진은 앞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른 목소리가 꽤 익숙했다.


아니나 다를까, 앞에서 조영진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왕 원장의 오른팔이자 삼촌과도 같은 인물이 눈에 보이자 이제까지 쌓였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네게 곤란한 일이 생겼다고 회장님이 걱정하셔서 도와주러 왔지”

“원장님이요?”


영진의 말에 도진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따로 연락한 적도 없는데 그 바쁜 왕 원장이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게 이상했다.

도진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영진이 도진을 이끌며 말했다.


“회장님이 네 채널 구독자시다”

“네? 원장님이요?”

“그래. 너 때문에 너튜브를 가입하셨는데, 요새 유일한 낙이라고 하시더군. 내가 보기에도 회장님이 네 영상을 즐기시는 것 같고”

“하하...”


영진의 말에 도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영상을 찍고 올릴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지인이 그걸 봤다고 생각하니 살짝 민망했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 원장이라니?

왠지 할머니 앞에서 재롱잔치를 한 듯한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너에게 고맙게 생각한단다”

“삼촌이 왜요?”

“내색하지는 않으시지만, 회장님이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으시다. 나이도 있으시고 아무래도 요새는 마음을 쏟을만한 곳이 없으셔서 그런 거겠지”

“···"

“그런데 네가 독립하면서 회장님의 오랜 짐을 치워 줬잖니. 그 덕분에 조금 기운을 차리셨었는데 며칠 전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시고서는 예전처럼 웃으시더구나”


영진의 말에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에 올라온 영상이라면 보리들 영상과 농사, 그리고 마을에 찾아온 아이들과 노는 영상이었다.


아이와 동물을 좋아하고 농사를 소일거리 삼아 하는 원장에게는 말 그대로 맞춤 콘텐츠인 것이다.

도진은 그중에서 원장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영상도 무엇인지도 예상할 수 있었다.


“특히 어제 올라온 영상은 무한반복으로 계속 보신다. 무려 90분짜리 영상을 말이지. 그때 짓는 표정을 네가 봤어야 했는데”


역시나 도진의 예상대로 왕 원장의 최애 영상은 어제 올린 영상이었다.

장기 휴가를 받아 마을로 돌아온 사람들이 세끼 하우스에서 마음 편히 노는 영상


비록 가정들 사이가 떨어져 있고 모여있는 사람들도 얼마 없지만, 정아초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는 왕 회장에게 그 모습은 그 어떤 예능보다 재밌고 드라마보다 감동적일 터였다.


“벌써 일주일 동안 그러고 있었다며?”

“어떻게 아셨어요?”


사실 운동장을 개방한 건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어제 올라간 영상은 첫째 날과 둘째 날에 찍힌 영상을 편집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간단히 허락해줘서 조금 놀랐지’


개방 3일째에 승완이 운동장의 모습을 편집해 올리자고 했을 때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제안을 흔쾌히 허락해줬다.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에요. 기록으로 남은 거잖아요. 내가 직접 찍지 않아도 가족의 추억이 남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승완의 말에 도진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을 들은 부모들이 모두 기뻐했던 게 떠올랐던 것이다.


물론, 자신들을 위해 놀이기구와 공간을 제공해준 도진의 제안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게 도진은 차고 다니던 액션 캠과 방범용으로 설치한 CCTV 영상을 편집하여 어제 영상을 올렸고

영상은 또 한 번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코로나 시국이라 집 안에만 있던 이들이 영상을 보며 일제히 댓글을 달았다.

내용도 대부분 부럽다는 것과 대리만족의 내용들이라 도진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네 얼굴을 보니 최근 댓글은 확인 안 한 모양이구나”

“분위기가 안 좋아요?”


어제 오후에는 간만에 보리 가족들과 놀아주느라 휴대폰을 거의 보지 못한 도진이었다.

자연스럽게 채널에 달린 댓글도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영진의 말을 들어보니 뭔가 반응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도진이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들자 옆에 있던 영진이 차분히 도진을 말렸다.


“그건 나중에 확인해도 돼. 대체로 좋은 댓글들이니까. 다만 그중에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못난 이들이 있을 뿐이야. 네가 이번에 신고받은 이유도 그중에 몇몇이 그랬던 거고”

“아...”


도진은 이제야 자신이 왜 경찰서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형사는 끝까지 자신을 신고한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


“쯧, 알고는 있었는데 참 못된 사람들이 많네요”


자신이 뭐 거창한 걸 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갈 곳 없는 가족들을 위해 공간과 놀잇거리를 제공했을 뿐인데 그것조차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 줄이야.


심지어 영상 초반에는 간단한 설명까지 첨부했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코로나가 걸려서 나은 사람들이며 무급휴가로 고향에 잠시 돌아온 이들이라고


일부러 방역 수칙을 지키는 모습들까지 보여줬는데...


“세상이 팍팍해서 그래. 자기는 힘든데 다른 이들이 행복해 보이는 게 싫은 거야. 그게 아무리 아이들이라고 말이지.”

“···"

"아마 자기들도 알 거다. 본인들이 얼마나 초라한지. 말 그대로 되지도, 든 것도, 나지도 못한 인간들이지. 그러니까 굳이 그런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말거라.“


말을 하던 영진의 발이 멈췄다.

도진 또한 자연스럽게 멈췄는데 그런 그를 향해 영진이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말은 끝났다. 들어가 봐라.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니”


영진이 가리킨 곳에는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도진에게도 익숙한 세단으로 왕 원장의 차였다.


“변호사 고용해준 거 삼촌이죠? 감사해요”

“말했잖아. 회장님이 걱정하셔서 그랬다고. 너를 위해서가 아니다”


일부러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영진의 모습에도 도진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차로 다가갔다.


똑똑


노크와 함께 차 문을 열자 역시나 그 안에는 왕 원장이 앉아 있었다.

다만 평소에는 책이나 서류를 보고 있던 것과 달리 그녀의 손에는 커다란 태블릿이 들려있었다.


[하하하, 아빠! 이쪽이야]

[어후, 잠깐만···아빠 숨넘어가겠어]


태블릿 안에서 들리는 익숙한 소리는 분명 어제 채널에 올린 동영상 소리였다.

영진이 무한반복으로 보고 있다던 말대로였다.


“왔니? 흘흘흘, 고생했구나. 들어오련”


도진을 본 원장이 태블릿을 덮으며 말했다.


“실례하겠습니다”

“흘흘흘”


도진이 차에 타자 언제 운전석에 앉았는지 영진이 차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운동장을 멋지게 바꿔놨더구나. 아주 마음에 들어”


경찰서를 벗어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원장은 차가 도로로 나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에요. 놀이기구 때문에 많이 가려져서 그렇지, 예전이랑 비슷해요. 아! 잡초는 다 제거했네요”

“흘흘, 그렇다고 치기에는 이번에 꽤 돈을 많이 쓴 것 같던데?”


원장의 말에 도진이 민망한 듯이 웃었다.

삼색이들을 만났던 놀이터 자리에 새로운 놀이터 기구를 설치하고 있었는데 업체가 원장이 소개해준 이들이었다.


아마 그들에게서 공사비를 대충 들은 모양이라고 생각한 도진이 애매하게 말을 돌렸다.


“생각보다 그리 많이 쓰지는 않았어요. 새로 설치하는 놀이기구야 안전이 중요해서 가격이 있었지만 다른 것들은 얼마 안 해요”

“얼마 안 하긴? 대충만 따져봐도 1억은 거뜬히 넘었겠구먼”

“···"


원장의 말에 놀란 도진이 영진을 바라보았다.

바운스를 구매한 업체는 도진과 승완이 인터넷을 뒤져서 찾은 곳이라 원장과 연관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원장이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역시나

백미러를 통해 영진과 눈을 마주친 도진은 그가 원장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줬음을 확신했다.


영진의 눈에서 뿌듯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은근히 입 싼 삼촌 같으니라고’

“흘흘, 그리 볼 것 없다. 조 실장이 먼저 말한 게 아니라 내가 물어본 거니까. 그래서 정확히는 얼마를 썼누?”

“···그렇게 많이는 안 썼어요. 1억 쪼금 넘게?”


사실은 1억 하고도 2천만원 정도 썼지만 도진은 굳이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괜히 원장의 부탁에 이만큼 썼다고 유세를 떠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였다.


그런 도진의 마음을 아는 건지 혜석의 얼굴에는 아까부터 부드러운 미소가 맺혀있었다.


“흘흘, 영상을 보아하니 앞으로 1달 정도는 더 운동장을 개방할 거라던데, 맞니?”

“네. 그래야죠. 아시다시피 그 마을 근처에는 놀만한 게 없잖아요. 간만에 마을에 아이들이 들어왔는데 놀거리는 제공해줘야죠”

“또 신고받을지도 모르는데도?”

“신고 또 하라죠 뭐. 그게 뭐 별거인가요? 어차피 방역 수칙 어긴 것도 없는데.”

“녀석, 그래도 꽤 귀찮을 게다”

“까짓거 좀 귀찮고 말죠. 뭐. 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데 나 귀찮은 거 싫다고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그치, 그건 너무 어른답지 못하지”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둘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원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고 도진 또한 딱히 할 말이 없어 전방만 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이 멈춘지 10분여

생각이 끝났는지 원장의 입이 열렸다.


“계속 개방할 생각이라면 사람이 필요할 게다”

“사람이요? 어떤?”

 “아무리 간이 놀이기구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노는 곳에는 비상시를 위한 안전요원이 필요하지. 원래는 애들이 적으니 무시해도 될 테지만 미리 대비하는 게 좋을 게다”

“아, 그건 좀 필요하겠네요. 제가 알아볼게요”

“그건 내가 보내주마”

“네? 원장님이 왜요? 제가 해도 되는데”

“흘흘, 우리 계열사 중에 일거리가 없어 쉬고 있는 곳이 있어서 그런다. 안전 요원도 하고 경호도 하는 회산데 요즘은 영 일거리가 없어서 애들이 놀고만 있거든.”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도진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각종 지방 행사와 연예인들의 행사가 줄어들었으니 그 사람들에게도 당장 일거리가 필요하긴 할 테니까


“한 달짜리 단기 알바인데 괜찮겠어요?”

“지금 시기에는 한 달이면 감사한 거지.”

“그럼 인원 리스트랑 비용 명세서 보내주세요. 제가 입금할게요”

“흘흘, 됐다. 말했잖누. 당장 노는 애들 쓰는 거라고.

“네? 아무리 그래도”

“워낙 현장에 있던 애들이라 사무실에 있는걸 못 견뎌 해서 보내는 거니까 그냥 쓰려무나. 그래야 녀석들도 당당하게 월급을 받지 않겠누?”

“···"

“방역관리를 해줄 아이들도 있으니 같이 보내주마. 전문 방역 인력이 있는 걸 보면 댓글에 헛소리도 좀 줄어들겠지”


이번의 말은 도진도 생각지 못했던 말이었다.

앞으로 방역 관리가 빡새지고 새로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필요한 인력이긴 했다.


하지만 원장의 본론은 아직 시작도 안 한 것이었다.


“개방 끝나고 나면 정아초 아니, 이제 세끼 하우스라고 부른다지? 세끼 하우스를 좀 대관하고 싶구나.”




작가의말

연재 시간 같은 거 모르겠고 그냥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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