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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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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30 1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44,107
추천수 :
4,029
글자수 :
302,759

작성
24.05.28 22:53
조회
3,742
추천
91
글자
13쪽

10. 부적

DUMMY

“히히힛”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앞으로 나 여사라고 불러줘! 1년 뒤에 결혼한 몸이시니까!”

“아주 좋단다”


푼수 같은 친구의 모습에 승완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친을 많이 아끼고 좋아하긴 하지만, 가끔 저렇게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은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참아주기 힘들었다.


그 꼴을 보느니 얼굴도 본 적 없는 새끼 냥이들을 찾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었다.

그러나 야속한 고양이들은 오늘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안 보이네. 정말 다른 곳으로 이사 간 건가’


벌써 한 달째 찾아보는데도 안 보이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승완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

지금은 떠났더라도 나중에 다시 돌아올지도 몰랐으니까


“이것 봐라! 오빠가 프러포즈하면서 준 예비 결혼반지야”

“알아, 안다고. 결혼 전까지만 끼라고 준 거고 결혼하면 다른 반지 사주기로 한 것까지 다 말했잖아. 한 번만 더 들으면 백번은 들었겠다!”

“헤헷!”


승완의 타박에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 것인지 도희가 해맑게 웃었다.


이 상태가 벌써 일주일째였다.

처음에는 혹시 뭐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던 승완도 시간이 지나니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하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희가 프러포즈 받았으니까’


그녀의 복잡한 가정사는 대충 알고 있었다.

도희는 잘 말해주지 않았지만 친하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승완은 친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둠만이 존재하던 친구의 인생에 빛처럼 나타난 남자친구가 이제는 정말 그녀를 밝은 길로 인도하려 하고 있었다.


‘괜찮겠지? 설마 결혼한 애한테 뭘 하려고’


순간적으로 불길함을 느낀 승완은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떨쳐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으로서 선은 지킬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도희의 가족은 그 선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쓰레기라는 것을 말이다.


“이걸로 두 번째 소원도 이뤄졌어”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승완의 말에 도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뒤에 있는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미래의 남편이 남은 잡초를 정리하고 있었다.

일전에 승완이 잡초 대부분을 정리하긴 했지만, 운동장 곳곳에는 아직 잡초가 남아있었다.


그녀가 타고 있던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나 사각지대에 있던 잡초들은 지금처럼 도진이 일일이 제거하고 있었다.


“승완아, 우리 오빠 바쁘지?”

“도진씨? 바쁘지. 학교 관리도 해야 하고 다음 콘텐츠도 생각해야 하고 너랑 결혼 계획도 짜야 하고”


물론 그중에서 도진이 가장 비중을 높게 두고 있는 건 도희와의 결혼 계획이었다.


학교 관리야 일이 많아서 그렇지 단순 업무에 가깝고

다음 영상이야 학교 관리하는 영상을 몇편 더 찍기로 했으니 당장은 급할 게 없었다.


즉 저기서 하는 잡초 정리는 학교 관리와 영상 촬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 준비는?

그렇게 대충 퉁 치면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돼?”

“응? 우리 승완쓰가 궁금한 거면 내가 대답해줘야지! 뭔데?”

“왜 하필 1년 뒤야? 당장 준비해도 되잖아”


말을 하면서도 승완은 이 상황이 웃겼다.

자기 말이 꼭 당장 결혼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25살에 결혼이라니. 남들이 들으면 기겁하겠네’


도희의 나이는 25, 도진의 나이도 이제 겨우 27살이었다.

보통이라면 이제 겨우 대학을 졸업해 취직을 준비할 나이였으니 결혼할 생각이나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거야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고’


옆에서 지켜보니 도진은 생각보다 능력이 있는 남자였다.

폐교를 관리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도진은 문제를 파악해 쉽게 해결하곤 했다.


기본적으로 판단력과 추진력, 결단력도 뛰어나지만, 그보다 승완이 더 높게 평가하는 항목은 경제력이었다.

가끔 고가의 제품이나 비용이 들어가야 할 일들이 생기면 도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주머니를 열었다.


그렇게 지불한 금액이 한 달 만에 천만원이 넘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1년 뒤에 결혼하자는 도진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혼을 고민하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능력도 갖췄으면 당장 결혼할 법도 한데’


그런데 돌아오는 도희의 대답은 굉장히 간결했다.


“결혼 전에 준비해야 할 게 있대.”

“준비? 그게 뭔데?”

“몰라? 물어볼까 했는데 진지한 얼굴이라 그냥 알겠다고 헀어. 그냥 결혼 준비를 오래 한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흠...”


도희의 말에 승완은 다시 한번 도진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결혼을 미룰 정도로 중요한 일을 앞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따로 신경 쓰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


그나마 며칠 전까지는 폐교 곳곳에 CCTV를 다는 일에 신경을 쓰긴 했었다.

하지만 그게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부지는 넓은데 사용하는 사람은 둘, 그것도 거주자는 도진 혼자뿐이니 어쩌면 당연히 신경 써야 할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생각은 자신만 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응? 뭐가?”

“오빠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일은 바쁜데 맡길 사람은 너 하나밖에 없잖아. 여기서 혼자서 지내는 것도 위험하고”

“···그렇긴 한데. 그래서 뭐 어쩌겠다고? 네가 이리로 이사라도 오게? 그건 내가 반대야”


혼전 동거 반대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했을 시 벌어질 일들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도희가 이곳으로 주소지를 옮기면 그녀의 거주지에 예민한 가족들이 이곳으로 찾아오게 된다.


'도희가 내 자취방에서 잠깐 살았을 때도 찾아오고 난리가 났지‘


결국 도희는 승완의 집을 나가 따로 집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급하게 구한 데가 돈도 얼마 없던 그녀가 당장 구할 수 있는 집이 그리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도희는 결국 그 집에서 혼자 살았다.

집 상태를 확인한 승완이 몇 번이나 같이 살자고 했음에도 그녀는 혼자가 편하다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만약 지금 도희가 이리로 집을 옮긴다면 그때의 같은 일이 벌어질 게 뻔했다.


‘도진씨가 이런 일로 마음이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결혼 전까지는 도희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숨기자’


그렇게 승완이 베프를 위해 도진에게 정보를 감추겠다 마음먹고 있을 때였다.


“아니, 결혼도 안 했는데 내가 여기 들어오는 건 좀 그렇고. 나를 대신해서 오빠를 도와줄 손을 구해야지”

“구하는 거야 좋은데 어떻게?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우리 회사는 지금 사람을 구할 여건이 안 돼.”


사람도 명분이 있어야 뽑는 것이다.

명분 없이 사람만 뽑았다가는 직원과 사장 모두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


오히려 열심히 일하던 직원의 사기가 꺾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승완의 걱정은 이어지는 도희의 대답에 거품처럼 사그라졌다.


“그건 괜찮아, 좋은 이들이 알아서 찾아올 테니까”

“...어?”

“내가 그렇게 빌었거든”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베프의 모습에 승완은 다시 관사에 시선을 돌렸다.

이상한 소리에 반응하기보다 새끼고양이를 찾겠다는 암묵적인 표시였다.


하지만 그렇게 고개를 돌린 탓에 그녀는 도희의 손에 부적이 쥐어져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부적에 작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까지도


* * *


그그그극


“휴. 끝났다.”


모든 잡초를 제거한 도진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날이 더워진 탓에 그의 이마에도 땀이 흐르고 있었다.


챙겨온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은 도진이 운동장을 둘러보았다.


“망할 잡초는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네”


잡초는 승완이 제거하지 못한 것만 있던 게 아니었다.

이놈의 잡초들이 폐교 운동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미 제거한 구역에서도 다시금 잡초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초제를 사서 뿌려야겠어”


사실 도진은 처음부터 제초제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때는 왕 원장의 선물을 받기도 전이었기에 이 넓은 곳의 잡초를 혼자서 제거할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영상을 찍기 위해 선물 받은 장비를 이용했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 났으니 편하게 제초제를 이용하면 됐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는데


“고양이들은 이제 다 떠났겠지? 잡초에 제초제 뿌리다가 고양이한테까지 뿌리면 안 되는데”


승완만큼은 아니어도 도진 또한 새끼 냥이들이 많이 보고 싶었다.

자신을 향해 꼬물거리며 다가오던 모습을 직접 봤고 츄르도 직접 먹였으니 더더욱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녀석들은 그 뒤로 녀석들을 보지 못했다.

아예 이곳에서 사는 도진조차도


“그렇게 찾았는데도 안 보이는 거면 없다고 봐야...”


냐양


마음을 정리하고 장비를 정리하던 도진의 귀에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너무 보고 싶다고 생각하다 보니 착각했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또다시 들린 울음소리에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다.


냐아양


그의 기억보다 조금 더 크긴 했지만, 확실히 몇 달 전 이곳에서 들었던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였다.

도진은 챙기던 장비까지 버려두고 주변을 살폈다.


“어디지? 어딨니?”


냐아아앙


도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이번에는 제법 큰 울음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제대로 방향을 잡은 도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놀이터? 저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


혼잣말과는 다르게 도진의 몸은 이미 놀이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목소리는 이전보다 컸지만 묘하게 울음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공장 마당에서 키우던 고양이도 이렇게 울면 항상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헉헉, 어디···어디지? 어딨니?”


한순간에 놀이터에 도착한 도진이 목소리를 높이며 놀이터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런데 잡초를 제거해 방해물이 없어졌음에도 고양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도진의 마음이 점차 조급해지려 할 때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구슬픈 울음이 들렸다.


냐아앙


“거기구나”


거리가 가까운 덕분에 도진은 소리가 미끄럼틀 아래에서 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소리가 들린 곳에 도착한 도진은 순간 느껴지는 역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뭐··· 이런!”


불안함에 곧바로 몸을 낮춰 기구 아래를 확인한 도진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미끄럼틀 아래에 성묘 하나와 여러 새끼 냥이들이 있었는데 다들 상태가 하나같이 안 좋았던 것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지 한쪽 눈을 못 뜨고 있는 삼색냥이가 그나마 상태가 좋은 축에 속했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겨우 목숨만 붙어있는지 숨만 쉴 뿐, 쓰러져 미동도 없었다.


“병원, 병원을 가야 해. 일단 그 전에 애들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한시가 급했지만 도진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지금 당장 그까지 당황하면 고양이들 전체가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도진은 우선 승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도진씨. 무슨 일이세요?“

“여기 놀이터에 저번에 봤던 새끼 냥이들이 있어요.”

[네? 거기예요?]

“네. 그런데 애들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어미도 같이 있는데, 당장 병원에 가야 할 거 같아요”

[아, 알겠어요.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새끼냥이들을 발견했다는 말에 기뻐하던 승완은 상태가 안 좋다는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우선 사무실에서 깨끗한 박스 몇 개에 쿠션으로 쓸만한 것들 좀 깔아서 제 차로 가져와 주세요. 차에 실어서 근처 동물 병원으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도진이 삼색냥을 보며 말했다.


“형 금방 다시 올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냐아~


“걱정하지 마, 형제들이랑 엄마는 내가 구해줄 테니까. 근데 그러려면 형이 차를 가져와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할 수 있지?”


말을 하면서도 도진은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나 어이가 없었다.

한시가 급한 와중에 고양이를 안심시키고 있다니


하지만 왠지 지금은 이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도진의 마음을 알았는지 도진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삼색냥이 한쪽 눈을 천천히 깜빡이더니 그대로 엎드리고 있었다.


“너···설마 내 말 알아듣는 거야?”


조금 전까지 서럽게 울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도진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답을 들을 틈은 없었다.


삼색냥은 엎드리자마자 눈을 감았고 그는 당장 차를 가지러 뛰어가야 했으니까


“좀만 기다려!”


그 말을 끝으로 도진이 주차장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렇게 도진이 사라지고 난 후


냐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삼색냥의 한쪽 눈이 슬며시 떠지더니 아주 작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도진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이




작가의말

생각보다 늦은 연참이네요 ^^:;

좋은 밤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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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마스크를 벗고 +2 24.06.02 3,456 87 14쪽
15 14. 삼색이야 +6 24.06.01 3,546 85 16쪽
14 13. 농사를 짓다. +5 24.05.31 3,657 91 17쪽
13 12. 초호화 놀이방 +10 24.05.30 3,702 100 18쪽
12 11. 이걸로 해주세요 +3 24.05.29 3,682 88 15쪽
» 10. 부적 +3 24.05.28 3,742 91 13쪽
10 9. 청혼하다 +4 24.05.28 3,925 86 15쪽
9 8. 샤라웃을 받다 +3 24.05.27 3,891 95 14쪽
8 7. 잔디깎기와 페인트칠 +3 24.05.27 3,997 85 15쪽
7 6. 농사가 쉬워? +2 24.05.26 4,059 91 13쪽
6 5. 왕혜석 원장 +1 24.05.25 4,229 95 15쪽
5 4. 너 해라 +2 24.05.24 4,332 101 12쪽
4 3. 모교를 사다. +3 24.05.24 4,504 92 17쪽
3 2. 회귀하다. +5 24.05.23 5,168 88 12쪽
2 1. 아내가 자살했다. +10 24.05.23 5,939 94 12쪽
1 0. 프롤로그 +6 24.05.23 6,437 9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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