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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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리 와 봐!”
샤워를 끝마치고 나온 도진은 자신을 부르는 아내의 소리에 거실로 향했다.
아내인 도희는 식탁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오빠, 이거 봤어? 우리도 나중에 이런 콘텐츠 해보자”
말과 함께 아내가 내민 스마트폰에는 너튜브가 재생되고 있었다.
청년이 텅 빈 학교에서 요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영상
보자마자 도진은 이 너튜버의 정체를 알았다
“어? 이거 그 사람이네. 초밥라면”
“응? 오빠도 이 사람 알아?”
“이 사람 꽤 유명해. 특히 과학 덕후들이랑 엽기유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연예인급이지”
순수하게 과학 실험을 좋아하는 과학 덕후지만
실험을 위해 폐교까지 사버리는 광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너튜버는 왜?”
“아니, 오빠도 나중에 너튜버 복귀하면 이런 콘텐츠 찍으면 좋을 거 같아서”
도희의 말에 도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아내의 말이 고마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복귀를 어떻게 해. 지금도 공장 다녀오면 잠자기 바쁜데”
“말은 그렇게 해도 가끔 영상 올리잖아”
“그거야 가족 앨범 같은 거지. 계정도 비공개로 올리고 있고”
“움···우리 오빠, 예전에는 잘 나가는 너튜버였는데...”
“그게 언제적 이야기야. 그리고 잘나가긴 무슨, 실버버튼도 못 받았는데”
“왜, 구독자는 10만이 안 됐어도 영상 시청수는 10만 넘은 것도 몇 개나 있었잖아. 그러지 말고 나중에 꼭 다시 복귀해봐”
보노보노에 나오는 뽀로리 같은 모습으로 설득하는 아내의 모습에 도진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풋, 알겠어. 우리 상황 좀 나아지고, 나중에 태어날 애들도 좀 크고 나면 생각해보자”
아내를 끌어안으며 도진도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부족한 자신을 옆에서 지켜주고 응원해주는 도희를 위해서라도
하지만 끝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헤어지자]
“뭐? 도희야, 무슨 그런 말을 해?”
평소와 다른 차가운 목소리
전화 너머에서 들린 아내의 말에 도진은 가슴이 차에 치인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게 악몽이라면 빨리 꺠어나 당장 옆에 있는 아내를 끌어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건 꿈이 아니었다.
[나···진심이야. 이대로는 모두가 불행해질 뿐이야.]
“아니야. 내가... 잘할게. 이제까지 잘 해왔잖아? 나 믿고 조금만 더..”
[아냐, 오빠는 이제까지 충분히 잘 해줬어. 이건 그냥···그냥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일 뿐이야]
“도, 도희야!”
[이미 내 짐은 모두 뺏어. 이런 나를 사랑해줘서 늘 고마웠어. 그나마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인 거 같아. 어쩐지 못하겠더라니...]
“잠깐만! 도희야!”
그게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도진은 몇번이고 아내에게 전화했으나 도희는 아예 차단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아내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가슴에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던 도진에게 끔찍한 소식이 들렸다
[도희가... 자살했어요]
아내의 단 하나뿐인 절친의 연락에 도진은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장례식장을 향하면서도 도진의 바람은 하나였다.
“아니야···아닐 거야... 도희야, 도희야!”
뭔가 잘못됐다.
이름이 비슷하거나 누군가의 장난일 것이다.
그러나 장례식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아내의 영정사진은 그 모든 희망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아···아···"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도진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방금까지 죽을 듯이 달려왔건만, 지금은 한 걸음도 걸을 수가 없었다.
저 앞으로 가면 정말로 도희를 보내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도진도 느끼고 있었다.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누구보다 현명했던 그의 아내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늦은 만큼 부지런히 연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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