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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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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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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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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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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834

작성
24.06.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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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6. 왕 원장과의 약속

DUMMY

도희와 승완이 세끼 하우스에서 격리를 시작한 이후

세끼 하우스의 아침 풍경이 달라졌다.


이제까지는 아침마다 도진이 고양이 밥을 챙기고 대충 밥을 때웠지만, 이제는 다 같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셋은 아침마다 식사 준비, 고양이방 정리 겸 아침 배식, 아침 설거지를 돌아가면서 처리하고 있었다.


“오빠, 좋은 아침!”

“응, 오늘도 건강해 보여서 좋네”

“헤헤! 화장 안 했다고 놀리는 거지?”


도진의 말에 도희가 눈을 흘겼다.

아닌 걸 알지만 남친의 말이 부끄러워 앙탈을 부린 것이다.


승완은 이미 그런 둘의 모습이 익숙한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럴 리가? 지금이 딱 보기 좋아. 앞으로도 화장하지 말자. 여기에서 화장까지 더하면 연예인들이 기죽어서 어디 살겠어?”

“아, 진짜! 그만해. 창피하게 왜 그래”


오늘도 도진의 주접을 감당하지 못한 도희가 결국 도진의 팔을 때렸다.


퍽퍽!


"윽! 이건 좀 아픈데“

“아프라고 때리는 거거든!”


빈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이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붉어져 있었으니까


그런 그들 사이로 특유의 무덤덤한 승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간만에 아메리칸 조식 스타일로 해볼까 하는데, 괜찮아요?”

“전 좋아요”

“나도 완전 좋아”


식사 당번의 말에는 두 사람도 재깍 대답해야 했다.

괜히 둘이 꽁냥거리다가 대답이 늦게 된다면 어떤 메뉴가 나올지 장담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자리에 앉은 도진과 도희는 곧이어 향긋한 커피 냄새와 달달한 토스트 향에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헀다.


“우리 승완쓰는 정말 재주가 많단 말이지. 이제 시집가도 되겠어”

“시집은 네가 가는 거고. 이제 10개월 남았나?”

“히힛, 정확히는 311일 남았어. 엄청 빠르지?”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날짜까지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는 친구의 말에도 이제 승완은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이런 일로 일일이 반응하기에는 요 몇 주간 그녀가 본 애정행각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이제는 그녀 앞에서 둘이 모닝 키스를 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도희야 잠깐만 눈 좀 감아봐”

“어? 왜... 왜?”

“잠깐이면 돼. 잠깐만”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의 머리가 급격히 가까워지자 승완은 자기도 모르게 빽 고함을 질렀다.


“에잇! 진짜 뭐 하는···"


이제까지의 울분을 담아 기세 좋게 외친 그녀의 말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도진이 모닝 키스가 아닌 도희의 머리에 앉은 벌레를 때어주고 있었다.


졸지에 승완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 왜 그래요 승완씨?”

“그러니까. 승완쓰? 왜 그래?”

“···그걸 그냥 놔주면 어떻게 해요. 또 달라붙을 텐데”

“아, 잡을 걸 그랬나요? 근데, 그러기에는 너무 도희 머리에 달라붙어 있어서”

“안돼! 나 머리에 벌레 시체 묻히기 싫어”


다행히 두 사람은 승완의 급발진을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


안도와 더불어 치솟는 오기를 잠재워가며 승완은 묵묵히 토스트를 입에 넣었다.

그게 눈앞의 커플들에게서 벗어나는 길이었으니까


“승완쓰, 오늘은 뭘 하면 돼?”

“글쎄? 보니까 밭에 잡초가 좀 자라는 거 같던데 더워지기 전에 그거부터 제거하자”

“응! 오키오키!”


자연스러운 둘의 대화에 이번에는 도진이 쓰게 웃었다.


두 사람이 세끼 하우스에 들어온 지 3주째

격리가 끝나면 돌아가겠다던 말과 달리 둘은 아직도 학교에 머무르고 있었다.


도희의 회사가 코로나에 걸린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처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무려 3개월간의 무급 휴가를


“이거 미친 새끼들 아냐? 3개월이나 쉬게 할 거면 돈이라도 주던가! 이게 뭔 개짓거리들이야”


메일을 읽고 충격받은 도희 대신 승완이 길길이 날뛰며 회사를 욕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증상 때문에 열도 오르고 두통도 심해지고 있었으나 이건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당사자인 도희가 나서서 그녀를 말려야만 했다.


“아호! 이거 뭐 어떻게 안 되나? 도진시, 당장 노동청에 신고라고 할까요?”


이성을 되찾은 승완이 조심스럽게 도진에게 물었다.

메일을 읽은 도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도진의 상태는 괜찮았다.

그는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걸 알고 있었으니까


“아마 힘들 거에요”

“네?”

“팬데믹 상황이잖아요. 방역 수칙과 기업 경영을 위해 내린 비상 대책이라고 할 테고”


지금은 방역 수칙과 비상 경영이라는 말이 마패처럼 통용되는 시기였다.


방역을 위해서는 매뉴얼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회사의 손해가 너무 심하다.

그러니 이해해달라고 하면 정부도 어쩔 수가 없으니까


‘이번에도 두 달 뒤에 복귀하겠지? 그때까지는 여기서 같이 지내게 해야지’


메일로는 3개월 무급휴가라고 통보했지만 도희가 복귀하는 시점은 2개월 뒤였다.

무급 휴가를 받은 직원들이 대부분 퇴직 신청을 하면서 오히려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었다.


‘무급으로 3개월을 버틸 바에는 그냥 퇴직하고 실업급여를 타는 게 낫지. 메일만 보여줘도 조건은 될 테니까’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은 회사가 직원을 자르거나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되어 자진 퇴사하는 경우다.

메일에는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 3개월간 무급휴가를 진행한다고 나와 있으니 신청도 어렵지 않게 될 테고


오히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갑질을 했던 도희의 회사가 멍청한 것이었다.


‘나야 상관없지만’


오히려 합법적으로 그녀를 이곳에 둘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도희 또한 이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 했다.

개인사를 공개한 이후로 조금 더 솔직해진 그녀의 모습에 승완도 같이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때 그들이 있는 사무실에 종소리가 울렸다.

현관에 달아놓은 인터폰 소리였다.


“응? 이 시간에 누구지?”

“그러게요. 택배도 딱히 시킨 적 없는데”


불편해서 달긴 했지만, 세끼 하우스의 벨이 울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위치도 경기도 외곽이고 근처에 사람도 얼마 없어서 찾아오는 이들이 없었던 탓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놀라고 있을 때 한발 먼저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누구세요?”


언제 움직였는지 도희가 인터폰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아, 저. 여기 정아초 아닌가요?]


스피커 너머에서 들린 앳된 소리에 도진과 승완도 인터폰 앞으로 다가왔다.

인터폰 화면에는 10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공 하나와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 서 있었다.


“아, 지금은 운영 안 하는데. 무슨 일이에요?”

[아, 그러면 혹시 운동장에서 놀아도 될까요? 이 근처에서 놀만한 곳이 없어서]


도희의 말을 방학이나 휴학으로 오해한 모양이었다.

아이가 공을 들어 보이며 운동장을 흘긋거렸다.


당장에라도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싶은 듯 보였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도희와 승완이 기특하다는 듯이 웃었다.


“어린데 말 잘한다.”

“그러게 되게 조리 있게 말 잘하네”

“응. 너보다 잘하는 듯?”

“아니거든! 나 이래 봬도 고객센터에서 근무하거든?”

“응, 잠정적 백조는 빠지시고”

“앗! 아픈 곳을”


또다시 시작된 친구들의 만담도 무시하고 고민하던 도진이 곧 오픈 버튼을 눌렀다.

정문을 비추던 CCTV로 천천히 열리는 대문이 보였다.


[감사합니다! 나길아 가자!]

[응! 감쟈합니다!“


인터폰에 꾸벅 고개를 숙인 동생이 형의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쪼르르 달렸다.

그 모습에 엄마 미소를 짓던 승완이 도진을 보며 물었다.


“문 열어줘도 괜찮겠어요?”

“뭐 크게 상관있을까요? 아직 애들이고. 저기에서 뭐 없어질 것도 없는데”

“하긴, 그렇긴 하네요”


어른도 아닌 애 둘이 들어와서 문제 될 게 얼마나 될까?

그저 모르는 아이들이라 신경이 쓰이는 건데 다행히 도진은 그런 쪽에는 관대했다.


“그런데 축구를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저기가 저렇게 보여도 그냥 잡초밭인데”


얼핏 보면 잔디 구장 같지만 그건 그냥 보이는 것만 그럴 뿐

막상 저곳에서 축구를 하면 공도 잘 안 나가고 다칠 가능성도 있었다.


보일 때마다 뽑긴 했지만, 가시가 있는 잡초도 제법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되겠다. 일단 제가 나가볼게요”

“네, 알겠어요”


도진이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기에 승완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 설거지 당번이 도진이었지만 그쯤은 자신이 처리해도 충분했다.


“형아~ 이거 공이 잘 안 나가”

“그러게. 공에 바람이 빠져서 그런가?”


본관을 나와 운동장으로 나온 도진의 귀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각종 잡초에 걸려 공이 잘 나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얘들아 잠깐만. 여기는 조금 위험하니까 저쪽으로 가서 놀까?”


말과 함께 도진이 한때 놀이터가 있던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이전과 달리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는데 도진이 낡고 녹슨 기구를 전부 제거하고 정리한 덕분이었다.


‘나중에 삼색이들이랑 산책가려고 만들어놓은 곳이긴 한데 이렇게 쓰네’


삼색이들을 다시 만난 장소라 나름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오죽하면 폐교 부지중 유일하게 이곳만 천연 잔디로 관리하고 있었다.


“우와 형아! 여기에서는 공이 잘 차져!”

“오! 진짜네? 우리 나길이 언제부터 이렇게 축구를 잘하게 됐어? 축구선수 해도 되겠는데?”

“헤헷!”


형의 칭찬에 고무된 동생이 한껏 우쭐대며 또다시 공을 찼다.

도진이 빵빵하게 공기를 채워놓은 공은 운동장과 다르게 시원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저,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응? 나? 나는 여기 사는 사람인데”


둘이 잘 노는 형제를 흐뭇하게 보고 있던 도진은 형의 질문에 별것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형이 뭔가를 오해한 모양이었다.


“아, 선생님이셨구나. 안녕하세요 선생님. 문 열어주셔서 감사해요”

“어? 뭐···그래.”


순간적으로 선생이 되어버린 도진은 제대로 자신을 설명할까 하다가 곧 그만두었다.

어차피 이 아이가 또 올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아이의 말이 조금 의외였다.


“저, 그런데 선생님. 저희에게 가까이 오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응? 왜?”

“저희 코로나 걸렸었거든요. 아! 지금은 다 나았어요. 전염도 안 된대요. 근데도 사람들이 무서워해서...”

“아...”

“선생님도 걱정되시면 마스크 끼세요. 저희는 마스크가 없어서”


아이의 말에 도진은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짧은 말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주변의 눈치를 보는지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도진은 더더욱 밝은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 선생님도 얼마 전에 코로나 걸렸었거든. 아 지금은 선생님도 다 나았어”

“어? 정말요?”

“응. 그러니까 감염 같은 건 걱정 안 해도 돼. 편하게 놀아. 막 놀아재껴”

“···헤헷!”


도진의 말에 적잖게 안심이 됐는지 아이는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던 웃음까지 보였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찡한 감정을 느낀 도진이 아까부터 궁금한 걸 물었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니? 아까 들어보니까 동생 이름은 나길이라던데”

“네. 동생 이름은 최나길이에요. 저는 최한길이구요”

“응, 그래 한길아. 근데 한길이는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선생님은 여기 있으면서 아이들을 본 적이 없는데”


도진이 폐교에서 생활한 지 대략 2달.

가끔 동네를 돌아다녀 봤지만 한길이와 나길이 같은 아이들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났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놀러 왔어요. 여기 우리 아빠가 살던 곳이거든요”

“아, 여기가 고향이시구나. 여름휴가 온 거야?”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이른 휴가를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다들 여행은 떠나지 못하고 집에 있거나 고향 집을 찾고는 했다.


도진은 이 아이들도 그런 것이라 짐작했다.

아이가 대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앞으로 여기서 오래 있을 거래요”

“응? 오래? 얼마나?”

“음···30 밤? 40 밤? 무슨 달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


30 밤이면 30일, 최소 월 단위로 머무른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고향이라고 월 단위로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도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오르는 순간


한길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회사에서 아빠한테 오랫동안 쉬라고 했데요.”

“오랫동안?”

“네. 그런데 엄마가 슬퍼했어요. 막 한숨 쉬고. 여기 온 것도 엄마 아빠가 막 심각하게 얘기하더니 온 거에요”

“···"


한길의 말에 도진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가족 또한 무급휴가를 통보받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시기에 이런 경우가 많았다.

도진이 다니던 공장은 왕 원장이라는 좋은 사장 덕분에 걱정 없이 운영되었지만 다른 기업들은 이 시기에 파산한 곳들도 꽤 많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몇 달간 이곳에 있겠다는 것도 이해가 됐다.

서울에 있어 봐야 답답한 집에만 있어야 하니 무급휴가 기간에 이곳에서 지내려는 것이다.


적어도 이곳은 인원 제한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엄마 아빠도 다 여기 계셔?”

“엄마는 있는데 아빠는 짐 가지러 집에 가셨어요. 저녁에 우리 옷이랑 장난감 가져오신대요”

“그렇구나···심심하진 않고?”


지금이야 신나 보이긴 하지만 그거야 잠깐이다.

계속 집안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재미있는 거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심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근처에는 같이 놀만한 아이들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음 날, 도진은 뭔가 이 마을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여기 졸업생인데, 혹시 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랑 놀 곳이 마땅치 않아서]


아빠로 보이는 남자의 말에 도진은 화면 하단에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어제 애들이 아닌데?’


체격도 다르고 나이도 달라 보였다.

즉, 다른 아이들이다.


그것도 셋이나


‘설마 다른 가족들?’


그리고 이런 일은 다음 날에도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새로운 가정이 둘이나 찾아왔다.


아이는 도합 셋이었다.

이로써 3일 동안 찾아온 아이들 수만 8명이었다.


우연인지 서로 조심하는 건지 방문자들이 겹치는 경우는 없었다.

오늘 찾아온 두 가정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 애초에 같이 온 것이고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뭐, 어쩔 수 있나요. 당장 이직할 수도 없고,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니 그냥 버텨야죠”

“···힘내세요, 아버님”


부모들과 얘기를 나눠본 도진은 그들의 사정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급 휴가, 편하게 지내기 위해 고향 방문, 정아초 출신 심지어 모두 코로나에 걸렸었던 것까지 말이다.


[안녕하세요, 이 학교 졸업생인데 혹시 괜찮다면 아이들과 들어가서 좀 놀아도 될까요?]


네 번째 새로운 가정이 등장했을 때

도진의 머릿속으로 왕 원장과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학교 부지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도진에 네 자유지만 가능하다면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남겨줬으면 좋겠구나]


자식이 남긴 돈을 넘겨주면서 원장이 부탁한 내용이었다.

물론, 원장은 그 대가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도진에게 저 부탁은 꼭 지켜야 하는 계약과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는 아이들이 없어서 어떻게 지켜야 하나 고민했는데’


마침 아이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한창 뛰어놀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승완씨, 혹시 놀이기구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

“놀이기구요? 어떤?”


갑작스러운 도진의 말에 한창 영상을 편집하고 있던 승완이 고개를 돌렸다.


“그거 있잖아요 바람 넣으면 놀이터처럼 커지는 거”

“아, 에어바운스요? 그거면 대여해주는 곳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건 왜요?”

“필요해서요. 아, 가능하면 대여 말고 구매로 해주세요. 가능하면 가장 큰 사이즈로”


이곳을 방문한 아이들만 벌써 10명이었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많은 수였지만 혹시라도 또 늘어날지 모르니 그걸 감안해 큰 사이트가 필요했다.


“아. 그리고 설치형 수영장이랑, 애들이 놀만한 다른 기구들도 부탁할게요”

“네, 일단 알겠어요”


대충 도진이 왜 놀이기구를 구매하려는지 눈치챈 승완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자신은 편집만 하는 입장이지만 그 정도 일은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다.


도진이 자신에게 일을 맡겨놓고 놀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역시나 도진은 이미 바쁘게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학교를 관리하면서 이래저래 거래했던 회사와 왕 원장이 넘겨준 명함을 뒤지며 말이다.


“아, 사장님. 혹시 놀이터 공사도 하시나요? 일정은 당장에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

“비용은 상관없고요, 가장 최우선 사항은 아이들의 안전, 그리고 완공 일자입니다.”

[···.]

“네네, 그러면 바로 견적서 보내주시고 가능 시공 일자도 알려주세요. 네, 부탁드립니다”

“멋지지 내 남친”

“응, 이건 쫌 인정”


뒤에서 들리는 도진의 통화 소리에 승완과 도희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어렸다.



작가의말

월요일이라 조금 빠르게 업로드!

...사실 오전에 올리려고 했으나 실패한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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