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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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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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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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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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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2)

DUMMY

유마는 ‘엔트’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 혜성의 맛집인 엔트의 덮밥을 주문했지만, 그저 밥알만 천천히 씹고 있었다.


“입에 안 맞으세요? 다시 가져올까요?”

엔트의 주방장이자 유마의 지인인 강혁이 다가왔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유마를 바라보았다.


“아, 아닙니다. 강혁 군이 한 요리가 맛이 없을 리가 없죠.”

유마는 그 직후 한 술 크게 떴다. 자신의 말처럼 강혁의 요리가 맛이 없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호쾌하게 입에 털어 넣으니 입맛이 확 돌았다. 그 직후 절반 정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지만, 고민으로 인해 다시 밥알만 깨작대는 자신을 자각했다.


“편하게 드세요.”

강혁은 돌아가면서도 유마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아, 네.”

유마는 주방으로 돌아가는 강혁을 바라보았다. 맛있는 덮밥 대신 그의 모습이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분명 강혁 군도 24명 중에 있었지.”

유마는 조금 전 꾼 꿈을 생각했다. 거울에 반사된 포우가 변한 24명, 분명 그중에서 강혁의 모습이 있었다.


자신과 포우를 제외한 모두가 쓰러져버린 꿈, 유마는 고개를 저으며 잊으려 했다.


“같이 앉아도 괜찮을까?”

유마에게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주인은 유마의 친구이자 탐정인 해성이었다.


“여긴 무슨 일이야?”

유마는 갑작스러운 친구의 등장에 당황스러워했지만, 그 감정이 편안한 미소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밥 먹으러 왔지.”

“아.”

너무나도 명쾌한 이유에 유마는 수긍했다.


“오늘 탐정님도 오시고 아주 좋네요.”

강혁은 웃으며 해성에게 오늘의 메뉴판을 건넸다.


“주방장님, 오늘은 서빙하는 아가씨가 어디 갔나 보군요.”

해성은 하얀 중절모를 옆에 내려놓고 메뉴판을 받았다.


“루나라면 배달 갔습니다.”

“그렇군요. 위험한 일이 없길 바랍니다.”

그렇게 해성은 유마와 똑같은 소불고기 덮밥을 주문했다.


“엔트 음식이 맛없을 리는 없고, 무슨 일 있어?”

해성이 묻자 유마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해성아, 그 의식 불명 사건 있잖아.”

“내가 도와달라니까 네가 도와준다는 그거?”

유마는 고개가 떨어질 정도로 끄덕거렸고, 해성은 물을 한 잔 따라 마셨다.


“괜히 도와준다고 한 것 같아.”

“그럼 어쩔 수 없지.”

유마는 의외로 해성이 수긍하자 당혹스러웠다. 조심스럽게 해성의 마음을 읽으니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서로 오랜 친구였기에 유마의 능력이 추리와는 맞지 않다는 걸 이미 염두하고 있다는 것까지 읽을 수 있었다.


“고생했어, 유마.”

“잠깐.”

유마는 침을 삼켰다.


“왜?”

해성은 눈을 깜빡거렸고, 유마는 심호흡하며 해성을 바라보았다.


“안 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거야.”

“그런 거야?”

해성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유마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성의 진심까지 읽게 되자 차마 이제와서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해성은 의식 불명 사건과 비슷한 일을 겪은 자신을 위해 추리를 잘 못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도움을 요청했다. 그 일을 극복하기 위한 친구의 배려였기에 유마는 진심을 전할 수 없었다.


“나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움직이면 안 돼.”

“왜?”

해성의 물음과 동시에 배달 나갔던 루나가 돌아왔다.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해성에게 음식을 전달했다.


“맛있게 드세요!”

보름달 같은 루나의 미소에 해성도 미소로 화답했다.


“먹으면서 들어줘.”

유마는 D-Zero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그 일 때문에라도 이런 일에 사사로운 감정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마음을 고백했다.


모른 척하자니 죄책감 때문에 괴로웠고, 그렇다고 해결하자니 능력이 안 됐다. 특히 천재라고 불리는 유마는 능력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일은 스스로가 대처할 수 없었다.


“꽤 쌓였네.”

“나한테 있어서 한 선생은 비즈니스 관계고, 이터널 군은 지금 마음을 닫은 로봇이나 다름없어서 그래. 한탄해서 미안하다.”

유마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이야기 하라고 친구가 있는 거지.”

정작 해성은 개의치 않았다. 유마는 믿을 수 있는 친구의 모습에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식은 덮밥을 한 술 크게 떴다.


“유마, 한 가지만 물어봐도 괜찮을까?”

“편한대로 해.”

유마는 물을 한 잔 마셨다.


“만약 D-Zero가 또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때, 유마의 미간은 찡그려졌다. 물을 마셨음에도 목이 막혔고, 억지로 물을 또 마셨다.


“해결해야지.”

쉽게 내린 답이었음에도 유마는 자신감이 없었다.


“대비는 다 한 거야?”

“그건···”

유마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침을 삼켰다.


“그래도 기죽어 있을 필요는 없어.”

“그래?”

유마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해성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친구였기에 느낄 수 있는 기류가 흐르고, 두 사람은 각자의 밥에 눈길을 옮겼다.


“그러고 싶다, 나도.”

“유마.”

해성은 고개를 들어 유마를 바라보았다.


“해결은 몰라도 네가 있기에 이 도시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거 알지?”

“편하게?”

“그럼, 엄청 편하지. D-Zero를 겪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해성은 품속에서 유마의 발명품인 스크롤을 꺼냈다.


“뭔가 했네.”

정작 유마는 껄끄러운 시선으로 스크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걸 봐.”

해성이 스크롤을 흔들자 멋들어진 안경이 나타났다. 유마는 그것을 곁눈질하며 밥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네가 만든 스크롤이 우리의 삶을 바꿨어.”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해성은 그저 친구가 안타까웠다. 죄책감을 느끼는 건 유마가 올곧은 사람이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의 말대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었다.


해성은 스크롤에서 나온 안경을 쓰고 유마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유마의 모습에서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지금 스크롤이 사용되는 게 옳은 일인지 나조차도 이해가 가지 않아.”

“나쁠 건 없잖아. 스크롤 관련으로 문제가 터진 건 없으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건 D-Zero도 그랬잖아.”

D-Zero라는 말에 해성은 긴장하며 안경을 벗었다.


“그날은 평화로웠어. 물론 비가 오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잖아.”

“스크롤도 언제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는 말이야?”

“응···”

유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성은 자신의 안경 스크롤과 유마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

“그건 알아.”

“알면서도 왜 그래?”

해성의 물음에 유마는 침묵했다. 할 말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입 밖에 꺼낼 수도 없었다.


“내가 해결하지 못했으니까.”

“유마···”

“미안하다, 괜히 분위기 흐려서.”

유마는 헛기침하며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아냐, 괜찮아. 그것보다 한마디 해도 될까?”

“너무 심한 말만 하지 말아줘.”

유마는 머쓱하게 미소 지었고, 해성은 고개를 저었다.


“심한 말? 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네 발명품이 틀리지 않았다고 하고 싶어.”

“해성아.”

유마는 해성을 바라보았다.


“스크롤은 조금 더 조정해서 나와야 했어. 너무 급하게 나왔고, 결정적으로 지금 이렇게 사용될 물건이 아니야.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되는데 문제가 터지지 않을 수 있을까?”

“네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건 아니잖아?”

해성이 유마를 바라보았다.


“그건 맞지.”

“스크롤이 문제가 있다면, 너부터 사용하지 말라고 그랬을 거야.”

“지금은 문제가 없으니까.”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잖아.”

“그건 당연한 거잖아.”

유마는 긴장감에 목소리가 떨렸다.


“D-Zero는 포우라는 존재가 해결했지만, 부끄럽게도 그건 내가 해결했다는 걸로 되어버렸어.”

“포우가 해결했다면, 해결하기 위해서 뭐라도 한 네 노력은 없어지는 거야?”

“해성아···”

유마는 떨리는 눈으로 흔들림 없는 해성의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죄책감을 느끼는 건 좋지만 최소한 네가 한 노력을 스스로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가?”

“최소한 D-Zero의 여파라고 볼 수 있는 [이상 세계 현상]을 네가 만든 스크롤으로 해결하니까 그렇게 기죽을 필요는 없어. 아직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너라면 분명 할 수 있어. 왜냐고? 그건 네가 만든 발명품이 사람들의 삶을 바꿔버렸기 때문이야.”

해성은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D-Zero가 끝난 직후, 혜성은 폐허와도 다름없었지. 사람들은 절망했고, 희망을 잃어갔어. 그런 상황에서 모두의 삶을 바꾼 건 바로 네 발명품 덕분이야.”

해성은 안경 스크롤을 유마에게 건넸다. 자신의 발명품을 받은 유마는 오묘한 시선으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한 번 실패했다고 그렇게 기죽을 것 없어. 실패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발전할 수 없거든. 실패는 마음 아프지만, 그걸 이겨내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 친구야.”

“고마워, 해성아.”

유마는 자신을 향한 해성의 미소에 조금이지만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단순한 응원이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 어떤 것도 비할 수 없는 최고의 응원이었다.



“그나저나, 포우가 누군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유마는 아쉬움이 섞인 한탄과 함께 포우와 만난 꿈을 생각했다. 꿈에서 나온 포우가 진짜 포우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단지 그 완벽한 자태를 떠올리며 그에게 D-Zero의 해결을 부탁하고 싶었다. 그가 자신에게 내민 손의 의미 또한 알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이것보다 더 이상한 꿈도 많았지만, 유독 이 꿈만은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생생할 게 분명한 꿈. 일단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포우? 아.”

해성은 유마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동감이야, 아, 맞다.”

해성은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눈을 크게 떴다.


“경찰 쪽에서 포우로 의심되는 존재를 확인했어.”

“뭐?”

유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슬을 사용하는 천사라던데?”

“해성아, 내가 비슷한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알아? 포우는 진짜···”

비단, 유마는 D-Zero의 해결만을 목적으로 포우를 알고 싶은 건 아니었다. 경찰을 비롯해 포우 관련으로 시달린 일이 많았었는데, 공식적으로 D-Zero를 해결한 것으로 되어 있는 유마였기에 사람들이 포우로 의심되는 존재는 모두 유마에게 자문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묻는 거라면 상관없었다. 애초에 유마는 포우를 잘 모르기에 솔직하게 말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왜 모르냐는 이상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쓸데없이 질문하러 오는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탓에 진절머리가 났다.


사슬을 사용하는 천사, 그럴듯했지만 그저 느낌일 뿐이다. 공간이 무너지는 사태를 해결한 존재였기에 그럴듯하게 있어 보이는 존재면 모두가 포우로 의심되었다.


특히 얼마 전, 어떤 괴도가 나타났을 때가 절정이었다. 유마는 그날 이후 포우에 대한 질문을 절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포우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을 확고히 했다.


“안 믿을 줄 알고 사진도 가져왔어.”

해성은 유마의 이런 일을 알고 있었기에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뭘 보여줘도 안 믿을 거야.”

“일단 보고 말해봐.”

해성은 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꺼냈다. 부정하던 유마는 이미 눈을 게슴츠레 뜨며 친구가 가져온 사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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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Episode 14. 깨어난 용-정의의 이름으로(2) 21.06.22 31 0 12쪽
252 Episode 14. 깨어난 용-정의의 이름으로(1) 21.06.21 25 0 16쪽
251 Episode 14. 깨어난 용-미르(3) 21.06.19 21 0 14쪽
250 Episode 14. 깨어난 용-미르(2) 21.06.18 21 0 13쪽
249 Episode 14. 깨어난 용-미르(1) 21.06.17 19 0 15쪽
248 Episode 13. 굶주린 이리-아랑(3) 21.06.13 21 0 17쪽
247 Episode 13. 굶주린 이리-아랑(2) 21.06.12 21 0 18쪽
246 Episode 13. 굶주린 이리-아랑(1) 21.06.11 24 0 11쪽
245 Episode 13. 굶주린 이리-무엇을 믿어야 하는가?(2) 21.06.09 23 0 20쪽
244 Episode 13. 굶주린 이리-무엇을 믿어야 하는가?(1) 21.06.08 25 0 13쪽
243 Episode 13. 굶주린 이리-목소리(2) 21.06.06 25 0 13쪽
242 Episode 13. 굶주린 이리-목소리(1) 21.06.05 29 0 21쪽
241 Episode 13. 굶주린 이리-배틀로얄(3) 21.06.04 29 0 22쪽
240 Episode 13. 굶주린 이리-배틀로얄(2) 21.06.03 32 0 15쪽
239 Episode 13. 굶주린 이리-배틀로얄(1) 21.06.01 32 0 21쪽
238 Episode 13. 굶주린 이리-티가의 산책(3) 21.05.31 27 0 22쪽
237 Episode 13. 굶주린 이리-티가의 산책(2) 21.05.30 25 0 16쪽
236 Episode 13. 굶주린 이리-티가의 산책(1) 21.05.30 23 0 14쪽
235 Episode 13. 굶주린 이리-마술사들의 갈등(3) 21.05.29 27 0 13쪽
234 Episode 13. 굶주린 이리-마술사들의 갈등(2) 21.05.27 24 0 13쪽
233 Episode 13. 굶주린 이리-마술사들의 갈등(1) 21.05.26 25 0 14쪽
232 Episode 13. 굶주린 이리-생명의 냄새(3) +2 21.05.23 49 1 15쪽
231 Episode 13. 굶주린 이리-생명의 냄새(2) 21.05.22 27 0 13쪽
230 Episode 13. 굶주린 이리-생명의 냄새(1) 21.05.20 2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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