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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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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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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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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Episode 13. 굶주린 이리-아랑(3)

DUMMY

“티가···!”

급격하게 커진 아란의 눈동자. 그 시선에 들어온 티가는 모두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마침 만나 뵙고 싶었던 분들이 여기 다 계시다니. 제게는 행운이로군요.”

티가는 살갑게 말하면 다가왔지만, 막상 아란을 비롯한 모두는 그를 떨떠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 개자식이···”

특히 아란은 그를 증오하다시피 노려보았는데, 방금까지 세 사람에게 악수까지 하며 해맑게 웃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오, 그 투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싸우고 싶지 않군요.”

“배틀로얄을 개최한다던 녀석이 꽁무니를 빼겠다?”

아란은 피식거리며 티가에게 다가갔다. 좋지 않은 무언가를 직감한 시영과 진혁이 그를 만류했고, 티가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꽁무니를 빼는 게 아니라. 지금 식사 중이라서 말이죠.”

“돈도 많은 녀석이 고작 회오리 감자에 싸움을 거절해?”

아란은 이를 갈았다. 날카로운 소리가 시영과 진혁의 귀에 울렸다.


“이거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멋진 야경을 두고 마냥 싸우기에는 아깝지 않겠습니까?”

“보면 볼수록 미친놈이네?”

아란으로서는 능글맞게 싸움을 거절하는 티가가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역시 배틀로얄을 비롯해 티가가 마음대로 설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가 자연환경을 운운할 입장이나 되냐?”

“자연은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시영아, 진혁아. 이거 놔 줄래?”

아란은 티가를 응시하며 조용히 말했다. 묘한 살기가 느껴져서일까, 두 사람은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부탁해, 친구들아.”

이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짓는 아란. 애써 짓는 그 웃음은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그의 애처로움이 가득했다.


시영과 진혁은 동시에 손을 놓았고, 아란은 길게 숨을 내쉬며 티가를 노려보았다.


“당신의 이름은 아란이었을 겁니다.”

“오? 기억하고 있었네?”

아란은 피식거렸고, 티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억?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지 최근에 당신의 정보를 입수했을 뿐입니다.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습니까?”

“뭐?”

순간적으로 아란의 미간에는 핏줄이 새겨졌다. 이내 허탈한 웃음과 함께 사라지는 핏줄.


“그래, 기억도 못 하니까 그럴 수 있겠지.”

“워낙 바쁘다 보니 기억하지 못하는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입 닥쳐.”

분노 섞인 허탈한 웃음으로 숨을 헐떡이는 아란은 날카로운 검지로 티가를 가리켰다.


“무례하군요.”

“무례?”

아란이 이를 바득 간 순간, 이미 그의 몸은 티가에게로 돌진해 있었다. 순간적으로 놀란 티가는 몸을 옆으로 피했고, 기습에 실패한 아란은 달빛 아래에서 서늘 퍼런 눈빛으로 티가를 곁눈질했다.


“클로?”

티가는 별빛에 반사된 아란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양손에 각각 3개의 날이 서로 다른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만약 피하지 않았더라면 저 6개의 날 중 하나는 붉게 반짝거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체 누구십니까. 절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원한이 깊어도 이런 상황에서 공격해야겠습니까?”

“올해 초, 1월 22일쯤. 넌 분명 남쪽 섬에 있었다.”

아란의 클로는 티가를 가리켰고, 잠깐 생각하던 티가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티가 사형!”

그때 미호가 떡볶이를 들고 티가에게로 다가왔다.


“잠깐 인사만 하고 온다면서 왜 안 오는 거예요?”

“미호 씨?”

시영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미호를 보며 눈을 크게 떴고, 마찬가지로 그를 발견한 미호도 당혹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시, 시영 씨?”

“미호 씨가 여길 왜···”

시영, 진혁, 노바의 시선은 미호에게로 향했고, 미호는 자연스럽게 티가의 옆으로 향했다.


“티가 사형이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다고···”

“솔직히 맛있어.”

이 와중에도 티가는 떡볶이를 가리키며 감탄했고, 그 모습에 아란은 속이 뒤집힐 노릇이었다.


“티가 사형이라니···”

이상함을 느낀 시영은 수첩에 적기 시작했고, 티가는 슬며시 아란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제가 남쪽 섬에 있던 걸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네가 숲에 불을 지른 걸 잘 봤거든. 이 두 눈으로.”

아란은 한껏 흥분한 눈을 클로로 가리켰다. 티가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긴장을 삼켰다.


“아, 그때 불길로 뛰어든 그 사람입니까?”

“이제 기억하네?”

아란은 주먹을 쥐었다. 당장이라도 저 면상을 클로로 난도질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처럼 차올랐지만, 최대한 숨을 고르며 그를 째려보았다.


“당신까지 휘말리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네 녀석이 불을 지른 순간 내가 휘말린 거나 다름없었거든.”

“아, 그렇습니까?”

티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내가 아무리 네 이름을 언급해도 아무도 안 믿더라고. 잘못했으면 우리 부모님이 누명 쓸 뻔하기도 했고···”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해야 하는···”

“그것 때문에 내 친구들이 모두 죽었어!”

아란은 포효했고, 티가는 움찔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혹시, 인명 피해가 있었다면···”

“내 친구는 네가 죽인 말하는 동물, 그 녀석들이다.”

“···흉물스러운 축생이 친구라는 겁니까?”

티가는 정색했고, 아란은 다시 그에게 달려들었다.


“흉물? 축생? 그건 너 같은 새끼들을 두고 하는 말이야.”

아란은 티가의 목에 클로를 겨눴고, 티가 역시 아란과 똑같은 클로를 겨눴다.


“뭐,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중요한 건, 그 남쪽 섬의 숲도 결국은 별 볼 일 없는 관광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 자식!”

아란은 클로를 휘둘렀고, 티가는 그와 비슷하게 휘둘렀다. 시끄러운 철의 마찰음이 두 사람 사이를 감쌌다. 이내 주변에는 정적이 흘렀고, 티가와 아란은 시선을 마주쳤다.


“그 숲은 결국 내 친구들에게는 집이었어. 네가 같잖은 행동만 안 했더라도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거라고!”

다시 클로를 휘두르는 아란. 팔이 베인 티가는 이번 공격만큼은 반격하지 못했다.


“같잖은 행동이라 하셨습니까?”

티가는 클로를 휘둘렀고, 아란은 왼쪽 클로를 휘둘러 공격을 막고, 오른쪽 클로를 휘둘렀다.


“그래, 같잖은 행동!”

아란은 마치 늑대가 분노를 울부짖는 것과 같이 포효했다. 그 바람에 티가는 밀려났고, 오른쪽 클로로 휘두른 아란의 공격은 의도치 않게 피할 수 있었다.


“그 무슨 이유가 있더라고 해도! 네 녀석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원하는 게 제 목숨이라는 겁니까?”

티가는 피식거리며 아란을 바라보았다.


“목숨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 녀석은 죽여달라는 것과 다름없지. 애초에 그렇게 돈 많은 녀석이 원한을 사는 줄도 모르고 예나 지금이나 경호원조차 데리고 다니지 않잖아?”

“그건 조용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유감스럽군. 조용히 해야 했을 그 일을 내가 보고 말았으니까.”

아란은 클로에 묻은 티가의 피를 털어냈다.


“배틀로얄은 아직 시작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란, 당신이 원한다면 한 번 붙어보겠습니까?”

티가의 제안. 미호는 눈을 크게 떴다.


“좋지.”

입꼬리를 올리는 아란. 시영은 그를 바라보며 긴장을 삼켰다.





한적한 장소로 자리를 옮긴 아란과 티가. 그들을 따라가는 나머지 사람들은 걱정이 가득했지만, 막상 싸우기 직전이었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시 소개해드리죠. 저는 티가, 다른 이름으로는 드라이라고 합니다.”

“통성명 따위···”

아란은 해방기를 꺼냈고, 티가 역시 해방기를 꺼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란, 당신이 다른 이름으로는 굶주린 이리, 즉, 아랑(餓狼)이라고 불리는 건 알고 있습니다.”

“참 변태 같은 녀석이군.”

아란은 [아랑 메모리 스크롤]을 꺼냈다. 그와 동시에 티가는 [드라이 메모리 스크롤]을 꺼냈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제게 갖는 마음을 보니 더욱 알고 싶어졌습니다.”

“미친놈.”

아란은 혀를 차며 해방기에 스크롤을 집어넣었다. 티가 역시 미소를 지으며 해방기에 스크롤을 넣었다.


“해방.”

“해방.”

두 사람이 슬롯을 누르며 동시에 외쳤다. 아란의 몸에 늑대의 혼이 서리며, 말 그대로 늑대의 형상을 가진 모습으로 변했다. 그렇게 아란은 굶주린 이리, 아랑의 힘을 해방했다.


티가의 경우 기다란 로브와 고깔모자만이 생겼고, 그렇게 티가는 드라이의 힘을 해방했다.


“저것이 아랑.”

그는 그야말로 늑대와 다름없었다. 양손의 클로는 날카로운 발톱과도 같았고, 갈기와 이빨은 금방이라도 마음껏 날뛸 듯 번쩍이고 있었다.


“···애매한 녀석이군.”

아랑은 드라이를 바라보았다. 해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드라이의 모습은 마술사의 옷을 입은 티가 본인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애매한지 아닌지는 싸워 보면 알 것 아닙니까?”

드라이는 여러 문양이 새겨진 메이스를 꺼냈고, 아랑은 자신의 클로를 고쳐 잡으며 조용히 울부짖었다.


“어디 한 번, 그 분노 속에서 마음껏 날뛰어 보십시오.”

드라이는 그를 도발하듯 메이스를 가볍게 흔들었고, 아랑은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고는 드라이에게로 달려들었다.


힘을 해방하기 전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드라이에게 달려든 아랑. 그는 양손으로 클로를 휘둘러 드라이의 손목과 옆구리를 노렸다.


드라이는 가볍게 메이스를 휘둘러 공격을 튕겨냄과 동시에 반격했다. 아랑은 그 상태로 포효했고, 드라이는 일시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연이어 아랑은 발차기로 드라이의 옆구리를 차버렸고, 드라이가 몸을 움찔거림과 동시에 오른쪽 클로로 그의 복부를 찔렀다.


인상을 찌푸리며 복부를 움켜쥔 드라이. 그럼에도 아랑의 공격은 이어졌고, 드라이는 그의 접근과 동시에 메이스를 휘둘러 그를 튕겨내었다.


강제로 밀려난 아랑은 가슴팍이 욱신거렸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티가를 향해 울부짖었다.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시영은 그의 포효에서 동료들을 그리워함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강하군요.”

티가는 고통 속에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작 아랑은 그의 여유로운 모습에 흥분해버렸고, 손에 힘을 잔뜩 쥔 채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드라이입니다.”

드라이가 팔을 둥글게 휘두르자 여러 개의 문양이 나타났다. 그는 아랑의 접근에 맞춰 [가속]을 상징하는 문양을 움켜쥐었다.


아랑은 접근과 동시에 클로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그 가증스러운 면상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분명 베였어야 했을 티가는 어떻게 된 일인지 베이지 않았다.


“전, 여기에 있습니다.”

아랑은 드라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돌렸다. 하지만 가속하여 다가오는 드라이의 공격에 차마 대항하지 못하며 무력하게도 광선 검에 몸을 꿰뚫렸다.


“저건!”

시영과 진혁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액셀러레이터?”

미호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 모습은 드라이였지만, 그의 능력과 더불어 사용하는 무기는 고속, 액셀러레이터의 그것이었다.


“좋군요. 가속이라··· 마치 다른 공간에 온 기분입니다.”

드라이의 몸에는 일시적으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내 괴로워하는 아랑을 바라보는 드라이.


“이제 시작입니다, 굶주린 이리, 아랑···”

광선 검이 메이스로 돌아오고, 드라이는 다시 팔을 둥글게 휘둘렀다. 이어 [방패]를 상징하는 문양을 움켜쥐었고, 이내 그의 메이스는 하얗고 커다란 방패가 되었다.


“저, 저건! 노바 방패!”

노바는 드라이가 든 하얀 방패를 가리켰고, 그것이 팔라딘의 방패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드라이는 노바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아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겨우 그 정도로 싸우겠다는 겁니까?”

드라이의 비웃음. 아랑은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아랑은 해방기의 슬롯을 다시 눌렀다. 그 순간 그의 주변에 일렁거리는 늑대의 혼을 비롯한 각종 동물의 영혼···


“저, 저건 뭐지?”

영문을 모르는 미호는 그 직후 아랑을 주시했다. 그와 동시에 드라이 역시 해방기를 다시 눌렀다. 이어 그의 방패에서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방패는 무겁지만, 그렇기에 듬직하니 좋군요.”

드라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빛이 모이는 방패를 아랑에게 겨눴다.


“반드시 죽이겠다, 티가!”

아랑의 몸에 혼이 서렸고, 그와 동시에 그의 눈동자는 각종 영혼에 물들어 여러 색깔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각자 힘을 모았고, 서로의 빈틈을 확인하기 위해 눈조차 깜빡거리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이내 서로가 각자의 빈틈을 확인한 순간.


“다들 멈추십시오!”

격노한 유마가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아랑과 드라이는 그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싸우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단호한 유마의 목소리. 드라이는 먼저 티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란 군, 멈추십시오.”

“···젠장.”

아랑 역시 아란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했다. 불만이 가득한 아란과는 달리 티가는 만족한 듯 손뼉을 치며 자리를 떠났다.


“대체 저 영혼은···”

“미호야, 가자. 더 늦으면 스승님이 걱정하시겠다.”

“아, 네.”

미호는 티가를 따라갔지만, 여전히 신경 온통 아란에게 향해 있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해방기 탐지기를 확인하던 유마는 티가가 완전히 사라진 후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박사님이 방해만 안 했더라도 저 녀석을···”

“아란 군, 유감스럽게도 지금 싸워야 의미는 없습니다.”

“무슨 말이죠?”

아란은 유마를 노려보았고, 유마는 한숨을 짙게 쉬었다.


“아란 군이 티가에게 갖는 증오는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쓰러진다고 해서 순순히 돌아갈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재기 불능할 정도로 때려눕힌다면···”

“드라이의 능력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씀입니까?”

유마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아란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 눈길은 시영, 진혁, 노바에게로 향했다.


“가속이랑 방패잖아요. 속도라면 자신 있어요. 그리고 방패는 얼마든지 뚫어 주겠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드라이는 위조자입니다. 그리고 그 두 개 말고도 훨씬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봐야 죽은 제 친구들보다 많겠어요?”

“말하는 동물들의 개체 수는 세 자릿수가 되지 않는 걸로 압니다.”

“어, 어떻게 박사님이 그걸···”

아란은 당황했고, 유마는 고개를 숙였다.


“저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아란 군와 예전에 만났을 때 이미 무슨 일인지 전부 파악했습니다.”

“그, 그렇군요.”

“아란 군의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유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그런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답답함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죠.”

시영이 앞으로 나섰고, 유마와 아란이 그를 바라보았다.


“배틀로얄, 무엇을 위한 건지는 몰라도, 티가가 고속 씨의 능력을 사용한 이상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시영은 콧바람을 세게 내쉬며 액셀 메모리 스크롤을 응시했다.


“노바의 방패를 그렇게 사용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노바는 화가 나 있었고, 유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다들 죄송하다는 말밖에···”

유마는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진혁은 말없이 유마를 바라보았다.


“유마 씨가 잘못하지 않았어요. 전 그렇게 믿고 있어요.”

“맞아! 티가가 잘못한 거야!”

시영과 노바의 한 마디. 막상 진혁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액셀러레이터와 팔라딘이라. 티가의 능력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이들의 힘을 사용했다는 건···’

진혁의 시선은 유마에게 고정되었고, 유마는 어렴풋이 진혁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묘한 시선으로 진혁을 응시한 유마는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나도 돌아가지.”

“진혁아, 그래. 조심히 들어가.”

“잘 가!”

진혁은 손을 흔드는 노바에게 짧게 손을 흔들고는 유마가 떠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란아, 일단 우리도 돌아가자.”

“···알겠어.”

아란은 한숨을 쉬며 시영의 부축을 받았다. 광선 검에 꿰뚫린 상처가 욱신거렸기에 부축이 필요한 상태였다.


지금 아란은 티가에게 사실상 진 것과 다름없었다. 그것은 분하지 않았다. 지는 것 따위는 두렵지 않았고, 녀석의 능력조차 모르고 있었기에 패배한다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란이 분한 이유는 지금 이겨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고작 싸움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지만, 막상 그것을 자각하려니 억울함이 가득해졌다.


“다음에는 꼭···”

아란은 주먹을 쥐며 시영, 노바와 함께 탐정 사무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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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Episode 14. 깨어난 용-정의의 이름으로(2) 21.06.22 31 0 12쪽
252 Episode 14. 깨어난 용-정의의 이름으로(1) 21.06.21 25 0 16쪽
251 Episode 14. 깨어난 용-미르(3) 21.06.19 21 0 14쪽
250 Episode 14. 깨어난 용-미르(2) 21.06.18 21 0 13쪽
249 Episode 14. 깨어난 용-미르(1) 21.06.17 19 0 15쪽
» Episode 13. 굶주린 이리-아랑(3) 21.06.13 20 0 17쪽
247 Episode 13. 굶주린 이리-아랑(2) 21.06.12 21 0 18쪽
246 Episode 13. 굶주린 이리-아랑(1) 21.06.11 24 0 11쪽
245 Episode 13. 굶주린 이리-무엇을 믿어야 하는가?(2) 21.06.09 23 0 20쪽
244 Episode 13. 굶주린 이리-무엇을 믿어야 하는가?(1) 21.06.08 25 0 13쪽
243 Episode 13. 굶주린 이리-목소리(2) 21.06.06 25 0 13쪽
242 Episode 13. 굶주린 이리-목소리(1) 21.06.05 29 0 21쪽
241 Episode 13. 굶주린 이리-배틀로얄(3) 21.06.04 29 0 22쪽
240 Episode 13. 굶주린 이리-배틀로얄(2) 21.06.03 32 0 15쪽
239 Episode 13. 굶주린 이리-배틀로얄(1) 21.06.01 32 0 21쪽
238 Episode 13. 굶주린 이리-티가의 산책(3) 21.05.31 27 0 22쪽
237 Episode 13. 굶주린 이리-티가의 산책(2) 21.05.30 25 0 16쪽
236 Episode 13. 굶주린 이리-티가의 산책(1) 21.05.30 2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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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Episode 13. 굶주린 이리-마술사들의 갈등(1) 21.05.26 2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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