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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624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6.07 08:55
조회
76
추천
1
글자
9쪽

삼국지의 정석_24. 조조, 둔전제를 도입하다(도시농부)

DUMMY

196년 건안 원년 9월, 조조는 무사히 허현으로 천도를 마쳤다. 이후 조조는 종묘(宗廟 : 역대 왕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와 사직(社稷 : 토지신과 곡식신을 모시는 장소)을 세우고, 황궁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이렇게 조조가 새로운 수도 건설에 여념이 없는데, 난데없이 조조를 곤란하게 하는 소문이 궁궐 내에 퍼져 나갔다. 이 소문이 퍼지게 된 계기는 나라의 역사와 역법을 담당하는 태사령 왕립(王立)의 발언이었다. 왕립은 천문을 살피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하고, 황실의 종친 사무를 담당하는 종정 유애(劉艾)에게 말했다.


“태백(금성)이 천진을 지나고 형혹(화성)이 거꾸로 움직여 서로 천관에서 만났습니다. 이는 금(金)과 화(火)가 서로 어울린 것이니 새로운 천자가 나올 징조입니다.

대한(大漢)의 운은 장차 소멸하고, 옛 진(晉), 위(魏)나라 땅에서 흥하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왕립은 황제 유협에게도 이 일을 비밀히 아뢰었다.

“천명(天命)은 오고 감이 있고, 오행(五行)은 늘 번성하는 것이 아니니, 화(火)를 대신할 것은 토(土)입니다. 한(漢)의 뒤를 이을 자는 위(魏)이고, 헤아려 보건 데 능히 천하를 평안케 할 자는 조씨(曹氏)입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조조는 내심 기분이 좋았지만 걱정도 되었다.

‘이런 말이 퍼지면 황제를 비롯해 날 경계하는 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입 단속을 시켜야 겠어..’


생각을 정리한 조조는 왕립에게 사람을 보내 다음과 같이 경고 하였다.

“공이 조정에 충성을 다하는 것은 잘 알고 있소. 다만 천도(天道)는 심원(深遠 : 크고 깊은)한 것이니 오해 살 말은 삼가 주셨으면 좋겠소.”



이렇게 조조가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았으니, 그것은 식량조달 문제였다. 사실 식량부족은 황건적의 난 이후 끊이지 않는 골칫거리였다. 비록 조조가 연주와 예주를 잘 관리해 나름 식량을 비축해 놓았지만,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고 그곳에 몰려든 사람들을 먹이려니 식량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에 조조가 어떻게 식량을 확보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한호(韓浩)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조공,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허도 인근에 둔전(屯田)을 설치하여 농사를 장려하심이 어떠십니까?”


“백성들에게 땅을 빌려주어 농사를 짓게 하자는 말인가?”


“네, 맞습니다. 지금 한나라 곳곳에는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유랑민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들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서 도적떼가 되니, 농사를 지을 백성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둔전을 설치하면 도적이 된 자들을 선량한 농민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런 자들에게 땅뿐만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소, 농기구 등도 함께 빌려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구나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너도나도 둔전에 몰려들 것이고, 둔전에서 생산된 곡식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두어 나라의 재정을 튼튼히 할 수 있습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 당장 실행안을 마련해보게!”


한호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조는 허도 인근에서 둔전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하였다. 둔전 제도의 도입 덕분에, 훗날 조조는 경쟁자들보다 많은 백성과 풍부한 군량을 확보하고 군대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한편 황제는 조조에게 대장군(大將軍)의 관직을 내리고 무평후(武平侯)에 봉해 주었는데, 이는 황실을 받들어 천도를 무사히 마친 공을 인정해준 것이었다. 특히 대장군은 앞서 이각이 받았던 작위로, 조조는 명실상부한 조정의 1인자로 올라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 하는 조조에게도 부담스러운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원소였다. 오랫동안 조조는 원소의 객장(客將)과 같은 신세였는데, 이는 조조가 원소의 지원을 받아 연주에서 군대를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원소가 하북을 평정하는 동안, 조조는 연주에서 원술, 도겸 등을 견제하기로 역할분담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조조가 세력을 예주까지 확장하고 원소와 상의 없이 황제를 모신 것은, 원소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조조가 신하 중에 가장 높은 대장군에 오르게 되었으니, 원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었다. 이 문제로 고심하던 조조는 원소를 삼공 중 으뜸인 태위에 임명하도록 황제의 허락을 받아 내었다.


‘태위 자리라면 본초도 받아 들이겠지..’


하지만 황제의 조서를 받은 원소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조조는 참으로 은혜를 모르는 구나! 녀석이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내가 지원군을 보내 수 차례 목숨을 구해 주었거늘, 감히 황제를 옆에 끼고 날 호령한단 말이냐?! 난 조아만보다 아래에 있는 태위직을 받을 수 없다!”


그러자 저수가 원소를 진정시키고 나섰다.

“주공, 이것이 바로 황제를 모신 자가 가진 힘입니다. 우리가 조조보다 앞서 황제를 모셨다면, 장군께서 대장군에 임명되셨을 겁니다. 일단 태위직을 받아들이셔서, 장군께서 직위에 연연하지 않는 대범한 사람임을 알리십시오.”


하지만 곽도의 생각은 달랐다.

“이는 조조가 장군을 떠보는 것입니다. 장군이 순순히 태위직을 받아 들이시면, 조조가 장군을 우습게 알 겁니다. 정중히 태위직을 거절한 다음, 조조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 보시지요.”


“암, 아만이 날 우습게 보게 할 수는 없지!”


원소는 곽도의 말에 따라 태위직을 사양했고, 이 소식을 들은 조조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본초는 명분과 직위에 얽매이는군. 좋아, 내가 양보하지!’


조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대놓고 황제의 명을 거부하는 원소에게 분노와 두려움을 느꼈다. 결국 조조는 황제께 주청(奏請 : 황제에게 아뢰어 청하는 일)을 드려, 자기 대신 원소에게 대장군의 직위를 내리도록 하였다. 그러자 황제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조에게는 사공(司空) 겸 거기장군(車騎將軍)의 관직을 내려 주었다.



이렇게 수도 이전과 관련된 인사, 행정조치를 마무리 한 조조는 군사 문제의 해결에 나섰는데, 그것은 자신을 적대시하는 양봉과 한섬에 대한 토벌이었다. 명분상으로는 대역죄인인 이각과 곽사를 먼저 토벌해야 했지만, 그것은 급한 일이 아니었다.

황제 없이 장안으로 돌아간 이각과 곽사의 세력은 갈수록 약해질 것이 뻔했고, 굳이 머나먼 장안까지 군대를 파견해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반면 양봉과 한섬은 허창에서 가까운 양현에 만 명이 넘는 정예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조조에게 원한을 품고 있으니, 언제 복수를 하려 들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조는 은밀히 군사를 움직여 양봉의 근거지인 양현을 습격했고, 뜻밖의 기습을 받은 양봉은 크게 패해 달아날 수 밖에 없었다. 조조가 군을 정비해 추격대를 보내려 하는데, 마침 양봉의 수하장수 하나가 병사 수백 명을 거느리고 투항을 해 왔다. 잠시 후, 막사 안에 들어온 장수는 조조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저는 양봉의 수하장수였던 서황이라고 합니다. 예전부터 장군께서 나라를 안정 시키실 영웅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부디 제 항복을 받아 주십시오.”


“양봉의 세력이 약해지니, 그를 버리고 나에게 오는 것 아닌가?!”


조조가 서황을 시험해 보려고 공격적인 질문을 해 보았지만, 서황은 전혀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양봉이 비록 백파적 출신이지만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었고, 양봉에게 황제폐하를 낙양으로 모시자고 건의했습니다. 다행히 양봉이 제 청을 들어주었고, 목숨을 걸고 싸워 황제를 낙양으로 모시는 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양봉이 예전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정릉을 노략질하는 것을 보고, 이제 그를 떠나야겠다고 결심 했습니다.”


“양봉이 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그의 머리를 바치며 항복을 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그러자 서황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아무리 주인이 어질지 못해도, 주인을 해치는 것은 매우 의롭지 못한 일입니다. 양봉은 황제의 어가를 구한 공이 있으니, 그 공으로 죄를 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에 조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 원래 양봉을 추격해 죽이려 했지만, 자네의 의리가 가상해 양봉을 살려 주겠네. 그 대신 황제폐하께 충성을 다하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조장군. 소장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서황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넙죽 절을 하였고, 조조는 그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 주었다. 하지만 조조는 따로 생각한 바가 있었다.


‘양봉과 한섬이 도망쳐서 갈 곳은 뻔하다. 놈들이 받아줄 사람은 수춘의 원술 뿐이지··· 훗날 반역자를 토벌한다고 원술을 공격하면 그만이다!’

24. 서황.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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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2 악지유
    작성일
    21.06.07 17:26
    No. 1

    맹장, 서황이 원래 양봉의 수하였군요.
    양봉의 그릇이 크고 곧았더라면 사태가 달라질 수
    있었을텐데...

    조조가 황제를 업었으니 교룡이 물을 얻은 격입니다.
    조조는 인재등용에 매진한 덕에 세를 늘릴 수
    있었을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6.08 08:24
    No. 2

    양봉이 도적 출신이라 손해본것도 분명리 있다고 봅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 양봉에게 억울한 기록도 있을 것이고.
    조조는 홀로 동탁을 추격한 덕분에 많은 인재를 얻을 수 있었다고 봅니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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