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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818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6.14 10:00
조회
57
추천
1
글자
10쪽

삼국지의 정석_26. 가짜 황제 원술(신궁 여포)(上)

DUMMY

며칠 뒤, 원술의 사돈 제안을 받은 여포는 기쁜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원술은 기다렸다 듯이 수하장수 기령(紀靈)에게 병사 3만을 주어 소패의 유비를 공격하게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유비가 수하 장수들을 모아놓고 대책을 논의하는데, 먼저 손건이 입을 열었다.


“주공, 소패는 수비에 적합한 성이 아니고,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도 수천에 불과합니다. 서둘러 여포에게 구원을 요청하십시오.”


그러자 관우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원술과 사돈관계를 약속한 여포가 우리를 도와줄 리 없습니다. 형님께서는 가족들을 데리고 광릉으로 피하십시오. 제가 익덕과 함께 적을 막겠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고개를 내저었다.

“내 아우님들의 무용이 뛰어난 것은 잘 알지만, 훈련도 안 된 수 천의 병사로 어찌 수 만 대군을 막을 수 있겠는가?!. 여포에게 지원군을 요청해 보세.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


유비는 구원을 요청하는 사자를 파견했고, 유비의 서신을 읽은 여포는 얼굴을 붉히며 주변에 말했다.


“역시···원술은 내가 유비를 도울까 두려워 곡식을 보낸 것이었소. 원술은 참으로 교활한 녀석일세!”


그러자 진궁이 읍을 하며 말했다.

“장군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유비를 못 본 척 내버려 두셔야 합니다. 서주의 민심을 얻은 유비는 훗날 장군에게 위협이 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원술의 칼을 빌려 유비를 죽이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소, 원술은 유비를 격파한 다음, 북쪽으로 태산의 세력들과 연합해 나를 공격하려 들 것이오. 지금 유비를 구하지 않으면 나 또한 안전할 수 없소!”



이렇게 진궁의 의견을 물리친 여포는 기병 1천을 거느리고 소패로 달려 갔다. 마침 기령은 소패에 도착해 성을 포위하려던 참이었는데, 여포의 등장에 당황해하며 군대를 20리 밖으로 물렸다.

그러자 여포는 소패성과 기령의 영채 사이에 군영을 세운 다음, 유비와 기령을 자신의 막사로 초대했다. 이에 관우와 장비가 유비에게 말했다.


“여포가 무슨 속셈으로 형님을 부르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전쟁 중에 성을 함부로 비울 수 없다’고 거절하십시오!”


하지만 유비의 생각은 달랐다.

“여포가 날 죽일 생각이었다면, 내 구원요청을 무시한 채 하비성에서 상황을 지켜봤을 거네. 여포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필시 날 도와주려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여포의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진 여포가 생각을 바꿀 것이네!”


유비는 서둘러 말에 올라 여포의 군영으로 향했고, 관우와 장비도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유비가 여포의 막사로 들어가자, 여포가 환하게 웃으며 유비의 손을 잡았다.


“내 오늘 특별히 아우님의 위험을 풀어주러 왔네. 아우님은 이 은혜를 잊으면 안되네!”


“예, 형님. 감사합니다!!”


유비는 기쁜 마음으로 준비된 자리에 앉았고, 관우와 장비는 유비를 호위하기 위해 그 뒤에 섰다. 잠시 후 막사 안으로 들어오던 기령은 유비를 보고 깜짝 놀랐고, 여포에게 원망을 했다.


“여장군께서는 저희 주공과의 동맹을 깨려 하십니까?! 소패성 앞에 진을 쳐서 제 앞길을 가로막으시더니, 어찌 유비까지 부르셨습니까?!”


“허허, 내 원공로와는 곧 사돈지간이 될 것인데, 어찌 동맹을 깬단 말이오?! 다만 내 동생인 현덕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들어서 온 것이오.

공이 아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원래 싸움을 싫어하고 남들 화해 시키는 것을 좋아한다오.”


그러자 기령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군의 뛰어난 무용에 맞서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공께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 공동의 적은 조조인데, 우리끼리 싸울 것이 무엇이요? 하지만 기령 장군의 입장도 있으니, 오늘의 싸움은 하늘의 뜻에 맞기는 것이 어떻겠소?


“어떻게 말입니까?”


“내가 원문(轅門 : 군영의 문)에 극을 세우고, 활을 쏘아 극의 작은 가지를 맞춘다면 이는 싸우지 말라는 하늘의 뜻일 것이오. 나의 화살이 명중하면 양쪽에서 군대를 물리고, 빗나가면 사생결단으로 싸우는 것이 어떻겠소?”


여포의 엉뚱한 제안에 기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포는 무슨 꿍꿍이로 이런 제안을 하는 걸까?! 여기서 원문까지는 족히 150보는 되어 보이는데, 극의 작은 가지를 맞추는 것이 가능하겠는가?...아! 이것은 유비에게 원망을 듣지 않고 발을 빼려는 속셈이다!!’


생각을 정리한 기영은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어찌 감히 장군과 하늘의 뜻을 거스르겠습니까?! 여포 장군의 제안에 따르겠습니다.”


유비는 여포가 과연 화살을 명중시킬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제안에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형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내 제안에 따라줘서 고맙소. 그럼 하늘의 뜻을 살펴봅시다!”


여포는 수하를 시켜 원문에 극을 세운 다음, 화살을 시위에 먹여 힘껏 당겼다가 놓았다.


“쌔앵~”


무서운 기세로 날아간 화살은 극의 작은 가지에 명중했고, 화살에 맞은 극은 한동안 파르르 떨렸다. 그러자 자신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기령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장군은 천위(天威 : 하늘과 같은 위엄)를 가진 분이십니다! 어찌 150보 밖에서 손가락 만한 과녁을 명중시킨단 말입니까?!”


유비와 관우, 장비도 이 놀라운 광경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형님은 초(楚)나라의 신궁이었던 양유기(養由基)의 환생이신가 봅니다!”


“현덕, 과찬일세. 하늘이 군대를 물리라고 명하셨으니, 이제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세.”


여포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술자리를 권하는데, 그제야 정신을 차린 기령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과의 약속을 지켜 회군해야 하지만, 저희 주공께 뭐라고 말씀을 드릴 지 난감합니다...”


“내 원공로가 오해하지 않게 글을 써 주겠네. 공대! 내가 화해를 주선한 것에 대해 글 한 통 써서 기령 장군에게 주게.”


“···알겠습니다.”



이렇게 여포와 유비, 기령 등은 함께 어울려 술자리를 가졌다. 다음날, 기령은 군대를 인솔해 수춘으로 돌아갔고, 기령의 보고를 받은 원술은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여포 이놈이 내 귀한 군량미를 20만곡이나 받아먹고도 어린아이 장난으로 유비를 구해주었단 말이냐! 내 직접 대군을 이끌고 가서, 여포와 유비를 한꺼번에 없애 버리겠다!”


그러자 양홍이 나서서 원술을 진정시켰다.

“주공, 그것은 만전지책(萬全之策 : 안전하고 완벽한 계책)이 아닙니다. 여포의 기병대는 천하 제일이고, 지난번 전투에서 보셨듯이 유비도 무시 못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포와 유비가 손을 잡고 있으니, 이들을 물리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우선 여포와의 혼담을 빨리 진행하십시오. 여포의 딸이 이곳에 오면, 여포는 더 이상 주공의 말을 거스르지 못합니다. 그 다음 유비를 공격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이처럼 양홍이 현실을 일깨워주자, 원술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여포를 더할 나위 없이 존귀하게 만들어 주지! 여봐라, 문무신료들을 빠짐없이 소집하거라!”


하지만 원술이 수하들에게 발표한 내용은 단순히 여포와 사돈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원술은 천명을 받들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지만, 원술은 막무가내였다.



197년 건안2년, 원술은 성대한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고, 교외에서 천지신명에게 이를 알리는 제사를 지냈다. 이후 원술의 명을 받은 한윤이 여포를 찾아가서 말했다.


“원공로께서 천명을 받들어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그리고 앞서 혼담을 나눈 대로, 황상(皇上 : 지금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 황제)께서는 장군의 따님을 며느리로 맞이하고자 하십니다. 양 가문이 혼사를 맺으면, 과거 춘추시대의 진(秦)나라와 진(晉)나라처럼 대대로 좋은 관계가 지속될 것입니다.”


“원공의 황제 즉위를 축하 드리오. 잠시 객사에서 쉬고 계시면, 내 수하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답을 드리겠소.”


한윤을 객사로 보낸 여포는 진궁을 불러 상황을 설명했는데, 여포의 말을 들은 진궁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술은 참으로 어리석은 자구나! 아무리 한 황실이 쇠퇴했다고 하나, 감히 황제를 칭하다니···이제 원술은 공공의 적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손을 잡을 세력은 원술 밖에 없다... 원술과 등을 진다면, 조조 뿐 아니라 원술도 서주로 쳐들어 올 것이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진궁이 여포에게 말했다.

“한이 쇠퇴하여 회생이 불가능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원 씨 집안은 사세삼공으로 천하에 덕을 쌓았으니, 한의 뒤를 이을 만 합니다. 따라서 장군께서는 황제라는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되시는 겁니다!”


“알겠소. 하긴 황제의 사돈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울 것이오!”


여포는 원술과 혼인 동맹을 맺을 것을 결심하고, 수하에게 혼수품을 장만해 딸을 한윤에게 보내도록 하였다.



이때 하비 군에 진규(陳珪)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유비를 서주목으로 추대했던 진등의 아버지이자 서주의 명사였다. 진규는 본래 원술과 어려서부터 절친한 사이로, 과거 원술의 초빙을 받았지만 그의 허황된 야심을 알고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원술이 황제를 칭하고 여포와 혼인 동맹을 맺는다는 소문이 돌자, 진규는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공로가 기어이 일을 저질렀구나. 이 일로 모두에게 적이 될 것을 어찌 모르는가! 게다가 여포가 원술과 사돈이 된다면, 서주는 또 다시 전란에 휩싸이고 이 나라도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26. 원술 황제_R.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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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3 악지유
    작성일
    21.06.15 05:21
    No. 1

    여포가 나름 똑똑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군요.
    월술의 요구를 교묘하게 빠져나간 것은 현명했지만
    사돈을 맺어 딸을 주는건 인질로 보내는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일인데... 역시 무식한 용장...ㅉ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6.15 15:42
    No. 2

    여포가 현명했다면 진궁이라는 모사와 고순, 장료, 장패라는 명장을 거느리고 그리 쉽게 망하지 않았겠죠. 그래도 여포는 원술과 손을 잡았어야하는데... 결국 조조에게 각개격파 당했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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