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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827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3.31 10:00
조회
360
추천
4
글자
11쪽

삼국지의 정석_4. 십상시의 최후(마녀 사냥)(下)

DUMMY

그러자 조조가 답답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대장군, 환관은 한나라가 생긴 이래 계속 있어 왔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환제와 영제께서 그들에게 지나친 권력을 주신 것이 화근이 된 것입니다. 이미 환관들의 죄가 드러났으니, 그들을 감옥에 가둔 후 죄의 무겁고 가벼움을 따져 처벌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바깥의 군대를 불러 들이면, 십상시도 죽기살기로 덤벼들 겁니다. 이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입니다!”


조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봉기가 헛기침을 하며 조조를 헐뜯기 시작했다.


“자네 집안이 환관 집안이라, 십상시를 처단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인가?!”


“뭐라고?! 자네 말 다 했는가?!”


조조는 자신의 집안을 건드리는 봉기를 한참 노려보다가, 결국 화를 참으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 조조가 나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외부 군대를 부르는 일에 반대했지만, 하진은 결국 원소의 계책에 따르기로 하였다.


이는 하진이 이 골치 아픈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픈 생각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원소의 조언에 따라, 하진은 무맹도위 정원, 전장군 동탁, 하내태수 왕광, 동군태수 교모 등에서 밀서를 보냈다.

밀서를 받은 인물들 중 낙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은 병주의 정원이었다. 정원은 하진의 요청에 응해 군대를 거느리고 강을 건넌 후, 맹진에 큰 불을 질러 위세를 과시 하였다. 뒤이어 교모가 성고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왕광은 강노병(强弩兵: 위력이 센 활을 쏘는 병사)들을 이끌고 태산에 당도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하태후도 무작정 십상시를 감싸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진과 상의끝에, 하태후는 십상시들을 파직시켜 궁 밖으로 내보내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원소였다.

원소는 하진에게 부탁해 사례교위 관직을 받아냈는데, 사례교위는 관리의 감찰과 낙양의 치안을 담당하는 자리였다. 원소는 십상시들의 비리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십상시는 긴급히 대책 회의를 열었다.


“우리가 궁 밖으로 나가 쥐 죽은 듯 조용히 살겠다는 데도, 원소놈은 기어이 우리의 명줄을 끊겠다는 건가?!”


장양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조충이 맞장구를 쳤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서 건석이 하진을 죽이려 할 때 힘을 실어줬어야 했습니다···”


“우리만 억울하게 죽을 순 없지. 하진을 죽이세!”


장양은 동료 십상시인 단규와 필람에게 무사들을 거느리고 궁 안에 숨어있게 한 후, 하태후의 편지를 위조해 한밤중에 하진을 궁궐로 불러들였다. 이에 하진은 별다른 의심없이 궁 안에 들어왔다가, 곧바로 단규의 무리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하진이 겁에 질려 중얼 거리자, 무사들 뒤편에서 장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양은 하진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가다듬어 꾸짖었다.


“하진! 천하가 어지러운 것은 우리들만의 죄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네 가문을 존귀하게 만들어 주었다. 선황제께서 하태후를 폐하려 하셨을 때도 우리가 울면서 거금 천만금을 바쳐 폐하의 마음을 풀어드렸으니, 이는 너희 가문에 의지하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너는 은혜를 잊고 우리를 모두 죽이려 하니, 너무 심하지 않느냐?! 너는 궁궐 안이 더럽다 하였는데, 황제 아래로 청렴하고 충성스러운 자가 누가 있는가?!

자, 다들 움직여라!”


장양의 말이 끝나자 무사들이 일제히 하진의 몸에 칼을 꽂았고, 하진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고 말았다. 이렇게 하진을 죽이는 데 성공한 장양은 다음 계책의 실행에 나섰다.



장양은 거짓 조서를 꾸며 과거 태위를 지낸 번릉(樊陵)을 사례교위로, 소부(少府) 허상(許相)을 하남윤으로 임명하도록 하였다. 이는 수도인 낙양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례교위와 하남윤을 자신의 사람으로 바꾸어, 원소 등 사대부에게 대항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조서를 본 상서(尙書) 노식은 이것이 거짓 조서임을 눈치채고, 시간을 끌기로 하였다.


“대장군이 오시면 의논하여 처리하도록 하겠소.”


그러자 조서를 가지고 온 장양의 수하가 하진의 머리를 꺼내어 땅에 던지며 말했다.


“하진이 참람(僭濫: 분수에 넘치게)하게 반란을 도모해 이미 죽여버렸소!”


노식은 당황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대장군께서 돌아가셨다면, 이 조서는 누가 내린 것이오? 황제께서 아직 어리시니 태후마마의 조서를 받는 것이 도리일 것이오!”


“하진의 반란으로 사태가 시급한데, 어찌 태후의 조서를 받겠소?!”


“태후마마의 조서 없이 임의로 사례교위를 임명한다면, 오히려 장양 등이 반란의 주모자로 의심받을 것이오!”


결국 장양의 수하는 태후의 승인을 받기 위해 돌아갔고, 노식은 몰래 사람을 궁 밖으로 보내 이 사실을 알렸다.



잠시후 하진이 십상시에게 죽었다는 소식이 대장군부에 전해지자, 원술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미천한 환관놈들이 감히 대장군을 죽였단 말이냐!”


“놈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당장 궁으로 들어가 환관놈들을 모조리 죽여야 합니다!”


하진의 심복 장수였던 오광이 울분을 토하며 병사들과 함께 궁으로 향했고, 원소, 조조, 원술 등도 각기 군대를 이끌고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궁궐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쪽에는 환관의 무리들이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에 병사들이 도끼로 문을 부수려 했지만, 문 안쪽으로 나무를 여러겹 덧대어 놓은지라 문이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또한 궁궐 높은 곳에 몸을 숨긴 궁수들이 화살을 날리며 문을 부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궁궐문을 열지 못한 채 부질없이 시간만 흘러갔고,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날이 어두워지면 환관들이 어둠을 틈타 달아날 것이 뻔했고, 원술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궁궐 곳곳에 불을 질러라! 환관 놈들이 불에 타 죽을것이 두려워 밖으로 기어나올 것이다!”


“예, 장군!”


원술의 명에 따라 병사들이 궁궐 곳곳에 불을 지르자, 과연 십상시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사태의 위급함을 느낀 장양, 단규 등은 하태후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대장군의 수하들이 반란을 일으켜 궁궐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서둘러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대장군은 어디에 계신가?”


“사람을 풀어 찾고 있습니다. 태후께선 일단 황제폐하와 함께 북궁으로 피하시지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장양의 무리가 칼을 들고 험상궃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태후로서는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후 장양이 황제와 진류왕을 데리고 앞장서고 단규가 뒤에서 태후를 끌고 가는데, 느닷없이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대장군을 시해(弑害: 군주나 부모를 죽임)하고 거짓 조서를 꾸미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태후 마마를 납치하려는 것이냐?!”


깜짝 놀란 단규가 아래층을 바라보니, 노식이 창을 높이들고 단규를 노려보고 있었다. 겁을 먹은 단규는 태후를 두고 도망쳤고, 노식은 태후를 호위하여 안전한 곳으로 모실 수 있었다.



이때 대장군부의 병사들은 불에 탄 궁궐문을 부수고, 궁 안으로 진입한 상황이었다. 이후 원소는 병사들을 이끌고 궁 안을 수색하다가 삼촌인 태부 원외를 만나게 되었다.


“숙부님, 이번 기회에 환관놈들의 씨를 말려 버리겠습니다!”


그러자 원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 우선 번릉과 허상을 찾아 없애야 한다. 그들이 사례교위와 하남윤의 권한을 행사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두 사람 먼저 찾겠습니다!”


원외는 ‘번릉과 허상이 환관들과 모의해 반역을 꾀하였으니 사형에 처한다’고 황제의 조서를 위조하였고, 원소가 이들을 잡아오자 곧바로 목을 베었다.


한편 앞서 십상시의 편을 들었던 하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내가 십상시와 공모해 하진을 죽였다고 생각할텐데··· 멀리 도망쳐야 하나?!’


고민하던 하묘는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내고, 수하들을 이끌고 원소에게 달려갔다.


“내 형님을 죽인 환관 놈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소. 사례교위를 도와 십상시를 척살하고 싶소!”


“좋소, 마음껏 형님의 복수를 하시오.”


이렇게 원소와 하묘는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마침 달아나던 조충을 발견해 그 목을 베어 버렸다. 이후 하묘는 기세 등등하게 궁궐 안을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는 오광을 마주치게 되었다. 하묘를 보자마자, 오광은 이를 갈며 수하들에게 말했다.


“대장군을 살해한 자가 바로 거기장군 하묘다! 너희들은 대장군의 복수를 하길 원하느냐?!”


평소 하진이 수하 장졸들을 후하게 대했기 때문에,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예, 저희는 목숨을 걸고 대장군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오광과 그의 병사들은 일제히 하묘에게 달려들었고, 하묘는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후 원소는 병사들에게 명해 환관들을 모조리 끌고 와 죽이게 하였는데, 이때 죽은 사람의 수가 2천명에 달했다. 특히 난리통에 수염이 없고 얼굴이 하얀 사람들이 환관으로 오해받아 억울하게 많이 죽고 말았다.

이번 기회에 환관의 세력을 뿌리뽑아 후환을 없애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여기저기 치솟는 불길과 진한 피비린내가 사람들의 이성을 잃게 만든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혼란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은 장수가 있었으니, 바로 조조였다. 조조는 병사들이 함부러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단속하는 한편, 궁궐 곳곳의 불을 끄는데 주력하였다.


하지만 조조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사라진 황제의 행방을 찾는 일이었다. 상서 노식만이 홀로 말에 올라 궁 밖으로 황제를 찾아 나섰고, 하남윤 왕윤(王允)이 뒤늦게 하남중부연 민공을 시켜 노식의 뒤를 따르게 하였다.

이에 민공이 군대를 거느리고 낙양성 북문을 지나 부지런히 행군하다가, 북망산 인근에서 장양의 무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민공은 잽싸게 장양의 무리를 포위한 후 호통을 쳤다.


“네놈들은 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내 손에 죽을 것이다!”


환관들이 쭈뼛쭈뼛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하자, 민공은 앞으로 나아가 환관 네 댓명을 칼로 찔렀다. 그러자 장양과 단규가 황제에게 나아가 공손히 읍(揖: 두손을 맞잡고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하는 인사)을 하며 말했다.


“폐하, 성군이 되셔서 좋은 나라를 만들어 주옵소서!”


말을 마친 장양과 단규는 강물에 뛰어들었고, 다른 환관들도 그 뒤를 따라 차례로 몸을 던졌다.

4. 대장군 암살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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