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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833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5.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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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上)

DUMMY

이렇게 조조가 연주를 되찾고 손책이 강동을 손에 넣는 사이, 한나라의 수도 장안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었다. 이각 일당의 혹정과 수탈이 어찌나 심했는지, 곡식이 귀해진 장안 일대는 쌀 한 곡(斛 : 10말. 1말은 한 바가지)에 50만전, 콩∙보리는 한 곡에 20만전으로 가격이 폭등해 버렸다. 그러자 굶어 죽는 백성들이 속출했고, 일부 백성들은 서로 잡아먹기까지 하였다.

이에 황제 유협은 태창(太倉 : 수도의 곡식창고)의 쌀과 콩으로 죽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나눠주게 했지만, 굶어 죽는 백성의 수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태창의 곡식으로 장안 일대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은 곡기(穀氣)만 있어도 죽지는 않으니, 죽만 먹어도 살 수는 있다. 그럼에도 아사자(餓死者)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누군가 곡식을 빼돌린 것이다!’


상황을 눈치챈 유협은 몸소 곡식을 빼돌린 범인을 잡아낸 다음, 곤장 50대를 치게 하였다. 덕분에 굶어 죽는 백성의 수는 크게 줄었고, 백성들은 황제의 은혜에 크게 감사해 하였다.

이때 황제 유협의 나이는 겨우 14살이었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지혜와 덕을 겸비한 행동을 할 정도로, 유협은 훌륭한 황제가 될 자질이 충분했다. 하지만 이각 일당이 무력으로 황실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에, 총명한 어린 황제가 자신의 뜻을 펼칠 길은 없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던 이각 일당의 권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195년 흥평2년 2월, 이각이 번조를 시기해 죽여 버렸고, 곽사는 이각이 자신의 목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이각은 수시로 술자리를 만들어 곽사의 오해를 풀어주려 했는데, 이런 이각에게 앙심을 품는 자가 생겼으니 바로 곽사의 부인이었다.


‘우리 장군이 이각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다 보면, 이각의 첩이나 여종과 눈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장군은 나에 대한 총애를 거두고, 젊은 계집을 예뻐할 것이야! 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날마다 불안해 하던 곽사의 부인은 결국 이각과 곽사 사이를 갈라 놓기로 결심하였다. 하루는 이각이 곽사에게 귀한 음식을 선물로 보냈는데, 곽사의 부인은 메주를 부셔 음식 속에 넣고 상을 올렸다. 그런데 곽사가 별다른 의심 없이 음식을 먹으려 하자, 곽사의 부인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장군, 장군께선 나라의 대사를 결정하는 높은 자리에 계시면서, 어찌 밖에서 온 음식을 확인도 안하고 드십니까?!”


말을 마친 곽사의 부인이 음식을 헤집어 보았더니, 과연 독약 같은 알갱이들이 나왔다. 그러자 곽사의 부인이 정색을 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것 보십시오. 한 울타리 안에 두 마리의 수탉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이거늘, 장군께서는 어찌 그리 쉽게 이각 공을 믿으십니까?!”


“이것은 이각의 부엌일을 하는 사람이 실수한 것인데 뭘 그리 유별나게 구시오?! 정 찜찜하면 빼고 먹으면 되는 것 아니오?”


곽사는 태연하게 이각을 두둔하는 말을 했지만, 내심 이각을 더욱 의심하게 되었다.

하루는 이각이 곽사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 두 사람이 과음을 했는데, 집으로 돌아온 곽사가 심한 배탈이 나고 말았다. 그러자 곽사의 아내가 잽싸게 똥물을 퍼와서 곽사에게 먹이며 말했다.


“장군, 틀림없이 술이나 안주에 독을 넣었을 거에요! 얼른 먹은 것을 토해내셔야 합니다!”


잠시 후, 똥물을 먹은 곽사는 한바탕 구토를 하고 나서야 속이 진정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곽사도 이각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확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각 이놈이 정말로 날 죽이고 권력을 독차지하려 하는구나!!’


분노한 곽사는 은밀히 이각을 제거할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때 동탁의 수하장수 출신인 안서장군(安西將軍) 양정(楊定)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이각에게 사소한 실수를 하였다. 양정은 이각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 곽사를 찾아가 하소연했고, 두 사람은 이각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이각과 싸울 때 황제를 데리고 있는 쪽이 명분에서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우선 황제를 자신들의 진영으로 납치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곧 이각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고, 이각은 크게 분노하여 소리쳤다.


“곽아다(곽사를 낮춰 부르는 호칭)가 나에게 어찌 감히 이럴 수 있단 말이냐?! 황제 먼저 손에 넣은 다음, 네 놈을 죽여주마!!”


이각은 조카 이섬(李暹)에게 병사를 주어, 황제를 자신의 군영으로 데려오게 하였다. 이에 이섬이 병사 수천을 거느리고 황궁을 포위하자 궁 안의 사람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었는데, 태위(太尉) 양표(楊彪)가 나서서 이섬을 꾸짖었다.


“한나라가 생긴 이래 신하의 집에 머무른 황제는 없으셨네. 자네들은 어찌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며 병사들을 움직여 황실을 위협하는가?!”


“소인은 그저 대장군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이섬은 황제와 황후를 위협해 수레에 태웠고, 양표 등의 대신들은 황제를 보호하기 위해 이각의 군영으로 따라갔다. 이렇게 황제 일행이 궁궐을 떠난 후, 뒤늦게 곽사의 군대가 궁에 당도하였다. 이각과 곽사의 군대는 궁궐 주변에서 싸움을 벌였고, 일부 병사들은 황실의 재물을 훔치고 궁녀들을 잡아가며 곳곳에 불을 질렀다.


한편 이각의 군영에 도착한 황제는 양표, 사공(司空) 장위(張喜) 등 10여명의 대신들에게 이각과 곽사를 화해시키도록 하였다. 이에 양표 등이 이각을 찾아가 황제의 뜻을 전하자, 이각이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곽아다가 먼저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빈다면, 나도 화해를 받아들이겠소.”


“대장군께서 먼저 아량을 베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장위의 말에 이각은 화를 벌컥 내며 소리쳤다.

“대장군이 먼저 머리를 숙이면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곽아다에게 죄를 빌라고 전하시오!!”


대신들은 어쩔 수 없이 곽사를 찾아가 화해를 권했는데, 곽사는 화해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대신들을 옥에 가두어 버렸다. 이것은 곽사가 황제 대신 대신들이라도 인질로 삼으려는 속셈이었는데, 분노한 양표가 곽사에게 호통을 쳤다.


“한 사람은 황제를 겁박하고, 다른 사람은 대신들을 볼모로 삼으니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뭐라? 늙은 태위라고 봐줄 줄 아느냐?!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냐!!”


분노한 곽사는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양표의 목을 베려 하였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황급히 나서서 곽사를 뜯어 말렸고, 곽사는 못 이기는 척 칼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이렇게 대신들을 인질로 잡은 곽사는 군대를 내어 이각의 군영을 공격했는데, 곽사가 이각에게 선제 공격을 한 것은 따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각은 평소 상벌을 공평하게 내리지 않아 휘하 장수들의 불만이 많았고, 이를 눈치챈 곽사가 장포(張苞), 장룡(張龍) 등을 회유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곽사의 군대가 쳐들어오자, 장포 등은 몰래 영채문을 열어 곽사를 맞이하였다. 덕분에 무사히 적진에 들어온 곽사의 병사들은 이각의 막사를 향해 화살을 마구 쏘아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황제가 있는 막사에도 화살이 날아들었고, 이각은 날아오는 화살에 귀를 관통 당할 만큼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말았다.


“젠장, 어떤 놈이 배신을 한 것이냐?!”


이각이 갑옷을 들어 화살을 막으며 분통을 터뜨리는데, 어디선가 우렁찬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배신자 곽사를 물리치고 대장군을 구해라!!”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각을 구하러 나타난 것은 수하장수 양봉(楊奉)이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적의 구원병이 나타나자, 곽사는 쓴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이각을 거의 다 잡았는데, 아쉽구나! 전군 후퇴하라!!”


이렇게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이각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내가 거느린 병력이 곽아다보다 훨씬 많다. 단순히 소모전을 벌인다면 내가 질 이유가 없지! 다만 황제가 변수인데··· 곽사가 황제를 빼돌리기라도 한다면, 지방에 있는 장수들이 곽사의 편을 들지 모른다···’

22. 혼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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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삼국지의 정석_26. 가짜 황제 원술(신궁 여포)(上) +2 21.06.14 58 1 10쪽
21 삼국지의 정석_25.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는 유비(기생충)(下) +2 21.06.11 75 1 9쪽
20 삼국지의 정석_25.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는 유비(기생충)(上) +2 21.06.09 73 1 8쪽
19 삼국지의 정석_24. 조조, 둔전제를 도입하다(도시농부) +2 21.06.07 80 1 9쪽
18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下) +2 21.06.04 71 1 7쪽
17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上) +2 21.06.02 73 1 10쪽
16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下) +2 21.05.31 57 1 11쪽
15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中) +2 21.05.28 71 1 9쪽
»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上) +4 21.05.26 84 1 9쪽
13 삼국지의 정석_21. 소패왕 손책(추격자) +4 21.05.24 82 1 6쪽
12 삼국지의 정석_7. 동탁 추격전(황제 탄핵)(下) +2 21.04.05 175 1 14쪽
11 삼국지의 정석_7. 동탁 추격전(황제 탄핵)(上) +2 21.04.05 214 2 12쪽
10 삼국지의 정석_6. 반동탁 연합(공공의 적)(下) 21.04.05 234 3 12쪽
9 삼국지의 정석_6. 반동탁 연합(공공의 적)(上) 21.04.05 26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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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삼국지의 정석_2. 난세에 출현하는 영웅(황건 개미운동)(上) 21.03.26 1,53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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