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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825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4.02 10:00
조회
290
추천
3
글자
10쪽

삼국지의 정석_5. 동탁의 등장(어부지리)

DUMMY

이렇게 장양 일행이 모두 죽자, 민공이 말에서 뛰어내려 황제에게 예를 갖추었다.


“폐하, 무사하셔서 천만 다행이옵니다. 나라의 주인께서는 한시도 자리를 비우시면 안됩니다. 신이 궁궐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아, 알겠소!”


이에 민공이 황제와 진류왕을 말에 태워서 궁궐로 돌아가는데, 도중에 황제를 찾아나선 문무백관(文武百官: 모든 문관과 무관)을 만나게 되었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황제를 본 신하들은 문관, 무관 가릴 것 없이 목청이 터져라 만세삼창을 하였다. 신하들은 다들 한나라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거라는 기대에 들떠 있었다. 궁궐을 어지럽히던 십상시와 황제를 간섭하던 외척들이 모두 사라졌고, 황제 유변은 총명하진 않지만 성품은 착했기 때문에 다들 한나라의 앞날을 희망적으로 본 것이었다.



이렇게 황제 일행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황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웅장한 북소리가 들리면서 산 아래에 한 무리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 창과 활로 무장한 병사들은 머리를 산발을 하고 가죽옷을 입고 있었으니, 그 차림새가 강족 병사들 같았다.

낯선 군대의 출현에, 황제 일행은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강족 군대가 좌우로 갈라지면서, 가운데에서 기골(氣骨: 겉으로 보이는 골격과 기운)이 장대한 사내 하나가 선두로 쓱 나섰다. 사내는 험상궂은 얼굴로 황제 일행을 노려보았는데, 바로 전장군 동탁이었다.


동탁의 흉포한 기세에 다들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데, 어가(御駕: 황제의 수레) 행렬의 앞에 있던 최열이 목소리를 가다듬어 외쳤다.


“동탁, 지방의 수령들은 모두 군대를 이끌고 부임지로 돌아가라는 어명이 내려졌다. 속히 말머리를 돌려 양주로 떠나거라!”


하지만 동탁은 콧방귀를 뀌며 소리를 질러댔다.


“당신들은 황제폐하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뻔뻔하게 나보고 군대를 물리라는 것인가?!”


동탁이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자, 원소 등의 장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원소, 조조 등 서원 팔교위 장수들이 거느린 병력은 원래 적지 않았지만, 다들 급하게 달려오느라 소수의 병력만 데려온 상황이었다. 반면 동탁이 거느린 용맹하기로 소문난 강족 병사들은 족히 3천명은 넘어 보였다. 동탁이 힘으로 밀어 붙인다면, 막아낼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원소, 조조, 원술 등은 재빨리 어가를 호위하는 진형을 갖춘 후, 칼자루를 힘껏 움켜쥐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데, 누군가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동탁, 그대는 황제를 모시러 온 것인가, 위협하러 온 것인가?!”


앳되지만 당찬 말투의 주인공은 진류왕 유협이었다. 그러자 동탁은 말에서 내려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


“신은 대장군 하진의 부름을 받고, 황제 폐하를 성심성의껏 모시기 위해 먼길을 달려 왔습니다!”


그러자 진류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황궁까지 내 형님이신 황제 폐하를 안전하게 모시도록 하시오.”


이에 동탁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왕자님의 명을 받들어, 어가를 안전하게 모시겠나이다.”


동탁은 위풍당당하게 말을 몰아 진류왕의 옆으로 향했고, 강족 병사들은 어가를 모시는 행렬의 후미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황제 폐하와 진류왕을 모시고 낙양성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황제 일행은 무시무시한 불청객과 함께 낙양성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동탁의 사나운 군대와 함께 황궁으로 돌아온 황제 유변에게는 또다른 나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전국옥새(傳國玉璽)가 사라진 것이었다. 난리통에 누군가가 옥새를 훔쳐갔거나, 안전한 곳으로 옮기다가 잃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동탁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았다. 동탁은 호위병을 거느리고 제멋대로 궁궐을 드나들었고, 그의 군대는 낙양성 안을 활보하며 백성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후군교위 포신(鮑信)이 원소를 찾아가 은밀하게 말했다.


“동탁은 역심(逆心: 반역을 꾀하는 마음)을 품은게 분명하네. 동탁이 낙양성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제거해야 하네! 시간이 지나면 손 쓸 방법이 없을 걸세”


“이제 막 조정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데, 별다른 증거도 없이 동탁을 반역죄로 몰아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네···”


원소는 명분을 내세워 반대했지만, 사실 동탁이 가진 무력이 부담스러웠다. 동탁은 강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용맹한 무장일 뿐 아니라, 수많은 호위병을 거느리고 다녔다. 동탁을 암살하는데 성공한다 해도, 성안의 강족 병사들에게 보복을 당할 위험이 컸다.

그러자 원소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실망한 포신은 본거지인 태산(泰山)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포신의 예상대로, 동탁은 낙양을 장악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동탁은 낙양성 사대문에 병력을 배치해 외부와 통하는 길을 차단하고, 양주에서 병력을 충원하기 시작하였다. 날마다 새로운 강족부대가 낙양성에 들어왔고, 겁에 질린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벌써 며칠째인가, 하루도 빠짐없이 오랑캐 병사들이 들어오고 있어!”


“이제 동탁이 거느린 병력이 5만은 넘을 걸세. 큰일이야, 큰일...”


하지만 이것은 동탁의 눈속임이었다. 동탁의 부대는 매일밤 은밀히 낙양성을 빠져 나간뒤, 날이 밝으면 양주에서 새롭게 충원된 강족 부대로 위장하여 다시 낙양성에 들어온 것이었다(사실 동탁이 거느린 병력은 3천명에 불과했다). 이후 동탁은 죽은 하진의 군대를 병합해 세력을 키웠는데, 방황하던 하진의 병사들은 대세로 떠오른 동탁을 순순히 따랐다.



그런데 하진이 십상시를 제거하기 위해 외부에서 부른 장수는 동탁 한 명이 아니었다. 정원, 왕광, 교모 등도 하진의 부름을 받았는데, 큰 야심이 없던 왕광과 교모는 하진이 죽었다는 소식에 본거지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무맹도위 정원은 사정이 달랐다. 정원은 하진의 부름에 가장 먼저 달려와 맹진에 주둔한 공을 인정받아, 집금오(執金吾) 벼슬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뒤늦게 나타난 동탁이 낙양을 차지해 버린 것이었다.

정원은 벼슬길에 오른 배경도 동탁과 비슷했다. 정원은 명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뛰어난 무용을 바탕으로 변방에서 무공(武功)을 쌓아 성장한 군벌이었다. 또한 동탁이 용맹한 강족을 자신의 병사로 부리는 것처럼, 정원은 날랜 흉노족을 자신의 병사로 삼고 있었다.


“내가 동탁보다 못한 게 무엇이란 말이냐?! 내가 제일 먼저 이곳에 달려왔는데, 어슬렁 거리며 나타난 동탁에게 공을 빼앗길 순 없다!”


화가난 정원은 자신의 군대를 낙양성 앞에 주둔시키고, 궁궐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 하였다.

이러한 정원의 행동에 동탁은 골치가 아파졌다. 정원의 군대를 그대로 두자니 불안했고, 전투를 벌이자니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동탁이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막대한 병력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 문제로 동탁이 고민을 하고 있는데, 동탁의 호위병 중 하나가 뜻밖의 말을 했다.


“장군, 소인에게 정원을 제거할 계책이 있습니다.”


이에 동탁이 반색(매우 반가워함)하며 소리쳤다.


“말해 보거라!!”


“소인은 정원의 오른팔로 있는 여포(呂布)와 같은 고향 출신입니다. 그를 설득해 정원을 죽이게 하면, 장군께서 손쉽게 병주 군대를 손에 넣으실 것입니다.”


그러자 동탁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네 놈은 정원을 잘 모르는 구나. 정원은 수하들을 각별히 아끼기로 유명한 자다. 그런 자의 오른팔로 있는 녀석이 주인을 배반하려 들겠느냐?!”


“여포는 용맹하지만 의리보다는 이익을 쫓는 인물입니다. 큰 재물을 주면서 이미 대세가 장군께 기울었음을 설명하면, 여포는 반드시 넘어올 것입니다!”


“그래?! 알았다, 성공하면 너에게 큰 포상을 내릴 것이다!”


동탁은 특별히 손해볼 것이 없겠다는 생각에 호위병의 계책을 허락 하였다.



원래 여포는 병주 오원(五原)군 구원(九原)현 출신(현재 내몽골 자치구)으로, 용맹하고 기마술과 궁술이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다. 정원은 하내에서 여포를 발탁하여 주부(主簿: 직속관원)로 삼고, 여포를 각별히 대해 주었다.

하지만 여포는 뛰어난 능력과 달리 의리가 있는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에, 동탁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원을 한밤중에 살해하고 만다.


결국 동탁은 손에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여포라는 용맹한 장수와 정원의 병주군대를 통째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진의 군대에 이어 정원의 군대까지 흡수하면서, 동탁의 군대는 정말로 대군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막강한 군사력을 확보한 동탁은 정치적 권력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동탁은 ‘가뭄이 들었으니 사공 유홍을 파직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린 다음, 자신이 사공의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당시에는 천재지변의 책임을 고위관료에게 묻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사공의 자리에 오른 동탁에게 여전히 찜찜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자신의 별 볼일 없는 가문이었다.


‘무식하고 힘만 센 녀석이 사공에 올랐다고 손가락질하는 놈들이 많을텐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괜찮은 동씨 집안하고 날 엮으면 될거 같은데··· 동태후가 있었지!!’


이후 동탁은 수하들을 시켜 자신이 동태후와 친척이라고 소문을 내게 하였다. 이렇게 자신을 동태후 일가로 포장하고 나니, 동탁은 동태후가 키운 진류왕 유협에게 정이 갔다.

게다가 황제 유변보다 진류왕이 총명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앞서 동탁이 낙양성으로 돌아오는 어가를 가로막았을 때, 진류왕이 보여준 행동은 9살짜리 어린아이의 행동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동탁은 유변을 황제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진류왕을 새 황제로 올릴 생각을 품게 되었다.

5. 동탁1.PN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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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3 악지유
    작성일
    21.04.10 04:5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4.12 15:31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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