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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802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3.29 09:10
조회
372
추천
5
글자
11쪽

삼국지의 정석_4. 십상시의 최후(마녀 사냥)(上)

DUMMY

이렇게 각지에 반란이 들끓어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영제는 술과 여자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하늘도 노하셨는지, 영제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영제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 되었고, 궁궐 안은 후계자 문제로 긴장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는 영제의 아들 두 명이, 서로 배다른 형제였기 때문이었다.

과거 하진의 누이동생이 황궁에 들어와 황자 유변(劉辯)을 낳고 황후에 책봉되었는데, 그 후 영제가 궁녀 왕미인(王美人)을 총애하여 황자 유협(劉協)을 얻게 되었다. 그러자 하황후가 왕미인을 질투해 몰래 짐주(鴆酒: 독이 든 술)를 먹여 죽여버렸고, 이때부터 영제의 어머니인 동태후가 유협을 키우게 되었다.


동태후는 하황후가 왕미인을 독살했음을 눈치챘기 때문에, 왕미인의 아들인 유협을 가엾게 여겼다. 영제도 총명하고 인물이 좋은 유협에게 황제 자리를 물려주고 싶었지만, 유변의 외삼촌인 하진이 대장군의 자리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궁궐의 실세인 십상시도 유협을 지지하고 있었는데, 이는 십상시와 하진이 갈등관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진은 십상시 덕분에 출세할 수 있었지만, 십상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는 하진과 친한 원소 등 명문가 사대부들이 늘 십상시를 처단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궁궐 안은 유협을 지지하는 영제와 동태후, 십상시의 세력과 유변을 지지하는 하진, 하태후, 사대부의 두 패로 나뉘게 되었다.



서기 189년 4월, 영제의 병이 깊어지자, 환관 건석은 하진을 제거할 음모를 꾸몄다. 건석은 영제에게 그 충성심을 인정받아, 황실을 경비하는 서원팔교위(西園八校尉)의 수장인 상군교위를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건석은 정예부대를 움직일 수 있었끼 때문에, 이를 믿고 하진을 죽이려는 것이었다.


하루는 하진이 영제의 칙서를 받고 궁궐로 향했는데, 한 사내가 은밀히 다가와 쪽지를 건냈다.


‘건석이 궁 안에 병사들을 숨겨놓고, 폐하의 칙서를 위조해 공을 불러 들였습니다! 사마(司馬) 반은 드림’


쪽지를 읽은 하진은 분노를 삭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건석, 이 놈이 감히 날 죽이려 하다니···”


하진은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면서, 사람을 보내 ‘몸이 아파 입궐할 수 없다’고 핑계를 댔다. 이렇게 하진을 죽이려던 건석의 음모는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며칠 뒤, 영제는 결국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러자 대장군 하진과 조정 대신들은 잽싸게 유변을 황제로 올렸고, 유협은 진류왕에 책봉되었다. 이렇게 유변이 황제가 되자, 건석은 하진이 자신에게 복수할 것이라고 생각해 불안에 떨게 되었다.


‘이제 영제도 안 계시고 하진이 황제의 외숙부가 되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진다. 가만히 있으면 하진의 손에 죽고 말 것이니, 선수를 쳐야겠다···.’


생각을 정리한 건석은 조충 등 다른 십상시들에게 서신을 보내 하진을 암살할 것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십상시 중에 이에 반대하는 자가 있었으니, 곽승이라는 인물이었다. 곽승은 하진과 같은 고향 출신으로, 하진을 도와줄 생각으로 조충에게 말했다.


“어르신, 건석이 상군교위라고는 하나, 하진을 지지하는 원소, 조조 등 다른 교위들의 병력이 더 많습니다. 하진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원소 등이 군대를 움직여 우리를 모두 죽일 겁니다! 이것은 제 손으로 무덤을 파는 짓입니다.”


“하긴 지금 상황에선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겠지··· 아니, 하진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하나 보내야겠어···”


조충 등 십상시들은 곽승의 말이 옳다고 여기고, 건석을 제물삼아 자신들의 목숨을 구하기로 하였다. 조충은 건석이 보낸 서신을 은밀히 하진에게 전달했고, 하진은 원소에게 명해 건석을 죽이게 하였다. 이렇게 영제의 총애를 받아 서원팔교위를 이끌던 건석은 같은 편의 배신으로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하지만 건석이 죽은 후에도 궁 안에 하진 일가를 위협하는 세력이 남아 있었으니, 바로 황제의 할머니인 동태후였다. 동태후는 자신의 조카인 동중(董重)을 표기장군으로 임명해 하진을 견제하는 한편, 조정의 의사결정에 시시콜콜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태후가 나서서 이를 막았고, 화가 난 동태후가 하태후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여 꾸짖었다.


“네가 어찌 감히 나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오빠를 믿고 이리 오만하게 구는 모양인데, 내가 표기장군으로 하여금 하진의 목을 베게 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이 점을 명심하도록 하거라!!”


“태후께서 하신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동태후의 폭언에 조용히 자리를 뜬 하태후는 곧바로 하진을 찾아가 이 일을 알렸다.

그러자 하진도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늙은 여우가 감히 날 죽이겠다고 했단 말이냐?! 그 늙은이가 궁 안에 너무 오래 있다보니 상황 판단이 안되는구나!”


분노한 하진은 동태후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로 결심하였다. 며칠 뒤, 하진은 여러 대신들과 함께 동태후의 죄를 고발하는 상소를 올렸다. 여기서 하진이 지적한 것은 뇌물죄였는데, 실제로 동태후는 매관매직을 통해 많은 재물을 축적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진은 동태후의 죄를 낱낱이 밝힌 다음, 그녀를 고향인 하간으로 추방시켜 버렸다.


별 탈 없이 동태후를 제거한 하진의 다음 목표는 표기장군 동중이었다. 하진은 원소 에게 병사를 주어 동중의 관저를 포위하고, 표기장군의 인수를 받아 오도록 하였다. 하진은 그저 동중의 벼슬을 박탈할 생각이었지만, 동중은 병사들이 집을 포위하자 겁을 먹고 자살해 버렸다.



이렇게 동태후 일가를 축출한 하진은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원소 등 젊은 사대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오랜 기간 사대부를 탄압하고 황제의 정사(政事: 정치를 하는 일)를 어지럽힌 십상시들을 그냥 둘 수 없었다.


“이번 기회에 십상시들을 모두 죽이셔야 합니다. 건석 하나 죽였다고 일이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놈들은 대장군을 암살하려다가, 일이 여의치 않자 건석을 희생양으로 삼은 겁니다!”


원소가 눈을 부릅뜨며 말하자, 하진이 눈쌀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조충 등에게 다른 뜻이 있었다면, 어찌 건석의 음모를 나에게 알려 주었겠나? 그들은 이제 아무런 힘도 없네. 굳이 궁궐 안에서 피를 볼 필요가 있겠는가?!”


하진은 원래 성품이 모질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하진은 자신이 십상시 덕분에 대장군의 자리에 오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진은 십상시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을 뿐 아니라, 십상시를 죽여서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비난을 듣기도 싫었다. 하지만 원소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대장군, 장군께선 저들과 공존하실수 없습니다. 먼저 손을 쓰는 쪽이 살아남게 되어 있습니다!”


원소의 위협적인 말에 하진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하태후의 반대가 심해서 손을 쓸 수가 없네··· 이 일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세!”



하진은 십상시를 제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이 소식은 곧 십상시의 귀에 들어갔다. 그러자 십상시들은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하진이 언제 마음이 변해 우리를 죽이려 들지 모르네. 우리가 살 방도를 찾아야 하네.”


장양의 말에 조충이 의견을 제시했다.


“하진의 동생인 하묘(何苗)와 그의 어머니 무양군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오호, 그거 좋은 생각이네!”


과거 하진의 아버지가 무양군과 재혼을 하였을때, 그녀는 전남편의 자식인 주묘(朱苗)를 데리고 시집을 왔었다. 그래서 주묘는 새 아버지의 성을 이어받아 하묘가 된 것이었다. 지금 하묘는 동복이부(同腹異父: 어머니는 같으나 아버지가 다름) 여동생인 하태후와 이복(異腹)형인 하진의 후광으로 거기장군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었다. 또한 무양군은 하진의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엄격한 유가사상 때문에 하진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후 장양 등 십상시는 가지고 있는 재물을 아낌없이 써서 무양군과 하묘에게 엄청난 뇌물을 바쳤다. 그러자 무양군과 하묘는 하태후에게 십상시의 편을 드는 말을 수시로 하였고, 하태후는 하진에게 십상시를 해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렇게 하진이 하태후 때문에 십상시 제거를 주저하게 되자, 원소는 하진에게 새로운 계책을 제시하였다.


“대장군, 전국의 주요 태수, 자사들에게 ‘군대를 일으켜 십상시를 토벌하라’는 밀명을 내리십시오. 각지의 군대들이 낙양성 앞에 집결하면, 태후께서도 더 이상 반대하지 못할 겁니다!”


원소의 말에 하진은 무릎을 탁 치며 소리쳤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일세! 외부의 군대들이 모여들면 태후도 더 이상 반대하지 못할 것이야!”


하진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십상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 기뻐했다. 그러자 주부(主簿: 국가의 문서, 장부를 담당하는 관직) 진림이 다급히 나서서 말했다.


“대장군, 그리 하시면 안됩니다! 옛말에 ‘눈을 가리고는 참새도 잡을 수 없다’ 라고 했습니다. 하찮은 짐승을 잡을 때에도 속임수를 쓰면 실패하는 법이거늘, 나라의 대사를 정할 때는 더더욱 바른 길을 걸어야 합니다.

지금 대장군께서는 군권을 한 손에 쥐고, 황제폐하의 후광을 받는 높은 자리에 계십니다. 대장군께서 십상시를 체포하라는 명만 내리시면 궁 안의 사람들이 모두 따를 것이니, 이것은 식은 죽 먹기와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쓸데없이 바깥의 군대를 불러 들이신다면, 이는 칼을 거꾸로 잡아 칼자루를 남에게 내어주는 꼴입니다. 그러면 세상은 어지러워질 것이고, 대장군께서도 화를 입으실 지 모릅니다!”


그러자 대장군부의 참모로 있던 봉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어찌 그리 겁이 많은가?! 일개 태수나 자사 따위가 어찌 감히 대장군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각지에서 태수, 자사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서로 견제할 것이니, 그들이 낙양성 안으로 들어오는 일을 벌어지지 않을 것이네!

원본초의 계책에 따르면 대장군께서 태후마마와 감정 상하는 일 없이 십상시를 제거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계책은 없을 것이네!”

4. 대장군 암살1.PN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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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3 악지유
    작성일
    21.04.10 04:40
    No. 1

    여우를 잡겠다고 호랑이 새끼들을 불러들이는 격.
    주부 말을 드었어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4.14 23:09
    No. 2

    원소가 너무 방심한 경향이 있지요. 그리고 변란이 생기자마자 황제부터 모셨어야하는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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